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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74화 (47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74화

학생회장 임명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 입학식 막바지에 학생회가 신설한 '학과소개 코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저는 2학년 저주학과 소속의 제이미 빅토리아라고 해요!"

제이미를 필두로 2학년들이 나섰다. 각 과목에 대한 설명과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의 장단점, 그리고 1학년 시절 경험을 곁들어 설명했다.

"저기 보세요 시몬!"

카미바레즈가 흥분한 얼굴로 시몬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다들 엄청 집중해 주고 있어요!"

"응."

시몬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도 딴짓하거나 조는 사람이 없었다.

이전 어른들의 연설이 워낙 지루해서 비교되는 걸까, 아니면 이제 막 1학년 첫 수업을 앞둔 시점에 집중력이 최고조라서 그런 걸까.

다들 한마디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제이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뭔가를 꺼내 정신없이 필기하는 신입생들도 있었다.

사회자 세이위르는 환상 능력으로 제이미의 말을 재현했고, 제이미는 학과를 대표하는 강력한 저주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입니다! 여러분 앞에서 저주학을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1년 후 2학년이 되시면 우리 저주학과에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제이미가 첫 차례를 성공적으로 끊었고, 신입생들의 열띤 환호성이 쏟아졌다.

당당한 걸음으로 돌아오던 제이미는 커튼을 지나 연단 뒤편에 도착하는 순간,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하아아 깊은숨을 내쉬었다.

"으으, 떨려! 엄청 떨려어!"

"잘했어 반장! 최고야!"

메이린이 꺄아아 소리 지르며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시몬도 다가와 말했다.

"수고했어. 말 엄청 잘하더라."

"어제 하루 종일 연습했거든! 저기 사회자 아저씨도 센스 있게 말 잘 받아주기도 했고."

제이미가 고개를 들어 시몬을 보며 웃었다.

"다들 고마워. 이 자리에 날 세워줘서. 진짜 좋은 경험 했어."

그때 세이위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칠흑역학을 소개해 줄 학생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2학년의 메이린 빌렌느!"

다음은 메이린의 차례.

자신감 있게 무대로 뛰어나간 그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부회장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뽐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엔 가장 만만한 학과 아닌가요? 재능이 긴가민가하면 고르는 그냥 무난한 느낌?"

하하하하!

그녀의 농담에 정곡을 찔린 신입생들이 유쾌하게 웃었고, 메이린이 팔을 넓게 벌렸다.

"그런 관념을 제가 깨드리겠어요! 칠흑역학을 배우면 뭘 할 수 있을까요? 화면을 봐주세요."

실수도, 말이 꼬이는 것도 없었다.

환호하는 사람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가끔은 청중과 소통하는 여유도 보이며, 준비해 온 모든 내용을 당당하게 훑어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눈이 부셨다.

시몬은 새삼 부회장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메이린의 발표도 대성공이었다.

"다음은 소환학을 담당하는 학생이죠. 시몬 폴렌티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수인들이 잠시 귀를 틀어막았다. 시몬도 귀를 막으며 무안하게 웃고 있었다.

"이야, 무슨 슈퍼스타 다 됐네."

신디 비바체가 픽 웃으며 말했다.

이내 시몬이 연단으로 올라가 확성 수정구를 잡고 소환학과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아론의 영향을 받았다.

소환학과가 그저 좋기만 하다고 부풀리지는 않았다. 현실적인 부분과, 현재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 학과일 수 있다는 것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시몬의 눈이 빛났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소환을 못 하는 네크로맨서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가장 유쾌하게 반응한 건 3층의 어른들이었다.

트렌드에 다소 뒤떨어졌지만, 나이가 많은 네크로맨서들은 여전히 소환학을 좋아했다.

"네크로맨서로서 소환을 갈고닦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병력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점."

시몬이 눈을 빛내며 후배들을 향해 팔을 뻗었다.

"리스크가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 리스크를 모두 감수하면서도 이 공부를 좋아해 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 설명은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 어느 차례보다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몬 폴렌티아라는 선배의 존재.

내년에도 소환학과의 인기는 폭발할 예정이었다.

* * *

시몬의 뒤를 이어서 신디가 사령학과를 소개했고 다음은 카미바레즈와 클라우디아의 차례였다.

특히 카미바레즈의 인기는 대단했다.

"저, 저희 혈류학은 그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다리를 배배 꼬며 말을 이었다.

"피를 소모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지마안...... 사실은 어떤 학과보다......!"

완벽한 발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잘하고 있었다. 신입생들도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듣고 있었다.

"힘내 카미!"

"꺄아아아!"

"나 눈물 날 것 같애!"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는 메이린, 제이미, 신디, 클라우디아가 나란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커튼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구경하고 있었다.

"......쟤들 넷이서 주르륵 앉아서 뭐 하냐?"

마침 VIP들을 상대하고 내려온 딕이 헛웃음을 흘렸다. 시몬이 대답했다.

"지금 카미가 혈류학과를 소개하는 중이야."

"아, 그렇군."

딕이 키득거리며 대본 카드 한 장을 흔들었다.

"그건 뭔데?"

"으흐흐! 카미가 연습하다가 흘린 거! 아마 곧......."

"시모오온!"

갑자기 잘 발표하던 카미바레즈가 울먹이며 시몬에게 총총총 뛰어왔다.

"저! 저어! 여기 써놨던 종이 한 장이 없어졌어요......!"

"아, 그럴 때는 애드리브로 해야지! 카미."

딕이 짓궂게 말했지만, 시몬은 조용히 클라우드로 딕의 대본을 빼앗아 카미바레즈에게 돌려주었다. 어떻게 된 건지 깨달은 그녀가 딕을 보며 빼앵 소리쳤다.

"딕 미워요!"

휙!

고개를 돌려 얼른 연단으로 돌아가는 카미바레즈의 모습을 보여, 여학생들은 무너져 내렸다.

"하아아아."

"진짜 A반 때가 그립다."

딕이 무안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장난이었는데, 카미한텐 좀 심했나."

"응. 나중에 똑바로 사과해."

"예이~ 바로 머리부터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 * *

카미바레즈와 클라우디아 다음은 마투학 발표자가 나갈 차례였다. 마투학을 발표할 학생은 시몬이 컨택하기로 했었다.

세이위르가 소리쳤다.

"벌써 마지막 코너네요! 신입생 여러분, 아쉽나요?"

"네에!!"

"하지만 이제는 수업을 들으러 가셔야겠죠! 저기 방송 하수인분들이 제게 보내는 눈총이 따갑습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마투학을 소개할 '카쟌 에드발트' 학생을 앞으로 모십니다!"

카쟌은 조금도 긴장한 기색이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얼어갔다.

세이위르가 건넨 확성 수정구를 손에 쥔 그는 오른쪽 눈에 난 상처를 버릇처럼 슥슥 긁었다.

전신의 상처, 그리고 교복 안으로 보이는 붕대. 워낙 임팩트 있는 외모였기에, 신입생들은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회장의 부탁으로 오긴 했다만, 마투학은 특별히 소개할 부분이 없군."

신입생들이 웅성거렸다. 무대 뒤편에서 메이린이 시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야아! 섭외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카쟌이 주먹을 꾸욱 쥐더니, 가볍게 앞으로 내질렀다.

후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바람이 퍼져 나가며 주위를 휩쓸었다. 앉아 있던 신입생들의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흩날리며 몇몇 작은 소지품이 바람에 휘날리기도 했다.

풍압을 일으킨 카쟌이 천천히 주먹을 내렸다.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필요 없다. 마투는 순수한 힘을 상징한다."

신입생들의 시선을 확 빼앗는 연출 이후, 카쟌의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누구나 마투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투 전공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빠르고 1차원적인 대응이 가능하며 어떤 적을 상대로도 고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펜타모니엄의 통계에 의하면 프로 네크로맨서들 중 가장 선호받는 동료가 마투전공이란 점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 마투는 동료들이 흑마법을 준비하며 진가를 발휘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며, 강대한 적을 선제공격으로 억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후속 화력이 약하다고도 할 수 없다. 마투 전공자는 마법진을 쓰지 않는 대신......."

설명을 듣던 신입생들은 물론, 무대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2학년 모두가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두 다리를 바닥에 딱 붙인 채, 제스처는커녕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극히 절제된 모습으로 흡입력 있는 연설을 해나갔다.

"마, 말까지 잘하네. 카쟌 선배."

메이린이 얼빠진 미소를 흘렸다.

"역시 내 전 룸메이트야!"

딕이 신이 나서 말했다.

"카쟌의 소속을 생각해 봐! 학생 수준의 발표스킬로 비빌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그렇게 카쟌이 발표를 마치고 연단 뒤로 돌아오자, 시몬과 학생들이 열렬한 환호로 맞아주었다.

* * *

학생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번에 신설한 학과 소개 코너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메이린이 간단하게 입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입학식 전체 차례 중 가장 압도적인 만족도를 보였다.

"이 정도면 앞으로 키젠 입학식의 정식 코스로 굳어지는 거 아닐까?"

메이린이 행복회로를 돌렸다. 물론 딕의 VIP 예우도 성공적이었다.

"흐흐! 술 한잔의 스노우볼을 기대해도 좋아. 어르신들이 키젠 본부에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실걸?"

가장 낮은 대중과 가장 높은 소수의 사람들까지 모두 만족시킨 입학식이었다. 학생회 담당 교수인 제인도 네 사람을 찾아와 잘했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렇게 1학년들은 수업을 들으러 떠났고, 시몬과 학생회 멤버들은 직속 하수인들과 함께 대강당 뒷정리를 마친 뒤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렇게 푹 쉬고 다음 날 아침.

이제 2학년들도 본격적인 키젠 '2학년 1학기' 수업을 시작할 차례였다.

아론이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강의실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교과서와 스켈레톤 나이트 재료를 실습실 책상에 깔끔하게 세팅한 뒤였다.

"다들 푹 쉬었나?"

"네!!"

아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단에 섰다.

"교재와 준비물은 모두 준비한 모양이군. 오늘부터 1학년 시절의 어리바리한 모습들은 깨끗하게 버리도록. 전공자다운 면모로 수업에 임했으면 한다."

아론이 분필을 들고 칠판에 느릿하게 글자를 써 내려갔다.

「스켈레톤 나이트」

분필을 쥔 팔을 내린 아론이 학생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일반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나이트의 차이점을 말해볼 수 있는 학생 있나?"

학생들이 슬쩍슬쩍 눈치를 보는 그때, 당당하게 손을 치켜드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아세라즈 미켈입니다."

전체 석차 5위.

필기성적 압도적 전체 1위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용, 속도, 무장.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가장 명확한 차이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세라즈가 진지한 눈으로 이어 말했다.

"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강함입니다."

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강함.

무슨 의미지?

"잘했다."

아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곤 허공에 팔을 휘저었다.

촤라라라라라라락!

강의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뼈들이 날아와 공중을 선회하더니, 학생들 앞에 세 기의 스켈레톤과 한 기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만들어냈다.

거의 초 단위 만에 무대가 완성됐다.

군더더기 없는, 극도로 깔끔한 컨트롤에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특히 뒷반 학생들의 놀란 반응에 시몬은 괜히 자신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부터 나는 사념으로 관여하지 않겠다. 순수한 싸움을 붙여보마."

따다닥!

따닥!

세 기의 일반 스켈레톤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언데드였지만 방어구를 착용하고, 한 손에는 검과 방패를 들었다.

쾅! 쾅!

전투 초반. 스켈레톤들이 우월한 머릿수를 이용해 무지막지하게 스켈레톤 나이트를 밀어붙였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방패를 앞세운 채 방어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특이하네.'

학생들이 순수하게 전투를 즐기는 사이, 시몬의 눈은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사념으로 통제하지 않는데도, 방어적인 성향의 언데드라니.'

언데드들은 시체로 만들어진 몬스터인 만큼,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데 망설임이 없다. 난폭, 무식, 잔인함이 언데드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니까.

하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는 방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그리고.

퍽!

조금씩 스켈레톤의 공격을 받아치고 있다. 방패나 검으로 스켈레톤의 다리나 가슴을 쳐서 무너뜨리기 시작하고.

퍽! 퍽!

셋에서 둘로 줄이더니.

콰직!

마지막 하나 남은 스켈레톤 하나를 베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보다시피, 스켈레톤 나이트는 일반 스켈레톤 세 기에 달하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검을 들어 올리며 세레머니를 하자 소환학과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스켈레톤이 네 기였다면 나이트가 일방적으로 밀렸을 거다. 다음으로-"

촤라라라락!

세레머니를 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앞으로 다시 일반 스켈레톤이 맞춰졌다. 두 스켈레톤이 똑같은 길이의 검을 들고,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사용 가능한 기술의 차이."

터엉!

스켈레톤이 '대쉬'를 사용해 전진한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대쉬 없이 그냥 검을 휘둘렀다.

우웅!

시몬의 눈이 커졌다. 스켈레톤 나이트의 장비에 검은빛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두 스켈레톤이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둘렀고.

쾅!!

내달려오는 스켈레톤의 몸이 산산조각 나서 수백 조각으로 날아다녔다.

그야말로 분쇄했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돌진기인 '대쉬'가 아닌, 공격기인 '배쉬'를 사용할 수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학생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재밌다!"

"역시 수업은 이런 맛이 있어야지!"

소환학과 학생들, 특히 뒷반 학생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아론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여기까지만 보고 다시 질문이다. 아세라즈 외에 '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강함'의 의미를 말해볼 수 있는 학생 있나?"

척!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몬이 손을 들었다.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세라즈는 경계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시몬이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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