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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77화 (47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77화

한 시간 전.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켈레톤 나이트를 완성했을 때, 시몬은 여전히 스켈레톤 조립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금이야!"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검을 휘둘렀다.

핑그르르르르-

검을 휘두르는 동시에 허리도 같이 회전해 버리며 상반신 전체가 두 바퀴쯤 빙글빙글 돌았다. 지켜보던 학생들은 배를 잡고 웃기 바빴다.

"미, 미안. 시몬. 크흡!"

토토마저도 벌게진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냥 웃음거리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으나, 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시몬만 고조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 멋진데!"

"......응?"

토토가 이상한 눈으로 시몬을 보았다.

* * *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뒤, 시몬과 아세라즈는 자신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이끌고 연단에 서 있었다.

"언데드 결투. 1학년 때 많이 해봤으니 룰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술사의 흑마법은 엄중히 금하고, 먼저 언데드의 목을 떨어뜨리는 쪽이 승리다."

"네!"

"네!"

시몬과 아세라즈가 힘차게 대답했다.

'시몬 폴렌티아.'

아론의 고개가 돌아갔다.

'넌 언제나 의외적인 수를 만들어내는 데 천부적이었지.'

두 발로 걷는 스켈레톤을, 네 발로 달리는 스켈레톤으로 바꿔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언데드는 불량이고, 무엇보다 스켈레톤 나이트다. 갑옷을 입혀놨기 때문에 뼈를 움직여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기겠다고 나선 걸 보니, 이유는 있겠지.'

두 학생이 준비를 마친 모습을 확인한 아론이 입을 열었다.

"시작해라."

처억.

척.

시몬과 아레라즈가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미안하지만, 져줄 생각은 없어."

아세라즈가 가느다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두 개의 검을 세워 들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투자세를 취했다.

"바라지도 않아."

시몬이 대꾸하며 스켈레톤 나이트를 준비시켰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아세라즈의 스켈레톤 나이트와 동일하게,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도 두 개의 검을 든 트윈 블레이드로 나왔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사념개화는 했어? 제대로 스켈레톤 나이트의 성질을 파악하고 쥐여준 거야? 아니면 그냥 날 모욕할 생각?"

"셋 다 아냐."

시몬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가 이겨."

그녀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한번 해보시든가!"

타아앗!

그녀의 사념에 반응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거칠게 달려들었다. 팔을 작게 벌리고 두 개의 검을 늘어뜨리며 이상적인 쌍검술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의 자세는 특이했다.

척!

척!

그냥 냅다 검을 든 두 팔을 날개처럼 좌우로 쫙 벌리고 있었다.

"작작해!"

아세라즈가 격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가 조종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두 검이 완벽한 각도를 그리며 상대 스켈레톤 나이트의 목으로 날아갔다.

'잡았어!'

부우웅!

그러나 두 검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세라즈는 마치 목표물이 사라진 듯한 착시를 받았다.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허리를 기이할 정도로 뒤로 굽혀서 피한 것이다.

"잔수작을!"

아세라즈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급히 반응하며 검을 아래로 그으려는 동시에,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굽힌 무릎을 펼치며 역으로 파고들었다.

'타이밍은 완벽해!'

시몬이 스켈레톤에 연결된 마법진 하나를 해제시켰다. 그러자 허리의 실선이 툭툭 끊어지고, 마치 꽈배기처럼 꼬여 있던 칠흑이 펴지기 시작했다.

핑그르르르르르!

두 팔을 벌린 스켈레톤 나이트가 검을 든 채 팽이처럼 회전했다. 아세라즈의 나이트가 급히 두 검을 모아 가드를 세웠지만.

카가가각!

불똥이 튀기며, 두 검이 간단히 튕겨 나가고 말았다.

'뭐야?!'

이내 시몬의 나이트가 아세라즈의 나이트를 지나가며 바닥에 착지했다.

스르르-

회전이 다 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상대 스켈레톤 나이트의 목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회전!'

아세라즈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켜보던 학생들도 입을 딱 벌렸다. 그녀의 스켈레톤 나이트의 머리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더니 데구르르 굴러다녔다.

아론이 팔을 내리며 소리쳤다.

"시몬 폴렌티아의 승리다."

와아아아아아!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이었다. 학생들이 입을 벌리며 정신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뭐야, 뭐야, 방금 봤어?"

"뭘 어떻게 한 거야? 스켈레톤이 막 돌던데?"

아세라즈는 허망한 표정으로 두 팔을 늘어뜨렸다.

시몬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두 검을 치켜드는 멋진 포즈를 취했으나, 이내 또 허리가 흔들흔들하다가 뒤로 꺾여서 위엄은 감소했다.

"어떻게 된 건지 동기들 앞에서 설명하도록.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제가 구매한 나이트의 허리 부근이 불량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상체와 하체를 분리했습니다."

"분리했다고?"

"네."

스윽.

시몬이 주머니에서 푸른빛을 띠는 인공연골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손끝으로 잡아당기니 쭈욱 늘어나는 게 무척이나 탄력 있었다.

"스켈레톤 아처의 관절을 만들 때 쓰는 이걸로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제가 직접 팽이처럼 돌려서 꼬아놨습니다. 거기에 풀리지 않도록 마법진으로 봉인했죠. 작동법은 간단해요. 원격으로 마법진의 봉인을 풀면, 꼬아져 있던 연골이 제자리로 돌아가며, 검을 든 스켈레톤 나이트가 10초 동안 고속 회전합니다."

시몬이 손끝으로 빙빙 원을 그려보았다.

"불량이지만 이런 기믹을 알아내서 운이 좋았어요! 아공간에 꺼내자마자 나이트들을 회전시키면 엄청 좋지 않을까요? 조금 더 보완해서 펜타모니엄 특허에 등록할까 생각 중이에요."

"......."

아론은 그저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입꼬리만큼은 올라가 있었다.

"미친놈."

* * *

시몬은 기어이 첫 수행평가, '스켈레톤 나이트 제작'에 A+성적을 받아냈다.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불며 회전하는 나이트를 아공간에 곱게 모신 다음, 강의실을 나섰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러 가고 싶었지만 바로 다음 '전공수업'이 붙어 있었기에, 매점에서 샌드위치만 사 들고 걸음을 옮겼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먹기 좋은 음식을 사서 먹으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다음 수업은 소환 재료학인데, 강의실까지 거리가 좀 있어!"

토토가 수첩을 꺼내 보며 말했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

토토가 수첩에 껴두었던 2학년 캠퍼스 지도를 펼쳐서 가리켰다.

"와, 꽤 머네."

"응. 홍펭 교수님의 야외 수업이랑 비슷한 거리야."

하필 그 수업이 바로 한 시간 뒤였기에, 소환학과 학생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다행히 드넓은 키젠 2학년 캠퍼스에는 캠퍼 내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마차도 있었다.

그렇게 마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숲을 지나,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고오오오오-

엄청나게 큰 동굴의 입구였다.

"여기서 수업을 한다고?"

"던전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데."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는 그때, 동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옆에 있던 토토가 '와악!'하고 놀란 소리를 냈다.

"안녕하십니까."

이상한 복장의 남자.

정체불명의 도복을 입고 있었고 빡빡 밀어버린 머리에는 띠를 둘렀다. 눈 밑과 얼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신이 보였고 눈에는 초점이 희미했다.

그는 두 손을 붙인 채 허리를 숙이며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제가 이번 수업의 안내를 맡은 조교입니다. 다들 따라오시지요."

그 말만 남기고 조교는 등을 돌려 동굴의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학생들도 웅성거리며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또옥- 또옥-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먼 곳에서 들리는 듯한 파도 치는 소리, 암벽이 긁히는 소리도 들렸다.

시몬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얼마나 깊은 걸까?'

그렇게 한 20분 정도를 걸으니, 동굴에 철로가 깔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전모를 쓰고 열차에 탑승하시겠습니다."

토토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세상에,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는 거야?"

푸드드드-드드득!

허억!

꺄아아악!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세를 낮췄다. 난데없이 박쥐 떼가 학생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깜짝이야.'

시몬도 고개를 들었다. 이곳의 조교는 그냥 지나가는 새라도 본 듯 태평한 표정이었다.

"자, 타시죠."

이 궤도열차는 한 칸에 3명이 함께 탈 수 있는 구조였다. 시몬은 키가 작은 토토를 위해 벽에 걸려 있는 안전모를 하나 건네주고는 자신도 머리에 썼다.

덥석!

그런데 냅다 시몬의 손목을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빨리 와요~ 시몬!"

"세, 세르네?"

그녀가 눈을 찡긋했다.

"어두운 곳은 무서우니까 나랑 같이 있어줘야죠. 뭐 하고 있어요?"

"아니 또 무슨 소릴-"

결국 시몬은 세르네에게 끌려가 열차 앞에 섰다.

사람을 싣고 가는 용도는 아닌 듯, 곳곳이 새까만 재투성이였다.

"흠-"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던 세르네는 스커트를 붙잡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저 이능은 몇 번을 봐도 신기했다.

그녀의 몸에서 우수수 쏟아진 백색의 깃털들이 반짝이며 날아가 열차 칸에 깔리더니, 호화로운 깃털 이불과 카페트로 변했다.

다른 곳은 더러웠지만 여기만 호화칸 같다.

"자, 같이 앉아요. 시몬."

그런데 그 호화로운 칸에 어둠이 사르륵 내려앉더니, 그 자리에 원래부터 앉아 있었다는 듯 흑발의 소녀가 나타났다.

세르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당신이 왜 멋대로 여기 있는 거예요?"

로레인이 돌아보지도 않고 차갑게 대꾸했다.

"이미 전과가 있잖아? 너랑 시몬만 같이 둘 순 없어."

"아, 진짜~ 사사건건 사람 방해하네!"

곧 출발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세르네가 투덜거리며 열차에 올라타고, 마지막으로 시몬이 그 칸에 타려는 순간.

"1호 열차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대뜸 불쑥 튀어나온 조교가 그 마지막 칸에 들어갔다. 시몬이 그의 등에 부딪혀 밀려났다.

덜컹!

그 즉시 열차가 출발하고, 조교는 두 주먹을 맞부딪힌 채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시몬 없이 로레인과 남겨진 세르네가 분노의 비명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

덜컹덜컹!

그리고 2호 열차가 시몬의 옆 철도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아까 복장과 똑같은 새로운 조교가 튀어나왔다.

"학생들, 다음 열차에 탑승하시겠습니다."

* * *

덜컹- 덜컹-

2호 열차가 출발했다. 시몬은 난감한 미소를 흘리며 동굴 천장을 보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로레인과 세르네랑 같이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들 사이에 껴 있었다.

"으, 으으!"

오른쪽에는 시몬을 뒤쫓아온 토토가 있었다. 잔뜩 공포에 질린 그는 시몬의 한쪽 팔을 붙잡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

헥토르가 있었다.

그 또한 같이 타려던 친구들과 갈라져서 기분이 매우 나빠 보였다. 덩치도 워낙 컸기에, 시몬은 열차에 꽉 낀 상태가 되었다.

시몬과 헥토르는 불편한 침묵을 지켰고, 겁먹은 토토만 히익! 히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입 다물어라."

헥토르의 입이 열렸다.

"떽떽떽떽. 시끄럽다. 난쟁이."

토토를 향해 하는 말이었다. 헥토르의 강압에 토토는 딸꾹질을 하며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게 보이면 히끅거리면서 시몬의 팔에 힘을 주었다.

시몬은 잠시 헥토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헥토르."

"말 걸지 마라."

헥토르가 차갑게 대꾸했지만, 시몬은 괜히 어색해질 바엔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1학년이 끝난 이후, 아직 한 번도 그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저번에 3학년 선배님들한테 안 혼났어? 학과 환영회 시작하기도 전에 날 그냥 내보냈잖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헥토르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리고 규정상, 학과 대표는 권유할 뿐 학생회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널 막지 않은 것뿐이다."

"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놈이 학생회라고 해도 학과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지. 그건 월권이다."

시몬은 슬쩍 미소 지었다.

"그래도 저번처럼 선을 넘으면, 우리 학생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겠는데."

"......이 새끼가."

두 소년의 번뜩이는 눈동자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잠시 신경전을 벌이며 시몬을 노려보던 헥토르가 갑자기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물론 저번 신고식을 막아준 건은,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시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쟤가 지금 뭐라고?

"하지만 두 번은 없다."

헥토르는 그렇게 말한 이후,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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