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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84화 (48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84화

2학년들의 수강신청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경쟁이 격해지면서 비행기술을 쓰는 학생들도 나왔지만, 비행 몬스터들의 시선을 확 끄는 건 물론, 떠다니는 엔돌라스의 카드에 노출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좋아.'

시몬도 무사히 저주학과 건물 앞까지 들어왔다. 나름 빨리 왔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온 학생들이 있었다.

"이쪽이야!"

"뒤에 길 있는지 찾아봐!"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 모두 멀쩡한 정문을 내버려 두고, 굳이 다른 출입구를 찾으려 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정문에 뭔가 있나?'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문 앞에 세 명의 학생이 쓰러져 있었는데, 마치 '관'처럼 생긴 결계에 갇혀 낑낑대는 중이었다.

'30분 강제 휴식. 공격을 받아서 배리어 게이지가 0%가 된 거야.'

그렇다면 누구에게 당한 걸까.

원인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쓰러진 학생들의 중간 즈음에 커다란 카드 한 장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말할 것 없이 엔돌라스 보드빌의 카드였다.

'......이해했어. 정문은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강력한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는 거지?'

둘러 갈 시간 따윈 없다. 파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원하는 수업을 시간표에 넣을 수 없다.

지금 여기서 필요한 건 과감함, 그리고 결단력.

다른 학생들이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사이, 시몬은 홀로 당당하게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화아아아아아악!

시몬이 가까이 가자, 대형카드에서 빛이 한번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공간을 분리했다.

다른 카드의 함정에 빠졌을 때보다 그 공간이 훨씬 넓었다.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 찼고, 바닥에서 커다란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골렘?'

전신이 시커먼 광석으로 뒤덮인 몬스터였는데, 두 눈덩이만 하얗게 빛나고 있다.

게다가 호전적이다. 시몬을 발견한 즉시 냅다 주먹부터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시몬이 옆으로 몸을 던져 피했다.

골렘이 뻗어 나간 주먹은 바닥의 타일들을 박살 내고 분수대를 폭파시키더니, 근처의 노점상까지 산산조각내며 지나갔다.

'진짜 캠퍼스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여기는 학교의 모습으로 분리된 별개의 세계였다. 시몬은 완성한 마법진을 검지 앞으로 옮겨 사출준비를 마쳤다.

가장 빠르고 쉽게 쓸 수 있는 저주.

<이그저스트(Exhaust)>

이내 연기의 형태로 쏘아져 나간 이그저스트가 골렘의 몸에 직격했다.

'들어갔어!'

분명히 저주는 먹혔다.

하지만 골렘의 몸은 티도 나지 않을 만큼만 느려졌다. 시몬은 그다음 공격을 다시 몸을 던져서 피해야 했다.

"크윽!"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피한 대가로, 시몬은 딱딱한 바닥을 맹렬하게 굴렀다. 전신이 아팠지만 구르는 와중에도 바로 다음 저주를 준비했다.

<시크니스(Sickness)>

<위크니스(Weakness)>

평소 잘 아는 저주들을 연달아 쏴댔으나, 골렘의 공세는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쿠우우우웅!

무지막지한 골렘의 팔이 근처의 건물을 무너뜨렸다.

시몬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잔해들을 피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강의실 하나가 통째로 떨어지고, 그 안에서 책상이나 의자 따위가 비산하고 있다.

'저주를 세 방이나 먹였는데 별 반응이 없어. 어떻게 공략해야 하지?'

시몬은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고 저주를 발사하면서 데이터를 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저 골렘은 '저주스택(Stack)'이 안 쌓인다. 이그저스트 첫발은 맞췄어도, 두 번째는 그냥 튕겨 나간다.

둘째, 이번엔 시크니스의 지속시간이 끝난 뒤에, 다시 시크니스를 써보았다. 통하긴 했지만 효과가 극도로 떨어졌다. 한번 쓴 저주는 면역이 생겨서 효과가 급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이제 알겠어.'

시몬은 비로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했다.

'스택에 의존하지 말고, 강력한 저주 한 방으로 어떻게든 하란 거지?'

시몬은 무너진 건물 파편 뒤에서 몸을 숨기고 숨을 헐떡이며 저주학 교과서를 팔랑팔랑 넘기고 있었다. 평소 자주 쓰는 저주가 아니라면 수업시간에 거쳐 갔을 뿐, 완전히 외우고 있지는 않았다.

'찾았다!'

마침내 원하는 페이지를 찾은 시몬이 바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룬어는 차광. 계열수식은 확장."

수업시간 외에는 쓴 적 없지만, 그래도 머리와 칠흑은 기억하고 있었다. 잽싸게 마법진을 완성해 낸 시몬이 검지 위에 마법진을 올리고 총부리 겨누듯 골렘을 향해 조준했다.

상대의 시야를 가리거나 좁게 만드는 저주.

<블라인드(Blind)>

화아악!

블라인드 저주가 탄환처럼 날아가 골렘의 얼굴에 부딪혔다. 생각해 보면, 골렘의 전신에서 유일하게 강조되다시피 한 부분은 저 하얀 두 눈뿐이다.

이내 블라인드 저주가 적용되며 새하얗던 골렘의 두 눈이 회색으로 흐릿해졌고, 전처럼 시몬을 예리하게 노리지는 못했다.

'먹히긴 했지만, 이게 정답은 아닐 거야.'

블라인드는 딱 시간을 끄는 용도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 블라인드가 풀리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시몬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한 방.'

손바닥을 펼치고,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꼬르르르륵!

전신이 고요한 물속에 가라앉는 감각. 물방울들이 피어오른다.

어두운 심해의 어딘가. 고래의 뱃고동 같은 울음소리가 귓가에 요동친다.

'그때의 감각을 온전하게 재현해야 해.'

눈앞에 보이는 바다의 지배자.

만물을 이끌고 다가오던 그 커다란 동공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꺼냈던 유일한 방책.

키이이이잉!

소년의 손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칠흑 공급을 한계 이상으로 늘려서 마법진에 과부하를!'

이내 마법진이 찢어지더니 그 위로 3차원의 마법진이 꽃봉오리처럼 펼쳐진다. 검은 마력이 내포하고 있던 전율적인 힘을 현실로 이끌어낸다.

마침내 시몬의 눈이 뜨였다.

초대형 몬스터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바로 그 저주.

<시몬 오리지널 - 슬리핑 데이모스(Sleeping Deimos)>

마치 고래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발사음과 함께, 암청색의 물줄기가 요동치며 뻗어 나가 골렘의 몸에 닿았다.

퍼어어엉!

닿는 순간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연상케 하는 효과가 일어났다. 골렘의 몸이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넘어진다.

투콰아아악―!

거대한 후폭풍으로 주위의 모든 것이 날아다니고 충격파로 바닥이 들썩거린다.

시몬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버텨냈다.

"......?"

시몬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괴물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잠들어 있고, 그 너머로 카드로 만들어진 문이 보인다.

'해냈다!'

시몬은 혹여나 이 몬스터가 깰까 봐 너무 좋아하지도 못하고 살금살금 그 문을 통과했다.

우우우웅!

결계가 완전히 박살 나며,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 시몬은 저주학과의 3층 복도에 서 있었다.

다이렉트 이동.

아까 시험 난이도가 어려운 만큼, 이 시험을 깬 학생에게 제공하는 편의도 파격적이었다.

'좋아, 가자!'

* * *

2학년 캠퍼스, 저주학과 건물.

바힐의 새로운 연구실.

달칵.

저주학 수석조교 체헤클이 쟁반에 받친 찻잔을 내려놓았다.

"교수님. 커피입니다."

그러곤 한 걸음 물러나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

평소 그렇게 중독자처럼 마셔대던 커피였지만, 앞에 보이는 순백 정장의 남자는 별로 흥미가 없는 듯했다. 그저 의자에 드러눕듯 기대어 숨만 쉬고 있었다.

주위에는 1학년 캠퍼스에서 옮겨온 물건들과 서류들이 가득했지만, 학기가 시작했는데 아직 옮기지도 않았다.

한쪽 벽을 통째로 차지하던 저 초대형 칠판도 마찬가지.

체헤클이 그 칠판을 바라보았다. 시몬 폴렌티아라는 이름으로 난자된 흔적이 보인다.

"교수님, 오늘은 수강신청일입니다."

"......."

"학생들이 오고 있습니다. 커피를 드시고, 맞이할 준비를 하셔야죠."

스르르-

바힐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는 은근히 까탈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자신이 쓰던 식기만 고집했다. 외식을 하러 나갈 때도 굳이 본인이 가져온 접시에 음식을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인간이었다.

달칵.

바힐의 손가락이 커피가 든 찻잔의 손잡이를 쥐었다. 체헤클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지켜보았지만, 찻잔을 쥔 채로 1분간 아무런 동작이 없다. 이내 손가락에 힘이 스르르 풀린다.

그러고는 그냥 손가락을 방금 끓인 뜨거운 커피 안에 집어넣더니, 입으로 가져가 쏙 빨아먹고는 다시 환자처럼 팔을 축 늘어뜨린다.

이게 사람인가 좀비인가.

"교수님!!"

보다 못한 체헤클의 눈가에 불똥이 튀었다.

"대체 뭐 하시는 건데요? 아무 말도 없이 잠적해서 다른 교수님들께 그렇게 폐를 끼쳐놓고선! 원하는 학생이 수업을 안 듣는다고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해요?"

"예."

바힐의 입이 열렸다.

일말의 활력도 느껴지지 않는, 힘 빠진 목소리였다.

"내 세계는 무너졌습니다."

"무너지긴 무슨! 세계에 저주를 걸겠다는 당신의 그 정신 나간 야망은 어쩌고요! 시몬 학생은 그것을 위한 하나의 피스일 뿐이라고 교수님 본인이 말씀하셨잖아요!"

"체헤클."

그가 힘없는 미소를 흘렸다.

"그는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입니다. 하지만 내 수명은 만 년이 안 되는군요. 우수한 네크로맨서는 150년쯤 산다고 하던가. 다음 1만 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아니, 교수님!"

바힐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는 수 없습니다. 내 실수였고, 너무 성급했죠. 적어도 수년간은 포지티브한 분위기 속에서 뛰어난 저주술사로 육성한 뒤에 손을 댔어야 했는데. 고작 17살, 코어를 개방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콤펠로니아를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시몬 학생은 영리하니 바로 눈치챘을 겁니다. 내가 그에게 어떤 짓을 하려고 했는지."

"......."

체헤클이 입을 다물었고, 바힐의 힘없는 눈동자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체헤클, 당신은 내 밑에 있기엔 아까운 인재입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내가 네프티스 님께 추천서를 쓰겠습니다. 저주학 교수로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새로운 영역일 겁니다."

"교수님."

"그게 아니라면, 체헤클은 언제나 내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죠. 그것도 좋습니다."

"교수님."

"그것도 아니라 내게 복수하고 싶은 거라면-"

"내가 복수하고 싶은 건, 지금처럼 다 죽어가는 당신이 아니야!!"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지금 뭐 하자는 건데! 당신 고작 이런 일로 무너지는 사람이었어? 역대 최고라고 만인에게 칭송받던 그 바힐 아마가르가?"

그녀가 바닥에 떨어진 출석부를 집어서 바힐의 얼굴에 퍽! 소리가 나게 던졌다.

잠시 후 출석부가 주르륵 떨어지며 얼굴이 벌게진 바힐이 힘없이 미소짓는 모습이 보였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하러 왔나 봅니다. 교수님."

발소리를 들은 체헤클이 감정을 가라앉히며 넥타이를 고쳐맸다.

"준비하시죠. 이런 꼴을 보이는 건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나는 이제 아무래도......."

"준비하시죠."

차갑게 뇌까린 체헤클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마침 연구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나갑니다."

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

잔뜩 굳어 있던 체헤클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교수님! 여길 봐주세요! 교수님을 만나러 온 첫 번째 학생입니다!"

"......."

바힐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소파에서 고쳐 앉았다.

그리고.

"!"

목도하고 말았다.

쭈뼛쭈뼛 연구실로 들어오는 푸른 머리의 소년을.

그는 바힐의 저주학 수업 수강신청서를 들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바힐 교수님."

시몬이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바힐은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진 채 말이 없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저어......."

무안한 듯 옆머리를 긁적이던 시몬이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제가 병실에서는 말씀이 조금 지나쳤던 것 같아요.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때 교수님이 알려주신 콤펠로니아가 아니었다면 전 실라지와의 전투에서 죽었을 거예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1학년 동안 제게 저주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러고는 다시 한번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

바힐의 두 눈에 감격이 일었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이런 학생이 있을 수가 있지?

"전공은 소환학을 선택했지만 그...... 그래도 저는 앞으로도 계속 바힐 교수님께 저주를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힐 교수님께 저주를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힐 교수님께 저주를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힐 교수님께 저주를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힐 교수님께 저주를 배우고 싶어요.

그 말이 바힐의 뇌리에 미친 듯이 맴돌았다.

"괜찮으시다면, 수강 허락을 부탁드립니다."

시몬이 두 손으로 수강신청서를 내밀었다. 바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멨다.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욕심이 지나쳤다고.

나야말로 계속 널 가르치고 싶었다고.

입이 열리지 않고, 목소리가 뽑히지 않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바힐은 그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깃펜을 들어, 그 서류에 사인했다.

"감사합니다!"

시몬이 활짝 웃어 보였다.

이내 체헤클과도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시몬은 연구실을 나섰다.

그리고 시몬이 연구실에서 나가기 무섭게.

"으흐흐."

그의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으흐흫! 크큭! 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하!"

실성한 사람처럼 온몸을 연체동물처럼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다시 그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몸에 피가 돌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목소리 좀 낮춰요!"

기겁한 체헤클이 입술 위에 검지를 올리며, 문밖의 눈치를 보았다.

"시몬 학생은 갔고, 지금 두 번째 학생이 도착했다구요."

"그깟 버러지들 따위에게 지금의 내 감격스러운 감정을 소모할 틈은 없습니다! 체헤클!"

두 팔을 펼쳐 든 그가 괴인처럼 꺽꺽거리며 웃었다.

시몬 폴렌티아가.

그 신의 영역까지 맛본 소년이-

앞으로도 내게 저주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좋아!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완전히 부활한 바힐이 고개를 홱 돌려 체헤클을 보았다. 어느새 입가에는 흉계를 꾸미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체헤클! 혹시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과특'이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까?"

"......모, 모르겠는데요."

"하하! 안 되겠군요! 명색이 교육자라면 10대 학생들의 문화와 언어에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분 단위 만에 상관이 너무 달라져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과특이라는 건 '학과 특징'의 줄임말입니다! 그리고 소환학과의 가장 대표적인 '과특'이 이거라던데."

바힐이 광기가 깃든 눈으로 얼굴을 쓸었다.

"전과(轉科)."

"......."

"소환학과의 전과율은 7개 학과 중 50년간 늘 1위였습니다. 아론 선배가 시몬 폴렌티아를 가지고 좋아하는 것도 이번 학기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반드시 시몬을 돌려받겠습니다."

'애초에 가진 적도 없잖아요.'

체헤클이 한숨을 푹 쉬었다.

혹시 내가 괴물의 봉인을 푼 게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두 번째 학생. 들여보내겠습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바힐이 바힐답게 돌아왔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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