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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87화 (48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87화

격렬한 전투였다.

시몬을 필두로 한 학생회 멤버들은 마침내 몬스터들을 뚫고 폭포가 흐르는 정자까지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다들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끈질기게 뒤쫓아오던 몬스터들은 무슨 이유인지 더 다가오지 못하고 물러났다.

"주고 많았어요. 우리 학쟁들!"

홍펭이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너무 힘들어서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헐떡이는 와중에도, 네 사람은 시선을 마주하며 웃었다.

많은 2학년들이 목표로 하던 일반과목 시간표. '제인의 칠흑역학 - 바힐의 저주학 - 홍펭의 마투학'을 성공시킨 것이다.

"교수님, 허억! 후! 근데 이번 시험은 후욱! 훅! 너무했어요!"

딕이 그렇게 말하며 완전히 퍼져버리듯 대자로 뻗었다. 메이린은 교수님 앞에서 버릇없게 굴지 말라며 꾸중했지만, 동감은 한다는 듯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자, 그럼."

네 사람에게 받은 수강신청서를 손에 든 그녀가 깃펜을 쥐었다.

"먼저 딕 헤이워드? 격투는 평범했지만, 다양한 무기를 적재적조에 활용해 싸우는 장면이 좋았어요."

딕의 눈이 커지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보, 보셨던 거예요? 옵저버로?"

홍펭이 눈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 중급 마투학에서는 무기를 다루는 법도 배울 거예요. 전투 중에 창을 몇 자루나 부러뜨리고 그러던데, 제대로 배운다면 학쟁의 특기인 인챈트와 좋은 효율을 낼 거예요."

"와, 감사합니다!"

홍펭은 이어서 카미바레즈와 메이린도 평가해 주었다.

카미바레즈는 마투에 있어 작은 체구는 전혀 리스크가 아니고, 작은 체구를 영리하게 활용해 오리지널 마투기로 몬스터를 튕겨내며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메이린은 전체적으로 몸이 굼뜨고 반응속도도 느리지만, 발차기만큼은 재능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손기술은 미흡했지만요. 아, 그래도 관통기 천흉은 좋았어요. 천흉만큼은 확실히 잘 배운 것 같네요."

"!"

그 말에 메이린의 얼굴이 또 붉어졌다. 딕이 옆에서 킥킥거리자 그녀가 째릿 딕을 노려보았다.

"마지막으로 지몬 학쟁."

홍펭이 시몬을 보았다. 시몬은 어쩐지 긴장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로서 단점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주가 없었어요. 전체적으로 아주 완정도 높은 마투. 기본기가 탄탄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지형을 활용하는 전투도 좋았어요."

그녀가 빙긋 웃었다.

"전공쟁들을 모두 포함해도, 지몬이 A반 최고예요."

뒤에서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의 부러운 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시몬은 '감사합니다.'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2학년 때 특별히 배우고자 하는 마투가 있나요?"

홍펭이 물었다. 시몬은 자신의 손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2학년 마투에선 무기를 배울 수 있다고 했죠?"

"네."

시몬이 씩 웃었다.

"교수님이 사용하는 대검술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좋아요."

* * *

이것으로 수강신청은 모두 끝났다.

한번 신청을 마친 과목은 변동할 수 없었기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도중에 학생들은 아쉬운 소리를 냈다.

딕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인의 칠흑역학 수강신청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는 모양이다.

무려 2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는데, 이 수업의 최대 정원은 60명이었다. 140명의 학생이 헛걸음했고 자연히 시간표는 엄청나게 꼬이게 됐다.

결과는 작년 A반의 주역들이 이 수업을 대다수 차지했다.

학생회 멤버들과 제이미, 신디, 클라우디아. 헥토르와 그의 파벌들 등등. 사실상 A반 수업처럼 되어버렸기에, 다른 반 출신 학생들은 불만을 품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키젠 시험 한두 번 치르니? 꼬우면 이기등가.

-경쟁에서 진 개들이 말이 많다.

하지만 메이린과 헥토르의 일침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하고 간단히 진압되었다. 키젠에서 그런 불만은 패배자의 넋두리일 뿐이었다.

시몬과 학생회 멤버들은 최선의 시간표 조합을 만들어낸 기념으로, 각자의 기숙사에서 씻고 학생회실에 집합, 자그마한 자축파티를 벌였다.

학생들이 다 퍼져 버리는 바람에 오늘 오후 수업은 생략이었다. 캠퍼스에 남은 몬스터들과 엔돌라스의 카드도 치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뒤처리하는 이 시간 동안, 학생들은 정원이 비어 있는 수업에 한해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때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던 '교양과목'들이 빠르게 채워졌다.

메이린은 「마나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딕은 「경제학」.

카미바레즈는 「종족의 역사」라는 교양과목을 각각 신청했다.

시몬은 학생회장 업무도 있고, 지금 들어야 하는 7과목으로도 만족했기에 더 신청할 생각은 없었지만, 제인이 학생회장실에 방문한 뒤 이야기가 달라졌다.

-모두의 모범을 보여야 할 학생회장이 7과목이라니, 안 될 말입니다.

제인에게 혼났다.

그리고 이제 안 사실이지만, 학생회장으로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양과목이 하나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

시몬은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정원 20명의 소수정예 수업.

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망했다.'

가볍게 관찰해 보니,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귀티가 흘렀다.

남학생들은 기름 좔좔하게 넘긴 올백머리나 가르마 스타일에, 화장을 하고 비싼 시계를 찼으며, 여학생들은 값비싼 장신구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사모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부채로 입을 가리고 오호호 웃고 있었다.

'뭐지, 이 사교회 분위기는?'

시몬은 동떨어진 섬에 홀로 뚝 떨어진 기분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학기 공통 과목인지 심지어 3학년들까지 있었다. 아니, 3학년들이 대다수였다.

"자네~"

'?'

간드러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금발을 8:2 가르마로 딱 붙인 부담스럽게 생긴 남학생이 눈을 찡긋하며 다가왔다.

배지 색깔을 보니 3학년이다. 시몬은 바로 무표정을 지우고 공손하게 말했다.

"예, 선배님."

"음~ 음~ 학생회장이라며? 너~무 늠름하다 얘."

진한 쌍꺼풀, 우뚝 높은 코, 그리고 몸에 붙은 닭살스러운 제스처까지.

느끼했다.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가 조금 올라올 것 같았다.

"시몬 폴렌티아. 폴렌티아? 미안하지만 어느 왕국의 영지를 관리하고 있지이?"

"볼드윈 왕국의 레스힐 영지입니다."

"어~머어. 잘 모르겠네에. 근처에 이웃한 영지를 말해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도 되니까 저리 가줘.

라는 속마음을 억누른 채 시몬은 친절하게 말했다.

"아, 넵! 레스힐 옆에 '호브'라는 꽤 큰 영지가 있는데-"

"호브! 볼드윈의 호브! 알지이! 호브는 커피가 증말 좋더라 얘! 칼로스 왕국에도 아주 유명해~ 기온이 높고 고산지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강한 향과 신맛이 특징이지! 그런 커피의 원산지라니, 아버님이 증말 대단하시구나!"

호브는 우리 영지가 아니라 옆 영지라니까.

시몬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구세주 같은 3학년이 그를 불렀다.

"샤리에! 뭐 해? 잉크 좀 빌려달라고 했잖아."

"아, 참. 미안해!"

샤리에라 불린 3학년이 눈을 찡긋했다.

"나중에 더 많이 이야기하자?"

사양하고 싶었지만 3학년 선배 앞에서 그럴 수도 없고, 그냥 어색하게 웃고만 말았다.

샤리에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몬이 턱을 짚었다.

'샤리에, 샤리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

시몬이 학생회장 수첩을 꺼내 촤르륵 펼치다가 한 곳을 발견했다.

'뭐야, 저 사람이 전체 8위였어?'

사령학 학과대표이자 전체 8위.

샤리에 테니에.

겉모습과는 다르게 엄청난 실력자였다.

'주의해야겠네.'

시몬도 실력지상주의 키젠 안에서 생활해 와서 그런지, 순위를 듣는 순간 사람이 달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령학과 최강의 3학년이라. 과연 어떤 흑마법을 사용할까?'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3학년들 모두 재력이나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뿐이다.

동시에 2학년에 학생회장이 된 시몬에 대한 적대감이나 질투심도 없어 보였다.

자존감이 강해서 그럴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경쟁심이 미덕인 이 키젠에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다.

"......아, 아, 안녕! 회장!"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두 갈래 트윈테일 머리에, 교복 어깨에 하얀 제복을 걸친 여학생이 다가왔다.

'이 녀석도 이 수업 듣는구나. 그럴 만하지.'

전체 7위, 유령선의 엘리사 셀린.

시몬처럼 이 수업에 몇 없는 2학년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사실은 시몬이 혼자 있기를 계속 기다리다가 다가온 거였다.

그녀는 흠! 하고 강하게 기침을 한번 하더니 시몬의 테이블에 뭔가를 쓱 내려놓았다.

"배, 배고프지 않......냐?"

종이봉투에는 바게트 빵이 들어 있었다.

시몬이 이게 뭔가 싶어서 멍해져 있자, 그녀가 재빨리 엄청난 속도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빵 브랜드 알지? 안은 촉촉. 겉은 바삭!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의 황금 비율을 맞춰서 버터랑 파슬리를 발라 구웠는데 생크림도 안에 있는......!"

시몬이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보았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그녀의 얼굴이 더더욱 시뻘게졌다.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지 입에서 색색 가쁜 숨이 흘러나왔고, 눈은 팽글팽글 돌고 있었다.

"아, 아침이니까 배고플 줄 알고!"

"아침 먹고 왔어."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야! 나 엘리사 셀린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좀 받아달라고오오!'

세상 이렇게 얄미운 놈이 있을 수가.

학생회장 좀 됐다고, 어? 그깟 권력 좀 잡았다고, 내 처지를 알면서! 사람을 어쩜 이렇게 업신여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나 재상 딸인데!

평생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아, 진정하자.'

그녀는 샘솟는 부끄러움을 굴욕감을 꾹꾹 눌러 담았다.

'나는 정치가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정치가는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저 그 인간이 가진 권력에 고개를 숙이는 것뿐이다.

그렇다. 나는 시몬 폴렌티아가 아니라, 권력에게 빵셔틀을 한 것이다!

"그래! 나는 권력의 빵셔틀이다아!"

"응? 방금 뭐라고......."

"어머~ 아하하! 우리 회장님 어깨 잔뜩 뭉친 것 봐!"

엘리사가 뒤로 돌아와 시몬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시몬이 '윽!'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학생회 멤버들은 전원 홍펭 교수님 수강신청에 성공했다며? 와, 고생했겠다 야~ 나는 엄두도 못 냈어! 경쟁이 세서 많이 힘들었지?"

"잠깐, 잠깐!"

시몬이 강제로 어깨를 주무르는 그녀의 손바닥을 덮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대화로......!"

드르륵!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이 수업의 교수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와중에 다른 강의실처럼 떠들썩한 느낌은 없이, 교수가 들어왔는데도 기품을 챙기는 모습.

드르륵!

탁!

그 와중에 엘리사 셀린은 또 시몬의 옆자리에 앉았다.

시몬이 물끄러미 노려보자, 그녀는 웃음으로 무마할 뿐이었다.

"흠! 처음 뵙겠습니다. 학생들."

구불구불 파마를 한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남자가 들어왔다. 입고 있는 옷에는 온갖 훈장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제 이름은 윌리엄 스팬저. 칼로스 왕국의 재상 등을 역임했습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학생들의 앉은 자세를 보았다.

"거기 여학생. 어깨를 쭉 펴고, 턱은 당기세요. 오른손이 위로 오게끔."

시작부터 앞에 학생 세 명의 자세를 고쳐주었다.

비로소 만족한 그가 다시 소개를 시작했다.

"1년 후, 혹은 몇 년 후라도. 여러분은 수많은 사람을 다스리는 리더이자 지도자가 될 겁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제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시몬이 학생회장으로 들어야만 한다는 교양과목.

바로 '제왕학'이었다.

* * *

와슈번 산맥에 사는 사람들은, 산 정상에 위치한 '의문의 고성'에 대해 떠들기를 좋아했다.

이따금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고성 곳곳에 드러나는 선명한 핏자국.

사람이 살고 있느니, 아니니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위험한 곳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로 그곳에.

"모두 준비됐나?"

"예!"

서른 명이 넘는 키젠 본부의 네크로맨서들이 공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하나같이 키젠이 자랑하는 엘리트이자, 전쟁의 프로들.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었지만, 이들이 소환한 언데드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수백에 달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있는 남자.

"제5군단장 매그너스의 본진을 찾아냈다. 지금부터 섬멸작전을 시작하겠다."

까마귀 망토를 두른 네크로맨서가 통신 수정구를 든 채 입을 열었다.

"돌입."

네크로맨서와 망자들이 일제히 성을 향해 진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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