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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97화 (49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97화

"그런 이야기로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따악-

시몬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사방에서 뼈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치솟은 뼈들이 도적들의 무기를 밀어냈다. 시몬의 목을 겨누던 도적대장의 검 또한 마찬가지. 그사이 시몬은 몸을 회전시키며 대장의 머리를 걷어찼다.

쩌어어어억!

타격과 동시에 시간이 늘어지며, 발에 닿은 도적대장의 안면이 액체처럼 흐물거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내 시간이 되돌아오고, 빛살처럼 날아간 도적대장의 몸이 근처 가판대를 부수고 튀어나가 그 뒤의 벽까지 허물어뜨리며 뿌연 흙먼지 속에 집어삼켜졌다.

쿠구구구―!

당장 우두머리를 박살 내면 부하들의 동작은 굳어지기 마련.

시몬은 짐마차에 두 손을 짚고 날듯이 뛰어오르며 앞에 보이는 첫 번째 도적의 얼굴을 걷어찼다.

이어서 반대편으로 넘어오는 동시에 두 번째 도적의 늑골을, 세 번째 도적의 턱을 후려친다. 반격으로 휘둘러지는 도끼는 정확히 눈으로 보고 허리를 젖힌다.

부우웅!

도끼가 넘어가고, 허리가 되돌아오며, 도끼를 휘두른 상대의 다리에 '클라우드'를 휘감고는 강한 힘으로 잡아당긴다.

퍼억!

"커헉!"

"큭!"

대충 자기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은 측면을 향해 한 타이밍 빠르게 돌진. 도적들의 무릎과 다리를 걷어차 쓰러트리고는 마차를 짚고 다시 반대편으로 빠져나간다.

"?!"

"내,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거의 한두 호흡 만에 일어난 일.

시몬은 겉에 걸친 로브자락을 쥐고 가볍게 한번 턴 다음, 재차 몸을 날렸다.

부웅! 부웅!

검은 뭔가가 확확 지나갈 때마다 도적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나간다. 마차를 짚고 넘어오고 넘어가길 반복하며 두 다리가 풍차처럼 회전했다.

도적들은 뼈가 부러진 부위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며 악을 질러댔다.

"들어가! 들어가라고!"

"공간을 주지 말고 좁혀!"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시몬의 등 뒤를 한 자루의 검이 노린다.

그러나 시몬은 마치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스켈레톤의 뼈를 보내서 막고, 그다음 뼈로 도적의 안면을 가격했다.

<본 아머>

스으-

시몬이 뒤를 돌아보며 손가락 세 개를 굽히는 포즈를 취했다. 시몬에게 선택된 세 명의 도적의 몸에 본 아머가 장착되더니, 그 즉시 같은 편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이 새끼! 뭔 짓이야!"

"내가 한 게 아냐!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시몬의 손가락이 가상의 건반 위에서 춤출 때마다 도적들이 아군의 손에 쓰러져간다.

대 네크로맨서 전에서는 이렇게 써먹기 힘들지만, 일반인이 상대라면 시몬은 본 아머보다 흉악한 기술은 없다고 생각했다.

'!'

꼭두각시를 조종하던 시몬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확 숙였다. 화살들이 지나가 짐마차에 틀어박혔다.

'빠르네.'

어느새 지붕 위에 도적 궁수들이 올라가 활로 시몬을 겨누는 모습이 보인다.

"잘했어!"

"계속 쏴!"

파박! 팍!

화살들이 연달아 날아오자 시몬은 짐마차 뒤에 몸을 숨겼다. 이내 펼쳐 든 그의 오른팔에 뼈들이 날아와 착착 뒤덮어 나갔다.

<본 아머 - 핸드건 모드>

시몬이 즉시 짐마차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핸드건을 겨누었다. 발사대에서 뼈탄환이 쏘아질 때마다 지붕 위의 궁수들이 퍽! 퍽! 과녁처럼 나가떨어진다.

허리를 틀어 탄환을 쏘고, 앞으로 달리면서도 한 발 쏜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팔만 움직여 발사하는 시몬의 기술은 가히 신기에 달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키젠이라지만......!'

'이렇게까지 강한가?'

전의가 꺾이는 건 한순간이었다.

몇몇 도적이 도망칠 채비를 했고, 그 의도를 간파한 시몬이 손끝을 펼쳤다.

아까 본 아머를 입혔던 세 명의 도적들이 날아와 도망치려는 무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꾸득!

쩍!

본 아머를 입은 도적들이 도망치는 아군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아군도 악에 받쳐서 그들에게 무기를 휘둘렀지만, 본 아머가 스스로 움직여 공격을 받아냈다.

"오......!"

뻐어어억!

평소 덩치만 믿고 깝죽거리던 놈이, 자신의 주먹에 맞아 마차를 박살 내며 저만치 날아가는 모습에, 도적은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수트 대단한데! 이것만 있으면 나도......!"

그때 본 아머를 입은 두 도적끼리 마주 보았다. 머리를 보호하던 두개골 투구가 뒤로 넘어가며 머리가 텅 비워졌다.

손에 쥔 그들의 무기가 동시에 올라갔다.

"아, 안 돼!"

둘은 각자의 무기를 서로에게 내리치며 자멸했다. '본 아머'만 시몬의 손에 들어가 다른 도적에게 입혀지길 반복했다.

"하하하하! 다들 버티느라 수고했다!"

"?"

시몬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마차 위에 올라가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든 도적이 히죽 웃고 있었고, 그의 머리 위로 커다란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도적들 중에 네크로맨서도 있었어?'

"잘 가라! 이게 내 일생을 바친 오리지널 흑마법!"

<핀랄 오리지널 - 슬링사이클>

마법진에서 여섯 개의 검은 구슬이 쇳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시몬은 급히 뒤로 물러났고, 칠흑으로 이루어진 구슬은 시몬 앞의 마차를 가볍게 박살 내며 다가왔다.

"놈이 도망친다!"

"저건 못 빠져나가지!"

도적들이 환호했다. 시몬은 잠시 허공에 휙휙 손가락을 그어보더니 빙긋 웃었다.

"쉬운데."

"?"

시몬이 제자리에 멈추며, 날아오는 구슬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순식간이 검은 원이 펼쳐지고, 각종 수식과 기호들로 꽉꽉 매워지며 완성됐다.

<핀랄 오리지널 - 슬링사이클>

마찬가지로 시몬의 마법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여섯 개의 구슬이 튀어나와 서로 부딪혀 상쇄됐다. 먼저 흑마법을 쓴 도적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어, 어떻게 내 일생을 바친 오리지널을!"

"마법진 구성을 보니 바로 알겠던데요."

"그럴 리가! 핵심 수식은 칠흑으로 가렸단 말이다!"

"뻔하죠. 순환 룬어와 산탄 수식이잖아요?"

"그, 그걸 어떻게!"

시몬이 이번엔 왼손을 펼쳐 마법진을 그렸다.

"나라면 이렇게 할 거예요."

<시몬 리메이크 - 슬링사이클>

아까보다 훨씬 크고 빨라진 여섯 개의 구슬이 원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핀랄이 얼른 자신의 오리지널을 발사했지만, 시몬의 구슬이 그의 구슬을 모조리 분쇄하며 다가왔다.

"말도 안 돼애애애애!"

퍼버버버벅!

그의 몸이 구슬에 부딪혀 하늘로 날아올랐다. 팔을 내린 시몬이 여유 있게 미소 지었다.

"거기까지다."

철컥!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아까 처음에 날려 보냈던 도적대장이 뭉개진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린 채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시체로 만들어진 듯한 끔찍한 생체무기가 들려 있었다. 괴물의 눈이나 살점 조각이 보였고, 중앙에는 발사대가 있다.

무척 무거운 듯 도적대장의 팔근육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고객에게 가야 할 무기였지만 어쩔 수 없지!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두 팔 들어!"

시몬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도적대장의 이마에 빠직하고 혈관이 뭉쳤다.

"살점 한 조각도 남김없이 날려주마!"

키이이이잉!

생체무기에 엔진 같은 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입이 쩍 벌어져 포대가 나왔다. 그것이 발사되려는 그 순간.

[Der König ist Zurück――!!]

시몬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생체무기가 진동하며 오작동을 마구 일으키더니 제멋대로 움직이며 하늘이나 허공을 향해 탄환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무슨 짓을 한 거냐!"

"장송곡이란 기술이에요. 그보다, 재밌는 무기네요."

시몬이 검은 로브를 펄럭이며 나타났다. 어느새 시몬의 신발 밑창이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건 제가 요긴하게 쓸게요."

뻐억!

도적대장의 의식이 그대로 날아갔다.

* * *

대장이 잡히고, 가네스 길드의 도적들은 전원 항복했다.

시몬의 스켈레톤이 그들을 밧줄로 꽁꽁 묶어 바닥에 앉혀놨다.

"손 많이 가는 짓만 골라서 하는군, 시몬."

잠시 보이지 않았던 카쟌이 돌아왔다.

그는 두 팔에 도적 두 명의 머리를 끼고 있었다. 이것 좀 풀어달라며 아우성치는 도적들의 뒤로는, 이미 기절한 도적 몇 명이 카쟌의 몸에 연결된 밧줄에 질질 끌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고했어요. 카쟌."

"말해두지만, 전투는 전원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하는 게 좋다. 한 명이라도 놓쳐서 동료들에게 정보를 알리면 골치 아파져."

시몬이 빙긋 웃었다.

"당연히 카쟌이 커버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말은 잘하는군."

카쟌이 멋쩍은 듯 흉터를 긁었다.

그가 도망친 자들까지 모두 밧줄로 묶는 사이, 시몬은 처음 봤던 상자로 다가갔다.

낡은 열쇠로 잠겨 있었기에, 흑마법으로 그것을 잘라 버리고는 상자 뚜껑을 열었다.

들썩들썩!

그때 상자 틈으로 사람의 손가락이 튀어나와 뚜껑을 열지 못하도록 막았다. 시몬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나쁜 사람들은 모두 체포됐어. 너희들은 이제 자유야."

"......."

그 말에 슬그머니 손가락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시몬은 상자를 열었다.

입이 헝겊으로 틀어막힌 꾀죄죄한 소년이 안에 들어가 있었다.

시몬은 순간 도적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지만 숨을 들이마시며 진정시켰다.

달칵! 달칵!

다른 마차의 상자들도 모두 열어주었다. 나무상자 안에 꽉 낀 채로 들어가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서로 모여서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면서, 주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다들 괜찮아?"

시몬이 한 소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디서 왔어?"

"......."

그들은 여전히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입을 열지 못했다.

시몬의 작은 손짓 하나하나에 움찔거리며 놀라는 모습. 피부 곳곳에 구타의 흔적이 보인다.

그때 한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렌드란."

렌드란 영지라는 곳이 있나 보다. 그제야 아이들도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처음 듣는 영지부터, 랭거스틴 같은 큰 도시까지. 암흑연합 각지에서 붙잡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시몬. 여기도 있다."

카쟌이 마차 뒤 칸을 감싸던 천을 잡아 뜯자 쇠창살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성인들까지 입이 틀어막힌 채 앉아 있었다.

"전부 꺼내주세요."

"알겠다."

카쟌은 쇠창살을 붙들더니, 칠흑을 일으켜서 옆으로 비틀어 버렸다. 큰 공간이 생겼고, 그 사이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밖으로 나오게 했다.

"거기!"

"무슨 소란이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도시 경비병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붙잡힌 도적들과 감옥에서 빠져나온 포로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시몬과 카쟌이 2학년 학생증을 보였다.

경비병들은 즉시 공손해졌고, 시몬은 학생증을 품 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분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 *

수사 결과.

이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었고, 성인들의 경우는 가족이 없거나 노숙자들,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어서 가네스 길드의 도적들을 취조했지만, 자신들은 운반책일 뿐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모두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고 대금을 받을 뿐이라고 밝혔다.

"드레스덴 왕국에 연락해 놓을게요."

엡룬을 다스리는 영주를 만나서, 시몬이 말했다.

"납치된 아이들과 사람들이 회복되면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붙잡은 도적 떼는 수도 랭거스틴으로 압송해 주세요."

"......아, 예. 예. 그래야죠."

키젠의 명령이라서 듣기는 하겠지만, 이 엡룬의 영주는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이해는 됐다.

보복이 두려운 거겠지.

굳이 타라도스 일을 엡룬에서 처리하는 바람에 그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재미있군."

쿵!

그때 카쟌이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왜 굳이 우리 영지에서 일을 벌였냐. 그런 종류의 불만인 것 같은데."

영주가 움찔하더니 급히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이웃 영지인 타라도스가 저 꼴이 된 건, 엡룬의 방치와 무관심도 한몫했겠지. 어떻게 이 정도로 정보가 퍼져 나가지 않았나 싶더군. 알아보니 이곳에 자리 잡으려던 정보길드도 전부 폐쇄 명령을 내렸던데. 이건 아직 의혹이다만-"

카쟌의 눈빛이 번뜩였다.

"혹시 엡룬도 '공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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