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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08화 (50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08화

타앗!

파멸의 대검을 앞세운 시몬이 바닥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

니르티가 벨트에 꽂혀 있는 주사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목에 콱! 하고 바늘을 박았다.

동시에 왼손을 펼쳐 들었다. 손바닥에는 아무런 마법진도 그려져 있지 않았지만.

'!'

하얀 직선이, 난데없이 시몬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무슨!'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가각! 하고 피어의 투구에 불똥이 튀며 흰 직선이 눈 옆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던전주를 보냈다고, 난 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시몬이 급히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지나쳐 간 그것을 보았다.

'뼈?'

그녀의 손바닥으로부터 삐져나온 새하얀 뼈가 장대처럼 뻗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치 나뭇가지처럼 작은 뼈들이 옆으로 화아악 튀어나왔다.

'창골(創骨) 마법!'

[조심해라 소년!]

허공을 새하얗게 뒤덮은 하얀 뼈들이 송류관의 파이프처럼 구불거리며 시몬에게 쇄도했다. 시몬은 정신없이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그것들을 잘라냈다.

타악.

니르티가 구두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불사의 병사든, 키메라든, 던전주든 상관없어."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이 타라도스에서 가장 강한 건 나다!"

동시에 피어의 외침이 들렸다.

[발밑이다!]

콰드드드드드득!

던전의 바닥에서 하얀 뼈들이 가시처럼 솟구쳐 올랐다. 시몬이 식겁하며 물러서듯 피했고, 그가 있던 자리에 하얀 가시가 끝없이 올라온다.

'다리뼈를 써서......!'

이번엔 니르티가 두 팔을 앞으로 보냈다. 두 가닥으로 시작한 뼈들이 공중에서 분산되며 뻗어 나가 지상을 덮친다.

'창골 마법이 이 정도로 범용성이 높은 기술이었어?'

시몬은 정신없이 내달리며 대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뼈를 자르고 베어도, 니르티 본인은 아무런 통증이나 타격이 없어 보였다. 그저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일 뿐. 파멸의 대검으로 잘린 부분에서 뼈가 더 자라지 않아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후읍!]

시몬이 허리를 뒤틀며 원을 그리듯 검을 긋자, 정글처럼 허공을 뒤덮은 뼈들이 대각선으로 갈라지며 깨끗하게 끊어졌다.

그러나 풍압을 뚫고 다시 다른 뼈들이 튀어나와 시몬을 덮친다.

카가각!

카각!

피어가 본 아머를 움직여 직선으로 쇄도하는 니르티의 뼈를 막고 흘려보냈다.

'고마워요! 피어!'

아슬아슬하게 중상을 면한 시몬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콰콰콱!

바닥에서 뼈들이 펜스처럼 튀어나와 시몬의 돌진을 막았다. 시몬은 방향을 꺾어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강해.'

혈천교 사태.

빙룡 카리사 사태.

타라도스 사태.

이 모든 일의 주범과 가장 가까운 핵심 인물.

그녀의 강함은 당연했다. 군단장의 힘을 쓰는 시몬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학생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네크로맨서.

우우웅!

창골 마법으로 시몬을 상대하던 그녀가 바리에이션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공간에서 둥둥 떠다니는 시뻘건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키이잉!

키잉!

눈동자들이 시몬을 응시하자, 시몬은 몸의 움직임이 굼떠지는 것을 느꼈다.

'보는 것만으로도 걸리는 저주라니!'

그와 동시에.

화르르륵!

화르륵!

창골 마법으로 시몬을 벽 끝으로 몰아넣은 니르티가 10발의 칠흑화염계 마법을 날려 보냈다.

검은 불꽃이 시몬을 집어삼키고.

콰콰콰콰콱!

수십 자루의 뼈들이 폭발 속으로 들어가 꿰뚫었다. 니르티가 마침내 팔을 내렸다.

"이 정도인가? 강한 힘을 가졌지만 경험 부족이네."

그러고는 턱을 짚었다.

'키젠에서 보낸 요원이 아니라, 시몬 폴렌티아와 카쟌 에르발트. 둘 중 하나였으려나?'

촤아아아아악!

그때 폭발을 가르며 일직선의 금이 그어졌다. 그녀는 뼈를 일으켜 자신을 방어했지만, 주위에 떠 있는 다섯 개의 눈동자가 모조리 터져 나갔다.

터엉!

폭발연기를 뚫고 시몬이 재차 돌진을 시작했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야."

니르티의 창골 마법이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하지만 이번 시몬의 돌격은 달랐다. 달려가다가 급제동으로 빈틈을 만들고,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는 것도 정확하게 필요한 동작만을 취했다.

'검로, 습관, 패턴.'

창골 마법이 구불거리며 다가왔다. 이제는 그 움직임이 눈에 익다.

'결국 뼈를 조종하는 것도 인간이야! 분석하고, 대처한다!'

흰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뼈들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면서 달리는 시몬의 움직임은 신들린 듯 현란했다.

터엉!

바닥을 박차고 솟구쳐 연구실 천장을 밟고 달렸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뼈들은 사거리에 닿지 않았다.

"큭!"

뼈가 더 필요하다. 니르티의 배 쪽의 옷에 구멍이 뚫리더니, 이내 갈비뼈가 튀어나왔다.

'칠흑과.'

시몬이 침착하게 왼팔을 펼쳤다.

'클라우드를 섞어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두 힘을 공중에서 폭발시켰다. 칠흑 연막이 시몬의 몸을 가렸다.

'같잖은 수를!'

니르티가 공격을 중지하고 눈에 힘을 주며 기다렸다. 이내 연막을 뚫고 다가오는 대검 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잡았다!'

대검으로 시몬의 위치가 확정되는 순간, 니르티가 전신의 뼈를 모조리 정면으로 쏟아부었다. 뼈들이 연기를 뚫고 지나갔다.

화아악!

그러나.

시몬은 지상에 있었다. 연막을 우회하여 피어의 본 아머를 벗은 채 그녀에게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그럼 이 대검은!'

연막이 걷히며 뼈만 남은 피어가 대검을 내뻗은 채 히죽 웃는 모습이 보였다.

완벽한 페이크가 들어갔다.

<판타서스 오리지널 - 슬립>

시몬이 번개처럼 돌진해 그녀의 복부와 등을 터치하고 지나갔다.

단번에 2스택.

핑글-

그녀는 순간 온몸이 나른해지며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슬립(Sleep) 저주?'

그것도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투상황에서도 눈이 감기려 하는, 상당히 강력한 슬립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몸에 그려놓은 캔슬레이션 마법진을 사용하고는, 오른팔을 뻗었다.

촤아아악!

시몬도 팔을 뒤로 보냈다. 피어의 뼈들이 날아와 오른팔을 휘감고, 마지막으로 파멸의 대검까지 손에 들렸다.

[흐아아아아압!]

돌진.

'무모해! 미리 걸어둔 슬립을 맹신하는 건가?'

반격.

시몬의 몸을 꿰뚫기 위한 뼈를 앞으로 내뿜으면서, 니르티는 두 가지를 간과했다.

하나는 그녀의 캔슬레이션이 슬립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슬립의 효과로 뼈가 완전한 컨디션으로 뻗어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몬이 몸을 비틀며 뼈 사이를 파고든 다음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대검을 힘껏 내리쳤다.

촤아아아아악!

어깨와 오른팔이 절단된 그녀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시몬도 더 후속 공격은 가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솟구치는 뼈를 피해 물러났다.

'뼈 때문에 대검의 방향이 살짝 틀어졌어!'

"크윽! 끄으으으!"

니르티가 잘려 나간 어깨를 짚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사를 연구한 그녀이기에 팔 정도는 재생할 수 있었지만, 파멸의 대검에 잘린 상처는 회복하지 못한다.

"이 정도로!"

그녀는 파멸의 대검으로 절단된 어깨뼈를 포기하고, 다른 뼈로 어깨를 통과시켜 팔뼈처럼 만들어 길게 늘였다.

째애애앵!

동시에 근처의 실험관 중 하나가 깨지더니, 키메라화된 몬스터의 팔 하나가 공중으로 날아왔다. 그것이 잘린 그녀의 오른팔에 척! 하고 부착되었다.

꾸드드득!

꾸드득!

그녀는 창골 마법으로 키메라 팔을 단단하게 지탱한 다음, 즉시 앞으로 달려 나가며 새로운 팔을 내질렀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몸 앞으로 세워 들었다.

쩌어어엉!

'!!'

어마어마한 괴력.

가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몬의 몸이 뒤로 부우웅 날아갔다. 쏜살같이 돌아온 피어가 시몬의 몸을 끌어안듯 본 아머를 입히고, 그 상태로 벽에 부딪혔다.

쿠구구구구-!

자욱한 연기를 보던 니르티가 덜덜 떨리는 왼팔로 주사기를 들어 연달아 몸에 꽂았다. 각성제로 졸음을 이겨내고, 진통제로 고통을 없앤다.

후우우-

그러나 시몬이 멀쩡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본 그녀의 눈이 경계심으로 차올랐다.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키젠이네."

그녀가 히죽 웃었다.

"보면 볼수록 죽이기엔 아까워. 당신도 어르신을 위해 일하지 않을래? 그분은 인재라면 사족을 못 쓰시거든. 네가 지금까지 저지른 만행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실 거야."

[싸우다 말고 무슨 헛소리야.]

척.

시몬이 대검을 어깨에 올렸다. 무형의 망토가 현란하게 휘날렸다.

[너희 '결사'는 죄 없는 주민들을 착취하고 금지된 생체실험을 자행했어. 그런 너희들과 같이 일하라고?]

"모든 것은 더 높은 대의를 위해서야."

니르티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타라도스 놈들이 죄 없는 뭐? 그 말은 상당히 거슬리는데."

싸늘하게 읊조린 그녀가 벽을 짚었다.

"수십 년 전에 파괴됐다고 알려진 금광던전. 이게 어떻게 아직도 타라도스에 남아 있는 줄 알아?"

시몬은 아직 다리에 들어간 데미지가 회복되지 않아 간신히 서 있었다.

다리가 회복될 때까지만 그녀와의 대화를 이용하기로 했다.

[너희는 던전을 장악하는 칼의 능력을 연구했어. 그 기술로 어떻게든 했겠지.]

"무슨 소리야? 물론 그걸로 던전을 장악할 수는 있지만, 이미 사라진 던전을 재현하지는 못해."

그녀가 두 팔을 펼쳐 들었다.

"이 던전은 처음부터 파괴되지 않았던 거야."

수십 년 전.

불사가 된 '던전 중독자'들이 던전 밖으로 나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자, 영주의 의뢰를 받은 5인의 모험가들이 이 던전을 공략하러 왔다.

그들은 기어이 이 던전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던전주를 죽였다.

그렇게 역사엔 알려졌다.

"진실은, 던전주 또한 다른 던전의 몬스터들처럼 불사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어. 모험가들은 당장 던전주를 없애질 못하니 봉인하는 게 최선이었지. 그렇게 던전주가 아티팩트의 힘에 봉인되자, 던전주의 방이 닫히고 던전의 모든 힘이 사라지면서 몬스터들도 나오지 않게 됐어. 사람들은 당연히 던전주가 죽고 던전이 파괴됐다고 생각했지."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황금이 나오는 던전이 멈추자, 분노에 눈이 먼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 모험가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어. 그중에, 단 한 명의 여성 모험가만이 동료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살아남았지. 그리고 여자의 배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아기가 있었어."

시몬의 동공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설마.]

"그래, 맞아."

니르티가 괴물처럼 입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모험가들이 내 부모야."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금광던전에서 빠져나온 여성 모험가는, 자신을 죽이려 뒤쫓는 타라도스 주민들을 피해 옆 영지 엡룬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홀로 힘겹게 니르티를 낳았다.

하지만 여성 모험가는 너무나도 쇠약해졌고, 무엇보다 자신의 남편의 죽음과 배신한 타라도스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정신 또한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미안하다, 니르티. 엄마가 정말 미안해.

니르티가 3살에, 그녀의 어머니는 목매달아 죽었다.

두 부모를 잃은 니르티는 어린 나이에 뒷골목과 할렘가를 전전하며 쓰레기를 주워 먹고 쥐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노동을 착취당하고, 역겨운 짓을 당하고, 술 취한 노숙자들에게 구타당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연명하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돈 몇 푼에 팔려 간 곳은.

-이제부터 여기가 네 집이란다.

네크로맨서들의 불법 실험기지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극단적인 실험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실험체들이 다 죽는 와중에도, 니르티는 증오를 원동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았다.

연구원들은 실험의 마지막 단계인 '코어'를 니르티에게 시술해 그녀를 네크로맨서로 만들었고, 그로부터 한 달 후.

완전히 힘을 각성한 니르티의 손에 연구소 전원이 몰살당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도는 내게 '어르신'이 손을 내밀었지. 그분의 사상과 목적은 내가 원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했어."

그녀가 두 팔을 벌렸다.

"나는 결사에 들어갔고 강력한 네크로맨서로 성장했어. 그리고 금광던전에 찾아갔지! 어머니는 종종 내게 던전주는 완전히 죽인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거든!"

[.......]

"그렇게 금광던전에 실험실을 세우고 이 던전으로 불사의 군대를 만들기로 한 거야."

격분한 그녀의 입이 쭈욱 찢어졌다.

"타라도스! 타라도스! 이 증오스러운 타라도스! 그들도 내가 겪은 그대로 겪게 하겠어! 굶주리게 하고, 병에 걸리게 하고, 더러운 길바닥을 구르게 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실험체로 쓰는 거지! 그들이 내 인생을 망친 만큼, 나도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을 그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겠어!"

그녀가 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전. 부. 자업자득이야!"

[.......]

서서히 다리가 회복되어 간다. 시몬이 긴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당신의 과거가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당신 부모를 살해한 타라도스 사람들은 거의 다 죽거나 없어졌어. 왜 그 후손들까지 복수를 견뎌야 하지?]

"웃기지 마!"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렇담 나는 왜 그 끔찍한 과거와 생체실험을 겪어야만 했는데? 왜? 무슨 이유로? 이 세상의 악의에는 이유 같은 건 없어! 나도 그대로 돌려줄 뿐이야! 나는 타라도스를 파괴하고, 더 나이가 이 왕국을, 연합을 파괴할 거야!"

[......돌려줄 뿐이라고?]

그 말에.

이제 시몬의 눈에는 일말의 동정도 없이 싸늘해졌다.

[당신은 너무 엇나갔어. 니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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