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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10화 (51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10화

탓!

시몬이 조각난 던전주를 향해 돌진했다.

혼돈에 당해서 이성이 혼탁해진 니르티도,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불안정한 거구를 이끌고 달려왔다.

"!"

순식간에 주위가 그늘로 뒤덮이며, 키메라들이 아우성치는 거대한 팔이 내려왔다.

[어림도 없지!]

그때 공중으로 뛰어오른 프린스가 주먹을 당겼다. 이번에도 역시.

쩌어어어어엉!

히든카드 펀치. 타격이 제대로 가슴에 들어갔다. 폭음과 함께 니르티의 육중한 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잘했어! 프린스!'

프린스가 시간을 벌어준 사이, 시몬은 무사히 던전주의 앞까지 도착했다.

불사의 능력을 가졌지만, 아케뮤스의 저주 때문에 여전히 재생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새삼 아케뮤스의 일 처리 능력에 감탄하며, 시몬은 던전주의 가슴을 향해 힘껏 파멸의 대검을 내리찍었다.

불쾌한 파육음과 함께, 대검이 던전주의 가슴을 관통했다.

'칼!'

시몬의 눈이 부릅떠졌다.

'부탁해!'

스스스스스스스스스―

그러자 대검에서 이질적인 개의 형상이 튀어나오더니, 던전주를 우걱우걱 씹어먹기 시작했다. 빠르게 던전주를 집어삼켜 가며 파멸의 대검이 선명한 녹색빛을 발했다.

시몬이 대검으로 던전주를 삼키는 데 집중하는 사이, 프린스와 카쟌은 끈질기게 니르티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었다.

꽝!

프린스가 니르티의 주먹에 맞아 벽에 꽂히는 모습이 보인다. 강림상태가 풀리며, 평범한 좀비로 돌아가 버렸다.

<카쟌 오리지널 - 팽>

공중으로 뛰어오른 카쟌이, 역C자로 기울인 몸을 단숨에 굽히며 두 팔을 내리긋자 키메라의 몸에 큼지막하게 할퀸 상처가 났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며 니르티는 다리를 뻗어 카쟌을 걷어차 버렸다.

[내 힘은 무한하다!]

니르티가 키메라로 만든 육중한 몸으로 다가왔다.

[너희가 어떤 발버둥을 쳐도! 이 던전에서는 나를 이길 수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

스릉!

마침내 칼의 힘으로 던전주의 흡수를 끝냈다. 시몬이 대검을 바닥을 보게 향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 홈 어드밴티지부터 없애려고."

콰악!

시몬의 대검이 던전의 바닥을 찍었다.

몸의 혈관을 연상케 하는 신경 줄기가 시몬의 대검을 중심으로 바닥에 일어났다.

칼의 두 번째 권능.

미스테리한 조직인 '결사'가 그토록 원했던 힘.

그것은 던전주를 집어삼키고, 던전주의 권한으로 던전을 장악하는 힘이다.

─────────!

무수한 데이터가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시몬은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며 그 정보를 견뎌냈다. 마치 처음 '콤펠로니아'를 썼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다.

인간이 규정하고 정의한 기호나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데이터들.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제 이건 내 힘이었다.

시몬은 대검을 움켜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미지의 바다에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데이터 속에서 유영하며 지식과 정보의 혈관을 훑어 내려가다가, 마침내 찾아냈다.

'불사.'

뇌리가 뜨겁게 들끓었다.

'이 기능을 내 던전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거야.'

그러고는 불사의 힘에 해당하는 '혈관'을 절단했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효과는 즉시 일어났다.

시몬이 눈을 뜨자 니르티의 몸을 이루고 있던 키메라들이 가루처럼 흩날리며 분해되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없어져야 할 것들이 비로소 없어지듯, 덧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시몬이 비로소 대검을 바닥에서 뽑아내며 힘겨운 미소를 흘렸다.

"......보고도 믿기 힘들군."

시몬을 지키러 왔던 카쟌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슨 수를 썼나? 시몬."

"간단해요. 칼의 능력으로 이 던전을 장악하고, 던전에서 불사의 힘을 제거했어요."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저것들 모두 불사의 능력을 가졌으니 저런 극단적인 키메라를 만들 수 있었던 거겠죠. 그것만 무력화한다면 간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온 전치가 흩어지는 먼지와 파편으로 가득 들어찼다.

이내 모든 키메라들이 사라지고, 그 가운데에 먼지를 붙잡으려 덧없이 팔을 휘젓고 있는 니르티만이 남았다.

파멸의 대검에 당했던 어깨와 오른팔도 날아가고, 한쪽 다리도 곤죽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거대한 몸을 이끌던 '결사'의 수석연구원치고는 초라한 결말이었다.

"인정해, 니르티."

저벅- 저벅-

시몬이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당신의 패배야."

그녀는 초점이 흐릿해진 눈을 움직여 시몬을 보았다.

전의는 완전히 상실해 있었다.

"......나는, 모두에게 알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날 나락으로 빠트린 타라도스에, 누구 하나 손 내밀어주지 않고 경멸만 가득하던 역겨운 세상에. 내가 겪은 고통을, 일만 분의 일이라도."

그녀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설교라도 할 생각이야?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이 눈을 감으며 제 목을 매만졌다.

"설교는 됐어. 하지만 당신의 분노가 길을 잃고 이상한 방향으로 범람하는 순간, 내가 아니더라도 이런 파국은 예정된 수순이었어."

"......."

"분노에 눈이 멀어 당신의 부모를 죽인 자들과, 분노에 눈이 멀어 타라도스를 지옥으로 만든 당신."

시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당신들은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 거지?"

그녀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눈꺼풀이 파르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입가에 체념한 미소가 걸렸다.

"......뭐."

스르르르―

그녀의 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불사의 능력.

단순히 실험체에게 쓴 게 아니라 그녀 자신의 몸에도 불사의 힘을 심은 것 같았다.

그녀가 사라진다면 이유는 하나.

그녀의 생명력은 진작에 다 했고, 그녀 또한 불사의 능력이 적용되고 있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털어놔, 니르티."

시몬이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네가 인간으로서 일말의 죄책감이 남아 있다면, 결사가 준비하고 있던 그 끔찍한 계획을 말해."

그녀가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움직여 조용히 뭐라고 말했다.

스르르르르―

이내 그녀의 몸이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 * *

시몬이 던전을 장악한 뒤, 던전 전역에 우글거리던 모든 불사의 군대가 사라졌다.

세르네가 구해낸 사람들과, 아직 불사의 힘으로 언데드가 되지 않은 실험체들 모두 감옥에서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던전 밖으로 탈출하진 못했다.

-크뤄뤄뤄뤄뤄뤄!

매그너스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알라제'와 그가 이끄는 초대형 언데드들이 여전히 던전 밖에서 전투 중이었다.

던전 밖의 군막들이 불타고, 바닥은 지진이 난 것처럼 엉망으로 갈라져 있었다.

알라제와 싸우던 가네스 길드와 정규병들은 대부분 전투 불능이 된 상태. 지금은 시몬이 장악한 금광던전이 더 안전한 상황이었다.

[로레인 아크볼드. 상상 이상. 아군의 피해 절망적.]

알라제가 중얼거렸다.

[5군단 최상위 전력. 그레모어의 10기 중 8기를 단신으로 처치.]

그렇게 말하는 알라제의 주위에는 거인들의 하반신만 남아 있었다. 깔끔한 절단면을 그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제 남은 그레모어는 고작 두 기뿐이다.

[그럼에도 작전개시. 칼 회수 작전 강행.]

쿵! 쿵! 쿵!

두 마리만 남은 그레모어들이 군막을 지나 금광던전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놈들이 옵니다! 여기서 피해야 합니다!"

"다들 위층으로 올라가세요!"

감옥에 갇혀 있던 주민들과, 5군단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병사와 도적들도 급히 금광던전으로 피신해 있었다. 로레인과 아민 장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붉은 단검을 든 로레인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보같이. 사람들을 전부 지키면서 싸우느라 페이스 조절을 못 했어.'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옆에서 부축하고 있던 아민이 간곡하게 말했다.

"로레인 님! 이제 상층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아니에요. 좀 더 싸울 수 있어요. 저것들이 넘어오면 사람들이......!"

살랑-

그때 천장에서 깃털 하나가 날아와 로레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물러나세요. 시몬이 직접 상대하겠다네요.]

로레인의 얼굴에 놀람과 의아가 뒤섞였다.

"시몬이? 니르티와의 교전으로 싸울 힘이 안 남아 있을 텐데."

[후훗. 생각이 있겠죠.]

쿠웅― 쿠웅―

마침내 초대형 언데드 그레모어 두 기와, 알라제가 공간을 벌리며 금광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질병의 마수 칼. 찾는다. 지하 3층까지. 탐색 개시.]

"오랜만이야, 5군단."

그때였다. 던전의 어둠 속에서 피어의 두개골을 눌러쓰고 대검을 든 소년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알라제의 눈이 번뜩였다.

[제7 군단장, 시몬 폴렌티아.]

"5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지? 혹시 우리 쪽 칼을 찾고 있는 거야?"

시몬이 대검을 들어 올렸다.

"그 녀석은 여기에 있어."

대검에 초록빛이 일렁이더니 연기가 흘러나와 개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레모어의 어깨에 타고 있던 알라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회수 실패. 에이션트 언데드 칼. 소멸 확인. 작전 실패.]

"잘 아네."

시몬이 대검을 내리며 빙긋 웃었다.

"그럼 이대로 물러나 줄래?"

[알라제의 판단으로 작전 변경.]

두 초대형 언데드, 그레모어의 몸에서 살벌한 칠흑이 뿜어져 나왔다.

[시몬 폴렌티아. 사로잡음. 칼을 포함한 7군단 전체 에이션트 언데드 회수 작전. 개시.]

그레모어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시몬이 '그럼 그렇지'를 중얼거리며 대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실수하는 거야."

촤아아아아아아악!

대검이 던전의 바닥에 꽂히자, 신경 줄기가 바닥과 벽을 타고 천장까지 쭉쭉 뻗어 나갔다.

"이젠 여긴 내 집이거든."

콰콰콰콰콰콰콰!

갑자기 던전의 바닥과 벽이 움직이는 미궁처럼 통째로 비틀어지고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레모어가 급히 걸음을 멈췄다.

"포획."

시몬이 팔을 뻗자, 던전의 벽면과 바닥이 통째로 일어나 마치 뱀처럼 그레모어의 몸을 휘감았다.

[무슨!]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이 던전의 기능을 전부 쓸 수 있어."

꽈드드득! 꽈드드드득!

공간이 일그러진 던전이 그레모어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면에서는 던전의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그레모어의 몸을 물어뜯고 갉아먹었다.

마치 던전 전체가, 침입자를 죽이려는 것처럼.

[불가능. 불가능한 현상.]

알라제가 소리쳤다. 시몬이 움켜쥔 주먹을 거칠게 털었다.

"불가능한 건 없어. 에이션트 언데드."

퍼억!

퍽!

두 그레모어의 살점이 문드러지며 완전히 곤죽이 되었다.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자, 이제는 언데드라고도 할 수 없는 고깃물 덩어리가 주르륵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졌다.

[알라제. 탈출.]

어깨에 올라타고 있던 알라제가 잽싸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시몬의 동작이 더 빨랐다.

던전의 천장이 내려와서 알라제의 몸을 휘감아 감옥의 형태로 가두었다.

"조심성이 많네. 이것도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지?"

쿠구구구구!

시몬이 다리로 바닥을 두 번 툭툭 치자, 던전 바닥이 기둥처럼 올라와 알라제의 감옥 앞에 멈춰 섰다.

"너희 군단장 매그너스에게 전해."

시몬이 알라제를 향해 고개를 쭉 빼 밀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남의 일 견제 놓지 말고, 조만간 군단끼리 한번 제대로 붙자고."

시몬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감옥이 내려앉으며 알라제의 분신이 파괴되었다.

칼의 힘까지 손에 넣은 이상,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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