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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11화 (51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11화

임무평가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니르티의 죽음으로 '결사'와의 전쟁은 완전히 끝났다.

시몬은 금광던전을 장악하고 무사히 사람들을 탈출시켰다.

정보를 얻기 위해 결사의 일원들을 붙잡아뒀지만, 모두 체내장치가 발동되어 머리가 터져서 죽었다. 결사에 들어오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저 장치를 몸에 심는 거였다.

사람의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입을 막기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더더욱 기분만 나빠졌다. 니르티가 말한 그 '어르신'이라는 존재가 누군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렇게 로레인은 믿을만한 키젠본부 측 사람들에게 연락했고, 그들이 도착하는 대로 사후처리가 시작될 것이다.

본부 측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시몬은 니르티의 연구실을 깡그리 털어서 기밀자료들을 모조리 손에 넣었다. 물론 이번에도 해석이 불가능한 이상한 언어로 되어 있었다. 시몬은 자료의 절반만 군단에서 챙기게 하고, 남은 절반은 로레인과 본부 측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건네줬다.

이쪽의 정보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키젠 본부도 자료 해석을 위해 정보를 긁어모을 것이다. 해석의 비밀이 풀리면 로레인이 시몬에게도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이후 금광던전은 폐쇄했다.

조금 아깝긴 했지만 끔찍한 일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키젠 측에 7군단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 이쪽이 맞는 결정이었다.

문제는 타라도스의 다음 '영주' 자리였다. 타라도스의 주민들은 아민 장군을 영주로 추대했고, 로레인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암흑연합에 허가를 받아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민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죄인입니다. 주민들을 뒤에서 도와주었다고는 한들, 영주의 앞잡이로 농락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로레인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녕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도 다스리려 하지 않는 이 타라도스 땅을 더더욱 아민 장군님이 책임져야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연합에서 온 귀족들, 어느 누가 진정으로 이곳을 위해 일하려고 하겠는가.

이전에도 외부인 영주가 와서 외부인 세력과 결탁한 점이, 타라도스 몰락의 시작이기도 했다.

"타라도스의 주민들을 위해, 가장 높은 곳에서 책임지고 죽을힘을 다해 뛰는 것. 저는 그게 가장 큰 속죄라고 생각해요."

아민 장군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설득에, 아민은 끝내 영주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로레인."

"왜?"

"아까는 진짜 암흑연합의 총수 같았어."

"......놀리지 마."

시몬의 농담에 낯간지럽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그녀였지만, 입가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가네스 길드의 경우, 구심점이었던 가네스의 죽음으로 도적들은 완전히 와해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그 와중에 친 세르네 파를 자처하는 도적대장 '카락'과 그의 부하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저희는 대륙 끝까지라도 여왕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오오오오!"

이때 세르네가 싱긋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이젠 필요 없으니까 꺼져요~"

카락은 실연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버려진 카락 패밀리는 도적일을 청산하고 자유용병으로 활동한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몬은 편지 한 장을 썼다.

"로레인, 혹시 드레스덴 왕국과 연락할 수 있을까?"

"본부 측 통신망을 쓰면 문제없는데. 왜?"

"급하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 * *

"허억! 헉!"

드레스덴 왕궁.

정무대신 페루츠 공작이 정신없이 본인의 집무실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문서들을 붙잡아서 마구잡이로 가방에 쑤셔 박은 그가 허겁지겁 겉옷을 챙겨입었다.

"제기랄! 제기랄!"

방금 새로운 연락이 왔다.

키젠이 움직였고, 니르티가 패했으며, 타라도스가 해방되었다.

그리고 타라도스 지부와 가장 긴밀했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거기서 자신을 가리키는 자료가 하나라도 키젠의 손에 들어갔다면, 목숨이 위험했다.

'니르티 그 여자!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기어코!'

당장 두 시간 뒤에 왕궁에서 회의가 있었지만, 일단 이 나라를 뜨고 봐야 했다.

모자를 꺼내 쓰고 집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그 순간.

쾅!

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며 왕궁의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와 창을 페루츠 공작 쪽으로 겨누었다.

페루츠는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누가 보냈느냐!"

"제가 보냈습니다. 페루츠 공작."

회색 교복스커트를 휘날리며 한 소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보는 순간 페루츠는 숨 멎는 소리를 냈다.

"......모, 몰리 공주님!"

이번에 특례 입학생으로 키젠의 입학한 왕국의 막내 공주, 몰리 드레스덴이었다.

"모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임무평가 중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어요."

그녀는 진심으로 격분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학생회장 선배님으로부터 이야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왕국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란 자가 타라도스의 결사라는 집단과 결탁하고, 주민들의 고통을 모른 척하며, 당신의 권력을 이용해 왕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소식을 차단했다죠?"

페루츠 공작이 입술을 덜덜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이건 음모입니다! 저를 배제하려는 반대파 귀족들의 음해에 불과합니다!"

몰리가 차갑게 웃더니 증거품을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타라도스에서 온 문서들을 모조리 불태웠더군요. 그나마 당신 자택의 소각장에서 불에 타기 전에 몇 장 건졌습니다. 백성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이, 이익......!"

파들파들 떨던 공작이 급히 몸을 돌리며 창문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몰리가 잽싸게 검지를 세워 들었다.

학교 선배로부터 몰래 배운 신기술.

<레그다운>

창문 쪽으로 달려가던 공작의 두 다리에 저주가 걸리더니, 중심을 잃고 우당탕 쓰러졌다.

경비들이 즉시 달려가 그를 무릎으로 깔아뭉개고 두 손을 묶었다.

"......오우."

몰리와 같이 온 네크로맨서는 감탄성을 흘리며, 준비하던 속박 마법을 취소했다.

"대, 대단하십니다 공주님! 슬슬 어엿한 키젠 학생의 폼이 나오시는-"

"조용히 하세요."

"네, 네."

실전 첫 저주를 성공시켰다는 기쁨도 없이, 몰리가 씩씩거리며 체포되는 공작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

"어떻게 쌓아온 드레스덴의 이미지인데! 이렇게 망쳐놓다니!"

부끄러웠다.

왕국의 영토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그리고 왕국의 실책을 파헤치고 백성들을 구해낸 게, 하필이면 그녀가 반드시 영입하려고 공을 들이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라는 사실까지.

'시몬 선배님께서 우리 드레스덴을 나쁘게 보면 어쩌지?'

그런 생각에 입가가 바싹 말랐다.

끌려가는 와중에도 억울하다며 발버둥 치는 공작을 보며,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곱게 죽지는 못할 거예요! 페루츠 공작!"

* * *

정무대신 페루츠 공작이 '결사'와 결탁해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드레스덴 왕궁에서는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왕국에서 페루츠를 심문하려 했지만, 그 또한 머리가 터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왕궁의 정예인 '흑기사단'은 하인들의 이야기를 짜 맞춰 페루츠의 행적을 조사했고, 그가 자주 들락날락했다는 왕궁의 지하로 내려갔다.

왕궁 지하의 하수도.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

"윽!"

"우욱!"

시체 썩은 냄새가 풍겨왔다.

온갖 몬스터들이 뼈만 남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으며 흑기사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의 흔적을 발견했다.

아마도 하수도에 '어떤 끔찍한 것'이 몬스터를 먹으며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흑기사단이 오기 전에, 결사에서는 한발 빨리 그 끔찍한 것을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미 옮겼으리라.

왕국은 이를 쉽게 보지 않았다. 결사라는 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키젠과 협력해 전국 각지에 네크로맨서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편, 시몬은 타라도스의 마을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일찍 키젠에 복귀하기로 했다.

로레인은 남아서 타라도스의 사후처리에 집중하기로 했고, 세르네는 집에 갔다 온다며 상아탑으로 향했다.

"타라도스를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마워, 시몬 오빠."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키젠으로 돌아가려는 길.

그는 리사와 그녀의 오빠, 마차로 이곳저곳 데려다준 마부 아저씨, 그리고 구해준 사람들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아민 장군은 영주 임명식도 취소하고 시몬을 보러 달려왔다.

"너무 그렇게 고개 숙이실 필요 없어요."

시몬이 웃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저도 제 목적을 위해 타라도스에 온 거예요. 우연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뿐이에요."

"허허! 무슨 겸손한 말씀을!"

"수십만 타라도스의 주민들을 구해낸 영웅이십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주민들은 벌써 타라도스에 시몬 동상 건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시몬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며 진땀을 뺐다.

"그리고 아민 장군...... 아니, 영주님."

"예, 말씀해 주십시오."

"니르티는 타라도스를 향한 원한이 만든 괴물이었어요."

"......네, 저도 들었습니다. 금광던전을 공략하고 주민들에게 살해당한 모험가들의 딸이었다고 하더군요."

아민 장군은 금광던전 사태를 겪지 못했다. 새로운 영주가 온 뒤에 부임한, 엄밀히 말하면 외부인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영주가 됐으니 그때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끔찍한 불행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제2의 니르티가 또 타라도스에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시몬이 손을 내밀었다.

"부디 앞으로는 누구도 억울하고 불합리하게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영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민 장군이 시몬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고귀한 뜻, 제 목숨과 영혼을 바쳐 받들겠습니다!"

* * *

시몬은 무사히 키젠으로 복귀했다.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피어의 유적에 풀어놓고 소환학과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침대로 다이빙했다.

'하아아.'

잠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잠은 안 왔지만, 이번 임무평가도 워낙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멍했다.

"아직 토토는 안 왔네."

이번 임무평가는 4일 차.

오늘은 3일 차였다.

즉 내일까지는 쭉 자유시간이다. 시몬은 기쁨에 부르르 부르르 팔을 떨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치직 칙-

복도에서 방송음이 들려왔다.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 학생.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 학생. 지금 바로 제인 교수님의 연구실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아무래도 학생회장에게 그런 여유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 * *

시몬은 학생회실에서 학생회장 코트를 가져와 챙겨입고 제인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넥타이와 셔츠 상태를 체크한 다음, 공손하게 문을 노크했다.

"제인 교수님. 시몬입니다."

"들어오세요."

달칵.

시몬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밝게 비추는 햇빛 사이로 제인이 고운 이마를 찌푸린 채 깃펜을 끄적이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도 그녀는 서류의 산과 씨름하고 있었다.

"교수님. 부르셨습니까?"

"네."

제인이 손짓했다.

"앉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시몬은 소파에 앉아 등을 곧게 펴고 무릎 위에 주먹 쥔 손을 올린 채 조용히 기다렸다.

정적이 일었다. 사각사각 깃펜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긴장감이 몰려든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부르신 거지?'

아마도 이번 타라도스 사태에 대한 보고를 직접 들으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시몬은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정리했다. 어디까지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고, 어디까지가 말 못 하는 부분인지.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거나 충돌되는 부분이 없는지.

제인이라면 허술한 거짓말 정도는 간단하게 간파할 것이다.

그렇게 10분 정도 적막이 흘렀다.

제인이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끝내고는 깃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학생회장."

시몬은 바짝 긴장했다.

제인이 이름이 아니라 직위로 불렀다. 그렇다면 수업과는 관계없는 공무 관련 문제일 가능성이 컸다.

"예! 교수님!"

"다른 학생을 데려갈까 했는데, 일찍 복귀해서 다행입니다. 외출할 준비를 하세요."

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쳤다.

"둘이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어, 어디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올해 키젠에 들어올 편입생들을 인솔하러 갑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편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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