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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18화 (51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18화

3대 네크로맨서 학교 중 가장 많은 관중이 모여든, 이번 모이란의 '수로 경기장'.

실제로 물이 흐르는 수로와, 그 위를 지날 수 있는 수많은 다리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 경기장의 중앙에 카미바레즈와 모이란 측 선수인 알리자린이 몸을 푸는 중이었다.

'첫 순서가 카미라니. 긴장 많이 할 텐데.'

시몬은 대기장소에서 뻐근한 어깨를 짚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엄청나게 긴장한 듯한 카미바레즈가 뻣뻣한 동작으로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팔이 옆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수로 몸도 휙 돌아가는 바람에, 아코 하고 제자리에 풀썩 엎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관중석 곳곳에서 작게 웃음 짓는 소리가 들렸다.

"크윽, 귀여워어!"

메이린이 옆에서 쫑알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잘해봐라! 키젠!"

"열심히 해!"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모이란은 앞선 알란드와 시에라처럼 한쪽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나 상대편 학생에 대한 무지막지한 야유는 없었다.

우리 팀이 이기는 게 좋지만, 그래도 둘 다 열심히 하자 같은 분위기.

아무래도 경기장에 일반인들이 섞여 있고, 학교 분위기가 온화하단 점이 한몫하는 것 같았다.

"시몬, 최근에 카미가 전투하는 거 본 적 있어?"

메이린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시몬은 '음' 하고 옆머리를 긁적였다.

"최근엔 못 본 것 같은데."

"하여튼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미간을 좁히며 그렇게 중얼거린 메이린이 앞을 보았다.

"카미의 배틀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야. 우선 첫 번째는 적에게 유효한 상처를 입혀놓고, 대출혈 마법을 쓰는 거."

"대출혈 마법. 기억나지."

적의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철철 쏟아지게 하는 우르슬라 특유의 흉악한 흑마법.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편입평가전에서는 유효한 상처를 입히는 게 어려워. 방호수트는 우리가 1학년 때 쓰던 구식과 동일해. 그냥 전신을 통으로 배리어로 보호하는 그거 있잖아."

"그렇겠네. 상처를 주려면 배리어 게이지부터 0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러니 두 번째가 핵심."

메이린이 가느다란 검지를 착 세우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카미가 쓰던 흑마법 기억나? 막 피가 회오리처럼 일어나는 그거."

"기억해. 블러드 스톰이랬나?"

"응응. 그거. 그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할 시간까지 카미가 버틸 수만 있다면 승률은 90%까지 올라가. 카미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타입이니까."

거기까지 분석을 마친 메이린이, 카미바레즈의 상대인 알리자린을 바라보았다. 깎은 것처럼 뾰족뾰족한 턱과 코, 그 위에 하나로 합쳐진 기다란 선글라스를 쓴 남학생이다.

"근데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 물이 많은 홈 어드밴티지를 살릴 건 확실한데 카미랑 같은 혈류술사? 어떤 식으로 싸울지 이미지가 잘 안 그려져."

그녀의 말대로, 이번 매치는 둘 다 같은 혈류학 전공이었다. 물론 상대는 모이란의 편입생이니, 틀림없이 이 경기장에서 유리한 기술을 준비했을 것이다.

"양 선수 악수."

몸 푸는 시간이 끝나고, 심판의 외침에 두 학생이 만나서 악수를 했다.

딸칵-

알리자린이 선글라스를 열었다.

알고 보니 선글라스 알이 위로 올라가는 디자인이었다. 그 너머로 흰자가 대부분인 부리부리한 삼백안이 보였다.

"......우르슬라라."

한번 보면 꿈에 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눈이었다.

악수하던 카미바레즈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웃어 보였다.

"자, 잘 부탁드려요오."

알리자린은 인사도 받지 않고 차갑게 등을 돌려 돌아갔다.

손을 든 채 뻘쭘하게 있던 카미바레즈가 다른 손으로 꼬옥 감싸며 가슴에 댔다. 그러고는 풀죽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총총총 돌아갔다.

"저게 감히!"

발끈한 메이린이 안전 펜스를 마구 흔들며 악을 질러댔다.

"우리 카미한테 매너 없이 뭐 하는 짓이야! 너 키젠에 돌아가서 봐!"

'......엄마냐.'

시몬이 쓰게 웃었다.

이내 카미바레즈와 알리자린이 거리를 벌리고 섰다. 마지막으로 제인과 모이란 측 교수가 학생들에게 다가가 간단한 코칭을 시작했다.

모이란 측 교수는 기술적인 코칭을 했지만, 제인은 멘탈 코칭이었다.

"막상 싸우면 잘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긴장한 게 눈에 보입니다."

제인이 카미바레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부담감을 내려놓으세요. 카미바레즈 서기."

"그, 그게 잘 안 되는...... 죄송해요 교수님."

"이번 경기의 결과는 머릿속에서 비워도 좋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다음 경기들은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이겨줄 테니까요."

카미바레즈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시몬과 메이린 쪽을 보았다.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후회 없이 실력을 발휘해야, 나중에 친구들 앞에서도 홀가분하겠죠?"

제인의 그 말에, 흔들리던 카미바레즈의 동공이 비로소 바로잡혔다.

"네! 감사합니다!"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돌려 관중석으로 돌아왔다.

"그럼, 모이란 편입평가전. 모이란의 알리자린 자크 학생과,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학생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이 팔을 옆으로 치켜세웠다.

"경기 시작!"

쏟아지는 관중석의 함성과 함께, 카미바레즈와 알리자린은 동시에 흑마법을 준비했다. 곳곳에 수로 같은 장애물이 많은 만큼, 초반부터 마투로 맞붙는 일은 없었다.

키이잉!

카미바레즈가 피를 짜내어 몸에 붉은 마법진을 그렸다.

그 모습을 본 메이린이 눈을 빛냈다.

"역시! 카미는 블러드 스톰으로 가려는 것 같네."

"그러게."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럼 상대는......."

상대인 알리자린은 현란한 동작으로 마법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래 경기 시작 전에 마법진을 쌓고 오는 건 금지지만, 칠흑을 쓰지 않아도 몸에 남는 '영속 마법진'의 경우는 허용된다.

몸의 영속 마법진을 연달아 켜고, 중앙에 마법진을 그려 모든 흑마법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가 등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가장 가까운 수로였다.

콸콸-

투명한 호숫물이 수로를 따라 힘차게 흐르고 있다.

알리자린은 그 위에 손가락을 쭉 뻗었다. 손톱으로 상처를 냈는지, 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져 수로에 닿았다.

화아아아아악!

그러자 수통에서 번져나가는 물감처럼, 수로의 모든 물이 다홍색으로 물들었다. 그가 지휘자처럼 팔을 흔들자 다홍색 물들이 서서히 공중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

블러드 스톰을 준비하던 카미바레즈가 당황한 얼굴로 물러섰다.

"내 피는 주위의 물을 조종해."

다홍색 파도가 물결치며 알리자린의 지휘에 따라 움직였다.

"모이란에서 쌓아온 이 힘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라. 우르슬라!"

<블러드 웨이브>

쏴아아아아아!

다홍색 물줄기가 정면으로 뻗어 나갔다. 엄청난 양에 메이린이 입을 벌렸다.

"아니, 뭔데! 저게 블러드 웨이브라고?"

혈류술사라면 누구나 쓰는 주력 흑마법. 그러나 주위의 물을 동원하니 그 양이 달랐다.

카미바레즈도 두 손에 마법진을 그리고 교차시킨 다음, 앞으로 쭉 내뻗었다.

<블러드 웨이브>

그녀의 손바닥에도 똑같은 혈류마법이 쏘아져 나갔다.

우르슬라 가문의 피로 만든 블러드 웨이브는 알리자린의 블러드 웨이브를 가볍게 박살 내며 뻗어 나갔지만, 무수한 알리자린의 블러드 웨이브가 연달아 부딪히더니 끝내 카미바레즈의 기술이 파괴되었다.

시몬이 다급히 외쳤다.

"피해! 카미!"

카미바레즈가 등을 돌려 칠흑을 밟고 달렸다. 다홍색 물결이 파도처럼 쏟아져 주위를 피바다로 만들며 뒤엉키고 넘실거렸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쏴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

측면의 수로에서도 다홍색이 된 물줄기가 올라오더니 카미바레즈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즉시 방향을 꺾어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면서, 검지를 세워 권총처럼 말아쥐었다.

<혈류탄>

그녀가 발사한 피의 탄환이 파도의 전면을 무지막지만 힘으로 무너뜨렸지만, 이내 2차와 3차 웨이브가 몰아치며 복구했다.

카미바레즈는 다시 뒤돌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역시!"

초조한 얼굴의 메이린이 두 손을 맞잡은 채 콩콩 뛰었다.

"아무리 우리가 키젠이라도, 같은 2학년인데 홈 어드밴티지가 너무 커! 무한으로 물을 공급하는 건 너무하잖아!"

시몬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리자린의 다음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알리자린은 계속 자신의 피를 수로에 떨어뜨리면서 점점 더 많은 물을 자신의 피로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아, 카미가!"

메이린의 외침에 시몬의 시선이 얼른 카미바레즈 쪽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다홍색 파도를 이끌고 역으로 알리자린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설마 마투로? 아니!'

그녀의 손에 칠흑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알리자린이 팔을 휘젓자, 정면에서도 다홍색 파도가 몰아쳤다.

"하아앗!"

그녀는 용감무쌍하게 몸을 던졌다. 특유의 작은 체구로 파도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오다니, 한쪽 무릎을 꿇고 팔을 세웠다.

<블리딩(Bleeding)>

그녀의 손에서 회심의 혈류계 저주가 쏘아져 나갔지만, 알리자린은 기다렸다는 듯 능숙하게 <캔슬레이션>으로 맞받아쳤다.

아아아!

지켜보던 메이린이 아쉬움에 몸서리쳤다.

"저 자식! 저주 대처도 완벽해!"

강적이다. 좀처럼 빈틈을 찾아볼 수 없다.

시몬은 자신이 상대하게 됐어도 애 좀 먹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블러드 실크>

카미바레즈가 손가락의 피로 양탄자를 만들고는 그 위에 올라탔다. 피의 양탄자는 공중에 살짝 떠서 고속비행했다.

2학년이 되니 이런 기본기의 응용력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

그 뒤를 다홍색 바다가 주위의 모든 장애물을 집어삼키며 뒤쫓았다.

카미바레즈는 간발의 차이로 파도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며 벌떡벌떡 일어나 고함을 내질렀다.

'카미는 분명,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시몬이 턱을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슬아슬 잘 도망치고 있던 카미바레즈의 정면의 수로에서, 갑자기 다홍색 파도가 벽처럼 일어났다.

"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는 상대의 홈이다. 모이란 학생들은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물론, 이 경기장의 지형지물도 완전히 꿰차고 있다.

파도는 그녀의 몸을 집어삼킨 다음, 그대로 바닥에 강하게 내다 꽂으며 쏴아아 흩어졌다.

물에 홀딱 젖은 그녀가 콜록콜록 힘겹게 기침을 하며 입에서 물을 쏟는 모습이 보였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 78%]

[알리자린 자크 : 100%]

"카미이!"

메이린이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그나마 방금은 파도에 떠밀린 곳이 평지라 운이 좋았고, 계속 쓰러져 있을 틈도 없었다.

주위로 다홍색 파도가 끝없이 다가왔다.

카미바레즈는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칠흑을 밟고 달렸다. 머리카락과 교복까지 흠뻑 젖은 상태라 몸도 무거워 보였다.

타앗!

"흡!"

그때 그녀가 다리의 난간을 밟고 공중으로 몸을 힘차게 띄웠다. 파도가 그 뒤를 따라왔다.

카미바레즈는 고공에서 손가락을 권총처럼 말아쥐고는 저 멀리 알리자린을 향해 겨누었다.

'혈류탄인가!'

그 모습을 본 알리자린이 파도를 자신의 앞으로 일으켜 벽을 쳤다.

그때 양손으로 말아쥐고 있던 카미바레즈의 왼손이 오른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마치 화살을 붙잡아 당기듯, 왼손이 움직일 때마다 마법진의 형상 또한 뒤로 당겨지며 크기가 커지고 수식이 변환되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3차원 마법진!'

<카미바레즈 오리지널 - 블러드 체이서>

특별한 발포음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명령에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간 붉은 실선이 순식간에 알리자린의 파도벽에 부딪혔다.

탄환은 파도의 벽을 단번에 뚫어내며 복부에 틀어박혔다.

"커헉!"

붉은 기운이 맹렬하게 꽂히는 임팩트와 함께, 알리자린이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넘어갔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 78%]

[알리자린 자크 : 66%]

와아아아아아아!

카미바레즈에게 몰입하고 있던 관중들이 환호했다. 그녀를 뒤쫓던 파도들도 알리자린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것으로 무뎌졌다.

무사히 바닥에 착지한 그녀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알리자린도 복부를 움켜쥔 채 계속 파도들을 이끌었다.

야아아!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카미바레즈의 득점이다. 메이린이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환호했다.

"저격! 저격에 성공했어! 힘내 카미!"

시몬도 숨죽여 환호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2학년이 된 이후로 처음 보는 학생회 멤버들의 전투였지만, 그 격은 한 차원 달라져 있었다.

'역시, 다들 계속 성장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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