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32화
다음은 린&룬 교수의 장송학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실외 훈련장에 열을 맞춰 섰다. 그 앞에는 조교진과 쌍둥이 교수가 서 있었다.
"오늘은 구울의 장송을 배워볼 거야!"
"이전 이론수업에서 이야기했지만, 귓구멍이 막힌 아가들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설명해 줄게. 린한테 감사한 줄 알아!"
"아니야! 룬한테 감사해야지!"
잠시 투닥거리며 싸우던 쌍둥이들이 손바닥을 맞잡고 흑마법을 일으켰다. 허공에 소환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게 너희들이 배운 구울 마법진이야."
"신기하지?"
마치 홀로그램처럼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기에 모든 학생들이 다 볼 수 있었다.
린이 손짓하자 마법진 곳곳에 해당 메인 룬어와 수식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시몬도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오오옷-!
뒤에서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지, 진짜로 에이션트 언데드가 수업하고 있어! 당연히 편입생 놀려먹는 뻥이라고 생각했는데!"
벤즈가 시몬의 어깨 오른쪽에서 휙 튀어나왔다.
"와! 마법진이 막막 커져! 어떻게 하는 거지?"
이번에는 왼쪽으로 휙 움직였다.
"키젠은 원래 조교를 이렇게 많이 붙여주는 거야? 우리 학교는 고작 두 명에서 세 명인......."
"학생."
보다 못한 조교 한 명이 인상을 굳히며 입술에 검지를 올렸다.
벤즈가 즉시 입술을 다물며 조용해졌고, 시몬도 다시 쌍둥이의 설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모두들 알다시피, 장송은 언데드를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흑마법이야."
"그리고 구울에게 가능한 '장송'은 하나뿐이지."
오른쪽의 쌍둥이 교수, 룬이 손가락을 펼치더니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을 그리듯 그었다.
스르륵-
그러자 마법진에도 칠흑으로 이루어진 긴 선이 마법진을 통과해 그려졌다.
"무, 무슨 짓을?"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힘들게 만든 소환마법진을 선을 그어 갈라버린 것이다.
"구울은 언데드 주제에 생체능력이 메인인 조금 특이한 언데드거든!"
"이게 바로 구울 마법진에 걸 수 있는 유일한 장송이야!"
"이 기술을 처음 개발한 네크로맨서, '리노'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 '리노의 황금선'이라고 불러."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마법진을 선으로 그어서 망치는 게 장송이라고?
그때 린과 룬이 사뿐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걸어와 마법진의 좌우에서 섰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선은 일직선으로 그은 게 아니야."
"여기 '오움(OM)'에서 시작해서, 메인 룬어의 테두리를 스치고, '렉스(Lex)'에서 빠져나오지."
"직선이 아니라 살짝 굽은 S자라고 해야 할까?"
그때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코이터 피즌입니다! 저렇게 하면 마법진이 망가져서 구울도 못 쓰게 되지 않을까요?"
"맞아. 망가져."
학생들은 더 혼란에 빠졌다.
"설명을 끝까지 들으라니까 아가들!"
오른쪽의 룬이 웃으며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기자, 마법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신기한 거 보여줄게. '오움'으로부터 시작해서 칠흑으로 선을 그으면-"
왼쪽의 린이 손가락을 그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화면의 마법진도 따라 움직였다.
"아!"
"칠흑이!"
완벽한 밸런스를 맞추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던 마법진의 모든 칠흑이, 그녀가 그은 칠흑의 선으로 모여서 흐르기 시작했다.
단순한 선이 아니라, 회로를 만든 것이다.
"오움, 리르, 볼드, 렉스. 각자 흐르던 강줄기들이 마지막엔 바다로 모여들듯, 모든 칠흑이 이 선을 통과할 거야."
쌍둥이는 더욱더 선을 길게 그어갔다.
그녀들의 선이 마지막 '렉스'라는 지점을 통과해 마법진의 테두리를 빠져나오는 순간.
콸콸콸-!
대량의 칠흑이 밖으로 뿜어져 나와 구울의 전신으로 전달된다.
"이게 바로 '리노의 황금선'을 사용한 구울의 강제폭주."
"이 장송의 효과를 받은 구울은 평소의 3배에서 4배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해."
그녀들은 미리 꺼내놓은 구울로 시범을 보였다.
아까부터 폴짝폴짝 잘 뛰어놀고 있던 구울.
칠흑을 보내, 구울의 두개골에 그려진 마법진에 선을 긋는 순간, 구울은 괴성을 질러대며 잔상이 남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공터를 뛰어다녔다.
오오-!
구울이 팔을 휘두르는데 무슨 나무 한 그루가 쩍!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폭주한 구울이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조교들은 익숙하다는 듯 나무를 받치거나 기물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떠들썩해졌다.
"저게 진짜 구울의 움직임이야?"
"대박인데."
두 쌍둥이 교수가 손바닥을 펼치며 '멈춰!' 하고 소리치자 구울이 마침내 멈춰 섰다. 그러나 힘을 주체할 수가 없는 듯, 멈춰서도 몸을 간헐적으로 꿈틀! 꿈틀!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세라즈 미켈입니다!"
5위인 아세라즈도 놀랐는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하지만 저렇게 칠흑을 쏟아내 전신을 강화하면 구울은......."
"맞아."
학생들의 시선이 뒤늦게 허공에 펼쳐져 있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순환해야 하는 칠흑이 일방통행으로 빠져나간 뒤, 마법진은 시든 꽃처럼 생동감이 사라지며 말라붙었다. 수식에 이어 마지막으로 메인 룬어까지 말라 죽는 것으로, 마법진 전체가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방금 두 쌍둥이 교수가 다루던 구울도 자리에 멈춘 채 굳어가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언데드로서도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다들 봐서 알겠지만!"
"리노의 황금선은 구울의 희생을 각오한 폭주기야."
시몬이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구울 버전의 시체폭발 같은 느낌인가.'
좀비의 바로 상위 티어의 언데드가 구울이다. 사실상 같은 계열의 언데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좀비의 시체폭발이 소환마법진에 과부하를 일으켜 폭탄처럼 만들어 터뜨리는 기술이라면, 구울의 장송은 소환마법진을 말라붙게 하는 대신 잠시 동안 힘을 대폭 강화시키는 형태였다.
"구울은 좀비처럼 지천에 널린 언데드가 아니니까, 네크로맨서 사이에서도 리노의 황금선이 호불호가 있는 건 사실이야."
린이 말했다.
"하지만 구울보다 강한 난적을 상대하는 경우, 상대의 머릿수가 많을 경우, 허무하게 적의 칼날에 구울을 잃는 것보다는 구울을 강화해 그 난적을 줄이는 게 더 합리적이지."
룬이 말했다.
아주 네크로맨서다운 사고방식에, 학생들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실습으로 넘어갈까!"
바로 튀어나오는 쌍둥이 교수의 '실습 선언'에 곳곳에서 아우성이 튀어나왔다.
"자, 잠깐만요! 연습은 없나요?"
"하다못해 종이 같은 거에 그리기라도!"
"키젠에 연습이 어딨어!"
쌍둥이 교수가 악동처럼 히히히 웃었다.
"바로 실전에-"
"들어갈 건데에!"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교 일곱 명이 진지한 얼굴로 학생들의 앞으로 나왔다. 학생들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설명해! 수석!"
"예, 교수님들."
수석조교가 쌍둥이들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근엄한 눈으로 학생들을 보았다.
"지금부터 실습의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일곱 명의 조교들은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을 하나씩 꺼냈다.
보통의 스켈레톤과는 달랐다. 뼈는 살짝 보라색이 감돌았고. 갑옷을 입었으며, 한 손에는 도끼를 들었다.
"여러분은 이전 수업에서 확보한 '구울'만으로 키젠의 '개조 스켈레톤'을 상대해야 합니다."
구울과 스켈레톤의 대결이라.
학생들의 집중력이 바짝 올라갔다. 허리를 굽히거나, 까치발을 들기도 했다.
"실습은 오로지 구울과 개조 스켈레톤의 1:1 교전만을 허용합니다. 여러분의 구울이 개조 스켈레톤을 파괴한 경우, 실습을 종료합니다. 여러분의 구울이 먼저 파괴된 경우, 새로운 구울을 꺼내서 재대전합니다. 이 과정은 개조 스켈레톤이 파괴될 때까지 반복합니다."
학생들이 급격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걸 파괴할 때까지 계속한다고?'
그때 쌍둥이 교수들이 손을 잡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Pass or Fail! 이 수업의 패스 조건은 하나. 구울로 개조 스켈레톤을 파괴했을 때!"
린이 말했다.
"Pass or Fail! 이 수업의 탈락 조건도 하나. 더 이상 아공간에서 꺼낼 구울이 없을 때!"
룬이 말했다.
비로소 모든 룰을 이해한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하, 이전의 수업들과 다 연결되어 있는 거구나.'
재료학 시간에 구울을 많이 확보한 사람일수록 실탄도 많을 테니, 이번 수업을 패스하기 유리해진다.
물론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울은 전 수업 때 확보한 구울뿐이었다. 그런 구분을 위해 구울의 몸에 마나도장을 찍어준 거였다.
하지만 키젠은 여기서 한술 더 떴다.
"그리고 이번 수업까지 패스하고 남은 구울들로, 여러분은 마지막 시험이자 실전 수행평가를 치르게 됩니다."
"아......!"
결론은, 재료학에서는 많은 구울을 확보하고, 장송학에서는 구울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마지막 시험에서 유리하단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팁을 하나 드리자면-"
수석조교의 입꼬리가 돌아갔다.
"이 개조 스켈레톤은, 일반적인 구울로는 이길 수 없는 사양입니다. 이상입니다."
시몬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말은 즉.
'장송을 써서 이기란 거지?'
그것도 연습 없이 바로 실습에서 깨우쳐야 했다.
설명을 듣던 편입생 벤즈는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키, 키젠은...... 원래 이렇게 수업이 좀 빡센가?"
* * *
"모두 그대로 자리에 앉아!"
"지금부터 흑마법이나 칠흑 쓰는 거 금지!"
쌍둥이 교수들의 지시에 학생들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흑마법도 쓰지 못하게 막아버렸으니 허공에 열심히 대각선을 그리며 필사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장님처럼 허공에 손을 긋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나온 행동이지만, 사실 이걸로 감을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호명하는 학생들부터 앞으로 나오시겠습니다."
수석조교가 출석부를 들고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불렀다.
"첫 차례는 안 돼. 첫 차례는 안 돼. 첫 차례는 안 돼."
토토가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시몬과 로레인은 이번 실습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몬 폴렌티아."
그때 조교가 이름을 불렀다.
시몬도 첫 차례의 7명 중 하나였다. 그는 상관없다는 듯 자리에 훌쩍 일어났다.
"으아악! 시몬!"
토토가 덜덜 떨었고.
"침착하게 잘하고 와."
로레인은 빙긋 웃었다.
시몬은 두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다들 긴장감과 압박감에 표정이 썩어들어 가고 있는 와중에, 세르네는 하품하며 졸린 눈으로 시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역시나 마이웨이다.
"헥토르 무어."
마지막으로 불린 이름은 헥토르였다. 오밀조밀 쪼그려 앉아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커다란 산언덕이 솟아올랐다.
이내 일곱 명의 학생들이 일렬로 조교들의 앞에 섰다. 첫 차례라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음.'
시몬의 눈에 긴장감이 일렁였다.
하필이면 조교들 중에서도, 그 무서운 분위기의 수석조교가 시몬의 상대였다.
그리고 수석조교 앞에 서 있는 개조 스켈레톤.
조금 특이한 외형이다.
스켈레톤의 몸 곳곳에 가시가 삐쭉삐쭉 솟아 있는 게 어떤 언데드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장한 갑옷도 튼튼해 보이고, 손에 든 도끼는 흉악하다.
'구울로는 이길 수 없는 사양이라고 했지?'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옆 자리에 있던 헥토르가 손을 들었다.
린, 룬 교수가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응, 거기."
"질문 있어?"
헥토르가 팔을 내렸다.
"헥토르 무어입니다. 반드시 장송을 사용해서 이겨야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스타트라인에 선 학생들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장송을 써야만 이길 수 있는 언데드를 상대로, 장송을 쓰지 않고 이겨도 되냐는 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흐흥-"
하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질문이었던 건지, 린과 룬 교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패스 조건은 구울로 개조 스켈레톤을 파괴할 것."
"저걸 파괴할 수만 있다면 패스로 쳐줄게. 장송을 쓸 필요가 없을 만큼 언데드 컨트롤이 탁월하단 의미니까."
"예, 알겠습니다."
헥토르는 가볍게 띄운 주제였지만, 뒤쪽에 앉아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야, 들었어? 꼭 장송 안 써도 된다는데?"
"이제 쫌 희망 보인다."
"한두 마리쯤 간 봐볼까."
학생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는 사이, 시몬은 쓴웃음을 흘렸다.
'함정이네.'
이제 학생들은 무조건 장송을 써야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장송을 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지가 생겼다.
누가 봐도, 지금 당장 실습에서 리노의 황금선을 체득해 긋는 건 어려워 보인다. 막연히 피하고 싶은 과제다.
시몬은 장담했다. 헥토르는 운은 저렇게 띄워놓고, 무조건 첫 시도부터 장송으로 갈 거라는 걸.
'쯧.'
그리고 동시에, 시몬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본 헥토르는 혀를 찼다. 주위의 다른 학생들만 눈을 굴리고 있었다.
"전 학생, 구울을 꺼내주십시오."
그때 수석조교가 말했다.
학생들이 일제히 팔을 움직이며 아공간을 열었다. 시몬도 아공간을 열고 구울을 꺼냈다.
'처음엔 너다. 잘 부탁해.'
착-
시몬의 첫 구울이 앞으로 나와, 스켈레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수석조교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구울과 개조 스켈레톤을 중심으로 바닥에 직사각형의 선이 그어지며, 작은 간이 경기장이 만들어졌다.
"이 경기장 선 안에서는 구울로 뭐든지 해도 됩니다. 대신, 구울이 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저주로 붙잡아 처형하겠습니다."
선을 나가면 아웃이라는 소리.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낮췄다.
"그럼 첫 번째 팀!"
"준비됐지?"
린과 룬이 깍지낀 손을 아래로 내리며 소리쳤다.
"실습!"
"시작이야!"
스타트 라인의 학생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일곱 기의 구울이 조교들의 개조 스켈레톤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