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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36화 (53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36화

-10조 : 시몬 폴렌티아.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그 이름이 들어왔다.

아직 뽑히지 않은 학생들은 극도로 긴장했다. 로레인은 눈에 힘을 주었고, 세르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혓바닥을 달싹이고 있었다.

10조의 A그룹은 시몬 폴렌티아.

그리고 다음, B그룹의 상자 속으로 조교가 손을 넣었다.

이런 방식의 조 구성일 경우, 상위권 학생인 B그룹이 누구인지도 매우 중요했다. 시몬 다음으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선정될 차례였다.

착.

조교가 공을 넘겼고, 수석조교가 그것을 받아들며 이름을 써내려갔다.

-10조 : 시몬 폴렌티아, 에슈 아르젤.

"됐다아아아아아아!"

난데없이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

학생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여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한 여학생이 놀라운 속도로 시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최고야! 최고의 카드를 뽑았어! 아싸아-!"

엄청난 텐션이다.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며 무안한 웃음을 흘렸다.

'누가 온 거지?'

잘 익은 감귤색 머리카락, 네크로맨서 느낌이 나는 특이한 포인트가 있는 머리핀.

짧은 스커트와 넥타이. 품을 줄인 교복.

발랄하고 활기 가득한 분위기가 넘치는 그녀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예이- 예이이-!

벌써 수행평가 최고점을 받은 사람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던 여학생이, 단번에 시몬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잘 부탁해, 회자앙! 내 소개는 안 해도 되지?"

시몬이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참! 모른 척하긴, 신고식 때 3학년 선배들이 다리를 무너뜨릴 때 날 구해줬고, 네가 뼈 접착제도 빌려줬잖아."

"아."

아직 서로 소개를 주고받진 않았지만 얼굴은 익숙하고, 밖에서 만나면 '같은 반 애다.' 하고 알아보는 정도의 느낌인 데면데면한 포지션.

"에슈 아르젤이라고 해!"

그녀가 뒷짐을 진 채 환하게 웃었다.

활기 넘치고 에너지가 폭발적인 성격인 것 같다.

"시몬 폴렌티아야. 잘 부탁한다."

시몬이 손을 내밀자, 그녀가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그러곤 '오~'하고 묘한 미소를 짓더니 시몬의 손을 맞잡았다.

'B그룹은 이렇게 뉴페이스로 확정이네. 그나저나.'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C그룹이 좀 늦는데?'

밖에서 온 조교가 구슬을 뽑던 조교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흩어졌고, 다시 구슬 뽑기가 재개됐다.

그런데 상자에 손을 넣은 조교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성공.'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르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조교급을 세뇌할 강화 깃털을 만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

그녀는 지금 조교를 정신지배로 조종하고 있었다.

조교는 상자에 손을 넣은 채 빙빙 돌렸다. 로레인조차도 시몬의 조원이 선정되는 긴박한 상황이라 눈치 못 챈 듯,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앞만 보고 있었다.

'반드시 내 이름을 뽑아 시몬의 조에 들어가겠어. 일단은 흑마법으로 상자 안의 시야를.......'

"말해두지만."

터억.

아론이 연단에서 내려와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번 조편성은 공정하게 전체 무작위로 정해진다."

그가 조교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조교의 동공에 빛이 돌아왔다.

세르네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고, 아론은 무심한 얼굴로 그녀 대신 상자에 손을 넣었다.

"놓아라. 내가 뽑겠다."

"아, 네. 교수님."

조교가 물러섰고, 아론이 상자 안에서 구슬을 뽑아 들고 말했다.

"로레인 아크볼드."

와아아!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석조교가 그 이름을 받아 적고, 10조의 C그룹으로는 287위의 로레인이 확정되었다.

"어서 와 로레인!"

시몬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와! 진짜? 실화야? 네프티스 님의 딸이 우리 조에 왔다아아아!"

에슈도 방방 뛰었다. 로레인은 다소 머쓱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 안녕. 다들 잘 부탁해. 같이해서 기쁘네."

"기쁘다면서 표정이 왜 그래?"

시몬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발끝을 보았다.

"너랑 같은 조가 된 건 당연히 좋지. 이능이 봉인되기 전이라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소리야."

겸손한 이야기였다. 그녀의 포텐은 여전히 학과의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나도 최선을 다해 도울게."

"응, 열심히 할게."

시몬은 슬쩍 뒤를 보았다.

고오오오오오-!

세르네가 분노를 불태우며 로레인의 등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로레인은 상대해 주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등을 보였지만, 승자의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예이-! 좋다 좋아! 우리 조는 완전 골든멤버인데? 마지막 D그룹에서 한 명 남았네!"

그렇게 말한 에슈가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 남은 네 명의 남학생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넷 중 두 명은 시몬이나 세르네팀으로 가게 될 테니까.

"누가 됐으면 좋겠어?"

시몬이 에슈를 보며 물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솔직히 고만고만하지~ 다들 D그룹은 누가 와도 상관없다고 말하던데. 나는-"

그녀가 네 명의 남학생 중에 가장 끝에 있는 키 작은 남학생을 보았다.

"데스나이트 소년만 피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10조의 마지막 멤버는 토토 아모리 학생입니다."

아아아아아아!

토토가 감격에 울먹이면서 달려와 시몬을 와락 끌어안았다.

"1/4 뚫었다! 으흐흑! 나만 남겨질까 봐 걱정했어!"

"어서 와, 토토."

시몬이 웃으며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로레인도 반겨주었고, 에슈는 멋쩍게 고개를 돌렸다.

"어, 너는 그......!"

토토가 뒤늦게 에슈를 보며 말했다.

"소환 재료학 수업에서 날 구해준!"

"응. 안녕~"

에슈가 손을 흔들었다.

사상 최초로 구울에게 맞아 죽을뻔한 토토의 모습을 본 충격이 워낙 컸지만, 그래도 시몬이 커버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해? 아세라즈."

같은 조원의 물음에, 아세라즈는 냉정히 고개를 돌렸다.

"철저한 시몬 폴렌티아 원맨팀. 우리 적수는 아냐."

헥토르 또한 시몬의 10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네프티스의 딸이 시몬 놈에게 들어간 건 뼈아프군."

"그런가?"

친구인 피에르 버클러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소문으로는 이능이 봉인됐다고 하던데. 그럼 그냥 평범한 수준 아닌가?"

"......피를 우습게 보지 마라. 피에르."

헥토르가 커다란 덩치를 일으켰다.

"저 여자의 재능이 만개하기 전에 격차를 벌려놔야 한다. 이번 시험이 중요해."

* * *

이것으로 다른 모든 조가 정해졌다.

시몬 다음으로 모두가 주목하고 있던 세르네의 경우, 시몬의 동아리 동기인 피츠제럴드가 A그룹으로 있는 11조에 들어갔다.

허리에 책을 낀 채 안경을 누르며, 피츠제럴드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하-"

퍽!

깃털이 뒷덜미에 꽂힌 피츠제럴드가 손을 내민 자세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졌다.

"저렇게 될 줄 알았지."

"......함부로 말 걸지 말라니까."

같은 조원들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세르네의 표정은 무척이나 험악했다.

'설마 교수가 직접 내려와서 간섭할 줄은 몰랐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중요한 건, 키젠과 상아탑 어느 세력이 시몬을 영입할 것인가다. 반드시 시몬과 같은 조에 있다고 영입전에서 유리한 건 아니다.

그녀의 시선이 시몬과 이야기하는 로레인에게로 향했다.

'인생 전체에서 가장 허약한 시점에서 시몬을 만나게 됐네? 계속 그렇게 발목을 잡아주길 바랄게. 이빨 빠진 호랑이.'

조 선정을 마치고 잠시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시몬의 10조도 쪼그려 앉아서 이런저런 자기소개를 나누고 있었다.

"시몬 폴렌티아라고 해. 학생회장을 맡고 있고, 주특기는 소환마법 전반이지만 스켈레톤을 이용한 복원기는 특히 자신 있어."

에슈가 '당연히 알지!'를 연발하며 분위기를 마구 띄웠다. 로레인과 토토도 손뼉을 쳤다.

"그럼 다음은 내 차례!"

에슈가 벌떡 일어났다. 벌써부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었다.

"에슈 아르젤이야! 전체 180위고, 주특기는 저주인형!"

세 사람의 표정의 의아함이 깃들었다. 시몬이 대표로 물었다.

"저주인형이 주특기인데 저주학과가 아니라 소환학과야?"

"응. 나는 '저주'보다는 '인형'에 더 특화되어 있거든."

그녀가 손짓하자, 주위의 다량의 소환마법이 그려졌다.

퐁!

퐁!

그러자 마치 동화 속 아기 정령을 연상케 하는 반투명한 인형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캐릭터처럼 짜리몽땅했지만 이목구비가 있었다. 그래도 인형은 인형인 듯, 등 뒤에 잘 안 보이긴 하지만 실로 꿰맨 자국이 보였다.

꺄르륵!

꺄륵!

자기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면서 뛰어놀고, 에슈의 머리 위에 올라가 쿨쿨 자기도 했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로레인의 눈이 엄청나게 번쩍번쩍했지만, 이내 흠 하고 얼굴을 붉히며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시몬은 진지한 눈으로 팔짱을 꼈다.

'가문 고유 흑마법. 저주와 연계할 수 있는 소환수구나.'

"자,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에슈가 흑마법으로 문을 만들자, 인형들이 꺄르륵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작은 아이들도 있고, 엄청나게 큰 아이도 있고. 나중에 제대로 보여줄게."

"기대되는데."

일반적으로 저주인형은 상대에게 저주를 걸어놓고, 그와 이어지는 매개체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상대와 저주인형에 '라이프 링크' 흑마법을 걸어놓고, 인형을 못으로 찔러 상대에 피해를 주는 식이다.

하지만 아까 했던 에슈의 말대로, 그녀는 저주보다 소환과 컨트롤 쪽이 더 특화된 것 같았다. 1학년 후반에 저주학과와 소환학과를 저울질하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지만, 결국 소환학과를 선택했다.

소환학과에서 이런 타입은 귀하다.

저주에 능한 네크로맨서는 어떤 전장에서도 늘 제 몫을 하고, 높은 범용성을 자랑한다. 앞으로 기대할 만한 전력이었다.

"그럼 다음은."

모두의 기대 어린 시선이 로레인에게로 향했다. 로레인이 밤하늘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로레인 아크볼드. 작년 석차는 287위였어. 주특기는...... 1인 소환수 컨트롤과 칠흑 전개."

이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시몬은 속으로 격려를 보냈다.

에슈가 와아아! 손뼉을 치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믿어요! 믿어요! 믿을게요! 로레인 님! 같은 조가 돼서 기뻐요! 잘 부탁해요!"

로레인은 이런 취급이 익숙한 듯 한숨을 쉬었다.

"같은 2학년끼리 '님'자 안 붙여도 돼. 편하게 평대해도 괜찮은데."

"저 기억 안 나요?"

에슈가 갑자기 제 가슴을 가리키며 고개를 쭉 내밀었다. 로레인이 등을 뒤로 기울이며 눈을 깜빡였다.

"소환학과에서 처음 보는 거 아냐?"

"아닌데요! 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그녀가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어릴 때는 로레인 님도 아니고, 아예 주인님이라고 불렀는데."

"......!"

이건 또 무슨 폭탄선언이란 말인가.

시몬과 토토가 얼굴을 붉히며 로레인을 보았다. 그녀도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에슈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더니 입을 벌렸다.

"잠깐! 설마 어릴 때......!"

"네! 잠깐 로레인 님의 저택에서 비정규직이지만 메이드로 일한 적 있거든요!"

에슈가 아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엄청 어릴 때 이야기고 철들 즈음엔 그만뒀지만, 그때 죽음의 마녀님의 저택에서 일하면서 좋은 기운을 무럭무럭 받아 저도 네크로맨서가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해서 매번 감사하고 있어요!"

"이제 기억나! 유일한 내 또래 메이드가 갑자기 이사 가는 바람에 작별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어!"

두 소녀가 손을 맞잡고 마구 추억담을 쏟아냈다. 잠시 뒷전으로 밀려난 시몬과 토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여기서 소꿉친구가 재회하다니, 끼어들 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고생했겠다.'

시몬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에슈를 보았다.

평민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고, 혹은 몰락귀족의 자제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렇게 반듯하게 자라서 키젠에 들어오고 활기차게 웃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았다.

잠시 후, 다시 자기소개 시간으로 돌아왔다.

"나, 난 토토 아모리라고 해!"

토토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부, 부끄럽지만 전체 382위고 시몬과 같은 돌연변이 동아리에 들어왔어. 그리고 주특기는 데스웜을 활용한 지하에서의 급습이야."

시몬이 그를 보았다.

"토토, 원래 기생 언데드 패러사이트(Parasite)를 주력으로 쓰지 않았어?"

돌연변이 동아리 면접 때, 패러사이트를 이용해 개 몬스터들을 다루던 기억이 났다.

"아, 원래는 그랬는데 키젠에서는 애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몬스터로는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패러사이트에서 데스웜으로 넘어왔어."

"그러니까 벌레 특화란 거지? 데스나이트 소년!"

에슈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토토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 별명은 제발 그만해......!"

그녀가 입가에 손을 대고는 남자 목소리를 흉내 내며 외쳤다.

"교수님! 1학기에 듀라한이라면! 다음에는 그걸 만들 수 있는 건가요? 모든 소환술사의 꿈! 데스 나이트(Death Knight)를!"

"으아아악!"

코앞에서 흑역사를 읊어버리자 토토가 시뻘게진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시몬과 로레인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분위기 괜찮은데.'

꼭 한 명씩 있는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학생이나, 지나치게 튀는 스타일도 없고, 제법 팀워크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전원 주목."

그때 아론이 앞으로 나왔다.

"조가 정해졌다고 너무 감정을 쏟을 필요는 없다. 몇 번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1학년의 그 절대적인 조별과제와는 다르다. 새로운 팀 옵션이나 별개의 그룹멤버로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그렇게 알도록."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적인 멤버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쉬는 시간은 끝이다. 이제 시험장소로 이동하겠다."

"네!"

드디어 시작이다.

네 명씩 뭉쳐 있던 모든 학생들이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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