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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37화 (53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37화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대낮인데도 어둑어둑한 하늘, 자욱한 안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대지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보였다.

'여긴.......'

[데스랜드로군.]

피어의 분신이 불쑥 말했다. 시몬이 시선을 내렸다.

'여기가요?'

[음! 그래도 프린스의 저택이 있는 중앙과는 꽤 떨어진 외곽으로 보인다. 좀비 같은 자연형 언데드들은 미리 치워둔 모양이군!]

이곳에는 커다란 마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키젠 본부직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부에서 관여하는 걸 보니 역시 큰 시험인 모양이다.

학생들이 모두 도착하자 아론이 앞으로 나왔다.

"주목. 지금부터 이번 시험의 주제를 설명하겠다."

드르르륵-

조교들이 바퀴 달린 카트를 끌며 다가왔다.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려고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거나 까치발을 들었다.

카트 위에는 세 개의 쟁반이 놓여 있었고, 각자 뚜껑으로 덮여 있다. 조교들이 일제히 그 뚜껑을 들어 올렸다.

"이건......."

"뭐야?"

흙이 묻어 있는 깨진 접시, 도자기 조각 따위가 보였다. 무척 오래된 듯 빛이 바래고 표면이 마모되어 있었다.

"이번 시험의 주제는 '유물 확보전'이다."

유물?

모든 학생들의 눈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시험장의 지면에는 진귀한 유물들이 묻혀 있다. 너희들은 트레저헌터 팀으로 참가하며, 다른 경쟁팀보다 더 빨리, 더 진귀한 유물을 확보해야만 한다."

시몬은 바로 감을 잡고 미소 지었다.

'지면에 묻혀 있다고 했지?'

일단은, 이 시험은 구울의 발달된 후각과 탐지능력을 이용해 땅에 묻혀있는 유물을 찾아내는 종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론이 손에 든 장치를 작동시켰다. 스크린의 전원이 켜지며 커다란 시험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시험장이다. 정사각형의 형태를 이루며, 지금 표시되는 부분이 너희들의 시작장소다."

사각형인 시험장에서 가장자리, 꼭짓점 아래 부근에 네 개의 표시가 깜빡거렸다.

"그리고 시작장소에는 '제단'이라는 구조물이 있다."

이번엔 스크린이 제단의 모습을 비추었다. 커다란 해골이 입을 벌리고 있는 구조물이었다.

"너희들은 구울의 탐지능력을 이용해, 시험장 전역에 파묻혀 있는 '유물'을 손에 넣어 제단으로 가져와야 한다."

이번엔 시험장 전역에 무수한 파란색과 노란색 표시가 깜빡였다.

예시로 보여주는 유물의 위치였다.

"시험이 끝나는 순간, 제단에 들어 있는 유물의 점수를 합산. 가장 점수가 높은 조가 최종승리한다. 그 외의 조들은 각자 순위에 맞는 성적을 받아간다."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레인이 턱에 손을 올렸다.

"생각보다 심플한 룰이네."

시몬도 '그러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유물별 점수다."

시험장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파란색 유물은 1점.

조금 더 희귀한 노란색 유물은 3점.

그리고 각 시작장소의 제단에 빨간색 유물이 있었는데, 이건 15점이었다.

바로 한 여학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아세라즈 미켈입니다! 저 빨간색 유물은 뭔가요?"

"각자 시작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이다."

아론이 담백하게 대답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들 모든 조가 이 15점짜리 유물을 보유한 채 시작한다."

눈치가 빠른 학생들은 바로 알아챘다.

아주 의도적인 장치라고.

"정리하자면, 시험장의 땅에 파묻혀 있는 유물을 찾아내서 본인 진형의 제단에 넣는다. 시험이 끝나는 순간 가장 점수가 높은 조가 최종승리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아론이 팔짱을 꼈다.

"큰 틀은 다 설명했다. 룰 자체는 심플하다만, 늘 그렇듯 키젠의 시험에서는 '세부룰'이 중요하다."

조교들이 기다렸다는 듯 흩어져서 학생들에게 팸플릿을 나누어주었다.

"세부룰을 철저히 숙지하도록. 너희들의 움직임은 모두 본부에서 옵저버로 지켜보고 있다. 룰을 어기는 순간 1회는 경고, 2회는 시험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F 평가와 함께 밖으로 내보내겠다."

시몬도 팸플릿을 받아들었다.

"다음은 시험 매칭이다."

아론이 새로운 화면을 띄웠다. 시몬은 자신의 조 먼저 확인했다.

[1경기 : 1조, 4조, 10조, 13조]

'첫 경기구나......! 거기에.'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려 시몬을 보는 학생이 있었다.

1조의 헥토르였다.

"으아앙! 하필 첫 경기라니!"

에슈가 경망스럽게 콩콩 뛰어다녔다. 그 옆의 로레인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첫 차례도 나쁘지 않다고 봐. 어색하고 갈팡질팡하는 건 우리나 상대나 모두 같은 조건이니까."

"그, 그렇겠죠?"

그때 수석조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30분간 휴식시간입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습니다만, 너무 멀리 나가면 자연형 언데드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말이 휴식시간이지, 30분간의 작전타임이다. 10조 네 사람 모두 잽싸게 이동해서 자리를 잡고 팸플릿을 꺼냈다.

"작전을 짜기 전에 일단 세부룰부터 숙지하자."

"좋아!"

세부룰은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핵심만 훑자면 다음과 같다.

-시험자는 이번 시험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시험자는 오로지 구울에 적용되는 기술만 사용 가능하다.

-시험자는 최대 3기의 구울까지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다. 한번 꺼낸 구울은 아공간으로 돌려보내지 못한다.

-시험자의 구울은 반드시 1기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 네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해."

시몬이 말했다. 토토도 잔뜩 집중하며 팸플릿을 읽어내려가다가 고개를 들었다.

"여, 역시 구울을 평가하는 시험이니까 철저하게 구울만 써야 하는구나."

"그런 거지. 혹시 지금 남아 있는 구울의 수량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나는 9기야."

로레인이 손을 들었다.

"나도 9기."

에슈와 토토가 슬금슬금 말했다.

"4기야. 회장."

"......미안해, 시몬. 3기 남았어."

다른 소환학과 학생들도 평균으로 치면 3~4기 정도 남아 있었다. 하나만 잃어도 바로 전력이 급감하는 셈. 시몬처럼 9기의 이상의 실탄을 보유한 학생은 드물었다.

시몬이 다시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헥토르도 9기야. 구울을 줄이는 게 좀 힘들겠네."

헥토르는 장송학 시간에서 시몬보다 더 많은 구울을 잃었지만, 재료학 시간에 무려 13기의 구울을 보유한 채 시작했다.

에슈도 짠! 하고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저도 하나 제보합니닷! 피에르 버클러의 구울 보유량은 7기입니다!"

이제는 그녀의 오버텐션에 적응한 시몬이 익숙하게 받았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

"어제 밤샘할 때 토크타임에서 주워들었지! 다들 구울 몇 기 남았냐고 막 떠들고 그랬거든. 아, 페이크일 가능성도 있으려나?"

"내, 내가 기록할게."

토토는 수첩을 꺼내 꼼꼼하게 상대방의 예상 구울 수량을 써넣었다.

시몬이 입을 열었다.

"좋아, 다시 세부룰로 돌아오자. 그 외에도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시험장의 모든 유물은 구울로만 옮길 수 있다.

-'제단'에 있는 빨간색 유물은 보유팀이 임의로 옮길 수 없다.

"여기 마지막. 15점짜리 빨간색 유물은, 계속 본진의 제단에 둔 채 있어야 하나 봐."

로레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누군가는 제단에 남아 이걸 지켜야겠네."

"그렇지."

15점짜리 빨간색 유물의 가치는 상당하다.

1점짜리 파란 유물 15장, 3점짜리 노란 유물 5장을 모아야 점수가 비슷해진다.

"흠- 이렇게 되면 다들 유물 보호를 1순위로 둘 테니까, 그냥 유물 탐색전이 되지 않을까?"

에슈가 불쑥 말했다.

"자기 진형 근처에 있는 유물들만 찾고, 가끔 멀리 나가면 상대팀 구울이랑 싸워서 쫓아내고, 딱 그 정도로 끝날 것 같은데."

"아니."

시몬은 단정 짓듯 고개를 저었다.

"헥토르라면 올 거야."

* * *

"시몬 폴렌티아를 친다."

헥토르가 살벌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피에르 버클러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두 명의 학생들은 살짝 굳은 표정이 되었다.

"구, 굳이 학생회장 조랑 싸우려고?"

"그런 커다란 리스크를 안을 필요는 없잖아, 과대. 안전하게 4조나 13조를 잡아먹고 1등 하는 게......."

"아니."

헥토르가 고개를 저었다.

"이 시험은 엄밀히 말해, 우리 1조와 10조 간의 싸움이다. 결국 1등 싸움인 이상, 시험이 어떻게 굴러가든 우리는 서로 한번은 싸울 수밖에 없다. 1등 경쟁후보를 치는 움직임은 지극히 당연하단 소리다."

"그, 그렇다면 4조랑 13조를 먼저 친 뒤에 시몬의 10조를 공략하면......!"

"네 말대로 우리가 약골놈들과 싸우는 동안, 시몬의 10조가 우리 제단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지?"

"......."

그 말을 들은 두 조원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먼저 놈들과 싸운 우리 전력만 급감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두 시간 내에 4조와 13조 둘 중 하나를 털어먹는다고 해도, 본진이 털리면 본전이다."

"그러면 어떻게......."

"내가 말한 반대로 하면 된다."

헥토르의 눈이 번뜩였다.

"시험 초반, 모두가 흩어져 유물을 찾고 있을 때 이쪽은 기습적으로 전력을 퍼부어서 시몬 조의 제단을 턴다."

"그, 그러면 시몬이 빼앗긴 걸 되찾으려 우리 제단에 쳐들어오지 않을까?"

"막아내면 그만이고, 그럴 가능성도 적다."

헥토르가 콧방귀를 뀌었다.

"놈은 언제나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 남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굳이 전력이 높은 우리에게 싸움을 거는 것보단, 4조나 13조를 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걸 알겠지."

"......흐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헥토르가 손끝으로 이마를 꾹 눌렀다.

"이 싸움은 1:1:1:1이 아니라, 처음부터 1조와 10조의 진검승부라고 생각해라."

* * *

시몬의 10조도 열심히 작전 회의 중이었다.

하지만 에슈는 작전보다는 고개를 빼꼼 든 채, 기웃기웃 다른 팀의 상황을 훑어보는 데 더 열중하고 있었다.

"아!"

에슈가 고개를 내리며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피에르! 피에르! 피에르 버클러가 움직인다! 어떡해? 4조 쪽으로 가고 있어!"

좋은 정보다.

시몬은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4조 쪽을 훑었다. 피에르와 4조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히 연합제의일 거야."

토토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세 개 조가 한 번에 우리한테 쳐들어오면 어쩌지? 헥토르라면 그 두 조를 압박해서......."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해."

시몬이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4조와 13조도 엄연히 키젠이야. 헥토르의 강압에 굴복할 애들도 아니고, 뭣보다 헥토르도 그런 식으로 압박하진 않을 거야."

"......그, 그럴까?"

"응. 1학년 때 그 불같은 성격이라면 모르겠지만."

시몬은 턱을 괴며 미소 지었다.

"지금은 학과를 이끄는 학과대표잖아. 학과생을 겁박하거나 하는 짓은 안 할 거야. 그냥 싸움을 방해하지 말라는 정도의 이야기나 하고 있을걸."

로레인이 쿡쿡 웃었다.

"같은 반이라서 그런가.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거 아냐?"

"......하하."

미어캣처럼 다른 조의 동태를 살피던 에슈가 다시 고개를 되돌렸다.

"저기요, 여러분! 새로운 뉴스입니다! 이번엔 헥토르 무어가 직접 13조에! 으으, 우리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거 아냐? 너무 불안해!"

"좋아. 그러지 뭐."

시몬의 한마디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았다.

시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헥토르 측과는 다르게,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자."

* * *

작전타임이 모두 끝나고, 수석조교가 큰소리로 외쳤다.

"첫 번째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첫 경기라서 그런지 모든 학과생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시몬 일행을 포함한 4개조가 앞으로 나갔고, 그들 앞에는 네 개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1조, 4조, 10조, 13조.

각 조의 학생들끼리 모여서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차례대로 섰다.

"룰은 충분히 숙지했으리라 믿는다."

아론이 걸어 나와 말했다.

"이제는 이런저런 눈치 볼 것 없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최고점을 따내는 데 집중하도록."

"예!"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다."

하수인이 마법진을 작동시켰고, 16명 전원의 몸이 붕 떠올랐다.

'좋아, 첫 대형 수행평가. 수석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1위로 끝내야 해.'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앞을 바라본 채 입가에 음침한 미소를 짓고 있는 헥토르의 모습이 보였다. 그 또한 이번 구울 수행평가에 상당히 자신이 있어 보였다.

물론.

'내 새로운 구울이라면, 뭐가 상대든 이길 수 있어.'

시몬도 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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