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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45화 (54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45화

메이린과 세이위르가 합창을 시작하며, 풍부한 음색이 중앙광장 전체에 가득 울렸다.

세르네는 미소를 띤 얼굴로 한동안 조용히 노래만 감상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노래는 또 열심히 부르네요."

세르네가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역시 끼는 못 숨긴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세르네."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너도 메이린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잖아. 방학 때마다 후계자 자리를 걸고 내기까지 해서 대극장에 보내고. 그러는 이유가 뭐야?"

"아, 그거요?"

세르네가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았다.

"너무 미움받으면 가슴 아프잖아요."

"......?"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는 메이린을 보았다.

"어릴 때만 해도 우리는 누구보다 친한 단짝이었어요. 내가 처음 상아탑에 들어왔을 때도 편견 없이 어울려 줬죠."

그랬다. 메이린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세르네는 여전히 메이린을 좋아했다.

"그런 애가 상아탑 후계자 자리에 독기를 품으면서 스트레스받고, 집착하고,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게 보이니까. 살짝 시선을 돌려서 환기시키는 시도였어요. 옛날부터 메이린은 노래를 좋아했으니 좋아하는 걸 시켜본 거예요. 그런데-"

세르네의 눈꼬리가 느슨하게 내려앉았다.

"내가 노래로 시선을 돌리는 효과 이상으로, 지금은 심적으로 많이 안정됐어요. 누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

시몬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메이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면 네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이게~ 묘하다니까요."

그녀의 눈동자에 끈적거리는 감정이 흘렀다.

"미움받는 건 슬픈 일인데, 아등바등 날 따라잡으려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 뭐랄까. 등골에 묘한 쾌락이 솟는 느낌? 지근지근 밟아줬다가도 살짝 여지를 주면, 울먹이면서도 거기에 매달려 뒤쫓아 오는 그 아이의 처절한 모습을 나는 또 좋아하게 된 거예요."

'......성격이 너무 나쁘잖아.'

시몬의 반응을 본 세르네가 소리 내어 웃었다.

"사람의 감정을 한 가지로만 이해하려는 행위는 게으른 편의주의예요. 메이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면? 메이린과 화해해야 해. 이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단순하죠. 나는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네크로맨서니까 잘 알아요. 기쁨도 분노도 사랑도. 감정을 언어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하지 말고-"

세르네가 성큼 다가와 시몬의 입술에 검지를 올렸다.

"다각적인 의미에서, 해석해 볼 것."

"......!"

놀란 시몬이 귀가 빨개진 채로 뒷걸음질 쳤고, 세르네는 장난꾸러기 소악마처럼 빙긋빙긋 웃었다.

"그게 오늘의 숙제예요."

'갑자기......?'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떠났다.

와아아아!

마침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세이위르와 메이린이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유난히 옆이 조용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딕과 카미바레즈가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목덜미에 하얀 깃털이 꽂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르네는 아까 나눴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듣게 하기 싫었으리라.

시몬이 다가가 그것을 떼어내자 두 사람의 눈동자에 생동감이 돌아왔다.

"헉, 뭐야."

"아."

두 사람이 눈을 깜빡였다.

"미안! 잠깐 멍하니 있었나 봐."

"시몬, 뭐라고 말했어요?"

"메이린 공연 끝났어."

"아, 그러네? 캬캬캬! 그럼 이제 또 메이린 놀리러 가볼까! 키젠의 새로운 아이돌, 고양이 가면!"

굳이 반응을 보지 않아도 그녀가 벌게진 얼굴로 와아악 소리 지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수치심에 네 목을 졸라도 난 몰라."

"오, 오우. 그건 쫌......."

* * *

메이린은 학생회 멤버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얼굴을 감싸 쥐고 줄행랑을 쳤다.

앵콜이니, 사인해 달라니, 그런 1학년들의 외침을 들은 그녀는 죽고 싶다를 연발하며 도망쳤다.

그래도 다행히 세이위르와는 만날 수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이위르."

"하하하하! 불러주셔서 제가 더 고맙죠! 시몬 요원!"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시몬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보수를 지불했다.

세이위르도 키젠에서의 즉석 공연에 무척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음 스케쥴이 있었기에, 직속 하수인들이 늦기 전에 그를 랭거스틴으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이렇게 서프라이즈 공연은 끝났지만, 세이위르와 메이린의 활약으로 중앙광장은 엄청난 활기를 띠었다.

시몬과 딕, 카미바레즈도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학생회 완장을 차고 주위를 순찰하고 있었다.

"저기 아이디어 좋은 것 같아요! 시몬!"

"응, 그러게."

참신한 부스를 낸 동아리들이 많았다. 각자 동아리만의 개성을 잘 살린 모습이다.

특히 체육 동아리가 운영하는 펀치기계 주위는 1학년 남학생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1:1로 붙어서 이기면 '승리자'라는 팻말을 목에 걸어주고, 진 쪽은 '패배자'라는 팻말을 주기도 했다.

그 옆의 그림 동아리에서는 즉석 10분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학생들의 얼굴 포인트만 잡아내어 흑마법으로 유쾌하게 그려냈는데, 제법 퀄리티가 높아서 만족도가 높았다. 서로의 초상화를 비웃으며 낄낄거리고 있는 1학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학생회 멤버들은 여러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어머, 1학년이니?"

"우리 동아리 구경하고 갈래?"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키가 작은 카미바레즈를 보고 1학년인 줄 착각하는 2학년들도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어깨에 찬 완장을 보고는 기겁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토라진 카미바레즈가 볼을 부풀리는 모습에 시몬과 딕이 큰 소리로 웃었다. 모두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쯤 되니, 시몬도 돌연변이 동아리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순찰은 딕과 카미바레즈에게 잠시 맡겨두고, 시몬은 부스 배치도를 펼쳐 돌연변이 동아리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작년에는 인원수가 너무 적어서 부스도 접수하지 못하고 전단지만 돌렸다지만, 올해는 부스를 하나 건진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동아리에도 새로운 1학년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중앙보다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돌연변이 부스 앞에 도착했을 때.

휑-

썰렁한 바람이 불었다.

허름한 접이식 천막 위로 '돌연변이'라는 대충 휘갈긴 글씨가 보였다.

천막 옆에는 난해한 외형의 세이렌(Seiren) 키메라가 여섯 개의 팔을 휘저으며 각기 이상한 손동작을 취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데스웜이 우웩 웩 소리를 내며 입에서 토사물을 뱉고 있었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오컬트 장식들이 주렁주렁 달린 접이식 천막 안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피츠제럴드와 토토가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그들의 앞에는 마치 알아서 가져가라는 듯 전단지가 쌓여 있었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것 같았다.

휘이이이잉-

재차 바람이 불며 전단지 하나가 시몬의 얼굴에 날아와 철썩 붙었다. 시몬이 그것을 붙잡아 떼며 말했다.

"......니들 뭐 해?"

"보다시피."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눌러쓰며 대꾸했다.

"동아리 홍보 중이다."

'어딜 봐서!'

안 그래도 부스 입지가 나빠서 남들보다 분발해야 할 것 같은데, 피츠제럴드는 묵언수행을 하는 것처럼 앞만 보고 있었고, 토토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부끄러운 듯 샥샥 지나가는 사람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시몬은 아까 얼굴에 붙었던 전단지를 보았다.

<특수 언데드 연구회 '돌연변이'>

-언데드 연구회지만 개성적인 소환수라면 무엇이든 환영.

-돌연변이란 무엇인가. 철학적 해석과 개인적인 고찰이 필수.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양 필요.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를 구분하고 행복의 희생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행복을 훼손하는 모든 것들을 나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고통의 최소화보다 소극적 행복의 가치를 더 높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시몬은 조용히 전단지를 구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구려.'

산골 출신인 시몬은 본인도 예술이나 미적감각이 떨어진다고 자부했지만, 이건 그가 봐도 좀 심해 보였다.

"토토, 이 전단지. 애들이 얼마나 가져갔어?"

"어, 음."

토토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시몬의 눈이 빛났다.

"20명?"

"2명......."

"1명이다. 한 명은 컵케이크 받침으로 썼다."

피츠제럴드가 옆에서 정정하며 손끝으로 가리켰다. 바람에 굴러다니는 소스 범벅의 전단지가 보였다.

시몬이 이마를 짚었다.

"......너희들, 진짜 제대로 할 생각인 거 맞아?"

"당연."

피츠제럴드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대꾸했다.

"올해는 특히 동아리 부원 수가 중요해졌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이러냐고!'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시몬도 학생회장이기 전에 돌연변이 소속인 만큼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동안 학생회 일이 너무 바빠서 이쪽에 신경을 아예 못 쓰고 있었던 게 패착이었다.

"자! 피츠제럴드, 토토. 이럴 때가 아니야."

시몬이 뭉텅으로 쌓여 있는 전단지를 집으며 말했다.

"다들 알지? 오늘이 동아리 시즌 마지막 날이야! 이대로는 1학년들 한 명도 안 올지 모른다고! 어서 일어나!"

토토가 주뼛주뼛 일어나 시몬에게 다가왔다.

"받아, 토토. 직접 돌아다니면서 1학년 애들한테 나눠줘."

"직접 나눠주라고?! 이렇게 많은 양을?"

토토가 펄쩍 뛰었다.

"너, 너, 너무 쑥스러운데!"

"그래도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까 참고해야지! 피츠제럴드! 너도 보고만 있을 거야?"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 지시는 학생회장으로서 하는 건가."

"아, 아니. 그냥 한 사람의 부원으로서......."

"나는 돌연변이의 부장. 그런 일은 부원의 역할."

이 녀석. 이상한 부분에서 권위주의적이었다.

시몬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이런 상황인 거, 돌연변이의 다른 3학년 선배님들도 알고 있어?"

언제나 냉정하던 피츠제럴드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말을 꺼내기 무섭게.

"......안녕."

돌연변이 소속의 둘뿐인 3학년이 나타났다.

벤야 바닐라의 단짝인 그의 이름은 디오. 다크서클 짙은 퀭한 눈동자에 좀비 같은 걸음걸이로 발을 질질 끌며 등장했다.

"디오 선배님!"

"......임무 나가기 전에 잠깐 들렀어."

디오가 가져온 봉투를 흔들었다.

"동아리 시즌 고생할 텐데, 이거 먹고 하......."

그가 멈칫했다.

그리고 동아리 부스의 꼴과 전단지 상태를 보고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어떻게 된 거야?"

디오가 피츠제럴드와 토토를 눈으로 훑다가 마지막엔 시몬을 보고 말했다.

시몬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설명을 들은 디오는 조용히 옆으로 피츠제럴드와 토토를 손짓으로 불렀다.

잠시 두 사람이 열중쉬어 자세로 선배의 잔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디오가 떠난 뒤,

"네 지시에 적극 협조하겠다. 시몬."

피츠제럴드의 태도도 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전단지를 뿌리고 오면 되나."

"사실 그 전단지부터가 조금 문제야."

이 구린 전단지를 돌려도 당장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았다.

시몬이 품에서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이런 건 또 전문가가 있거든."

"?"

잠시 후, 시몬의 연락을 받고 딕이 나타났다.

"헤이, 시몬! 또 무슨 일 터졌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개인적인 용무로 불러서 미안해. 괜찮다면 조금 도와줬으면 해서."

시몬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돌연변이 동아리인데, 아직 부원을 한 명도 못 구했거든. 간단해도 좋으니까 컨설팅해 줄 만한 게 있을까?"

"음."

딕의 시선이 돌아갔다.

천막 위에 걸린 글자를 보고, 오컬트한 장식을 보다가, 여섯 개의 팔이 달린 괴상한 키메라를 보고, 아직도 웩웩하고 토사물을 뱉는 데스윔을 보고, 마지막으로 무표정한 피츠제럴드와 자신감 없는 표정의 토토를 보았다.

"어......."

딕이 머리를 긁적였다.

"멸망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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