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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52화 (55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52화

로크섬 외곽 지역.

키젠 실외 수영장.

교내 수영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영복 차림의 키젠 학생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낚싯대를 들이밀고 있었다. 하나같이 낚싯줄에 인챈트를 걸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수영장 내부에서는.

쏴아아아아아아-!

수백 마리의 새우, 혹은 바닷가재와 흡사한 갑각류 몬스터들이 펄떡거리며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좁은 수영장 안에서 몸부림치는 몬스터들의 물살에 학생들의 몸이 흠뻑 젖고 있었다.

팽팽-

집중하며 앞을 보고 있던 에슈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왔드다아아아앗!"

그녀가 요란한 기합과 함께 팔을 당기자, 수영장 물이 솟구치며 갑각류 몬스터 한 마리가 끌려 올라왔다. 주위의 학생들이 '오오'하고 탄성을 흘렸다.

"방심하지 마라!"

소환 재료학 교수, 그레리온의 외침이 들렸다.

에슈는 혀를 빼물고 칠흑방패를 펼쳤다. 지상으로 끌려 나온 몬스터가 즉시 먹물 같은 것을 쏘아 보냈지만 칠흑방패에 막혔다.

"가르쳐 준 저주를 쏴라!"

"넹!"

그녀가 손을 뻗었다.

<리메이크 페럴라이즈>

저주가 쏘아져 나갔다. 수영장 바닥에 떨어져서 타일에 금이 갈 정도로 꽈득거리며 날뛰던 새우 몬스터의 껍질이 뻣뻣해지더니, 이내 얌전해졌다.

"잡았다아!"

에슈가 폴짝폴짝 뛰었다. 그레리온이 버럭 소리쳤다.

"뭐 하나! 잡았으면 2단계로 가져가라!"

"네에~"

에슈가 웃차 하고 새우 몬스터를 안아 들었다.

그러나 아직 움직일 수 있는지, 품 안에서 몬스터가 정신없이 펄떡거렸다. 꼬리가 에슈의 뺨을 좌우로 연달아 때렸다.

"이러지 마앗! 아야! 앗!"

에슈가 뺨이 벌게져서 몬스터를 안고 달려간 곳은, 2단계.

해체장이었다.

퍼억!

퍽!

방금 잡은 갑각류 몬스터를 도마에 올려놓은 키젠 학생들이 칼을 껍질 안에 쑤셔 넣으며 낑낑대고 있었다.

"갑각류 몬스터의 언데드 손질 방법은 대부분 동일하다!"

수영장을 지켜보던 그레리온 교수도 에슈를 따라 2단계 해체장으로 들어왔다.

"캄마포스를 마스터하면 갑각류 몬스터의 절반은 마스터하는 거나 다름없다! 더욱 의지를 다져라!"

"예!"

학생들이 낑낑대며 껍질 안에 칼을 쑤셔 넣으려 했지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손이 벌게지거나 피가 나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조교들은 익숙한 듯 의료상자를 들고 다니며 조치를 해주었다.

"크으으."

시몬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캄마포스의 배를 가르고, 언데드화에 불필요한 내장들을 제거한 다음 마법진 기초 작업을 해둔다. 이후 껍질에 구멍을 내고, 칠흑실을 쑤셔 넣는다.

"이해가 안 된단 말야."

털썩.

에슈가 시몬의 옆자리에 캄마포스를 내려놓으며 투덜거렸다.

"왔구나, 에슈."

"그거 알아 회장? 캄마포스가 고위 귀족들의 만찬에나 오르는 완전 개꿀맛탱 초고급 요리래! 이 비싼 걸 안 먹고 수영장에 풀어놓다니, 이해 불능이야. 맘 같아선 'Pass of Fail'이고 뭐고 모닥불 세팅해서 좔좔 구워 먹고 싶......."

"거기 주황 머리! 시끄럽다!"

"넹, 죄송합니다!"

이 녀석.

긴장되는 시험 때는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서 좋은데, 수업에서도 이러고 있으니 무척이나 산만했다.

그래도 그레리온에게 지적받고 얌전해진 바로 지금이 찬스, 시몬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여기.'

시몬이 머리 윗부분의 껍질을 건드렸다.

'이 부분을 찔러 넣으면......!'

그러나 손에 쥔 도구가 들어가기 무섭게 머리 윗부분의 껍질 전체가 팍! 소리와 함께 깨졌다. 시몬이 아쉬운 음성을 흘렸다.

돌아다니다 그 모습을 본 조교가 말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실패입니다. 수영장으로 돌아가세요."

"네!"

아깝다. 한 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몬은 새로운 캄마포스를 잡으러 수영장을 향해 달려갔다.

"이놈! 아까운 재료를 또 낭비하게 하다니!"

그레리온이 호통을 쳤다.

"다음에는 꼭 성공해라! 알겠나!"

"네. 죄송합니다!"

그레리온 나름의 격려였다. 학생들에게는 무서운 교수로 알려져 있지만, 시몬은 그가 꽤 마음에 들었다.

어쨌거나 다시 수영장으로 복귀했다.

"으아아아아악!"

마침 낚싯대를 드리운 토토가 캄마포스와의 힘 싸움에 패배해서 역으로 수영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풍덩! 수영장 물에 빠진 그가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사, 살려줘! 우풉! 난 수영을 못......!"

인간이 물에 빠지자 캄마포스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었다. 새우처럼 생기긴 했어도 일단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몬스터다.

스륵.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교가 낚싯대를 던졌다. 낚싯바늘이 토토의 수영복 끄트머리에 철썩 붙더니 그대로 잡아당겨 토토를 끄집어냈다.

"커헉! 컥!"

"괜찮습니까? 학생."

"괘, 괜찮습...... 쿨럭! 쿨럭! 네! 괜찮아요!"

다행히 토토는 괜찮아 보였다. 시몬도 안도하며 다시금 낚싯대를 꺼내 들었다.

"목숨 걸고 하는 몬스터 낚시라니. 별 해괴한 수업도 다 있다니까요. 그쵸?"

등 뒤에서 살랑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긴장하며 낚싯대를 휘둘렀다.

"세르네. 또 농땡이 피우고 있었어?"

"그냥 쉬고 있었던 건데요~ 조금 지쳐서."

그녀가 시몬의 어깨에 손끝을 살포시 올렸다.

시몬의 움찔거리는 반응을 즐기는 듯,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도 타듯 시몬의 어깨를 왔다 갔다 했다.

"사람이 말하고 있잖아요? 돌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시몬은 이를 악물며 앞만 뚫었다.

"수업에 집중할 거야. 패스를 받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해."

"흐응."

시몬의 뒤에서 장난스럽게 기웃거리던 그녀가, 한순간 밀착하듯 불쑥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숨결이 귀를 간질였다.

"얼굴이 빨개요."

숨결에 귀가 간질간질했다. 견디지 못한 시몬이 얼굴을 붉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세르네! 자꾸 장난치지 말......! 아."

시몬의 얼굴이 한층 더 달아올랐다.

이제 열여덟 살 먹은 학생이 입기엔 적나라한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시몬을 응시하던 그녀가, 여우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옅은 홍조를 띄웠다.

"드디어 봐줬네요? 보여주려고 준비한 건데."

"......!"

시몬은 물론, 근처의 남학생들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에겐 수업이 문제가 아니었다. 세르네 본인에게 들키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힐긋거리고 있었다.

"집중하십쇼!"

조교들이 으르렁거리며 소리치자 그들의 고개가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갔다.

"......너 말이야."

시몬도 고개를 되돌리며 다시 낚시에 집중했다.

"수업 전에 무난한 수영복을 가져오라고 한 거 못 들었어?"

"응?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무난한 거였는데요?"

그래, 말이 안 통할 줄 알았다.

아마 오늘 이후로, 학교에서도 수영복 종류를 조금 더 명확하게 정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더 센 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제발 수업에 집중해 줘."

시몬이 화를 내려는 기색이자, 세르네는 입술을 삐쭉이더니 시몬의 옆으로 걸어 나왔다.

'윽!'

시몬이 얼굴이 벌게져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르네가 낚싯대에 칠흑을 불어넣으며 준비했다.

"알겠어요. 수업에 집중하면 되잖아요?"

"......어, 응."

그런데 옆에서 사부작사부작 준비동작만 길다.

혹시 미끼를 바늘에 못 꿰고 있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는데, 그녀는 학교 측에서 준비한 미끼가 아니라 깃털을 바늘에 꿰고 있었다.

"얍!"

그러곤 힘차게 낚싯대를 휘둘렀다.

시몬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백금발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손에 쥔 낚싯대를 힘차게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명화처럼 인상적이었다.

이내 퐁! 소리와 함께 낚싯바늘이 바닥에 빠졌고. 그 순간.

쿠르르르르르르!

사방팔방에서 모든 캄마포스들이 물살을 일으키며 그녀의 낚싯바늘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뭐야!"

"꺄아아악!"

갑작스러운 사태에 학생들이 뒷걸음질 쳤다. 세르네는 시몬을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하고는 이얍 하고 낚싯대를 치켜들었다.

쏴아아아아아!

꼬리에 꼬리를 문 캄마포스들이 하늘 높이 비산했다. 이내 몬스터의 비가 후두두둑 쏟아졌고, 바닥에 무수한 캄마포스들이 펄떡거리며 뛰었다.

'......하하, 한 번에 몇 마리를 잡은 거야?'

세르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손짓했다.

"이걸로 하죠."

그녀는 수영장 바닥에 펄떡펄떡 뛰는 캄마포스 하나를 깃털로 감싸 공중으로 띄운 다음, 나머지 캄마포스들은 깃털로 밀어내 수영장으로 돌려보냈다.

뒷정리도 깔끔하게 마친 그녀가 해체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손을 흔들었다.

"쫌 이따 봐요."

"응."

"그리고 시몬."

그녀의 입이 열린 채 혓바닥이 달싹였다. 뭐라 말하려고 하다가 망설이는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그녀가 이내 싱긋 웃었다.

"곧 재밌는 일이 일어날 거예요."

"재밌는 일? 그게 뭔데?"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잖아요."

그녀는 슬쩍 눈웃음을 흘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시몬!"

해체장에 가 있던 로레인이 흑발을 휘날리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녀는 해체장으로 가는 세르네의 차림을 한번 못마땅하게 바라보고는, 이내 지나쳐 시몬에게 다가왔다.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 있었어?"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로레인과 그레리온 교수, 둘 다 자리를 비워 버리면 세르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걱정 마. 지금은 다 수습됐어."

"하아. 잠깐 자리 비운 그사이에 말썽을......."

시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로레인을 잠시 바라보았다.

수영복 차림의 로레인도 예뻤지만, 세르네와는 또 다른 느낌에서의 파격이었다.

"?"

그녀가 물음표를 띄우며 시몬을 보자, 시몬은 얼른 고개를 되돌려 앞을 보았다.

"왜 그래?"

"......아니. 그."

시몬이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분홍색......."

어떻게 학교에서 분홍색 수영복을 입고 올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로레인이 흠. 하고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낚싯대를 쥐었다.

"집에 이런 것밖에 없었어. 로체스트에 사러 갈까 했는데 시간이 늦었고. 그래서 최대한 무난한 걸로......."

세르네가 했던 변명과 정확히 동일했다.

둘은 완전히 상극인 것 같으면서도, 가만히 보면 이상한 부분에서 비슷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걸까.

"방금 무슨 생각 했어?"

로레인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시몬은 애써 웃어넘기며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미안, 먼저 갈게!"

쏴아아아아아!

시몬이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커다란 캄마포스가 한 마리 수영장에서 빠져나왔다.

* * *

동아리 시즌이 끝나고, 키젠생활은 빠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구울평가 이후, 수식공부를 위해 거쳐가는 과정인 두 개의 언데드를 만들었고, 결투평가도 한 번씩 했다. 시몬은 두말할 것 없이 승리해서 바로 상위 스쿼드로 넘어왔다.

이제는 다가오는 중간고사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었다.

현재 소환학과의 수업 진도는 언데드 '나이트 테러' 제작. 마법형 언데드라서 난이도는 상당했다.

시몬은 재료학 시간에 가져온 캄마포스의 재료로 소형 나이트 테러를 조립 중이었다. 마치 칠흑이 꼬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신기하네."

분명히 처음엔 새우 같은 갑각류 몬스터였는데, 윗부분만 남기고 꼬리는 칠흑으로 대체되어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스르르륵-

마치 검은 꼬리를 휘두르는 바다뱀처럼 보인다.

사실 진짜 '나이트 테러'는 이것보다 더 크고 흉악한 언데드지만, 수업에서는 새로운 룬어 습득이 목적이었기에 조금 더 작고 안전한 재료로 나이트 테러를 제작했다.

"비브로 룬어를 이용해 칠흑의 흐름을 외부로 연동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아론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말했다.

화이트가 들어온 이후,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초췌해져 가고 있었다.

"적어도 비브로 룬어는 마스터해야 더 상위 언데드를 조립할 수 있다. 꼬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학생들은 소환 마법진을 점검하도록."

"교수님! 이거 안 돼요!"

곳곳에서 손이 튀어 올라왔다. 아론과 조교들은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수업에서 마무리하마."

아론이 교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방금 도착한 서류를 펼쳐 든 그가 음. 하고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더니 학생들을 보았다.

"전체 주목. 중대발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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