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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53화 (55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53화

파견평가.

키젠 학생들끼리 한 팀이 되어, 현지에서 프로 네크로맨서와 함께 실전임무를 수행하는 외부 커리큘럼이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론은 2학년 전체 파견이 한 차례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기한은 5일이다. 3학년들의 파견평가와 비슷한 걸 한다고 생각하도록."

아론이 퀭한 눈으로 서류를 펼쳐 들었다.

"이번 파견은 키젠 본부에서 공들여 준비한 걸로 알고 있다. 2학년 전교생의 성적을 세부 분석하고, 각 학생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 파견으로 계획했다더군. 물론, 이번 파견에 선택지는 없다. 팀과 파견지 모두 키젠 본부에서 설정했다."

자리에 앉아 설명을 듣던 시몬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몬의 1학년 시절 파견평가는 7조 멤버들과 함께 중립지대에서 갔던 거였다. 상당히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는데, 거기서 사샤를 만나고 세이위르도 만났었다.

"1학년 파견평가는 친절하게 멘토도 붙여뒀다만, 이번 2학년 파견평가에서는 오로지 현장에 있는 학생들의 판단만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임무는 완전 성공제를 목적으로 한다. 즉."

서류를 내린 아론이 차분한 눈으로 학생들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임무를 성공할 때까지 키젠에 돌아올 수 없다."

"......!"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코이터 피즌입니다! 아, 아까 기한은 5일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학교를 비워두는 기간일 뿐이다. 그 이후 학교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부디."

아론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중간고사 전까지는 복귀해 주길 바란다."

아아아-!

곳곳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교복셔츠를 깨무는 등 혼란에 빠진 학생들이 속출했다.

"이건 좀 심하잖아! 시험공부 할 시간도 안 주는 거야?"

"능력이 있으면 얼른 파견을 끝내고 제힘으로 시험 기간을 마련하란 거지."

"키젠 독하다 독해."

주위가 떠들썩해지자 아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소환학과의 경우, 정시복귀가 더욱 중요하다."

그가 새로운 시간표를 펼쳐 들었다.

"예고한 대로, 우리 2학년 소환학과 교수진은 중간고사 전에 '듀라한(Dullahan)' 특강을 열 계획이다."

무려 듀라한 특강이 인질로 걸리자 사방팔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특강은 일주일 안에 듀라한 완성을 목표로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단 한 수업이라도 놓치면, 목 없는 기사 듀라한을 만들 기회는 영영 날아간다고 생각하도록."

토토를 비롯해, 곳곳에서 패닉에 빠진 학생들이 속출했다.

"......나 진짜, 저 특강에 빠지게 되면 차라리 자퇴할 거야."

"제발 교수님. 우리한테 왜 이러세요."

초긍정 마인드의 에슈조차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로레인은 입술을 깨물었고 토토는 압박감에 다리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아론은 냉정했다.

"우는소리 할 때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행동해라. 파견지는 키젠 본부에서 문서로 통보할 예정이니 기숙사 우편을 확인하도록. 이상."

* * *

갑작스러운 '전체 파견' 통지는 2학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5일간의 파견을 제때 마치고 돌아와도 중간고사까지는 일주일 조금 더 남은 셈이다.

학생회실에 모인 학생회 멤버들도 업무를 할 때가 아니라는 듯, 파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시험 기간을 까먹는 일정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누구보다 시험 기간에 민감한 메이린이 열변을 토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필기성적 전체 2위.

이번에야말로 아세라즈 미켈을 제치고 전체 1위를 따내려고 했는데, 일정이 시작부터 꼬여 버린 셈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로크섬으로 못 돌아온다는 게 무서워요."

카미바레즈가 말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앙증맞은 박쥐 날개가 축 늘어져 있었다.

"교수님들도 시험 기간 동안에 문제를 만들잖아. 이 기간의 수업을 못 듣게 된다는 건 엄청난 손실이야."

딕이 의자 팔걸이에 팔을 툭 올리며 착잡하게 말했다.

딕 또한 본인의 정보력으로 시험문제를 추측하고 그 부분만 꼬집어 공부하는 타입이었기에, 시험 기간을 날리는 데 민감했다.

"더럽게 꼬이면 중간고사까지 못 돌아올 수도 있어. 키젠은 늘 이런 부분에서는 융통성이 없으니까."

"나는 듀라한 특강도 걸렸어. 복귀 직후부터 시작한대."

시몬이 말했다. 두 여학생의 얼굴은 안타깝다는 듯 굳어졌지만, 딕은 눈을 반짝였다.

"듀라한? 진짜 이번 학기 안에 그걸 만든대? 와, 소환학과 미쳤다! 완성하면 만져보게 해줘!"

"쫌."

메이린이 눈을 흘기자, 딕의 입이 쑥 들어갔다.

그녀가 다른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다들, 파견지가 어딘지 정해졌어?"

"저요, 전 확정됐어요!"

카미바레즈가 손을 들며 말했다.

"향수의 도시, '에네스'라는 곳에서 잠복 중인 요원을 만나래요!"

"아, 거기. 알지. 향수의 근원지이자 최대 수출도시. 냄새를 구분해야 하는 건가? 왜 카미를 보냈는지 알겠네."

메이린이 쓰윽 귀밑머리를 흘렸다.

"나는 설원성."

"아, 거기 거기잖아. 전 특례 8번, 설원성주 라헤임 노스폴드의 고향!"

이번에도 딕이 해설했고, 시몬은 웃었다.

"특례 8번 라헤임이라면, 메이린 좋다고 따라다니던 걔 맞지?"

"으아악! 말도 꺼내지 마! 개싫어! 진짜!"

메이린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시몬이 웃으며 딕을 보았다.

"딕, 넌?"

"난 도대체 여길 왜 가는지 모르겠어. 당연히 상업 전쟁이 펼쳐지는 대도시나 시장가라고 생각했는데."

딕이 품에서 편지를 들어 올렸다.

"야하라 사막. 모래밖에 없는 곳인데."

"그럴 법하네."

메이린이 입꼬리를 올렸다.

"평민 넌 룰을 피해 다니고 쪼잔한 짓만 골라서 하잖아. 극한의 환경 속에서 뒹굴면서 개고생하고 정신 좀 차리라 그거지."

"......지, 진짜로 그거 때문에?"

카미바레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딕! 그럼 같이 가는 학생은 누구예요?"

"......어, 음. 라헤임 노스폴드, 피츠제럴드, 엘리사 셀린."

"아하하! 진짜 100%야! 100%!"

왁자지껄하게 웃던 학생회 멤버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몬! 너는?"

"난 아직 안 왔어."

메이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 뭐야. 또 학생회장만 특별취급이야?"

"Top10급이나 인지도 있는 학생들은 파견도 따로 초대받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거겠지."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겠네요! 시몬."

시몬은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 글쎄. 그럴까."

* * *

파견평가까지 고작 이틀 남았지만, 시몬은 아직도 학교로부터 공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시험공부에 더욱 열중하고 있는 그때.

똑똑.

토토와 공부하고 있는 기숙사 방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깜짝이야.'

학생들에게는 여러 의미에서 공포의 대상인, 매부리코의 기숙사 사감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사감입니다."

"아, 네."

나 뭐 잘못한 거 없는데?

시몬의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는 사이, 그녀가 말했다.

"학생회장, 키젠 본부 측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본관으로 가주세요."

"본부에서요? 알겠습니다."

드디어 파견 관련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살짝 불안해졌다. 왜 본부직원이 여기까지 왔지? 그리고 방송으로 부르면 되지, 왜 굳이 사감까지 보낸 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시몬은 얼른 교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 캠퍼스로 이동했다.

본관에 도착하니 하수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본부의 하수인들이다.'

입고 있는 정장의 때깔부터가 달랐다. 교내에서 일하는 하수인들과는 한 차원 격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시몬은 하수인들의 안내에 따라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다.

똑똑.

하수인이 대신 노크를 해주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이 도착했습니다."

"네, 들여보내세요."

달칵.

작은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안경을 쓰고 줄무늬 정장을 입은 검은 넥타이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학생회장."

평범한 샐러리맨 같은 차림이지만, 각진 얼굴에 이마에는 크게 찢어진 흉터가 나 있다. 손목시계는 금이 가 있었고, 눈은 맹금류처럼 부리부리했다.

무려 키젠 본부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평범한 사무직은 아니리라. 흔히 말하는 포스가 남달랐다.

"앉으세요."

"아, 네."

시몬이 자리에 앉았고 하수인들이 차를 내왔다. 본부직원은 서류철을 팔랑거리며 훑어보았다. 손끝에도 온통 굳은살이었다.

"학교생활은 즐거우십니까?"

갑자기 안부 인사?

시몬은 당황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네, 재밌어요."

"다행입니다. 저도 격무에 지치는 날이면 눈을 감고 캠퍼스에 다니던 학창생활을 회상하곤 하죠. 시험시간 도서관에서 서로 사탕을 까서 먹여주던 그때의 풋풋함. 그렇게 사탕을 먹여주다 보니 나와 그녀는 어느새......."

이게 갑자기 뭔 소리야.

시몬의 얼빠진 표정을 본 본부직원은 얼른 마무리했다.

"아무튼 과거의 즐거웠던 나날들이 제 지친 마음을 붙잡아주곤 합니다."

"아, 선배님이시군요."

"본부직원은 절대다수가 키젠 졸업생이지요."

그가 서류철을 내렸다.

"파견지 선정이 늦어져서 의아해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본론인가.

시몬도 눈에 힘을 주었다.

"전 어디로 가는 건가요?"

"한 명 더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파견지에 같이 가는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았다.

이내 노크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하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리다 휴 이켈 학생이 도착했습니다."

"네, 들여보내세요."

달칵.

이내 문이 열리며, 얇은 이불을 로브처럼 뒤집어쓴 졸린 눈의 소녀가 들어왔다.

전체 4위이자, 저주학과의 학과대표.

그리고 판타서스 휴 이켈의 하나뿐인 여동생.

'메리다가 이번에 내 파트너구나!'

박하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와 시몬의 옆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모습이다.

"네, 5일간 두 사람이 파견 파트너입니다."

본부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서로 사이좋게 인사라도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

이 사람, 키젠 학생 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부분에서 은근히 능숙했다.

사실 시몬도 판타서스의 여동생과 한번은 제대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시몬이 얼른 웃는 얼굴로 메리다를 보았지만, 그녀는 눈알을 굴려 시몬을 보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딱히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항의하는 듯한 눈으로 본부직원을 지그시 응시할 뿐이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파견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가 바닥에 놓인 서류가방을 들어 올렸다. 보안 마법진을 연달아 해제하고 열어젖히자, 키젠 마크가 그려진 새빨간 봉투가 나왔다.

그 안에서 빳빳한 서류를 꺼내 펼쳤다.

"시몬 학생, 메리다 학생. 두 사람의 파견지는 '상아탑'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상아탑이라고?'

키젠에서 자신을 상아탑에 보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아탑에서는 키젠에 두 학생의 파견을 절절히 요청해 왔습니다."

이 파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부었다는 소리다.

"상아탑은 키젠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동맹입니다. 상부에서는 공지한 파견내용을 꼼꼼하게 심사한 후 두 학생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 그들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돈을 그만큼 부었으니 상부의 원로들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단 소리다.

'이상하네.'

시몬이 팔짱을 꼈다.

같은 암흑연합의 일원이기는 해도, 키젠과 상아탑은 인재 영입 경쟁자다. 학교 내에서도 로레인과 세르네가 서로 신경전을 주고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까마귀나 본부 소속의 프로 네크로맨서도 아니고, 학생회장과 Top4를 그곳에 보낸다니.

'무슨 숨겨진 의도가 있나?'

시몬은 키젠 본부에서 아래에 깔아둔 의도를 파악하느라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메리다는 별생각이 없다는 듯 하품을 하며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나름 잠을 참느라 노력하는 모습이다.

"아, 물론 상아탑 본부 건물로 가는 건 아닙니다."

그때 본부직원이 새로운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야."

시계가 그려진 팸플릿을 본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간의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시작부터 뭔가 수상한 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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