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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79화 (57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79화

"드디어 볼 수 있겠네."

"떨린다!"

소환학과 학생들은 설레는 얼굴로 외투와 로브를 챙겨입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듀라한이라.'

시몬이 품고 있는 기대감은 누구보다 컸다. 그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코트를 고쳐 입은 아론이 말했다.

"다 온 것 같군. 시작하겠다."

그가 심플한 손동작으로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커다란 다리가 튀어나와 눈밭을 디뎠다.

우와아-!

거인으로 언데드를 만든 걸까. 아론이 사용하는 듀라한은 몸집이 거대했다. 새까만 갑주로 몸을 감쌌고, 등 뒤에는 대검을 매고 있었다.

목이 있어야 할 부분은 텅 비어 있었으며, 그 단면에는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커다란 팔을 척척 휘두르며 걷고 있는데, 가까이 보려고 앞으로 뛰쳐나온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허어억!"

"꺄아아!"

곳곳에서 기겁한 비명이 들렸다. 그 손이 들고 있는 건 듀라한 본인의 머리였다.

팔로 머리채를 쥔 채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 언데드 특유의 서슬 퍼런 모습에 몇몇 학생은 질겁한 표정을 지었다.

"와! 와! X나 멋진데!"

"우리도 이제 저거 쓸 수 있는 거야?"

물론 순수하게 네크로맨서로서 흥미와 탐구심을 불태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흥분해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에슈도 있었다.

"에슈."

시몬이 돌부리처럼 툭 삐져나와 있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당겼다.

"위험해."

부웅!

머리를 든 듀라한의 팔이 에슈의 코앞에서 휘둘러졌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그녀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오올~'하는 소리를 냈다.

"......뭐가 오올이야."

"후후, 아냐아냐~ 땡큐땡큐."

쿵! 쿵!

주위를 한 바퀴 돈 듀라한이 다시 아론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봐왔던 좀비, 구울, 스켈레톤 등과는 확실히 격이 다른 언데드라는 느낌이었다.

"듀라한은 여러 전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아론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듀라한이 본인의 머리를 든 팔을 척 세워 들어 시야를 확보했다.

"시각에 의존하나 머리가 떨어져 있다는 점. 뛰어난 내구성을 가졌다는 점. 기사의 오러를 쓸 수 있다는 점. 그중에서도 오늘 설명하고 싶은 건."

스릉!

듀라한이 정면을 응시하며 등 뒤에 맨 검을 꺼냈다. 아론은 마법진을 그려서 듀라한의 등에 부착했다.

"초월적인 완력과 신체능력이다."

뭔가 시작되려 한다.

조교들이 학생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는 동시에, 타깃으로 설정한 스켈레톤을 꺼냈다. 듀라한이 즉시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터엉!

거구가 하늘을 크게 날아오르는 듯하더니 착지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부아아아아아앙!

경쾌하고 시원스러운 검격에 학생들의 머리카락이 일제히 하늘로 떠올랐다.

저렇게 큰 거구의 움직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완력과 속도였다. 스켈레톤을 검으로 치고 지나갈 때마다 스켈레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쩌억!

마지막으로 목표물인 바위를 깨끗하게 반으로 갈라 버릴 때는 커다란 탄성까지 터져 나왔다.

강력한 힘은 당연하고, 기사로서의 검술까지 군더더기 없다.

"정지."

아론의 지시에 듀라한이 멈춰 섰다. 듀라한이 몸을 움직일 때 일어난 풍압만으로 주위에 쌓여 있던 눈이 다 밀려나며, 바닥이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헥토르 무어."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지켜보고 있던 헥토르는, 이름이 불리자 바로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예, 교수님."

"방금 저 듀라한의 보여준 힘과 속도의 원천이 뭐라고 생각하나?"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아론의 무차별 질문.

그러나 헥토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다크오러입니다."

오러는 마나를 심는 기사들의 기술이다. 그리고 다크오러는 당연히 마나가 아닌 칠흑으로 만드는 오러라는 개념이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틀렸다. 이 듀라한은 방금 오러를 쓰지 않았다."

헥토르가 코끝을 찌푸렸다. 아쉬워하는 반응이다.

"토토 아모리."

"네? 아, 네네넷! 토토 아모리 입니다! 그, 그으......! 뛰어난 육체의 힘......."

"틀렸다."

이번엔 아론의 시선이 토토의 위로 향했다.

"시몬 폴렌티아."

"......."

시몬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마나입니다."

곳곳에서 고개가 갸우뚱하는 반응이 나왔다. 헥토르의 파벌들은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재미있군. 언데드가 내는 힘의 원천이 마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방금."

시몬이 손을 뻗어 듀라한을 가리켰다. 듀라한도 손에 든 머리를 움직여 시몬을 보았다.

"주위의 마나가 듀라한에 빨려 들어가는 걸 봤어요."

그제야 몇몇 학생들도 뭔가 눈치챘는지 웅성거렸다.

"어, 그러고 보니."

"어느새 주위의 마나 농도가 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아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다."

오-!

주위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에슈는 '역시 학생회장!'하고 외치며 어깨를 두들겼고 헥토르는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듀라한은 흔히 마나 먹는 괴물이라고도 하지. 네크로맨서가 호흡으로 마나를 들이마시고, 코어를 가동해 칠흑으로 바꾸는 것처럼, 듀라한도 대기 중의 마나를 모조리 끌어들여 칠흑으로 전환해 자신의 힘으로 삼는다."

아론은 듀라한의 가슴 앞에 순수 마나만으로 마법진을 펼쳐보았다. 그러자 마법진의 틀이 1초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어 듀라한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마나 흡입량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마법사는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무력화할 수 있지. 대기 중의 마나를 신성으로 바꾸는 프리스트와의 전투에도 유용하다. 다들 한번 해보도록."

학생들이 앞다투어 몰려나와 마나 마법진을 펼쳐보았고, 듀라한은 그것을 모두 빨아들였다. 거리가 멀수록 마법진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고, 칠흑마법진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역시 현대에서도 주력으로 쓰이는 언데드는 달라도 뭔가가 달랐다.

아론은 이어서 듀라한의 몸을 짚어가며 설명을 했다. 이 듀라한만 총 11군데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구멍이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환 장송학 시간에 배웠던 구울 장송기인 '리노의 황금선'은 기억나나?"

"네에!"

"구울은 소환 마법진을 희생하는 대신, 그 폭발적인 칠흑을 전신으로 퍼뜨려서 1~2분간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듀라한의 폭발적인 완력도 이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해라."

주위의 마나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고, 그것으로 만든 칠흑을 연료로 불태우며 미친 듯이 싸우는 광전사 언데드.

그게 바로 듀라한이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일반적으로 듀라한은 아공간에서 꺼낸 직후 15분에서 20분 정도 짧고 굵게 활용하는 게 보통이다. 공성전에서는 성문 분쇄에 쓰이고, 그 외에도 추격섬멸, 퇴로확보, 포위분쇄 등 듀라한은 전세를 바꾸는 키 카드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2~3시간 길게 싸울 수 있게 만든 듀라한도 있지만, 이 경우 순간적으로 내는 힘은 떨어진다."

아세라즈가 손을 들었다.

"아세라즈 미켈입니다! 그럼 네크로맨서의 코어에 해당하는 기관이 듀라한에게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다. 참고로 듀라한의 칠흑기관은 단시간 마나 전환율만큼은 네크로맨서의 코어를 능가한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듀라한의 칠흑기관은 단순 칠흑 방출에만 특화되어 있고, 20분 정도 쓰면 효율이 급격히 나빠진다고 생각해라."

그때 조교들이 다가와 아론 앞의 테이블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이게 그 듀라한의 핵심이다."

두근- 두근-

거대한 살덩이처럼 생긴 생체 기관이었다. 그 위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듀라한이란 커다란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엔진, 마나를 칠흑으로 바꿔주는 생체기관이다. 듀라한은 두 개의 소환마법진이 필요하고, 그중 하나가 이 기관 위에 그려지지."

시몬이 마법진을 가까이 보러 다가오는데, 아론이 손짓하자 마법진이 투명하게 변했다.

"어차피 수업 때 가르쳐 줄 생각이니 서두를 필요 없다. 지금부터 간단한 수행평가를 시작하겠다."

"?!"

수행평가라는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차올랐다.

"너희들에게 듀라한의 칠흑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이곳의 토착 몬스터, 빅풋의 기관을 제공하겠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들을 이용해 빅풋의 기관 위에 마법진을 작성해라. 듀라한의 칠흑기관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보도록."

학생들이 동요했지만, 아론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너무 걱정할 건 없다. 이건 너희들이 교과서로 정립된 지식을 배우기 전에 하는 자유 창작과정이다. 실패한다고 해서 감점이나 불이익은 없다. 다만 성과가 있는 학생들에겐 추가 점수를 주겠다."

조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야외에 책상과 의자를 세팅해 놓았다. 아론이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체크했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 * *

학생들이 모두 야외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책상 위에는 넓적한 생체 기관 하나가 주어졌다.

이미 흑마법적 장치를 해둔 듯, 그 기관은 주위의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칠흑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아래의 배출구로 휙휙 새어나가고만 있다.

이제 이걸 칠흑이 배출되게끔 만드는 게 이번 수행평가의 목적이었다.

"기본 세팅은 제공하겠다."

조교들이 마법진이 반쯤 그려져 있는 판자를 학생들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사용하고 싶은 재료가 있다면 옆에서 뭐든지 가져가도록."

실습장소 옆에는 각종 재료가 담긴 선반이 있었다. 아론이 손뼉을 쳤다.

"시작해라."

학생들이 일제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어진 생체기관은 단 하나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끝이다.

"......이건 과제가 너무 어려운데."

"아직 배우지도 못한 걸 무슨 수로 만들란 거야?"

대부분의 학생들이 막연함을 느끼고 있었다. 몇몇은 숨죽이며 불만을 표출했다.

"알아서 듀라한을 척척 만들 수 있으면 수업이나 교수가 다 무슨 소용이야?"

"내 말이."

곳곳에서 포기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세 사람이 보였다.

헥토르, 아세라즈, 피츠제럴드였다.

"집안 빵빵한 선행학습자들의 독주로구만."

"에이, 포기야 포기."

그렇게 투덜대는 학생들이 손을 내려놓고 멍을 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눈을 빛내며 그들을 주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헥토르가 오펠을 가져갔어.'

'아세라즈도 마찬가지!'

'오펠은 필수인가?'

학생들이 뛰쳐나와 앞선 세 사람이 가져간 재료들을 똑같이 가져갔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고 재료를 확보하려는 학생들 간의 몸싸움이 일어났다.

"자, 자, 싸우지 마세요!"

"재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조교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사이, 전체 1위의 시몬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시몬! 시작 안 할 거야?"

토토가 오펠을 비롯한 재료들을 한 아름 가져오며 말했다.

"혹시 재료가 다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일단 챙겨오는 게......."

"아론 교수님은."

시몬의 표정이 진지했다.

"왜 아직 가르쳐 주지도 않은 듀라한의 칠흑기관을 만들어보라고 하셨을까?"

"으, 응? 그거야 나도 모르지."

시몬은 2학년 전공 소환학 수업 첫날, 아론이 했던 이야기와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를 제작하기 위해선 '억념(憶念)의 룬'과 그에 기반된 수식들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익힌 '억념의 룬'은 좀비의 상위 개체인 구울의 핵심적인 재료로 들어간다.

-구울을 만들기 위해선, 시체에 변이를 일으키는 개변 수식과, 부패변이 공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후, 구울의 부패변이 공식과 스켈레톤 나이트에서 배운 억념의 룬을 조합해서. 마법 언데드 「디바우러」를 만들 수 있다.

아론은 설명을 거듭하며 칠판에 1학기 때 배울 무수한 언데드의 수식과 룬어들을 써놓았었다. 그리고 그 써놓은 것들을 모두 묶어서 줄을 그어, 마지막 중심에 모았다.

-이 모든 기본기를 쌓았을 때 너희들은 비로소. 3티어 언데드, 목 없는 기사 '듀라한(Dullahan)'을 만들어낼 수 있다.

"......토토."

회상을 끝낸 시몬이 씩 웃으며 비로소 깃펜을 들었다.

"사실 우린 이미, 방법을 알고 있는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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