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87화
흉내잡이.
다소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 괴물들은 오로지 '프리고드 자치구'에서만 출몰하는 토착 몬스터다.
원숭이와 인간을 애매하게 뒤섞어놓은 듯한 외형에, 팔다리는 길고 흐느적거렸으며 두상은 비정상적으로 길다.
이 모호하게 인간을 닮은 몬스터들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인간을 따라 하는 것'에 대단히 집착한다는 점이었다.
시작은 사냥이었다.
이곳의 원주민인 '가할족'의 전사들은 말을 타고 숲으로 들어가 흉내잡이 사냥을 즐겼다.
그때만 해도 흉내잡이들은 긴 팔다리 때문에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몬스터였다. 전사들은 학살한 흉내잡이의 시체를 산처럼 쌓아놓고 본인의 용맹함을 뽐내곤 했다.
그렇게 흉내잡이 사냥이 성행하던 어느 날, 갑자기 사냥을 나갔던 전사들 전원이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뒤이은 추적대는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고 흉내잡이 사냥은 당분간 중단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 가.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흉내잡이들이 숲 밖으로 나와 인간의 영역권에 침입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들로부터 노획한 말 위에 올라타고, 인간처럼 활을 쏘며, 인간의 재산을 약탈하고 집을 불태웠다.
심지어 학살한 인간의 시체를 산처럼 쌓아놓고 빙글빙글 춤을 추는 의식까지 실행했다.
갑작스러운 흉내잡이들의 '인간 사냥'에, 요새 밖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던 가할족 사람들은 모두 요새 안에 꽁꽁 틀어박혀야 했다.
흉내잡이들은 마을과 드넓은 목초지를 손에 넣었고, 그들의 인간 흉내는 더더욱 적나라해졌다. 인간처럼 밭을 일구기 시작했고, 자체적으로 말과 가축을 키워 그 고기를 먹었다.
흉내잡이의 개체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들이 사냥 다음으로 따라 한 행위는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내분이 벌어진 가할족들끼리 서로 싸우며 요새를 빼앗는 모습을 지켜본 흉내잡이들은, 그 요새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6개 요새를 빼앗긴 뒤에야 가할족은 자기들끼리 벌이던 내전을 멈추고 힘을 합쳐 흉내잡이에 대항했지만,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흉내잡이는 인간들의 무기를 다루었으며, 검술이나 창술 등 인간의 기술까지 따라 했다.
그렇게 가할족은 대부분의 영토와 요새들을 몬스터에게 빼앗겼고, 현재는 40개의 요새 중 단 하나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두두두두두두―!
그날 밤, 해골마들이 이끄는 다섯 대의 커다란 전쟁마차가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브리핑은 이상입니다."
마차 제일 앞자리에 앉은 조교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 앉아 무기와 언데드를 점검하고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인간을 흉내 내는 몬스터라고?"
시몬의 맞은편에 앉은 학생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었다.
"그렇게 위험한 것들을 그냥 방치하면 어쩌잔 거야? 북부 대세종이 되면 어쩌려고? 샤헤드 왕국은 뭐 하는 거야 대체."
"야, 거기서 샤헤드가 왜 나와."
샤헤드 출신으로 보이는 학생이 인상을 구겼다.
"X나 무능하니까 하는 소리 아냐."
"뭐가 어쩌고 어째?"
"제가 대신 설명드리겠습니다."
조교가 얼른 수습에 나섰다.
"프리고드 자치구는 샤헤드 왕국의 내정간섭은 물론, 군대의 파견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샤헤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프리고드 족장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가할족은 그 어떤 지원도 거절하고 있죠."
프리고드 자치구의 모든 종족들은, 그 피비린내 나는 역사 때문에 샤헤드 왕국의 병사들이 자치구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그래도 '흉내잡이'들의 특성상, 주위에 흉내 낼 인간만 없다면 외부로 영역을 확장하진 않을 거라고 학자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샤헤드 왕국과 족장회의는 요새 포기를 권고했지만, 마지막 요새만을 남겨둔 가할족은 고향을 버릴 수 없다며 최후까지 응전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으음."
"그래서 프리고드 자치구 출신인, 저희 그레리온 교수님께서 그들에게 제의하셨습니다."
우리는 샤헤드 왕국군이 아닌 키젠의 네크로맨서들이다.
우리는 전쟁광 병사들이 아닌 학생들을 파견할 것이다.
우리는 놈들의 시체를 원한다.
그것만 모두 내어준다면 그대들과 함께 싸워줄 수 있다.
'그렇게 된 거구나.'
시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이 아니라 키젠이라는 독자적 조직이고, 군대가 아닌 아직 학생 신분의 아이들.
가할족의 룰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거기에 다른 이권도 없이 몬스터의 시체만을 원한다고 하니, 전략적 열세인 가할족은 결국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어이가 없네."
입 옆에 흉터가 난 남학생이 팔짱을 꼈다.
"연합 내 전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키젠 학생이 군대보다 더 위협적일 텐데."
"많이 급했나 보지 뭐."
곳곳에서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큰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젠 다들 2학년이라는 짬밥이 있는지 얼굴에 여유가 묻어나 있었다.
이제 그들의 화제는 흉내잡이는 어떻게 되든 좋고, 최고의 듀라한 재료인 '가디언'을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로 넘어갔다.
흉내잡이들은 자신들보다 상위 몬스터인 가디언을 '왕'으로 섬기고 있다. 흉내잡이가 움직인다면 어떻게든 이들도 이번 전장에 나타날 것이다.
-전원 주목!
그때 마차 내부의 통신수정구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지금부터 우리는 몬스터들의 포위망을 뚫고, 가할족의 마지막 요새로 진입한다!
농담을 주고받던 학생들의 표정이 마침내 진지해졌다.
-너희들은 학생이 아닌, 전투원으로서 참전한다! 너희들 하나하나가 키젠에서 공들여서 키운 막강한 전력이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일일이 지시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동등한 네크로맨서로서 자유롭게 움직여라!
시몬은 그레리온의 연설을 들으며 창밖을 보았다. 시꺼먼 몬스터 떼가 숨죽인 채 이쪽을 응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우조는 아론 교수가 지정한 조원대로 설정한다! 만에 하나 이탈자가 발생하면, 내가 직접 퇴학처리 해주겠다! 이탈자가 생긴 조원들은 전원 듀라한 관련 수행평가 최하점이다. 동료는 너희들끼리 챙겨라!
철컥.
철컥.
전투 마차의 창문이 열렸다. 학생들은 창밖으로 흑마법을 준비했다. 아공간에서 소환수를 꺼내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몬도 스켈레톤 메이지를 꺼내 준비시켰다.
-이 정도의 전장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면, 프리스트를 상대로 하는 진짜 전쟁에서는 개죽음당할 뿐이다! 학과생 전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아남도록!
"예!"
키이이!
크르륵!
몬스터들이 마차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해골마가 달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준비."
마지막 5번 마차는 시몬이 지휘하기로 했다. 그의 지시에 곳곳에서 마법진이 완전하게 펼쳐졌다.
몬스터들의 거리가 마차 코앞까지로 좁혀들자 시몬이 외쳤다.
"쏴!"
귀가 저릿한 굉음과 함께, 창밖으로 오색찬란한 흑마법과 저주들이 쏟아져 나갔다. 마차에 달라붙으려던 몬스터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명중이야!"
"속 시원하네! 다 뒈져라!"
흥분한 학생들이 창밖으로 흑마법을 마구 연사했다. 가장 후방에 있던 시몬의 마차가 공격한 것을 신호로, 다른 마차들도 공격을 개시했다.
전투마차 한 대에 학생이 10명 이상 타고 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화력이었다.
쿵! 쿵!
시몬도 스켈레톤 메이지로 싸우고 있는데, 마차의 천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즉각 움직였다.
"로레인, 지휘는 맡길게!"
"어디 가려고?"
"위에!"
시몬은 창밖으로 몸을 쭉 빼더니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마차의 천장에 올라갔다.
'상대는 둘.'
검을 쥔 흉내잡이와, 장창을 든 흉내잡이가 보였다.
시몬은 들어와 보라는 듯 여유롭게 손짓했다.
촤악!
창을 쥔 흉내잡이가 순간적으로 장창을 내질렀다. 대충 막 지르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인간의 '창술'이었다.
시몬은 허리를 젖히는 것으로 피한 다음, 발끝에 칠흑을 모아 창대의 중앙을 톡 치듯 올렸다.
대애앵-!
창대가 위로 거칠게 올라가며 흉내잡이가 창을 놓쳤다. 시몬이 제자리에서 몸을 빙글 회전하며 앞으로 오는 검을 든 흉내잡이의 안면을 걷어찼다.
흉내잡이는 그대로 마차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연결 동작처럼 바닥에 떨어진 장창을 붙잡은 시몬이 마지막 흉내잡이의 복부를 향해 내질러 쓰러뜨렸다.
휙.
창을 밖으로 내던진 시몬이 손을 가볍게 털었다.
'좋아, 이대로면 무난히.......'
쿠웅!
"으아악!"
"꺄아아아아!"
난데없이 마차가 급격히 기우뚱했다. 시꺼먼 몬스터 하나가 마차를 머리로 들이박은 것이다.
마차의 천장에 올라가 있던 시몬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아, 안 돼! 시몬!!"
토토의 다급한 외침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마차에서 떨어진 시몬은 바글바글한 몬스터 떼로 추락하고 있었다.
'......집중.'
시몬의 뇌리가 뜨겁게 들끓었다. 인지가 확장되고, 시간이 느려지며, 판단은 명확해졌다.
시몬의 손끝이 멀어지는 마차로 향했다.
<클라우드>
청록빛의 밧줄이 마차에 철썩 달라붙었다. 시몬은 다리에 칠흑을 끌어모은 다음, 흉내잡이의 머리통을 걷어차며 근처의 나무 위에 착지했다.
-케에에에에!
순식간에 아래의 흉내잡이들이 시몬이 있는 나무를 포위했다. 그 앞으로는 무수한 흉내잡이들이 마차를 뒤쫓고 있었다.
<본 아머>
시몬은 침착하게 아공간을 열고 본 아머를 꺼내 입었다. 마차에 붙여놓은 클라우드를 양손으로 붙들고 장력이 한계치에 다다를 때까지 버텼다.
'지금!'
그러곤 그대로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시몬의 몸이 마차를 향해 직선을 그리며 날아왔고, 후방에 있는 몬스터들을 들이박았다.
콰콰콰콰콰쾅!
시몬과 부딪힌 몬스터들이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갔다. 시몬은 몬스터 떼를 뚫고 멋들어지게 마차 위로 돌아왔다.
"나이스!"
"역시! 학생회장이야!"
마차 안에서 동기들의 환호가 들렸다.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저쪽도 초전부터 본격적이네.'
화르르르르륵!
시룡으로 변신한 헥토르가, 탄탄한 두 발로 본인 담당의 전투마차를 들어 올린 채 브레스를 뿜어대며 몬스터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었다.
아세라즈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도 마차 위로 올라와 싸우고 있었다.
"괜찮아? 시몬!"
걱정됐는지 로레인도 마차 위로 올라왔다.
"난 괜찮아! 다른 애들은?"
"모두 무사해!"
"회자앙! 로레인 님!"
그때 에슈가 창밖으로 고개를 쭉 내밀었다.
"큰일 났어! 토토가!"
뭔가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무슨 일이야?"
"토토가 회장을 구하겠답시고 마차 밖으로 뛰쳐나갔어! 아까 떨어진 줄 알았나 봐! 어떡해!"
로레인의 표정이 심각해졌고, 시몬은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달려 나가고 있었다.
"에슈! 위치를 말해!"
"마차 뒤편! 그냥 대책 없이 떨어졌어!"
이미 마차 뒤는 흉내잡이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몬은 망설임 없이 마차 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곤 팔을 교차하며 몸을 웅크리는 자세를 취했다.
촤르르르르륵!
공중에서 스켈레톤의 뼈들이 쏜살같이 날아와 시몬의 몸을 뒤덮였다.
<본 아머 - 헤비아머 타입>
쿠쿠쿵!
순식간에 두꺼운 뼈 장갑으로 갈아입은 시몬이 바닥에 떨어지며 몬스터들을 깔아뭉갰다.
"토토!"
그가 거칠게 흉내잡이들을 해치며 달려갔다. 마치 헤엄치듯 팔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몬스터들의 몸이 휙휙 나가떨어졌다.
물론 흉내잡이들의 병장기는 시몬의 헤비아머를 뚫지 못했다.
"회자아앙!"
착!
그런데 시몬의 헤비아머의 머리 위에 뭔가 올라왔다. 시몬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에, 에슈?!"
그녀가 균형을 잡으려는 듯 위태롭게 두 팔을 흔들다가, 간신히 멈춰 섰다.
"거기서 올려다보지 마! 부끄러우니까!"
척.
척.
중심을 잡은 그녀가 두 팔을 펼치자, 그녀의 작은 저주인형들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주위를 밝혀!"
파아아아아앗!
파아아아!
공중에 떠오른 열 개의 저주인형들이 눈부신 빛을 일으켰다. 몬스터들이 갑작스러운 섬광에 몸을 움츠렸다.
"토토를 내버려 둘 순 없어! 내가 보조할 테니 계속 가!"
"......."
그런데 시몬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잠자코 정면을 응시하던 그는 갑자기 등을 홱 돌려 마차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깜짝 놀란 에슈가 시몬의 본 아머를 두들겼다.
"왜 벌써 돌아가? 토토를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해. 에슈."
그녀의 표정이 허망하게 굳어졌다.
"충분하다고? 뭐가 충분한데! 지금 토토를 버리잔 소리야?"
크르륵!
덩치가 꽤 커 보이는 흉내잡이들이 방패를 들고 앞을 가로막았다. 시몬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런 거 아냐."
"그런 거잖아! 설마 너 토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구해야......!"
덥석!
시몬이 비대해진 본 아머의 손으로 에슈를 붙잡았다.
"윽, 이거 놔! 나 혼자서라도 갈 거야!"
"토토도 엄연히 키젠이야. 날 구하러 갔다고 했지? 그럼 내가 멀쩡하다는 사실만 알리면 알아서 빠져나올 거야."
시몬은 헤비아머를 벗고 위로 올라왔다. 헤비아머는 다른 한 손으로 시몬의 몸까지 쥐더니 에슈와 함께 공중으로 내던졌다.
"꺄아아아아악!"
두 사람이 대기를 가르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시몬은 두 손가락을 꼬는 시늉을 했다.
전장에 남겨진 주인 잃은 헤비아머가 촤르르르륵 소리를 내며 뼈로 분해되더니 공중으로 날아왔다.
이내 에슈에게 본 아머 한 벌을 입히고, 시몬 자신도 한 벌을 입었다. 본 아머의 '인력' 기능으로 공중에서 더 오래 체공할 수 있었다.
"시몬! 에슈! 잡아!"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레인이 칠흑으로 꼬아서 만든 사슬을 던졌다. 두 사람이 사슬 끝을 붙잡자, 로레인이 잡아당겼다.
쿵!
두 사람이 마차에 부딪히듯 내려왔다.
"하아. 하아."
"나이스, 로레인."
시몬이 지친 얼굴로 본 아머를 벗었다. 에슈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그럼 토토는......."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던 시몬은, 마차 옆에서 새로운 떨림을 감지하고는 슬쩍 웃었다.
"온다."
콰아아아아앙!
마차 옆에서, 지반을 뚫고 토토가 컨트롤하는 데스웜이 튀어나왔다.
"어어?"
"내가 말했잖아."
타이밍이 어긋나 벌어진 일이었지만, 토토라면 충분히 저기서 동료를 구해 빠져나올 능력이 있었다.
애초에 시몬이 마차에서 뛰어내린 것도, 자신이 무사하다고 토토에게 알리기 위함일 뿐이었다.
이내 벌레 괴물의 입이 쩍 벌어지며 퉷 하고 뭔가를 뱉었다. 냄새나는 액체에 둘러싸인 토토가 마차 천장에 떨어졌다.
"아!"
토토가 질척이는 액체를 튀기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들 무사했구나!"
"이 바보야!"
에슈가 벌떡 일어났다.
"미쳤다고 밖으로 뛰쳐나가? 니가 뭐라고 회장을 구하러 가!"
"미, 미안......!"
시몬과 로레인이 눈을 마주하며 빙긋 웃었다.
통신수정구를 든 채 마차 위에 올라와 있던 아론이 다시 내려왔다.
"상황종료.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습니다, 그레리온 교수님."
"당연히 그렇겠지!"
선두의 마차에 앉아 있던 그레리온이 호탕하게 웃었다.
"원래 학생들은 이런저런 실수를 하면서 크는 거지! 자네는 너무 과보호해서 탈이야."
"그렇습니까."
본인의 스켈레톤을 회수한 아론이 고개를 들었다. 마차의 천장 위에서, 10조 조원들이 서로 어깨동무한 채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몬스터들의 포위망도 무사히 뚫어냈다. 이제 그들의 앞에 커다란 성벽이 보이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긴장해라."
아론이 통신수정구를 들었다.
"지금부터 요새로 진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