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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94화 (59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94화

"......정말이지, 학생 하나가 이렇게까지 고생시킬 줄은 몰랐소."

외눈 신사가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때리며 말했다.

그의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헥토르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이마 밑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괜히 암흑연합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아이들이 아니로군. 그대들을 얕본 내 실수를 인정하오."

지팡이의 끝에는 칠흑이 그림자처럼 뻗어 나가 있었고, 그 칠흑은 헥토르 외에 또 두 명의 학생들의 목을 붙든 채 벽에 박아놓고 있었다.

"말하시오."

외눈 신사가 새로운 포로들을 보았다. 손에 쥔 지팡이에 힘을 주자, 학생들은 목이 조여오는 걸 느끼며 괴로워했다.

"시몬 폴렌티아의 위치를. 그것만 알려주면 살려주겠소."

"X까."

목이 졸려 괴로워하면서도, 붙잡힌 학생은 중지를 세워 보였다.

"별로 맘엔 안 들지만 그 새끼도 키젠이야. 내가 말할 것 같냐!"

그 옆의 학생도 악에 받친 듯 눈을 치켜떴다.

"내 목숨이 아까워서 동기 위치를 불라고? 차라리 죽여. X발 놈아."

외눈 신사가 기이할 정도로 긴 검지를 치켜들어 머리를 긁는 시늉을 했다.

"그대들의 전우애는 훌륭하지만, 순간의 감정에 치우친 현명하지 못한 처사요."

그의 외눈이 다시 피를 흘리고 있는 헥토르에게로 향했다.

"헥토르 무어. 말하시오. 10초 안에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 이 동기들의 목숨을 하나씩 끊겠소."

10.

9.

외눈 신사가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8.

7.

숫자가 내려가도 헥토르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시몬 폴렌티아가 거슬리는 모양인데."

하지만 그 한마디에는 헥토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내가 그를 학교에서 치워줄 수 있소. 그러면 학과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건 당신이 되겠지."

"......."

"언제까지 만년 2등에 만족할 생각이오?"

5.

4.

외눈 신사는 다시 숫자를 셌다.

그때 헥토르가 어깨를 들썩이며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군."

"?"

"네놈이 말하는 그딴 1등에 무슨 의미가 있나."

피로 뒤덮인 헥토르의 얼굴에서 입이 벌어지고 허연 이가 드러나며 웃었다.

"시몬 폴렌티아를 꺾는 건 나다. 네놈들이 녀석을 데려간다면, 네놈들을 전부 파헤치고 시몬 폴렌티아를 다시 돌려놔서 내 손으로 꺾고 말겠다."

2.

1.

카운트다운을 마친 외눈 신사가 한쪽 외눈을 꾹 감았다.

"유감이오."

그가 지팡이에 칠흑을 주입해, 붙잡은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유감이군."

옆에서 들려온 차가운 음성이 주위를 싸늘하게 식혔다.

갑작스러운 제삼자의 목소리에 외눈 신사는 고개를 돌렸다.

펄럭!

그림 같은 겨울 코트를 걸치고, 그 안에는 반소매와 반바지가 보인다.

부스스한 더벅머리와 까끌까끌한 수염, 그리고 다크서클이 짙은 중년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제 그만 내 제자들을 풀어주지 않겠나."

물론 표정과는 달리,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진득했다.

"당신이 나설 차례인가."

외눈 신사는 등골에 오르는 오한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소환학 담당교수, 아론 데이아."

아론이 뭔가 손을 썼는지, 학생들의 목을 붙잡고 있던 흑마법이 풀렸다. 그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셋 다 수고했다. 이탈해서 치료를 받도록."

아론이 손을 휘젓자, 쏜살같이 날아온 붉은 스켈레톤들이 헥토르와 다른 두 학생에게 입혀지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

외눈 신사는 포로를 빼앗기면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 없었다.

정면의 적에게 일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목이 날아갈 것 같았으니까.

이것은 외눈 신사에게 있어, 새로운 종류의 공포였다.

"그럼."

일대가 고요히 가라앉을 즈음,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키젠의 작전지역에 무단침입해 내 학생들을 공격한 이유를 들어볼까."

"......."

외눈 신사가 경계하듯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나는......."

부아아아아앙!

갑자기 측면에서 거대한 대검이 휘둘러졌다.

듀라한이었다. 외눈 신사는 뒤로 펄쩍 뛰며 물러섰다.

촤촤촤촤촤촤촥!

언데드 전함에서 쏟아져 나온 붉은 스켈레톤들이 화살을 쏟아부었다. 수천 발의 붉은 화살이 시뻘겋게 내리꽂힌 지면은 가히 수채화 속 장미꽃밭을 연상케 했다

"대답을 듣는 건-"

아론의 눈에 섬뜩한 예기를 품은 안광이 번뜩였다.

"자네를 해체한 뒤에 하도록 하지."

'단단히 화가 났군.'

외눈 신사가 발밑에 칠흑을 일으켰다.

'키젠 교수는 하나같이 대륙급 강자. 교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외눈 신사의 몸이 줄어들어 칠흑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고속이동했다.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외눈 신사는 자유자재로 회피했다.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면 제아무리 교수라도......!'

터엉!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벽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묘소 생성."

아론이 중얼거리자, 붉은 화살이 꽂힌 바닥에서 연이어 비석들이 솟구쳐 올랐다. 주위가 검은 안개로 뒤덮였다.

"이곳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계 소환수의 능력인가!'

무덤계열 소환수 중에서도 최고봉, '크립트 로드'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채 서 있었다. 저걸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무모했다.

고오오오오!

이제는 묘소의 천장을 뚫고 아론의 '언데드 전함'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가히 최고위 소환수들의 향연.

거기에 언데드 전함의 뚜껑이 열리고 있다. 이대로는 광범위 폭격에 휘말린다.

'그렇다면.'

외눈 신사가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아론에게 곧바로 돌진했다. 그가 쥔 지팡이의 형태가 변하더니, 칠흑이 응집된 반달형의 검으로 바뀌었다.

대 소환술사전에서 술사를 직접 치는 건 정석 중의 정석.

아론은 무방비상태였다. 외눈 신사가 모든 칠흑을 불태우며 접근하는데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악-

그저 손가락을 튕길 뿐이었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륵!

그러자 일반 스켈레톤보다 훨씬 더 작은 초소형 스켈레톤의 뼈들이 아론을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투구와 부츠, 흉갑까지 이루어지며 마치 갑옷의 형상을 띠고 있는 본 아머를 입었다.

'큭!'

아직 얼굴은 덮이지 않았다. 외눈 신사가 머리로 반달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까앙!

쇳소리와 함께 칠흑의 칼날이 멈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본 아머의 투구가 생성되었고, 그의 모든 칠흑을 끌어모은 절단 흑마법도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그!"

그때 외눈 신사의 한쪽 동공이 급격히 커졌다.

"그 모습은......!"

아론은 무덤덤하게 반달검을 손에 쥐고는 힘을 주었다.

채카카아아앙!

칼날이 산산조각 났다. 외눈 신사는 식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럴 수가. 어째서 이 정도의 남자가 '까마귀'가 아닌 거지?'

키기기기기긱!

뒤이어 묘소의 벽면에서 튀어나온 검은 후드를 눌러쓴 해골들이 지팡이를 꺼내 들며 흑마법을 발동했다.

고강도의 결박마법. 외눈 신사의 몸이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졌다.

'리치까지!'

"끝내지."

갑옷 속의 아론이 흑마법을 발동했다.

묘소 결계 외부에서 새까만 뭔가가 꿀렁이며 날고 있었다. 날개를 가지고 긴 꼬리를 가진 생물이었다.

외눈 신사는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리치들의 결박마법을 풀 수 없었다.

이내 그 생물이 묘소의 천장에서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아!"

외눈 신사는 숨을 멎는 공포를 느꼈다.

뼈만 남은 거대한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칠흑. 이내 그 입에서 쏟아진 암흑의 숨결이 외눈 신사의 시야를 뒤덮었다.

잿더미로 변하며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하나.

이제 '드래곤'은 지긋지긋하다.

* * *

"후욱. 후욱."

도살업자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요새 내부의 도시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는 세 학생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제기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파란 머리! 백금발! 파란 머리! 백금발!"

그때 쓰러져 있던 한 학생이 떨리는 손으로 검지를 세웠다.

"거기...... 서!"

학생이 저주를 쏘아 보냈지만, 도살업자는 허리춤에 낀 작은 식칼을 들어 대강 휘둘렀다. 식칼에 튕겨 나간 저주가 시전자인 학생에게 돌아갔다.

"크윽!"

석화저주인 '페럴라이즈'였는 듯, 학생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마무리를 할 틈도 없이 또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후욱. 하아."

그는 발을 질질 끌며 도시 뒤로 몸을 숨겼다.

"파란 머리, 백금발, 파란 머리, 백금발."

이곳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강했다.

이 몸 상태로 쉽게 이길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쯧."

옆구리가 야수에게 베어 먹힌 듯한 커다란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소환 재료학 교수, 그레리온에게 당한 상처였다.

"변신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그 괴물은!"

간신히 그레리온을 뿌리쳐 도망쳤지만, 슬슬 힘에 부쳤다.

"조금만 쉬자. 딱 5분만 쉬고 파란 머리를......."

그는 근처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털썩! 하고 대충 소파 같은 곳에 걸터앉아 몸을 기댔다. 긴 한숨을 흘리고는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우우우-

그의 눈이 흐릿하게 풀렸다.

"제기랄."

이 정도 상처야 나중에라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건 곤란하다.

나중엔 임무 내용의 발설을 막기 위해서라도, '결사'에서 자신을 죽이려 사람을 보낼 것이다.

'푸른 머리, 푸른 머리, 푸른 머리.'

스륵.

그때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스스슥-

부엌 쪽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도살업자는 천천히 등 뒤로 손을 가져가 식칼 위에 가볍게 올렸다.

"누구냐."

타박 타박-

이제는 대놓고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그는 키젠 교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그는 방금 자다 일어나기라도 했는지, 피곤한 눈으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년이 말했다. 그러고는 대충 도살업자의 맞은편 자리에 태연하게 걸터앉았다.

"마을에서 본 이후로 또 만나네요. 도살업자 아저씨."

"......파란 머리."

이렇게 대놓고 나타날 줄이야.

조금 얼빠진 표정으로 있던 그가 픽 웃었다.

"순록고기는 어땠지?"

그러곤 스읍 시가 연기를 빨아들이며 물었다. 시몬이 답했다.

"잘 먹었어요. 에슈가 특히 좋아하던데요."

"그거 다행이군. 이래 보여도 일은 제대로 하거든."

후우우우우-

연기를 뿜어낸 도살업자의 시선이 시몬에게 똑바로 향했다.

"다음으로 다루고 싶은 고기가 내 앞에 보이는데."

시몬이 빙긋 웃었다.

"다음으로 쓰러트리고 싶은 분이 제 앞에 있네요."

크크크크크.

도살업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입에서 침을 흘리며 꺼이꺼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하하.

시몬도 뒤따라 소리 내어 웃었다. 두 남자의 웃음소리가 텅 빈 집안에 고즈넉하게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한번 마주치는 순간.

파밧!

도살업자가 튕겨 나오듯 일어나며 소매에 숨긴 식칼을 꺼냈다. 시몬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뒤에 숨겼던 청록색 '관'을 머리에 썼다.

콰아아앙!

으저적!

동시에 도살업자의 후방 벽이 박살 나며, 청록색의 검들이 쏟아져 그의 몸을 관통했다.

<시몬 오리지널 - 친위대>

후두두둑-

핏방울이 쏟아졌다.

식칼은 시몬의 얼굴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청록빛의 검 여섯 자루가 도살업자의 몸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시몬은 손끝으로 붙잡은 '관'을 앞머리를 가리듯 깊게 눌러쓰며 일어났다.

"결사의 암살자."

쿵!

도살업자가 시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몬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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