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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02화 (60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02화

주말이 지나고 이틀간의 전공수업 이후.

드디어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시몬도 그동안은 애써 마누스에 대한 건 잊고, 필기 공부에 전념했다.

"긴장하지 말고, 준비해 온 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론이 말했다. 머리 위에 손을 올린 학생들의 책상 앞에는 뒤집힌 시험지가 놓여 있었다.

"부정행위는 0점 처리다.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할 수 있으면 해봐라."

소환학 교수답게, 아론은 부정 행위자를 잡는 방법도 독특했다. 그의 주위에는 눈이 여러 개 달린 잠자리 같은 소환수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시계를 체크한 그가 입을 열었다.

"시작해라."

강행군이었다.

전공시험은 무려 시험시간이 4시간이 넘는다. 생리현상이 와도 참아내야만 하는 철저한 집중력 싸움.

시몬은 묵직한 종이와 그 안에 쓰여 있는 까만 글씨에 집중하며 하나하나 풀어냈다.

중간고사 기간은 교수들마다 부정행위를 잡는 방법이 독특했는데, 그걸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소환학과 교수들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보완하는 소환수를 꺼냈고, 제인은 강의실의 공간을 계산해 후방과 측면에 조교들을 빈틈없이 배치했으며, 홍펭은 교탁 위로 올라가 찍어누르듯 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여러분."

바힐은 강의실이라는 '공간' 그 자체에 저주를 걸어버렸다. 학생들은 공포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뻘게진 교실 안에서 덜덜 떨면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어떻게 저주가 작동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부정행위를 할 생각도 없는데 저주가 잘못 작동이라도 한다면 끔찍했다.

"흠."

그렇게 바힐은 부정행위 감시를 본인의 저주에 맡겨놓고는, 주위를 도는 척하며 열심히 시몬의 시험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부, 부담스러워!'

당사자인 시몬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히 주관식 문제에서 시몬이 답을 써내려갈 때는 바힐의 흥분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훌륭해! 훌륭해! 훌륭해! 훌륭해!

뒤에서 그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으니 시몬은 뒤통수가 따가웠다.

시험감독자의 본분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습에, 결국 수석조교인 체헤클이 그의 등짝을 후려치고 진압해서 끌고 갔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의외로 마지막 날에 시험 치른 '제왕학'이었다.

-볼드윈 왕국 북남부풍. 접시와 식기의 각도가 틀린 것을 모두 고르시오.

-코스요리의 순서가 잘못된 것을 고르시오. 단, 계절은 여름이고 드레스 코드는 검은색.

'드레스 코드랑 코스요리 순서가 뭔 상관이야!'

제왕학의 예법은 마치 귀족들의 악질장난처럼 느꼈다. 즐거운 식사 자리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바짝 써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가장 쉬웠던 건 그다음에 치러진 시험.

"......자네 지금 뭐 하나?"

신성방어학 교수 파라한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시험시작 5분 만에 시험지를 덮고 엎드려 있던 시몬이 몸을 일으켰다.

"다 풀어서요."

잠시 주위에서 재수 없다는 눈빛이 쏘아졌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몬은 피로가 쌓여 있었기에 그대로 엎어져 눈을 붙였다.

그렇게 한 시간 뒤, 맑은 종소리가 들렸다.

"끝났다!"

"이제 해방이다!"

학생들이 시험지를 던지며 환호했다. 다들 얼굴은 말쑥하고 눈 밑이 퀭했지만, 하나같이 기분은 최고조로 보였다.

하지만 시몬은 아직 좋아할 수 없었다.

중간고사 못지않게 중요한 시험이 하나 더 남아 있었으니까.

'빨리 돌아가자.'

그동안 중간고사에 올인했고, 이제 다시 마누스 듀라한을 준비할 때다.

남은 시간은 이틀.

시몬은 돌연변이 동아리가 아닌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있는 '피어의 유적'으로 향했다.

-이런 끔찍한 건 폐기해야 해!

사실, 시몬이 마누스 듀라한을 만들다가 다친 걸 알게 된 벤야는 격분하며 마누스를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몬은 고개를 저었다.

-다친 건 오롯이 제 실수였어요. 연구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벤야는 우려했지만, 마누스의 소유권은 시몬에게 있었기에 더 말리지는 않았다.

다만 동아리 지하실에 계속 보관하기엔 1학년들도 있어서 위험하니, 시몬은 마누스를 안전한 피어의 유적으로 옮기기로 했다.

[크흐흐! 왔나 소년!]

[오셨습니까. 도련님.]

[군단장니이임~]

시몬의 에이션트 언데드들.

피어와, 아케뮤스, 그리고 에르제베트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리치 지팡이 '헤르세바'도 몸체를 좌우로 흔들며 인사했다.

"다들 잘 지냈어요?"

시몬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

유적 제단 위에 마누스의 두개골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간고사 동안 마누스는 별일 없었죠?"

[크흐흐흐! 그래. 잠자코 있더군.]

시몬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듀라한 제작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에르제베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시험 직후에 괜찮으시겠사옵니까? 오늘 하루는 쉬시는 게.]

"아니."

시몬이 작업용 도구를 꺼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도 너무 늦었어. 이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성과를 내야 할 때야."

시몬은 아공간에서 좀비 한 구를 꺼냈다.

"너도 올래? 프린스."

시몬은 왼손에 낀 회색 반지에 그렇게 말하고는, 좀비의 몸 위에 반지가 닿도록 했다. 이내 콰르릉! 하고 검은 번개가 좀비에게 떨어지며, 좀비가 프린스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하하하!]

프린스는 등장하자마자 손을 척 뻗으며 마누스를 가리켰다.

[꼴좋다 마누스! 머리만 남은 기분이 어때?]

프린스와 마누스는 데스랜드의 주도권을 놓고 싸운 적이 있었다. 시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누스의 사념은 날아간 지 오래야."

그러거나 말거나 프린스는 마누스를 놀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몬은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좋아, 천천히 다시 시작해 보자.'

* * *

시몬은 아바돈으로 듀라한을 제작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헥토르와 아세라즈는 물론, 가디언을 손에 넣은 다른 학생들을 이길 수 없다. 어떻게든 마누스 듀라한을 완성해야만 했다.

'그래도 중간고사 기간 동안 생각은 정리됐어.'

듀라한의 제작 과정을 극도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머리와 몸통에 두 개의 소환마법진을 그린다.

2) 두 개의 소환 마법진은 '연동의 룬'으로 잇는다.

이렇게 하면 두 부위는 틀림없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언데드의 머리가 '연동의 룬'으로 몸통을 조종하게 된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런 방식을 취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듀라한의 폭발적인 힘과 출력.'

듀라한이 다량의 마나를 빨아들이고, '칠흑엔진'을 폭주시켜 칠흑을 전신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육체에는 막대한 부하가 걸린다.

만약 몸 내부에 소환마법진이 존재한다면, 폭주한 칠흑에 휘말려 1분도 지나지 않아 손상되고 말 것이다.

마치 리노의 황금선을 사용한 뒤에 파괴되는 구울처럼, 듀라한도 한번 쓰고 버리는 언데드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현대의 듀라한은 핵심인 소환마법진을 '머리'에 보관하고 있다. 손상의 여지 없이 마음껏 육체를 폭주시키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해.'

첫 듀라한의 제작자는, 목과 몸통이 분리되어 있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여기까지가 바로 소환학 교수들의 특강에서 배운 내용.

하지만 듀라한에 사용되는 '연동의 룬'은 기본적으로 몸과 머리가 같은 언데드에게만 통용된다.

시몬은 바로 이 점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막혀 있었다.

"또 실패야."

연습재료로 나온 참담한 결과에 시몬이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러자 피어가 크흐흐! 웃으며 다가왔다.

[차라리 그 '연동의 룬'이란 걸 포기하는 건 어떤가?]

"네?"

피어가 시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나도 인간들의 흑마법은 자세히 모르지만, 그 룬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개체를 연동하지는 못해.]

"하지만."

시몬이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그게 바로 듀라한의 핵심이에요. 연동의 룬과 핵심 수식들을 쓰지 않으면 애초에 '듀라한'이라고도 부를 수도 없어요."

마누스를 스켈레톤으로 조립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다른 스켈레톤의 몸을 끼워봐야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본 드래곤을 배우기 위해 아론에게 약속한 건, 동기들 중 가장 뛰어난 '듀라한'을 제작하는 것.

2학년 최종목표인 본 드래곤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도련님.]

그때 아케뮤스가 끼어들었다.

[언데드에게도 생전의 육신은 중요합니다. 생전의 육신을 다른 사념이 움직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요. 물론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있다면?"

[키메라. 그중에서도 어보미네이션.]

아케뮤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도 언데드로서 그런 것들을 좋게 보는 건 아니지만, 어보미네이션은 서로 다른 살점이 뒤섞여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언데드의 사념으로, 다른 언데드의 육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냐고?"

소환재료학 첫 수업 때 찾아왔던, 그 광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그레리온의 연구실 겸 동굴에 시몬은 와 있었다.

동굴 한복판에 뿌연 습기가 가득했고 땀냄새가 풍겼다.

"후우."

그레리온은 동굴 한복판에서 역기를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쇠막대 양쪽에는 균등한 크기의 바위가 매달려 있었다.

'......저걸 사람이 어떻게 들어?'

시몬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쿵!

그레리온이 역기를 내려놓고 비로소 시몬에게 다가왔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전보다는 확실히 홀쭉해져 있었다.

프리고드 자치구 전투 이후 쭉 저 모습이었는데, 그 전신을 키메라화하는 기술을 쓴 반동인 모양이었다.

"왜 그런 게 궁금하지?"

시몬은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그레리온은 시몬에게 다가온 게 아니라 다른 도구를 들려고 갔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동굴에 연결된 커다란 레버 같은 장치를 양손으로 붙들더니 오므렸다 펴기를 반복했다.

꾸드드득!

꾸드드드드드!

그때마다 동굴이 울부짖는 것처럼 떨리고 있다.

"학생들은 지금 듀라한 제작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한다만."

시몬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그레리온에게 솔직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디언'이 몸밖에 없어서, 다른 언데드의 머리로 그 가디언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그레리온은 큰 소리로 웃었다.

"재미있는 발상이군! 보통 그런 생각을 해도 스스로 망상이라고 치부할 뿐인데, 진지하게 내게 도움을 구하러 온 것도 재미있어!"

쿵!

그가 레버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아론이 말한 대로야."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언데드의 사념으로 다른 개체의 언데드의 몸을 연동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특정 전제하에 가능은 하다."

그가 아공간에서 여러 책들을 꺼냈다.

"아마 어보미네이션을 생각하고 온 거겠지?"

......어떻게 알았지?

역시 교수들은 다르구나 생각하며 시몬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어보미네이션이 사용하는 룬어는 이렇다."

그것을 본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어, 어렵다.'

어려울뿐더러, 시몬이 사용하는 룬어와 체계도 달랐다.

"그리고 어보미네이션은 여러 살점으로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사실은 키메라 기술로 처리되어 여러 몸이 하나의 몸처럼 작동하게 되어 있다. 두 개의 다른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달라."

"......아."

쿵!

그레리온이 주먹으로 동굴을 때렸다.

"묻겠다 시몬 폴렌티아."

"예! 말씀하세요."

"네 구상은 틀림없이 파격적이다."

그레리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왜 방식은 파격적이질 않지?"

"......!"

"왜 기존의 소환학 지식을 참고하려고 하고, 왜 이미 있는 룬어의 체계만 따르려고 하나?"

그레리온의 두꺼운 팔을 들어 올렸다.

"나는 네 생각을 망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너는 진지하게 그 망상을 현실화하려고 하지. 이유가 뭐지? 단순히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으니까? 멋있으니까? 완성하면 대단할 것 같으니까? 전부 아니다."

그의 손끝이 시몬의 이마 앞에서 멈춰 섰다.

"진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

"답은 네 머릿속에 있다. 너는 정말로,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망상 듀라한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나?"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기분.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렇게 중요한 걸 들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마음속에 불씨가 피어올랐다.

"......감사합니다!"

시몬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걸렸다.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떠나는 시몬의 뒷모습을 보며 그레리온이 미소 지었다.

-혹시 시몬이 듀라한 제작으로 도움을 구하러 온다면,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방향성을 한번 짚어주십시오.

'......자기 직속제자라고, 진단이 정확하단 말이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단일 언데드 운용' 수행평가 당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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