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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25화 (62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25화

공원 화장실에서 몰래 신성마법진을 준비한 시몬은 밖으로 나왔다.

산책하듯 느긋한 걸음걸이로 걷다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손의 신성마법을 공원 바닥에 자연스럽게 깔았다.

그러곤 천연덕스럽게 계속 걸어서, 현장에서 조금 거리를 둔 채 사람들을 살폈다.

'사람들의 반응이 튀어나오는 순간이 중요해.'

앞으로 10초.

시몬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집중.'

5.

4.

3.

2.

1.

화아아아아아악!

바닥에서 마법진이 눈부신 광채가 일어나며, 빛의 글귀가 허공에 일어났다.

대낮이라 그렇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우연히 그것을 본 일반인들은 키젠에서 또 뭔가 이벤트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지만.

"......."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시몬은 공원에 있는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덕에 표정이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깨가 떨리고 동작이 딱딱하게 굳는 게 누가 봐도 놀란 모습이다.

시몬이 쓴 글귀는 다름 아닌.

[네크로맨서에게 발각됐다. 지금 그 자리에서 도망쳐라.]

그 사람은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시몬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더욱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실례합니다."

시몬은 대담하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자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학생회에서 왔습니다."

시몬이 학생회 완장을 보였고, 그자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시몬을 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죠?"

젊은 여성의 목소리.

키젠에 들어왔다는 광신도 용의자인 에버 키레도 여성이었다. 시몬은 긴장하며 말했다.

"키젠 측에 폭발물 관련 신고가 접수되어 왔습니다. 확인차 협조 부탁드립니다."

"......폭발물?"

"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참고인으로서 대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가 로브를 벌렸다.

"저는 샬몬트가 영애인 애나 샬몬트입니다. 여기 신분증을......."

그녀가 신분증을 꺼내길 기다리던 시몬은 한발 늦게 목도했다.

로브 안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광채를.

<홀리 라이트>

화아아아아악―!

"큭!"

온몸이 태양 빛에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시몬이 멈칫하며 팔로 얼굴을 가리려는 사이, 빛 너머로 새로운 하얀 구체가 시몬의 가슴에 작렬했다.

<홀리 버스터>

퍼버버버버벙!

시몬의 몸이 수 미터를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샬몬트라고 주장한 여자는 즉시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폭음에 관람객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쳤다.

'방금 분명......!'

인상을 잔뜩 찡그린 시몬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백마법이었어!'

게다가 학생회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쪽에서 먼저 공격했다.

이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카쟌!!"

시몬의 외침에 나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쟌이 즉시 내려왔다. 마치 야생동물을 방불케 하는 속도로 접근한 그가, 뒤쪽에서 팔을 휘둘렀다.

부웅!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낮추는 것으로 피했다.

'카쟌의 기습을 이렇게 쉽게?'

이번엔 광신도가 팔을 뻗었다. 이번에도 '홀리 버스터'가 연달아 터져 나갔고, 카쟌은 식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네크로맨서는 백마법에 직접 당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카쟌! 계속 달려요!"

여자가 도망치고, 카쟌이 뒤쫓았다. 시몬도 건물 벽을 박차고 달리며 단숨에 거리를 좁혀갔다.

광신도가 식은땀을 흘리며 시몬을 돌아보는 모습이 보였다. '네크로맨서가 어떻게 아직도 움직일 수 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거기서 멈춰!"

시몬이 검지를 치켜세우자, 뼈들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라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화아아악!

그러나 그녀의 팔에서 재차 빛이 한번 일렁이는 것으로 뼈들은 제멋대로 날아가 버리거나 시몬의 통제에서 벗어나 나뒹굴었다.

'역시.'

기본적으로 프리스트와의 전투는 상성상 네크로맨서에게 불리했다. 시몬은 이 추격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혼돈 마법을 준비했다.

"여기는 K-1! 에버 키레로 추측되는 도주자를 쫓고 있다!"

카쟌이 통신 수정구를 들고 긴박하게 소리쳤다.

"즉시 지원을 요청한다! 퇴로 차단이 우선이다!"

-확인했다.

그사이 광신도는 공원을 지나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고, 시몬과 카쟌도 전력으로 칠흑을 밟으며 뒤쫓았다.

'!'

그녀가 지나고 있는 골목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주위의 벽돌이 일어나더니, 손목이 가늘고 손가락이 긴 '여자의 손'처럼 변해 시몬과 카쟌을 덮쳐들었다.

시몬은 식겁하며 자리에서 뛰어올랐고, 카쟌은 바닥에 붙듯이 자세를 낮춰서 피해냈다.

쿠구구구!

쿠구구구구구!

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어느새 스무 개가 넘는 벽돌 팔이 주위를 채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하나같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손톱을 길게 기른 기이한 형상이었다. 효율을 고려하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조형이다.

"이능인가."

카쟌이 뺨에 묻은 흙을 소매로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심지어 물질조작이군. 에버 키레의 이능으로 가능한 레퍼토리 중 하나다."

"가죠!"

두 사람이 즉시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뛰어나갔고, 반지 낀 손들이 그들을 덮쳤다.

"흐읍!"

시몬은 건물 벽에 클라우드를 걸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다음, 벽을 박차고 한 차례 더 도약했다. 벽면이 움푹 파이며, 시몬의 몸이 고속으로 치솟았다.

그런 그를 붙잡으려, 사방에서 기다란 손가락들이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홍펭 오리지널 - 착검>

촤아아아악!

시몬의 오른손이 내리그어지고, 다가오는 팔이 깔끔하게 절단되었다. 시몬은 그 틈으로 쏙 빠져나갔다.

"카쟌!"

쿠우웅!

콰아아앙!

놀랍게도, 카쟌은 공중으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특유의 종이인형 휘날리듯 뛰는 저 동작은 여전했는데, 관절이 기이하게 꺾이며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틈까지 만들어 피했다.

부웅!

지면을 흐르듯 달리던 그가 공중으로 떠오른 뒤 체공 상태에서 몸을 일자로 딱 세웠다.

"!!"

정확히 그 틈으로 두 개의 팔이 지나가고, 다시 몸을 펼치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카쟌! 내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시몬도 더 힘을 내어 추격을 재개했다. 단번에 바닥에 착지해 팔들이 범람한 골목길을 빠져나온 두 사람이 정면을 보았다.

길을 따라 광신도가 달리는 와중에 팔을 오른쪽으로 뻗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배경 삼아, 관람객들이 그늘 테이블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쿠쿠쿵!

쿠쿵!

지면이 솟구치며 손톱이 긴 여자의 팔들이 무수히 솟구쳐 올랐다.

"어억! 뭐야!"

"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민간인들을!"

"시몬! 반대쪽에도 있다!"

쩍!

건물의 벽면에서 일어난 팔이 지붕을 통째로 뜯어내더니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테이블 쪽으로 던졌다.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번개처럼 뛰어나갔다.

"아."

시꺼먼 그늘이 주위를 뒤덮어갔고,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떨어지는 지붕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중으로 떠오른 카쟌이 이를 악물고 그 지붕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홍펭 오리지널 - 박서>

꽝!!

카쟌의 주먹에 닿는 순간, 지붕이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져 내렸다. 시몬이 뒤이어 팔을 빨래 널듯 거칠게 옆으로 내뻗었다.

<본 아머>

차작! 착!

착! 착! 착! 착!

사람들의 몸에 뼈 갑옷이 입혀지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빠져나갔다. 바닥에서 일어난 팔들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지붕의 잔해들도 빈 땅에 떨어졌다.

"다들 도망치세요!"

시몬이 본 아머를 회수하며 외쳤다. 지붕을 박살 낸 카쟌은 벌써 저만치 앞서나가 광신도를 쫓고 있었다. 시몬도 얼른 뒤쫓았다.

-여기는 까마귀 알레이스터.

그때 카잔의 품에 있던 통신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결계를 설치했다. 광신도를 잡기 위한 결계망을 좁혀 나가고 있다.

-여기는 D팀. 도주자 발견, 참전하겠다!

통신 소리를 들어보니 후방에는 까마귀도 있고, 이제 카쟌의 동료 요원들도 합류한 것 같았다.

시몬이 내심 안도하고 있는데.

"?!"

뭔가 엄청난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정면은 바위지대였다. 그런데 그 바위지대에서 커다란 여성의 손들이 연달아 올라오더니 손가락으로 O자를 그리고, 교차하는 등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건, 광장만 한 크기의 초대형 신성마법진.

그 공간에 들어온 네크로맨서들을 신성에 노출시키는 광범위 공격 백마법이었다. 지원 온 요원들이 정체불명의 신성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그사이 광신도가 도망치고 있다.

'제길!'

시몬이 칠흑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카쟌! 옆으로 둘러 가세요! 제가 통신 수정구로 신호를 보낼게요!"

"무모하다, 시몬! 추가 지원을 기다려!"

시몬은 눈부신 빛이 내리쬐고 있는 신성영역을 향해 단독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정도 밀도의 신성이라면 내 신성도 가릴 수 있을 거야!'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전신이 따끔따끔해지는 걸 느끼는 순간, 시몬은 스위치를 돌렸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체내의 칠흑이 가시고, 새로운 기운이 몸에 차오른다. 프리스트로 변한 시몬이 빛의 영역을 통과해 뛰어들었다.

"?!"

저 안에서 신성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하고 있던 광신도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네크로맨서가 성역 마법 안에......!"

"이 정도는!"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고 그 아래에 주먹 쥔 손을 내리찍었다.

"미적지근해!"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이 내려와 텔레포트 마법진에 내리꽂혔다. 막 준비 중이던 수식에 손상이 갔고, 밸런스가 무너져내리며 다른 요소들까지 급격히 꼬이기 시작했다.

"......이런 괴물 같은 게!"

프리스트가 급히 등을 돌려 도망쳤다.

신성이 통하지 않자 이능으로 손을 만들어 휘두르게 했지만 시몬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피해내며 뒤쫓았다.

[크하하하하!]

지켜보고 있던 피어의 분신이 큰 소리로 광소했다.

[그야 프리스트들의 입장에서 이 소년은 악몽이겠지!]

광신도는 시몬을 피해 자신의 마법 밖으로 나왔다. 시몬도 그녀를 쫓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주위에 나무와 수풀이 빼곡했다. 금지된 숲이었다.

"카쟌! 금지된 숲이에요! 제 위치 읽고 있죠?"

-확인했다. 먼저 들어가겠다.

시몬은 광신도와 일정 거리만 두고 달리고 있었다. 슬슬 그녀의 힘을 분석했기에 나온 움직임이었다. 팔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이능은 거리가 멀수록 움직임이 느려진다.

토끼몰이.

이제 시간은 이쪽의 편이다.

로크섬 전역에서 키젠의 네크로맨서들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그녀가 계속 달려봐야 언젠가 까마귀 클래스의 요원이 직접 컨트롤하는 결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반드시 잡고 말겠어!'

암흑제는 모두의 축제다.

그런 암흑제를 망치려 하는 것을 넘어서, 테러를 일으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행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쿵!

그때 앞에서 충돌음이 들렸다.

'카쟌이다!'

콰아아앙!

쿠우웅!

연달아 나무가 갈라지고 주먹과 팔다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도 수풀을 걷고 밖으로 나왔다.

파박!

팍!

카쟌과 도주자가 팔다리를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주먹이 부딪힐 때마다 대기가 떨리고 서로의 발차기가 교차할 때마다 디딘 바닥이 움푹 파여 나갔다.

마투와 성투의 대결.

텁!

그때 도주자가 내지르는 카쟌의 팔을 잡아채어 옆으로 꺾고.

으적!

카쟌의 발꿈치를 짓밟았다. 그의 발꿈치가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여 바닥에 부딪혔다.

끄아아아아악!

카쟌이 고통에 찬 소리를 내뱉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무릎이 카쟌의 턱을 차올리고, 공중으로 떠오른 머리카락을 붙잡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커다란 크레이터가 파였다. 흙먼지가 솟구치며 지면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지하 한 층만큼 내려갔다.

'말도 안 돼!'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카쟌을...... 육탄전에서 이겼어?'

"내가."

그녀의 동공에 순백의 광채가 일렁였다.

쿠르르르르르르!

쿠르르르르르!

"우스워 보여?"

주위로 백 개의 거대한 팔들이 올라와 원을 그리고, 교차하고 꺾이며 술식을 준비했다. 시몬은 진땀을 흘렸다.

뒤늦게.

수확의 성녀가 말한 의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인데. 그쪽들이 에버 키레를 이길 수는 있어여?

시몬은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당연히 이기지!"

터업!

텁!

그때 카쟌의 전신 관절이 기이하게 비틀어지더니, 도주자의 몸을 뱀처럼 휘감았다.

"욱!"

아까 부러뜨린 줄 알았던 다리와 팔꿈치 모두 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카쟌이 입술에서 피를 흘리며 외쳤다.

"지금이다! 시몬!"

파앗!

시몬의 팔에 힘줄이 솟았다.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솟구친 자색의 창을 붙잡은 그가, 앞발에 무게 중심을 실은 채 날렸다.

<시몬 오리지널 - 카오스 스피어>

혼돈의 마법이 광신도를 향해 거칠게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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