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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51화 (65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51화

<완벽분석! 돌아온 배신의 군단장, 그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

"재, 재밌는 내용이네."

시몬이 애써 웃으며 신문을 가리켰다.

"나도 한번 읽어봐도 될까?"

"물론."

피츠제럴드는 흔쾌히 신문을 접어서 시몬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곤 본인은 원래 읽던 책을 펼쳐서 쭉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시몬도 근처의 소파에 앉아 신문을 정독했다.

<완전히 소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7군단이 부활했다. 군단의 핵심인 '관리자'들은 다음 군단장을 고를 때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누가 군단장이 되든 오랫동안 특정 성향이 짙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번 7군단도 속칭 배신 DNA가.......>

'이건 그냥 가짜 뉴스잖아!'

7군단을 반대하는 언론인 모양이다.

읽는 내내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억측이었고, 추측성 보도를 사실인 것처럼 써놨다. 당장에라도 인터뷰든 뭐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바락바락 반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흐흐흐!]

시몬의 교복에 배지처럼 매달려 있던 피어의 분신도 눈동자를 굴려 가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피어의 신랄한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피어는 화도 안 나요?'

시몬이 툴툴거리며 물었다.

[인간들은 늘 한결같으니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이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니 설득을 위한 노력 자체가 무의미하지. 인간 하나하나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에버 키레라고 생각해라!]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하잖아요.'

시몬은 내친김에 다른 내용도 쭉 읽어보았다.

어딜 보나 7군단의 이야기였다.

<제7군단장 후보>

-밸럭 휘틀리.

-고든 제타존스.

-체일리 베커스.

이 언론사 사람들, 전혀 가닥을 못 잡고 있었다.

하나같이 대단한 네크로맨서들이긴 하지만 전부 오답이다. 조건들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 그럴듯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이 군단장 후보 리스트 중에서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에이젤 브링어.

전교생들에 소문이 쫙 퍼졌던, 3학년 전체 1위 에이젤의 군단장설.

그냥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문인 줄 알았는데, 기자는 제법 진지하게 추측하고 있었다.

<제7군단장이 키젠 소속일 가능성은 숱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까마귀 요원이나 교수진이 아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학생일 수도 있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특히 죽음의 마녀가 7군단을 옹호한 것이 근거인데, 그녀는 자신의 학생들을 끔찍이 아끼는 경향이 있다.>

꽤 날카로운 추측에 시몬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현재 3학년 수석인 에이젤 브링어는 장기 임무를 명목으로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다. 세간에는 그가 군단장으로서 에버 키레에 대해 수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번에 에버 키레를 쓰러트렸으니 다시 학교에 돌아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에 관련된 이야기라 그런지, 시몬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문을 읽었다.

전부 군단장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제7군단장을 찾아내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끌어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문답무용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군단장의 정체를 무분별하게 추측하는 내용도 많았다.

'갑갑해.'

시몬은 다급한 손길로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젖혔다. 대륙 모두가 자신을 찾는 것 같아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중에서는 매그너스처럼 자신을 사냥해 군단장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네크로맨서들도 틀림없이 있으리라.

'그나마 키젠에 들어와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암흑연합의 영토에서야 7군단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있겠지만, 대륙과 떨어져 있는 로크섬은 안전하다.

암흑제도 끝났고, 당분간 외부인들이 들어올 일도 없다. 시몬은 멘탈을 다잡으며 신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무분별하게 군단장을 추측하는 칼럼 중에서.

<두 번째 군단장 후보자 : 시몬 폴렌티아.>

무려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

시몬은 전신의 피가 바싹 마르는 것을 느끼며 내용에 집중했다.

<현 키젠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는 작년 '특례 1번'으로 입학했다.>

<학생회장인 그가 특례 1번이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그는 선행학습 없이 키젠에 입학했으며, 코어를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제 막 코어를 개방한 초보자가 왜 특례 1번으로 뽑혔느냐다. 특례 2번 세르네 아인다르크, 3번 샤텔 마에르를 제치고 1번으로 뽑힌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몬 폴렌티아가 사실은 군단장이었고, 죽음의 마녀가 그 점을 높이 사서 특례 1번으로 뽑았다면 말이 된다. 1년 만에 학년 정점에 오른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난 성장력, 소환학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도 설명이 된다.>

신문을 든 시몬의 손이 벌벌 떨렸다.

물론 자신이 군단장이 된 건 키젠에 입학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지금까지 본 기사들 중에서 가장 근접한 추측이었다.

'누가 쓴 거지?'

칼럼을 쓴 기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웨디안 벤치니오 기자.>

<어떤 제보든 받습니다.>

아래에는 우편을 보낼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 랭거스틴에서 근무하는 것 같았다.

끼이익-

시몬의 집중력이 깨진 건 그쯤, 동아리 방문이 열릴 때였다.

"몰리!"

"왔어?"

이번에 들어온 건 몰리 공주였다.

그녀도 암흑제 이후 사샤처럼 며칠간 자리를 비웠었다. 동기들과 인사를 나눈 그녀가 2학년인 시몬과 피츠제럴드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왕궁에 잠시 일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시몬의 물음에 그녀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제7군단장 때문이죠."

시몬은 속으로 뜨끔했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피해를 본 드레스덴은 7군단의 존재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니까요. 왕궁에서는 네프티스의 발언에 항의하고 수배령의 수위를 높인 뒤, 다른 왕국들에도 회의를 제안했어요. 조만간 7군단에 대해 심도 높은 이야기를 나눌 것 같아요."

바로 그 7군단장이 자신이었지만, 입 한번 뻥끗할 수 없는 시몬이었다.

역시 그때 정체를 밝히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시몬은 동아리 방에서 나왔다.

아무리 사람들이 군단장을 찾고 있다고 한들, 로크섬은 안전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잠시만요, 학생! 인터뷰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시간 좀 내주세요!"

학교에 기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 손엔 수첩을 들고 목에는 마력 촬영기를 맨 채, 7군단장에 대해 뭐라도 정보를 얻으려 학생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뭐지? 어떻게 기자들이 들어온 거야?'

얼른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시몬은, 뒤늦게 광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세계 맹독 공모전 - 펜타모니엄 주최>

그러고 보니 외부행사가 하나 있었다. 펜타모니엄의 정기 행사인데, 올해는 키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로크섬 내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기자들도 그 행사의 취재 때문에 온 거겠지만, 아무리 봐도 공모전은 재쳐놓고 요즘 이슈인 군단장에 대해 질문을 하기 바빠 보인다.

'일단 피해가자.'

시몬이 등을 돌려 반대쪽 건물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하는 그때.

"실례하겠습니다."

마침 시몬의 뒤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여자가 있었다.

날카로운 인상에 알이 작은 둥근 안경을 쓴 그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수첩과 마력 촬영기를 들고 있었다. 딱 봐도 기자의 차림새였다.

"누구시죠?"

그녀가 안경을 매만지고는 빙긋 웃었다.

"그쪽이 시몬 폴렌티아 학생이죠? 아니, 이렇게 불러드려야 하나."

그녀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배신의 군단장."

"......."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쳤다.

기자는 시몬의 조그마한 반응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겠지만, 다행히 아까 동아리에서 미리 그런 신문들을 읽고 와서 그런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초면에 다짜고짜 무슨 말씀이신지."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녀가 명함을 내밀었다.

「웨디안 벤치니오 기자.」

「어떤 제보든 받습니다.」

시몬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이 사람!'

아까 본 신문에서 자신을 군단장이라고 추측한 칼럼을 썼던 바로 그 기자였다.

웨디안은 시몬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혹시 제가 쓴 칼럼 보셨나요?"

시몬은 모범생 같은 미소를 꾸며냈다.

"공부 때문에 바빠서요."

"그러시군요.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그녀가 손에 든 서류가방을 촤악 펼쳤다. 여러 사진과 인터뷰 내용들이 가방 겉면에 스크랩되어 있었다.

"당신이 배신의 군단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확신하고 있죠."

"......."

"본래는 2번 후보였지만, 이곳 로크섬에 와서 더더욱 확신이 굳어가고 있네요. 곧 새로운 칼럼을 쓸 예정입니다."

그녀가 서류가방을 닫으며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응?"

어느새 시몬은 멀찍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며 손을 뻗었다.

"잠깐, 학생!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시몬이 부드럽게 웃었다.

"허무맹랑한 소리나 늘어놓는 사람에게 시간을 쓸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시몬의 차가운 눈빛에, 웨디안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리고 학생회장으로서 경고하겠는데, 학생들에게 공모전을 취재하러 왔다면 그에 맞는 인터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크흠."

웨디안이 헛기침을 했다.

정확한 지적이었기에 이것만큼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몬이 다시 걸어갔고, 그녀는 시몬을 붙잡을 명목이 없었다.

하지만.

"두고 보시죠!"

그녀가 멀어지는 시몬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반드시 이 섬에서 당신이 배신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말 겁니다!"

시몬은 가볍게 무시하며 학생관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은 직속 하수인들이 지키고 있었고, 외부인은 그녀는 들어올 수 없었다.

찰칵.

웨디안은 목에 매고 있던 포켓 목걸이를 꺼내 열었다.

목걸이에는 한 중년 남자와 작은 여자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그녀가 목걸이를 쥐고 중얼거렸다.

* * *

그날 밤.

시몬은 기숙사에 들어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있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두고 보시죠! 반드시 이 섬에서 당신이 배신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말 겁니다!

시몬이 눈을 질끈 감으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공모전 기간 동안은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이상한 사람이 로크섬에 들어왔으니, 당분간은 최대한 피어의 유적에 가는 것도 줄여야 할 것 같았다.

시몬이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어떻게든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몽실 몽실.

갑자기 이불이 불쑥 올라왔다. 시몬이 헛것을 봤나 싶어서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뭐, 뭐야?"

쏘옥!

이내 이불 속에서 은발 머리의 자그마한 소녀가 튀어나왔다.

그녀가 손을 번쩍 들며 활짝 웃었다.

"안뇽!"

"네, 네프티스 님?"

두 눈이 휘둥그레진 시몬을 보며, 그녀가 창밖을 가리켰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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