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52화 (65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52화

"흐응, 흥. 흐흥 흥."

달빛이 비치는 밤.

네프티스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총총거리는 걸음걸이로 힘차게 숲길을 쏘다녔다.

"네프티스 님."

뒤따르던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 금지된 숲 아니에요?"

"맞아!"

"총장이 학생을 이런 곳에 데려와도 되는 거예요?"

"새삼스럽게! 시몬은 맨날 가는 곳이면서?"

시몬은 그저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녀가 다시 앞을 보며 총총 걸어갔다.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죠."

그녀가 푸훕! 웃었다.

"우와~ 거짓말! 총장 앞이라고 그렇게 말하기 있어?"

"진심이에요."

가슴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지만, 네프티스는 전혀 믿지 않겠다는 듯 눈썹을 들썩였다.

"아직 살 만한가 보다! 제인한테 과제 더 늘리라고 해야지!"

"네, 네프티스 님!"

시몬이 살짝 당황하자, 네프티스가 꺄르르 아이 같은 웃음을 흘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저러다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로 옆에 나무에 이마를 콩 부딪히고는 튕겨 나왔다.

벌떡!

넘어지기 무섭게 일어나 다시 헤실헤실 웃었다.

"우리 로레인이랑은 잘 지내고?"

"네! 그럼요! 같은 조라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능을 봉인했다고 날 원망하진 않아?"

바람결에 네프티스의 앞머리가 흔들렸다. 시몬은 빙그레 웃었다.

"로레인은 워낙 속이 깊으니까요. 네프티스 님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총총총 걸어갔다.

시몬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버 키레와 있었던 일.

상아탑에서 미래의 자신을 만났으며, 네프티스가 준 아티팩트가 어떻게 도움이 됐는가에 대한 일.

그리고 아론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본격적으로 본 드래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일까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카오스 듀라한은 시작에 불과해요! 반드시 2학년 안에 본 드래곤을 완성하겠습니다!"

"헤헤, 그거 기대되는걸!"

이런저런 잡담 끝에, 네프티스는 그 화제를 꺼냈다.

"이번 군단장 사태로 많이 시끄럽지?"

군단장 사태.

현재 시몬이 당면한 가장 큰 이슈였다.

"어쩔 수 없죠. 전부 제가 감당해야 할 문제니까요."

네프티스가 걸음을 멈췄고, 시몬도 뒤따라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눈앞에 피어의 유적이 보였다. 시몬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지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여긴 왜......."

"7군단의 방향에 대해, 당사자들과 탁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네프티스가 유적을 가리켰다.

"들어갈까?"

* * *

시몬은 유적의 결계를 해제한 뒤, 네프티스와 함께 돌계단을 걸었다.

워낙 어두운 곳이라 계단의 위치를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시몬은 이제 익숙했다.

"조심하세요, 네프티스 님."

"응응~"

뒤따르던 네프티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허공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녀의 검지에 실선이 그어지더니 핏물이 흘러나왔다.

"이런."

그녀가 웃었다.

"아무래도 시몬의 부하들은 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은데?"

스륵-

스르르륵-

뒤이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검푸른 빛이 감돌며, 은밀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던 거미줄들이 네프티스를 포위하듯 형태를 드러냈다.

'에르제의 거미줄?'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여. 물러가라.]

푸드득!

푸득!

어둠 속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니, 시꺼먼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끼에에에에에엑!

괴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컬윙 부대의 대장, 아케뮤스였다.

"잠깐만요 아케뮤스!"

[오호-]

갑자기 천장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밝아졌다.

지팡이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여성이 흥미로운 듯 웃고 있었다. 전신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다.

[저 꼬마가 그 유명한 죽음의 마녀야?]

미라 부대의 대장, 헤르세바.

사락-

이번에는 허공의 거미줄 하나가 흔들리며, 그 위에 사뿐하게 걸어가고 있는 진홍빛 눈의 여자가 보였다.

[군단의 존재를 만천하에 까발린 주제에, 무슨 낯으로 여기까지 기어왔는지 소녀는 도통 모르겠사와요.]

거미 부대의 대장, 에르제베트까지.

"다들 진정해요!"

시몬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네프티스 님은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온 거예요!"

[군단의 일은 군단이 결정한다!]

화아아아악!

마지막으로 어둠 속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멀대같이 키가 큰 스켈레톤이 척! 하고 내려앉았다.

7군단의 관리자 피어였다.

[외부자를 유적의 중심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지. 할 말이 있다면 여기서 해라! 여자.]

"그렇담 어쩔 수 없네~"

네프티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7군단이 나를 안 좋게 보는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해."

[크흐흐! 군단의 일은 군단이 결정한다고 했을 텐데. 너희 암흑연합의 일에 휘말리는 건 사양하겠다!]

"그게 아냐."

네프티스가 돌계단에 앉아 손끝을 돌렸다.

"시몬의 성장, 그리고 안위를 위해."

네프티스는 시몬과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모든 언데드들이 어둠속에서 조용히 눈만을 빛내며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허락 없이 너희들의 존재를 세상에 밝힌 건 미안하지만, 덕분에 여론은 진전이 있었어. 이제 50 대 50."

그녀가 고사리처럼 작은 두 손을 말아쥐고는 콩! 하고 맞부딪혔다.

"7군단은 소멸해 마땅한 사악한 악의 무리라는 선입견에서, 이제는 전력으로 삼고 용서해 줘야 한다는 여론도 절반은 돼. 다만."

네프티스가 시몬을 보았다.

"군단장 신분을 밝히기에 시몬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무엇보다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하지."

"네프티스 님! 저는......!"

시몬은 자신이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네프티스는 방긋 웃었다.

"'숫자'의 제한이 사라지고 무한의 병력을 거느릴 수 있는 군단장은, 네크로맨서들의 우상인 동시에 타깃이기도 해. 네크로맨서라면 누구나 군단장이 되길 원하니까. 필요하다면-"

그녀가 재차 두 주먹을 맞부딪혔다.

"힘으로라도."

"......."

"군단장은 말야, 정체를 떡하니 드러내고 있어도 그 어떤 네크로맨서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존재로 군림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어."

현재는 여섯 명 전원 막강한 실력자가 왕좌를 차지해서 안정화됐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군단장 자리를 놓고 숱한 칼부림이 일어났었다. 심지어 한 달에 한 번꼴로 군단장이 바뀌기도 했었다.

심지어 관리자의 선택을 받지 않고도 군단장의 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까지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니 7군단의 존재가 이렇게까지 이슈인 거야. 새로운 군단장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해볼 만한 상대다? 네 목숨을 수도 없이 노리겠지. 시몬은 아직 네크로맨서들이 자신의 강함과 성장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얼마나 집요할 수 있을지 잘 몰라."

시몬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동안 학교에서 한 사람의 네크로맨서로서 성장했으니, 슬슬 군단장으로서도 진전이 있어야겠지."

그녀가 빙긋 웃었다.

"역시 군단장의 능력은, 군단장에게 배우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

그때 피어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 군단장끼리는 극도의 상극이지. 만나면 피바람이 불 뿐이다!]

군단장은 서로의 에이션트 언데드를 노리기 때문에 사이가 좋기가 힘들었다. 수십 명이 넘는 군단장의 수가 일곱 명으로 준 것도, 같은 군단장끼리의 내전이 한몫했다.

[소신도 동의합니다. 도련님을 노렸던 매그너스의 예시도 있습니다.]

시몬의 안위를 극도로 중시하는 아케뮤스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때 네프티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이라면 어때?"

그 한마디에 두 언데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에르제베트가 거미줄 위에서 누운 채 말했다.

[그자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시몬 하기에 달렸지. 대륙과 동떨어진 대공의 북부 영지라면, 시끄러운 와중에도 군단을 자유롭게 운용하면서 훈련할 수 있을 테고,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아?"

시몬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알 수 없었다.

"잠깐만요! 그 대공이란 분이 대체 누군데요?"

* * *

이곳 대륙에서 '북부 대공'을 말하자면, 단 한 사람을 뜻했다.

진 아르스칼트.

칼로스 왕국의 북쪽 끝자락. 인간이 드나들 수 없는 고대의 존재들이 살아 숨 쉬는 프로스트 필드와 국경을 맞댄 채, 그곳을 막고 있는 영웅.

대공은 칼로스 왕국의 영웅이자, 인류 전체의 영웅이기도 했다. 일곱 군단장 중 한 명이며 막대한 언데드 군단을 운용해 프로스트 필드를 틀어막고 있다.

칼로스의 남부 지역이 비옥한 토지와 온난한 기후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군단장인 대공이 버텨주기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곳에.

'......내가 간다고?'

시몬은 학생회실에 앉아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고 있었다.

「대륙의 지리와 역사 통합본」

도서관에서 빌린 대륙 각지의 지리에 대해 나와 있는 책이었는데, 시몬은 자신이 갈 곳을 보고 있었다.

'프로스트 필드, 그리고 칼로스 북부라.'

대륙에서 고립되다시피 한 곳이었고, 정보가 느리며 남부와 문화 격차는 100년 넘게 난다고 알려져 있다.

혹한 때문에 통신 수정구도 거의 작동하지 않고, 문화도 극도로 거칠고 험하며 야만적이라고 한다.

시몬이 책을 쭉 훑어보았다.

'아무리 몬스터가 많고 고립된 곳이라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 군단을 쓰는 건 들킬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네프티스는 그렇게 자신했을까.

시몬이 책에 푹 빠져 있는 사이, 학생회실 문이 벌컥! 열리며 메이린이 뛰어 들어왔다.

"얘들아! 새로운 공문이야!"

시몬이 얼른 책을 덮었다. 일하고 있던 카미바레즈와 딕이 고개를 들었고, 오늘도 차를 마시러 온 말콤도 일어났다.

"새로운 공문? 뭔데?"

"특별 수업 대상자가 정해졌어!"

시몬이 북부에 군단장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슈였다. 학생회에 있으면 일반학생들보다 정보가 빨라서 좋았다.

"이야, 이건 또 무슨 일이야? 특별 수업을 이렇게 빨리하다니."

딕이 공문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특별 수업은 키젠에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제도로,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일반 교육 커리큘럼을 벗어나 네크로맨서 학생들의 특화된 점을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수업이다. 기한은 2주다.

본래는 3학년들이 받거나, 2학년들이 받더라도 2학기 이후에 받는 커리큘럼이었다. 2학년들은 수업 진도를 나가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는 시기였으니까.

사실상 네프티스는, 시몬이 군단장 수업을 받게 하려고 무리하게 이번 이슈를 끌어들인 셈이었다.

"대상자는 총 10명이고, 파견지는 비공개라는 것 같아. 말콤, 네 이름도 있네."

"그렇군."

바로 말콤이 특별 수업 대상자의 대표적인 예였다.

그는 모든 전투가 도플갱어 위주로 풀어낼 정도로 철저한 도플갱어 마법에 특화된 네크로맨서지만, 키젠에서는 도플갱어 마법을 따로 가르치진 않는다.

하지만 특별 수업에서는 원하는 고유기술을 익힐 수 있다. 철저하게 개인에 대한 맞춤수업을 진행하는 게 의의다.

"카미! 카미도 있어!"

"아."

카미바레즈는 학교에서 배우는 혈류학 수업을 계속 배워도 충분히 강해지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특별 수업에서 우르슬라의 피를 더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러 갈 것 같았다.

그 밖에도 Top10 중에서는 여왕벌 메르디아나, 마검 사용자 쥴이 선정되었다. 전부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심지어 시몬 이름도 있네."

딕이 탄성을 흘렸다. 옆에서 같이 보던 메이린이 시몬을 보았다.

"근데 시몬은 의외네. 소환학 수업으로 가장 강해진 예시 아냐? 왜 특별 수업까지?"

멤버들의 시선이 모이자, 시몬이 얼른 대답했다.

"아무래도 특수 소환수 운용법을 배우러 가는 것 같아."

오버로드, 친위대, 카오스 리퍼,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카오스 듀라한까지.

시몬이 사용하는 주력 언데드들은 사실 교과과정과 조금 거리가 있기는 했다. 그의 말에 멤버들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넘어갔네.'

아무튼 특별 수업은 일주일 내로 진행된다.

기자들을 피해 몸을 사리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군단장이자 칼로스 북부의 주인.'

시몬이 창밖을 보았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 * *

그날 저녁.

금지된 숲.

[그래, 굳이 나를 따로 불러내다니.]

검푸른 망토를 휘날리는 피어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 앞에는 네프티스가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어제 했던 이야기 외에, 할 말이 더 남았나?]

"응. 알면서."

그녀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옛날에 리처드랑 같이 북부에 갔던 거 기억하고 있지?"

[......그렇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바람이 더더욱 몰아치며 망토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이르군.]

정적 속에서 피어가 먼저 말했다.

[7군단의 정체를 밝힌 시점도 그렇고, 네크로맨서 공부에 전념할 시기에 소년을 굳이 군단장으로서 훈련시키겠다는 것도 그렇고.]

"......."

[이유가 뭐지?]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여자.]

피어의 안광이 번뜩였다.

[에버 키레 사태 때 자리를 비운 건 알고 있었다만,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군.]

네프티스가 헤헤 웃었다.

"글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