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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59화 (65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59화

북부에 온 둘째 날. 시몬은 대공과 함께 말을 타고 동반 출전했다.

목적은 빌케노스를 노리고 다가오는 언데드 병력의 요격. 오래 가지 않아, 북방 몬스터의 좀비들로 이루어진 언데드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션이다.

전투 직전, 새까만 풀 플레이트 아머로 전신을 무장한 대공이 그렇게 말했다.

-한 종류의 언데드만으로 전투에서 승리해 보아라. 그 정도도 못 해낸다면 자격이 없다.

시몬도 응했다.

-보여드리죠.

그렇게 전투가 시작됐다.

시몬이 선택한 건 오랜만에 운용해 보는 '송장거미' 부대. 에르제베트나 시몬 본인이 나서지 않고, 지휘만으로 상대 병력을 몰살시켜야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지금까지는 늘 에이션트 언데드들에게 각 부대의 지휘를 맡기고, 시몬 자신은 피어를 입은 채 선두에서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며 싸워왔으니까.

하지만 뒤에서 병력을 지휘하고 있으려니.

'좋아, 조금씩 전진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명령을 내렸을 때 언데드가 어떻게 명령을 받아들이는지. 병력이 얼마나 움직이고, 어디까지 명령이 닿는지.

대충 싸워라! 하고 병력을 꽝 부딪히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전술적으로.

시몬이 이번 전투에서 송장거미를 선택한 이유는 지형지물이었다.

주위가 숲이었으니 최대한 나무를 활용했다. 전면에는 덩치가 큰 거미들을 보내 좀비들의 움직임을 몸으로 틀어막고, 나머지 거미들은 나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와 덮치게 했다.

송장거미들이 거미줄들을 타고 시계추처럼 내려와 좀비들을 강습할 때마다 적의 수가 크게 줄었다.

'좌우에서 계속 압박해!'

여기서 새어나가는 언데드들은 고스란히 북부인들의 피해가 된다. 단 한 마리도 놓칠 수 없었다.

후방의 대기조를 운용해 측면을 가로막고, 거미줄 기술인 '웹'을 쏘아 보내게 해서 틀어막았다.

조금씩 노하우가 생긴다.

좀비들은 앞에 동족이 있으면 동족을 죽이거나 뚫고 가지 못하고 그대로 정체된다. 좀비들을 거미줄로 묶어 벽을 만들고 점점 놈들의 영역을 줄여나갔다.

하지만.

'윽!'

아군 언데드가 당하면서 사념이 강제로 끊길 때의 정신적 충격은, 좀처럼 적응이 되질 않았다.

명령을 내리는 피로감도 어마어마한데, 파괴당한 개체가 시몬에게 주는 피로도까지 쌓이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앞에 녀석들을 살려야 해!'

정신이 피폐해지는 건 둘째치고, 북부에 가져온 송장 거미의 개체수도 무한하지 않다. 앞으로 있을 큰 전투에 대비해서 살릴 수 있는 녀석은 살리고 싶었다.

시몬은 전방에 보이는 거미들의 컨트롤에 집중했다.

'거미줄을 다리로 쏴서 막게 하고, 그렇지! 나무 위로 올라가 최대한 피하면서.......'

퍼억!

갑자기 뒤통수에 충격이 느껴지며 시몬이 바닥에 엎어졌다. 집중력이 한 번에 날아가며 머릿속이 하얗게 새어버렸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적의 공격이 아니었다. 말에 탄 대공이 칼집을 들고 있었다. 투구 속에서 서슬 퍼런 안광을 빛냈다.

[정신 차려라, 멍청한 것.]

"대공! 이게 무슨......!"

[우익을 봐라.]

시몬의 시선이 바로 우익으로 향했다. 북부의 좀비들이 헐거워진 우익의 포위망을 뚫고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었다.

[소수의 부하들을 살리려다가 큰 대국을 잃었구나.]

그녀가 말했다.

[평화로운 학교에서 지내느라 저급한 버릇이 들었군. 누가 네크로맨서의 전투법으로 싸우랬지?]

'!'

시몬은 등줄기에 찌릿거리는 전류가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소수의 언데드를 잘 써먹어 보겠다고 깔짝거리는 건 일개 네크로맨서의 전투법이니라. 우리는 군단장이다!]

대공이 검을 들고 지휘했다. 그녀 휘하의 팬텀 듀라한들이 말을 타고 뛰어가 빠져나온 좀비들을 사살하며 시몬의 실수를 커버했다.

[군단장은 언제나 큰 전황을 읽어야 하느니라. 네놈이 소수에 얽매여 있으면 다수가 피해를 본다. 크게 봐라! 죽을 상황이면 억지로 살리지 말고 죽게 내버려 둬라. 이쪽이 죽는 대신 저쪽에 어떤 피해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라!]

몸을 일으킨 시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 말이 맞아.'

다시 한번 집중했다.

전면이 밀리는 건 내버려 둔다. 거미와 좀비의 체급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대신.

'깊숙하게 유인해서 포위해!'

거미들이 깊게 들어오는 좀비들을 강하게 포위하며 섬멸하기 시작했다.

송장거미에게는 거미줄이 있다. 거미줄로 붙잡아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체 현상을 적극 이용했다.

좀비들은 정체되겠지만, 송장거미들은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하늘에서 공격할 수 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 어느새 뚫리던 전면도 안정세를 찾았다.

[머저리 같은 것. 꼭 실수를 해야 말귀를 알아듣는구나.]

이 와중에도 대공이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목소리에 담긴 어조는 풀려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하아아."

시몬은 송장거미만으로 상대의 병력을 모두 전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해, 해냈다.'

학교에서 배울 때와는 뭔가 또 색다른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군단을 운용할 때는 늘 사람의 눈을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이곳 북부는 달랐다. 대공은 북부 전역의 언데드를 움직일 수 있었고, 사람들의 눈이 닿아도 대공의 언데드 병력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그만이었다.

이 넓은 눈 덮인 벌판 위에서, 군단을 마음껏 운용할 수 있었다.

툭.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수통이 떨어져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합격이니라. 수분을 보충해라.]

"감사합니다!"

시몬은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전투가 끝나고 대공도 투구를 벗는 모습이 보였다. 뭉쳐 있던 긴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습은 언제봐도 인상적이었다.

[밥값도 못하는 놈이 게걸스럽게 잘도 처 마시는구나. 언제까지 퍼질러 있을 생각이냐? 다음 전투다.]

시몬의 손에서 수통이 툭 하고 떨어졌다.

"노, 농담이시죠?"

그녀가 씩 웃었다.

[진담이다. 말하지 않았느냐? 철저하게 굴려먹어 주겠다고.]

* * *

그렇게 대공과 두 번의 전투를 더 마친 뒤에 돌아왔다.

다음 전투는 좀비 부대만으로, 그다음 전투는 스컬윙 부대만으로 해결했다.

각 언데드들의 특색은 알고 있었지만, 실전에서 녹여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덕분에 시몬은 언데드의 여러 성향을 확실히 머리에 박아넣을 수 있었다.

[머저리 같은 것! 언데드가 빠져나가지 않느냐!]

시몬이 실수할 때마다 대공은 용서가 없었다.

칼집으로 후려치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북부인 특유의 무지막지한 교육에 주눅이 들 만도 했지만.

"흐읍!"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탈탈 털고 일어나는 시몬의 눈은 집중력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맞아도 맞아도 다시 일어나 집중했다.

[고놈, 머리는 나빠도 눈빛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교육 중에는 악마가 되는 대공도, 시몬의 자세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주위가 까맣게 밤이 될 즈음, 모든 전투가 끝났다.

"흐아아."

시몬이 축 늘어진 채로 말에 타서 돌아가고 있었다. 투구를 벗은 대공이 혀를 찼다.

"어린놈이 뭐가 힘들다고 그러느냐. 승전에도 체면이 있는 법,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거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공도 빙글빙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몬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여전히 바쁘시네요."

시몬을 봐주는 와중에도 대공은 북부에 흩어놓은 언데드를 부대를 움직이거나, 기수의 지원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화살을 날리곤 했다.

시몬만큼이나 고생했을 텐데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 괴물 같은 체력, 그리고 경이로운 정신력이다.

'이 정도는 돼야 인류의 영웅이구나.'

이 방대한 북부는 그야말로 그녀 의 존재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분이다."

대공이 입을 열었다.

"뭔가 더 배워보고 싶은 건 있느냐?"

"음."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지만, 배움이라는 말에 시몬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제5군단장, 매그너스 알반을 아시나요?"

그녀가 히죽 웃었다.

"알지, 그 싸가지 없는 놈."

* * *

시몬은 매그너스와 마주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 시기는 펜타모니엄 사태 이후, 인질협상을 할 때였다.

시몬은 펜타모니엄에서 붙잡은 좀비집사를, 매그너스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아케뮤스를 데려왔다. 두 에이션트 언데드를 교환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때 매그너스는 말했다.

-직속 선배로서 한 가지 알려줄까? 에이션트 언데드의 진정한 사용법을.

매그너스는 시몬의 군단에 붙잡혀 있던 좀비집사에게 '어떤 짓'을 했다. 손도 대지 않았고, 딱히 흑마법을 쓰는 낌새도 없었다. 그러자 좀비집사를 속박하고 있던 거미줄과 저주부적이 찢어지며 좀비집사가 풀려났고, 몸집도 거인처럼 커졌다.

에이션트 언데드의 강화.

그뿐만 아니라 좀비집사가 입에서 하얀 액체를 뱉었고, 그 액체에서 정예병들인 '백귀'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틀림없이 좀비집사가 가진 원래의 능력은 아니었다.

"그거군."

조용히 시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대공이 말했다.

"군단장과 에이션트 언데드가 합을 맞췄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게하임'이라는 기술이니라.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수라고 해두지."

그런 기술이 있었다니! 시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혹시 대공님도......!"

"물론 내가 가진 에이션트 언데드도 쓸 수 있느니라."

"그, 그럼 저한테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가 흠 하고 인상을 구겼다.

"좋다. 내일부터 에이션트 언데드를 하나씩 데리고 와보거라."

나이스!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머리 나쁜 네놈이 오해를 할 수 있으니 정확히 말해두마. 게하임은 내가 하나부터 끝까지 다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험으로 파악한 분석과 상담 정도겠군."

시몬이 물음표를 띄웠다.

"에이션트 언데드마다 성향이 각기 틀리기 때문인가요?"

"이제야 네 멍청한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심지어 군단장이 바뀌면 에이션트 언데드의 게하임도 바뀌지. 오로지 네놈과 네 에이션트 언데드간의 기술이다. 제3자인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느니라."

이 말은 같은 7군단장이라도, 시몬과 리처드의 게하임은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녀기 입꼬리를 올렸다.

"우선 서로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이 북부에 있는 동안 아주 바쁘겠구나."

서로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라.

알 듯 말 듯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시몬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뭔가 힌트라도 주실 수 없을까요?"

"내일 데려오라고 하였거늘. 성격이 급하구나. 그래, 흠."

그녀가 뻐근한 어깨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네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왜 너를 따르려는지 생각해 보거라.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시몬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나를 따르는 이유.'

그러고 보니, 오늘 밤에 에르제베트와 와인 한잔하기로 한 사실을 떠올렸다.

우선 에르제베트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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