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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62화 (66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62화

북부의 전술 회의가 시작되었다.

"측면의 병력은 후위로 물려야지."

"그럼 돈드라가 위험에 빠지지 않겠소? 돈드라가 뚫리면 보급도 위험하오."

툴툴대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장군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게 회의에 임했다.

원탁 위의 커다란 지도를 펼쳐두고, 체스말 같은 장기를 옮겨가며 열띠게 토론했다.

시몬은 아무래도 끼어들기 힘든 분위기였다.

군대의 운용과 보급, 방한, 북부의 지리에 대해 전문성이 없기도 했고, 은어들이 워낙 많이 난무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대공의 옆에 앉아 고개만 끄덕이는 중이었다.

"맏형을 쳐야 하오!"

"둘째부터 부숴야 한다니까."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온갖 은어와 군사용어가 섞여서 잘 모르겠지만, 시몬이 이해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북신의 언데드 중에서는 '삼형제'라는 자들이 존재한다.

하나같이 강력한 네임드 언데드로, 오랜 세월 동안 북부의 살아 있는 공포로서 군림해 왔다. 이들 모두 북신으로부터 언데드의 통솔권을 나누어 받은 '하이브' 개체인데, 이 셋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북신이 있는 지역까지 나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공은, 이 삼형제를 잡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다들 알다시피 북신은 영리한 녀석이니라. 내 화살이 닿는 거리를 오랫동안 측정해 왔지."

깃펜을 쥔 그녀가 북부의 수도 빌케노스를 중심으로 원을 크게 한 바퀴 그렸다.

"외곽 지역에 네임드를 보내서 내 화살에 맞아 죽게 하면서까지 수시로 사거리를 계산해 왔다. 내가 나이를 먹거나 성장했다고 판단되면 다시 같은 위치에 네임드를 보내곤 했느니라. 놈이 이렇게 내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탁-

그녀가 깃펜을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삼형제 중 '첫째'가 내 화살에 맞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 하지만 그림을 그려온 건 나도 마찬가지이니라."

이번에는 빨간색 잉크가 묻은 깃펜을 들어 올린 그녀가, 처음에 그렸던 검은 원보다 더 큰 원을 그렸다.

"실제 내 화살이 닿는 범위는 이 정도다."

북신이 모르는 정보.

대공은 북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위해 많은 시간과 힘을 들였다. 북신은 그녀의 역량을 하향평가하고 있다.

이건 활용하기에 따라 결정적인 한 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텁.

그녀가 지도 밖에 널브러져 있던 체스말들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착착착 지도에 배치했다.

"당초 계획대로 삼형제들을 먼저 끌어내 제거한다. 대장군."

"예, 대공!"

북부의 이인자인 가니로가 고개를 숙였다.

"대장군이 이끄는 군대는 북서쪽으로 진군하거라. 북부의 최정예 전사들과 기수들을 원하는 만큼 데려가도 좋다."

"예!"

지도에 하얀 비숍을 배치한 그녀가 이번에는 하얀 킹을 들어 올렸다.

"내가 이끄는 2군단은 정북(正北) 방향으로 간다."

타악-

킹을 내려놓은 그녀가 킹과 비숍을 동시에 북쪽으로 밀었다.

"이에 대응하는 북신의 대처야 뻔하다."

그녀는 이번엔 검은 말을 움직였다.

"첫째를 대장군 쪽으로 보내고, 내게는 화살에 면역이 있는 둘째를 내보내겠지."

장군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북신은, 첫째가 내 활이 닿지 않는 범위 밖에서만 싸우도록 허용할 것이다. 추적도 거기까지만 허용하겠지."

붉은 수염의 장군이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는 평소와 같은 흐름입니다만.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십니까?"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첫째'이니라."

그녀가 선언했다.

"내가 2군단으로 둘째를 묶어놓은 뒤."

그녀가 하얀 킹 체스말을 붙잡고 천천히 오른쪽으로 밀었다.

"첫째가 있는 쪽으로 달리겠다. 영리한 북신은 내 칠흑이 사라진 걸 감지하면 적절한 때에 첫째를 후퇴시키려 할 거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킹 체스말을 멈췄다.

"북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서 활을 쏴 맞출 수 있느니라. 너희들은 시간에 맞춰 어떻게든 기수들에게 깃발을 첫째의 이마에 꽂아놓도록 해라. 그리하면-"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첫째를 죽일 수 있다."

장군들이 웅성거리며 턱을 짚었다. 그때 대장군인 가니로가 예리하게 눈을 빛냈다.

"하지만 대공, 이 계획은 큰 맹점이 있습니다."

"말해보아라."

"북부의 모든 병력을 죄다 쏟아부어 첫째와 둘째를 상대하는 건 좋습니다만."

타악!

그가 영지 밖에 있던 검은 '룩'을 가져와 지도에 올렸다.

"셋째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장군들과 기수들, 그리고 2군단까지 빠지면 영지를 지킬 군대가 없습니다. 북동을 지키는 셋째는 즉시 자신의 언데드를 밀고 내려오겠죠."

스으-

검은 룩이 영지 깊숙이 들어왔다.

"전속력으로 움직인다면 이틀 안에."

탁.

그러곤 검은 룩이 북부의 정중앙에 있는 성의 깃발을 무너뜨렸다.

"이곳 빌케노스마저 위험해집니다."

크흠-

장군들이 굳은 표정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하긴 셋째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언데드의 규모도 첫째와 둘째 못지않을 텐데."

그 말을 들은 대공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셋째라면 걱정 말거라! 비장의 한 수가 있으니까."

"설마 그 비장의 한 수란 게......."

장군들의 시선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시몬은 그저 무안한 웃음을 흘렸다.

"귀를 씻고 듣거라. 이 녀석을 내게 맡긴 사람은 키젠의 네프티스 님이다."

대공이 손을 들어 시몬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물론 그냥 맡긴 건 아니다. 북부는 대가를 받았다."

"대가라 하심은......."

그녀의 이가 히죽 벌어졌다.

"2만에 달하는 언데드. 네프티스 님은 대규모 언데드 병력을 약속했다."

오오오오오오!

장군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시몬이 경악한 표정으로 대공을 바라보았다. 대공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듯 몰래 눈짓으로 신호했다.

"뭐, 사실 이 녀석은 겸사겸사고. 키젠과 암흑연합이 더 이상 북부의 북신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으니라. 곧 대규모 병력이 온다. 이 또한 북신은 모르는 정보겠지."

대장군 가니로가 의아한 눈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언데드를 군단화하는 데 시간이......."

"당연히 하이브 체계의 언데드로 받았다. 하이브 개체는 몇 놈만 군단화시키면 나머지 졸개들은 알아서 내 명령을 따른다. 언데드에서 나와 다른 칠흑이 느껴져도 너무 놀라지 말도록."

장군들이 손뼉을 쳤다.

"역시!"

"조국인 칼로스보다야 암흑연합이 낫군! 그들이 북부를 버릴 리가 없지!"

대공이 주머니 속에서 새로운 체스 말을 꺼냈다.

"늦어도 사흘 안으로 네프티스 님이 보낸 병력이 도착한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빨간색 체스말을 쾅! 하고 검은 룩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숨겨진 병력으로 '셋째'를 영지 깊은 곳까지 끌어들여 분쇄한다. 잘 풀리면 첫째는 물론, 둘째와 셋째까지 없앨 수 있지. 아니, 없애야만 한다."

"과연!"

"선언하마."

그녀가 팔을 촥 펼쳤다.

"수백 년에 걸친 악연을 끊는다. 우리는 2주 안에 삼형제를 제거하고 북신이 머물고 있는 '어비스'로 들어가 놈을 축출하겠느니라."

장군들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그녀는 모든 말을 모아서 지도상 프로스트 필드 최북단의 새까만 원 안으로 모든 체스말들을 보냈다.

한 장군이 말했다.

"삼형제를 잡는 건 찬성하지만, 북신까지 들어가서 없애는 건 너무 성급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유리한 전세를 굳힌 다음 조금 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아니."

대공이 싸늘하게 말했다.

"말해두지. 삼형제를 잡은 직후가 아니면 기회가 없느리라. 또 수백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에이션트 언데드 북신은, 자신의 사념에 한계치가 있어서 삼형제 외에 더 강한 언데드 개체를 마구 불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삼형제가 제거당하면, 몇 달 안에 삼형제의 대타 정도는 만들어낼 수는 있었다.

"그리고 북신은 삼형제에게 병력의 통제권을 나누어 주었다. 삼형제가 당하면, 북신 직속 외에 모든 언데드들이 지휘체계에 혼란이 빠지겠지. 그때를 노려야 하느니라."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말하마. 북부는, 2주 안에 북신을 없애고 이 긴 전쟁의 종지부를 찍겠다."

처억!

척!

대공의 명에 의해 출군이 결정되었다.

모든 장군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북부의 해방을 위하여!"

* * *

외부인인 시몬도 피가 끓는 회의였다.

북부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이나마 짊어진 느낌.

장군들은 밖으로 나가 전쟁을 준비하고, 시몬과 대공은 다시 대공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터엉! 텅!

그녀는 본인 방에 들어오자마자 갑옷을 던져놓으며 다시 민망할 만큼 편한 차림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소파에 편하게 드러누웠다.

"대, 대공님."

"뭐냐."

시몬이 자신을 가리켰다.

"그 삼형제 중에 '셋째'는 설마......."

"그래, 적당히 말로 무마했지만 셋째는 당연히 네게 맡길 생각이느니라."

그녀가 의자에 팔을 늘이며 킥킥 웃었다.

"형제들 중에서는 가장 약한 놈이다. 에이션트 언데드급을 다섯 기나 보유하고 있으면서 두려운가? 제7 군단장."

"두렵진 않아요. 그저."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를 이렇게나 믿어주신 게 조금 의외라서."

군단장 수업 내내 뭐만 하면 머저리니 뭐니 하면서 때리기 바쁘면서, 정작 대공은 자신의 집인 빌케노스의 운명을 시몬에게 맡길 만큼 그를 신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2주의 기간.

그건 시몬이 북부에 머무르는 기간이었다.

"여전히 머리가 나쁘구나. 널 믿는 게 아니니라."

"네?"

그녀가 제 이마를 툭툭 두들겼다.

"널 가르치는 스승인 나를 믿는 게다. 결전 전에 내가 너를 써먹을 만한 놈으로 고쳐놓을 것이다."

시몬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럼......."

뭐라고 말하려던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습관처럼 활을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시몬도 이제는 이런 광경이 익숙했다. 그녀가 칠흑을 응집시켜 화살을 생성하며 외쳤다.

"고드릭, 12번 창......."

벌컥!

집사 고드릭이 오기도 전에, 시몬이 집무실의 한 창문을 '클라우드'로 잡아당겨 열며 웃었다.

"12번이 여기 맞죠?"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활을 겨누었다. 이내 광풍의 화살을 발사한 그녀가 시몬을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머리 나쁜 놈의 머리도 좋게 만들다니, 내 교육이 대단한 모양이니라."

시몬도 웃으며 맞받아쳤다.

"나중에 키젠에서 교수직 하시는 건 어때요?"

"북부가 평정되고 내 사명이 사라지면 그러는 것도 좋겠지. 밖으로 나오거라."

그녀가 활을 어깨에 메고 손짓했다.

"2주 안에 군단장 구실을 하도록 만들어줄 테니."

* * *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걸으며 우선 '게하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몬은 대공의 화살을 맞기 직전, 에르제베트가 발휘한 기이한 힘에 대해 설명했다.

"그게 에르제의 게하임일까요?"

시몬이 물었다.

"게하임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언데드 본연의 능력일 수도 있지. 그 이후로도 발현되었느냐?"

"아뇨, 몇 번 같이 시도해 봤는데 전부 실패했어요."

그녀가 장난기 있는 미소를 흘렸다.

"원한다면 한 발 더 쏴줄 수도 있느니라."

"사양합니다."

아직도 복부의 통증이 지끈거렸다. 이내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에이션트 언데드의 게하임에 대해 상담해 주기로 했지 않느냐. 그 에르제베트라는 녀석을 꺼낼 거냐?"

에르제베트는 이미 어제 큰 힌트를 얻었으니, 그쪽으로 발전시켜 나가볼 생각이었다.

시몬은 손에 낀 회색 반지에 대고 말했다.

"이리로 넘어와, 프린스."

그러고는 아공간을 열고 좀비 한 구를 꺼냈다. 시몬이 그 반지를 좀비에 대는 순간.

쿠르르르르릉!

새까만 벼락이 떨어져 좀비의 몸에 깃들었다. 거대한 칠흑이 팽창하듯 부풀다가 좀비의 형태가 어그러지며 작은 꼬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등. 장!]

말끔한 도련님 옷을 입은 아이 좀비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가리는 포즈를 취하며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대공이 '호오' 하고 흥미로운 소리를 냈다.

"재미있는 에이션트 언데드구나. 강력해 보이지만 저게 본체는 아닌 모양이지?"

"안목이 대단하시네요."

시몬은 프린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 모든 좀비를 조종하는 왕관,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본체는 데스랜드에 있고, 거리에 상관없이 다른 좀비에 깃들 수 있다. 거기에 목숨이 아홉 개라고?"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일렁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특이한 에이션트 언데드이니라."

[가장 특별한 에이션트 언데드겠지! 더! 더 찬양해 봐!]

프린스가 팔짱을 끼며 거들먹거렸다. 대공은 프린스를 검지로 가리키며 시몬을 보았다.

"이 언데드의 게하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말이요?"

"아니, 게하임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성공하는 게 좋겠지. 장차 네 군단 최강의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시몬과 프린스가 동시에 눈을 빛냈다.

"뭔데요?"

[뭔데! 뭔데!]

그녀가 이를 드러냈다.

"뭐겠느냐. 이 녀석을 시체폭발로 터뜨리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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