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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64화 (66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64화

북신을 지키는 가장 큰 장벽.

살아 있는 공포라 불리는 네임드 언데드.

통칭 '삼형제'.

삼형제의 위치가 대략적으로 파악되는 순간, 북부는 바쁘게 움직였다.

-채비가 끝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니라.

전쟁은 조용히 준비되었다. 전사들은 술을 끊고 무기를 점검하며, 하루가 다 가도록 곯아떨어져 숙면을 충분히 취했다. 보급품은 잡화품 상인들로 위장한 짐마차에 실려 조용히 이동했다.

다만 대공은 언제나처럼 광풍의 화살을 연신 날려댔다. 최고 전력인 그녀야말로 가장 힘을 아껴야 하는 사람이었지만, 북신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번 전쟁은 어디까지나 '급습'이라는 점이 선행조건이었으니까.

영리한 북신은 대공의 화살을 경계하고 있고, 평소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낌새를 눈치챌지도 모른다.

시몬도 군단장 훈련에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멍청한 것. 더 사념에 집중해라!

전투를 앞두고 대공의 훈련 강도도 올라갔다. 시몬은 그녀로부터 더 많은 사념을 느끼고, 더 많은 언데드에 집중하는 방법을 익혔다.

확실히 군단을 움직이는 건 일반적인 소환형 언데드를 다루는 것과는 달랐다.

'사념의 접촉방식부터 달라.'

군단의 언데드들은 시몬의 칠흑으로 움직이고 코어 또한 시몬의 칠흑으로 구축되어 있다. 비유하자면 한 몸처럼 가까운 느낌.

언데드의 사념에 접촉할 때 산 자로서 망자에게 접근할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그 특유의 거리낌이 들지 않는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신력을 많이 갉아 먹히지도 않는다.

-수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마라. 커다란 군체를 움직인다고 생각해라!

대공의 가르침은 어려웠지만, 신기하게도 실전에서 그녀의 말은 항상 옳았다. 전투 중에 그녀의 가르침을 적용하는 순간, 비로소 시몬 자신의 것이 되어갔다.

'열심히 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

그렇게 훈련에 박차를 가하며 시간이 지나.

전쟁 당일이 되었다.

푸르르륵!

주민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 빌케노스의 내성에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출전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대공."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게냐."

북부는 두 개의 군대로 나뉜다.

대장군 가니로가 이끄는 전사들이 주축이 된 일반 병력.

그리고 대공이 이끄는 2군단의 언데드 병력.

현재 전사들은 임무 명목으로 북부 각지에 흩어져 있다. 대장군 기가 올라가고, 가니로가 북쪽으로 진격하는 순간 흩어져 있는 병력들이 속속 합류해 대군이 형성될 것이다.

대공의 군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진군을 시작하면, 사념이 닿는 곳에 있는 2군단의 모든 언데드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럼."

대공이 뒤를 돌아보았다.

"빌케노스를 잘 부탁하마."

마중 나온 시몬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맡겨주세요! 여긴 제가 어떻게든 지켜낼 테니 걱정 말고 전투에만 집중해 주세요."

"오냐."

그녀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투구를 썼다. 분위기가 단숨에 달라지며, 살벌한 안광이 번쩍였다.

이내 거친 투레질 소리와 함께 2군단이 진군했다.

'좋아,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 * *

대장군이 첫째를, 대공은 둘째를 맡는다.

문제는 셋째였다.

북부의 총전력이 프로스트 필드에 전쟁을 걸면, '셋째'가 텅 빈 북부의 영지를 침공할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역대 모든 북부 대공의 본분이자 의무는 '북신의 사살'이 아니라 '북부의 수호'였다.

북신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셋째를 빌케노스로 보내 대공이 귀환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셋째의 진군은 무력시위의 성향이 짙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공은 집을 지키러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북부에는 시몬과 제7군단이라는 숨겨진 전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단장님! 목적지에 도착했사와요.]

"응. 안내 고생했어, 에르제."

시몬은 빌케노스에 대기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비밀 야영지였다. 본래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었는데,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는 모양이었다.

시몬은 바로 이곳에 천막을 치고 주위에 군단형 언데드들을 풀어놓았다.

[다녀오겠사와요!]

에르제베트가 송장거미들을 데리고 결계와 거미줄을 치러 갔다.

[도련님. 데려왔습니다.]

아케뮤스는 날개를 펄럭이며 야영지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시몬이 북부에 와서 얻은 네임드 언데드들이 보였다.

특히 미식가와 외눈박이. 저것들은 너무 커서 초대형 아공간에 넣기보다는 북부의 산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다들 안녕."

미식가와 외눈박이가 다가왔다. 흉악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군단장인 시몬의 앞에 몸을 숙이며 아양을 떨었다.

북부에서는 이렇게 큰 언데드도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고 적당히 밖에 풀어놨다가, 필요할 때 써먹으면 되니 편리했다.

야영지가 각양각색의 언데드들로 순식간에 바글바글해졌다. 통제를 맡은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다 내 전력이라니.'

시몬은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신의 네임드가 얼마나 강하든, 이 전력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근데 말야.]

좀비들을 통제하고 돌아온 프린스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프로스트 필드를 장악하고 있는 북신이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당연하지. 관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전설적인 존재잖아."

[그럼 나중에 잡게 되면 녀석은 누가 가지는 건데?]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조약에 따르면 먼저 잡는 쪽이......."

[의지가 부족하다! 소년!]

가만히 듣고 있던 피어가 불쑥 끼어들었다.

[북신은 무조건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 지금은 2군단 놈들과 힘을 합치고 있지만, 나중에는 그놈들도 경쟁자라고 생각해라!]

쿵!

그가 손에 쥔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내리꽂으며 음침하게 웃었다.

[데스랜드에 이어 프로스트 필드까지. 전부 7군단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하."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벌써부터 승리를 점치고 북신을 누가 가지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삼형제가 남아 있다. 지금은 그저 눈앞에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군단장님!]

에르제베트가 돌아온 송장거미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했다.

[한 무리의 언데드 병력이 접근 중이옵니다.]

"셋째는 아니지?"

[네, 늘 오던 공세예요.]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갈 사람?"

지원자인 프린스와 아케뮤스, 그리고 축 늘어져 있던 지팡이 헤르세바도 얼른 모래로 이루어진 손을 들었다.

"에르제. 몬스터의 종류는?"

[좀비예요. 스노우 고블린의 시체가 대부분이옵니다. 네임드 급도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스노우 고블린이라면 그리 크지 않은 소형 몬스터.

그들은 공중을 공격할 수단이 없다.

시몬이 아케뮤스에게 다가갔다.

"공중병력으로 빠르게 급습하고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케뮤스, 같이 정리하러 가요."

[영광입니다, 도련님!]

프린스가 쳇 하고 혀를 찼고, 헤르세바의 모래 몸도 스스스 사라졌다.

시몬이 아케뮤스의 커다란 품에 안기자마자 검은 날개가 펼쳐지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푸드드득!

푸드득!

동시에 야영지의 모든 스컬윙들이 날아올랐다.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며 깃털들이 나풀나풀 떨어졌다.

"가죠!"

* * *

야영지에 들어온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시몬은 각 마을로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막기 위해 병력들을 파견하면서도 최대한 병력을 온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데드의 공격이 뚝 끊겼다.

이 현상이 뜻하는 바는 하나.

[크흐흐! 위쪽에서 전투가 시작됐나보군! 북신도 정신이 없겠지!]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시몬은 에르제베트의 송장거미 부대에 더더욱 정찰에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군단장님! 셋째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사와요!]

예상대로였다.

시몬은 피어에게 병력을 움직이도록 하고, 아케뮤스와 함께 둘이서 정찰을 다녀오기로 했다.

직접 자신의 눈으로 적의 동태를 살펴보고 싶었다.

[출발하겠습니다, 도련님!]

아케뮤스는 시몬을 안고 낮게 낮게 비행했다.

그렇게 몇 개의 마을을 지나자 설산이 보였다.

바로 그곳에.

-크르르르륵!

-끼이이이이이이이!

새까만 언데드 무리가 줄지어 몰려들고 있었다. 그 종류는 각양각색이었고, 네임드 급 언데드도 꽤 보였다.

그리고.

[도련님.]

"네, 저도 찾았어요."

쿵-! 쿵-! 쿵-!

시몬은 삼형제 중 '셋째'를 발견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시몬은 저게 바로 셋째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쿵!

두 발로 걸어다니는 거인.

팔꿈치를 옆구리에 딱 붙인 채 두 다리를 경망스럽게 흔들며 달리고 있었다. 입가에는 잇몸이 훤히 드러나 있고 귀는 위로 삐쭉 솟았으며, 언데드답게 몸 곳곳에 움푹 팬 흔적이 보인다.

인간, 그중에서도 수인을 닮았는데.

'윽.'

이질감,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쾌감에 몸서리쳐진다.

그것은 바닥에 있는 아군이 밟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경망스럽게 뛰어다녔다. 마치 화장실을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허벅지를 붙인 채 도도도 움직였다가 쾅쾅쾅 나무들을 걷어차며 달렸다.

하늘에서 지켜보던 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 전투, 생각보다 힘들지도 모르겠네.'

[도련님.]

아케뮤스가 앞을 가리켰다.

[저기 인간들이 보입니다.]

"!"

사실이었다.

저 멀리 산 비탈길에서 북부의 전사 몇 명이 신나게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셋째다! 저거 셋째 맞지?"

"확실해! 놈이 빌케노스를 노리는 게 틀림없다!"

그들 중에는 기수도 한 명 섞여 있는 듯, 북부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시몬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대공님이 북부 전역에 대기 명령을 내렸을 텐데?'

당장에라도 말리러 가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거기에 '셋째'도 그들을 발견하고는 쿵쿵 뛰어왔다.

"깃발을 머리에 꽂기만 하면 돼!"

기수가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럼 대공께서 정리하시고, 우리는 빌케노스를 구한 영웅이 된다!"

"가자!"

이번 침공은 철저한 대외비였기에, 침공군에 합류하지 못한 전사들은 대공이 프로스트 필드에 들어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시몬이 급히 그들을 구하러 움직이려는데.

키이이이잉!

셋째가 한 발 더 빨랐다. 그가 입을 쩍 벌리자 주위가 일그러지며 보랏빛 칠흑이 치솟는다.

시몬이 다급히 외쳤다.

"피해요!"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셋째의 입에서 쏟아진 칠흑광선이 산을 휩쓸고 지나갔고, 거석과 산이 잘리며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크허헉!"

"커흑!"

전사들의 절반 이상이 방금 그 일격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간신히 살아남은 기수가 깃발을 바닥에 꽂고 상체를 일으켰다.

"갑자기 이게 뭔...... 아!"

폭연 속에서 거대한 머리가 드리워졌다.

-끼리리리링!

덥석!

그 거인은 검지와 중지로 기수의 다리를 낚아챘다. 기수의 몸이 단번에 수십 층 높이만큼 솟구쳤다.

"제기라알! 놔라!"

기수가 발버둥 치며 깃발을 휘척휘척 흔들었다. 그런 모습을 발그레한 얼굴로 바라보던 셋째가 근처의 나무 한 그루를 뽑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곤.

부웅!

기수를 나무에 내리쳤다.

퍼억!

살점과 선혈이 휘날린다.

퍼억! 퍽! 퍽!

핏물이 쏟아지며 손에 들린 기수의 몸은 끔찍한 상태가 되어 늘어졌다. 셋째는 피로 붉게 칠해진 나무를 들어 올려 뿌듯한 미소와 함께 미역처럼 들러붙은 머리 사이로 스르륵 꽂았다.

-께리리리리리리링!

그러곤 만족스러운 듯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본 전사들이 하나같이 전의를 잃고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사, 살려......!"

퍼억!

시몬이 구출을 위해 아케뮤스를 타고 날아갔지만, 이미 늦었다.

셋째는 거대한 몸과는 달리 기민한 움직임으로 전사들을 농락하며 죽였다. 머리채 씹어 먹거나, 그들의 신체 일부를 뜯어내 자신을 치장했다.

[도련님!]

펄럭!

아케뮤스가 비행을 멈추고 근처의 산꼭대기에 내려앉았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아, 네."

시몬이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저런 게 빌케노스로 가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어찌하시겠습니까?]

"포인트로 이동해 매복을 준비하죠."

시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셋째는 물론, 단 하나의 언데드도 놓칠 수 없어요."

키이이이잉-!

그때 시몬의 시선이 돌아갔다.

셋째가 입을 벌리며 뭐라고 웅얼거리고 있었다. 입에서 새어 나오는 보랏빛 칠흑이 흘러나와 허공에 글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건 분명.

'룬어!'

언데드가 룬어로 흑마법진을 만들었다. 설마 마법 체계를 이해하고 있는 건가?

시몬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그때.

데구르르르-

커다란 눈동자가 180도로 회전하며, 정확히 시몬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

시몬은 소름이 쫘아악 돋는 것을 느꼈다.

마치 뱀 같은 게 등줄기를 훑고 내려가는 감각.

[위험합니다! 도련님!]

아케뮤스가 시몬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큭!'

순간 귀에 이명이 윙윙거리며 울려 퍼졌다. 다행히 아케뮤스가 몸으로 버텨냈다.

"괘, 괜찮아요? 아케뮤스!"

[예, 소신은 멀쩡합니다.]

시몬이 그 너머를 보았다. 셋째가 '끼리링!'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시몬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한번 해보자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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