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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65화 (66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65화

7군단의 입장에서, '셋째'가 어디로 진군할지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셋째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빌케노스의 압박이다. 빌케노스를 공격해서 대공을 돌아오도록 하는 게 그들의 노림수다.

그러니 북부의 전 병력이 프로스트 필드에 가 있는 만큼, 매복 등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최단거리로 무조건 빨리 빌케노스까지 이동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크흐흐! 서둘러 움직여라!]

상대는 시몬의 아공간에 있던 대규모 병력의 존재를 아직 모르고 있다.

피어는 셋째의 진군루트 중에서 가장 매복하기 좋은 지점을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가 선택한 곳은 협곡길이었다.

강이 메말라 형성된 이 지형은, 북부의 산맥을 넘지 않고 평지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였다.

물론 길에서는 보이지 않겠지만, 협곡의 산맥과 비탈에는 7군단의 언데드들이 득실거리며 나무 밑에 숨어 있었다.

[전투 전에 확실히 말해둘게! 피어!]

프린스가 허공에 주먹을 팡팡 내지르며 말했다.

[셋째는 내가 상대할 거야! 방해하지 마!]

[크흐흐! 좋을 대로 해라.]

[피어.]

그때 에르제베트가 하늘에서 거미줄을 사뿐히 밟고 나타났다.

[셋째의 병력이 바로 앞까지 왔사와요.]

[그렇군! 준비하겠다.]

[응? 뭐야. 뭐야.]

헤르세바가 공중으로 붕 떠올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놈들이 바로 앞까지 왔는데 꼬맹이랑 아케뮤스는? 너무 늦는데?]

에르제베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소녀도 그게 걱정이에요. 거미들을 풀어 찾곤 있지만.......]

[아케뮤스가 함께 따라갔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 툭 올렸다.

[전부 위치로 돌아가라! 이제 곧 전투다!]

* * *

오래 기다리지 않아, '셋째'의 언데드 군대가 피어가 매복하고 있는 협곡까지 들어왔다.

언데드 병력들은 협곡길을 따라 진군하며, 진형은 자연스럽게 길게 늘어지는 형태가 되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개미떼가 줄지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언데드 군대가 진군하는 협곡길에.

[하하하하!]

단독으로 떡하니 길을 막고 서 있는 작은 소년이 있었다.

옷은 명문 가문의 도련님들이 흔히 입는 예쁜 귀족의상이었고, 머리에는 빛바랜 왕관을 썼다.

그러나 회색 피부, 곳곳에 보이는 특이한 상처와 솟구치는 칠흑까지. 인간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에에엑!

-그륵!

몇몇 언데드들이 위협하듯 으르렁거렸지만 단신으로 서 있는 소년은 눈 한번 꿈쩍하지 않았다.

[어린 것들이 뭘 꼬나봐!]

프린스가 합! 하고 팔짱을 꼈다.

[눈깔아!]

키이이이이이잉!

머리에 쓴 왕관에서 눈부신 광채가 일어나며 프린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좀비들의 눈이 돌아가며 프린스의 눈동자와 똑같은 색으로 변했다.

덜컥.

쿵.

북신이 조종하는 언데드의 대부분은 좀비나 스켈레톤. 특히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게 좀비였다. 모든 좀비를 조종하는 프린스의 왕관의 힘이 발휘되어 좀비들이 멈춰 섰고, 병력의 진군도 멈췄다.

[흥!]

단독으로 대규모 병력을 멈춰 세운 프린스가 주위를 한번 쭉 훑어보았다.

[너희 같은 나부랭이들 말고, 썩을 만큼 썩은 놈들 나오지?]

그러나 언데드들은 잠잠했다.

좀비들이 멈춰서 정체가 생긴 것도 있지만, 이상하게 조용했다.

싸한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프린스의 고개가 어느 순간 멈췄다.

쿠구궁-!

협곡의 맞은편이었다.

흙먼지가 솟구치며 사람의 머리카락이 튀어나왔다. 이내 삼형제 중에 하나인 '셋째'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땅속에 숨어 있었어?'

불쾌할 정도로 인간을 닮은 그것은 두 팔과 다리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두 팔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불가능한 각도까지 돌려 프린스를 가만히 응시했다. 프린스는 섬찟한 기운을 느끼며 팔을 당겼다.

[못생긴 게!]

그가 주먹을 내질러 허공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

그런데 셋째의 몸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 프린스의 눈이 위로 향했다.

단숨에 고공으로 뛰어오른 셋째가 온몸을 걸레처럼 기괴하게 비튼 채 소름 끼치는 눈으로 프린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셋째가 발끝으로 프린스를 내리찍었고, 프린스는 두 팔을 교차해 머리를 보호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협곡이 무너져 내릴 듯한 굉음과 함께 프린스가 힘겨운 신음을 토해냈다.

[지금이다!]

처억!

드높은 협곡 꼭대기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어가 대검을 전방으로 세웠다.

[진군하라!]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캬아아아아아아!

새까만 개미 떼가 바위에서 튀어나오듯, 협곡 곳곳에서 무수한 7군단의 언데드들이 함성을 지으며 내려왔다. 협곡 아래에 있던 북신의 언데드들도 몸을 낮추며 괴성을 질러댔다.

두 진형 간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마침내.

콰콰콰콰콰쾅!

협곡의 비탈을 내려오는 힘까지 더해 7군단의 언데드들이 북신의 진형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순식간에 전장은 난전이 되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셋째가 두 팔과 다리로 지면을 지탱한 채 입을 벌렸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파괴의 섬광이 협곡에서 내려오는 언데드들을 불태우며 지나갔다.

[나 아직 멀쩡하거든!]

터엉!

무너진 지반 아래에서 프린스가 솟구쳐 올라와 셋째의 턱을 후려쳤다. 섬광이 끊기며 셋째의 고개가 젖혀졌다.

그러나 맞은 충격도 없는 듯, 셋째의 고개가 다시 빙그르르 회전하며 히죽 웃는 모습으로 프린스를 보았다.

[으이씨! 기분 나쁘게 웃지......!]

꽝!

채찍처럼 휘어진 셋째의 팔이 다시 한번 프린스를 협곡벽에 처박아 넣었다.

프린스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곧바로 셋째가 뛰어올라 창격 같은 두 발끝으로 프린스를 찍었다.

셋째가 발차기를 날린 곳을 기점으로 협곡이 통째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끼리리리링!

셋째가 만족스럽게 울부짖으며, 무너지는 파편 속에서 걸레짝이 된 프린스를 건져냈다.

입가를 쭈욱 옆으로 찢으며 프린스를 자신의 머리에 장식하려는 그때.

파스스스스!

프린스의 몸이 잿더미처럼 사라지며 그냥 널리고 널린 좀비 하나로 변해 버렸다. 셋째는 격분하며 알맹이가 사라진 좀비를 휘익 던져 버렸다.

[피어! 프린스가 당했사와요!]

공중의 거미줄에 올라가 있는 에르제베트가 소리쳤다.

[소녀가......!]

[네 역할에 충실해라 에르제베트!]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협곡을 올라오는 좀비를 베어내며 말했다.

[네가 떠나면 처음 계획했던 전술에 틈이 생긴다!]

[그럼 저 큰 걸 그냥 날뛰게 내버려 둘 거예요?]

셋째는 팔꿈치를 허리에 붙인 채 경망스럽게 주위를 뛰어다니며 군단의 언데드를 밟아 죽이거나 씹어 먹고 있었다. 북부를 백 년 넘게 공포에 빠트렸던 삼형제답게 비정상적으로 강력했다.

-께리리리링!

그때 셋째가 움직임을 갑자기 멈추고 쪼그려 앉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입가에서 칠흑이 흘러나와 허공에 글자를 이루었다.

꼬불꼬불한 형태는 오선지 위의 음표를 연상케 했지만, 저건 틀림없는 룬어의 형식이었다. 흑마법이 발동되고 있다.

지켜보던 에르제베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설마.'

[들어라. 망자들이여.]

마법진에서 낮고 차분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옥타브가 유난히 높은 셋째가 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셋째의 눈동자도 색이 달라져 있었다.

[망자는 생명의 한계와 죽음을 극복한 보다 완벽한 존재이다. 어째서 생자의 계약에 얽매여 있는가.]

셋째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인형사에게 연결된 실로 끌어올려지는 꼭두각시 같았다.

[망자를 이해할 수 있는 건 같은 망자뿐이다. 생자들의 시대를 무너뜨리고 망자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를......!]

그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귀가 울렁이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새까만 혜성이 긴 꼬리를 남기며 내려왔다.

꽈아아아아앙!

바로 아케뮤스였다.

고공에서 고속으로 내려온 그가 무릎으로 셋째를 내리찍어 쓰러트렸고, 의문의 목소리 또한 끊겼다.

[생자이거나 망자인 건 중요하지 않네.]

아케뮤스가 다시 공중으로 솟구치며 말했다.

[중요한 건 주군에 대한 불멸의 충성일세! 나는 죽은 몸이 되어서도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이 운명이 기쁘기 그지없네.]

척.

아케뮤스가 피어와 에르제베트가 있는 쪽으로 착지했다. 검은 깃털이 걷히고, 그 안에서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소년!]

"늦어서 미안해요."

[군단장니임! 걱정했사와요!]

에르제베트가 단걸음에 다가와 시몬을 끌어안았다. 그러다 시몬의 이마를 만져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마가 불덩이 같사옵니다!]

"......음, 아무래도 저주에 당한 것 같아."

셋째가 처음에 사용했던 흑마법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저주였다.

함께 저주에 맞은 아케뮤스야 저주에 면역이 있고 재생능력이 있지만, 시몬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돌렸다.

"내 힘으로는 해제할 수 없어. 신성으로도 안 풀려."

[크흐흐! 걱정할 것 없다! 소년!]

촤르르르륵!

피어의 몸에 여러 갈래로 펼쳐지더니 시몬의 몸에 착착 입혀졌다. 마지막으로 대검까지 들린 피어의 팔이 시몬의 팔에 연결되었다.

[저주는 시전자를 쓰러트리면 풀리기 마련이니!]

"그렇네요."

웅-! 웅-!

왼쪽 손에 긴 프린스의 반지가 진동하듯 흔들린다.

빨리 날 부르라는 듯 재촉하는 것처럼.

시몬이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서 좀비를 꺼내 반지를 가져다 댔다. 곧바로 검은 벼락이 떨어지며 프린스가 나타났다.

[으아아악!]

그는 등장하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뛰어나갔다.

[저 자식! 가만 안 둬!]

"잠깐만! 프린스!"

시몬이 말렸지만 프린스는 통제 불능이었다. 단숨에 협곡을 박차고 뛰어간 그가 주먹을 당겼다.

[히든카드 펀치이이!]

투콰아아아앙!

프린스의 주먹에서 맹렬한 충격파가 셋째에게 날아갔지만 셋째는 폴짝 뛰는 것으로 피해냈다.

-께리리리리링!

셋째 또한 프린스의 재등장이 기쁜 듯 폴짝폴짝 뛰면서 달려왔다. 셋째와 프린스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두 강자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광풍에 휘말린 좀비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아우!]

주먹을 맞부딪힌 프린스가 힘에 겨운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등 뒤에서 셋째의 발가락이 튀어나왔다.

[이 자식은 몸이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커헙!]

다리가 뱀처럼 휘어지며 프린스가 단번에 휘감겼다. 어느새 다리를 지면에 깊게 쑤셔 넣은 셋째가 히죽 웃고 있었다.

우드드드드득!

끔찍한 조이기 끝에, 프린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프린스가 사라지자마자, 시몬은 다시 그를 전장으로 소환했다.

[아오 저거! 비겁하게에!]

프린스가 부활하자마자 방방 뛰며 달려나갔다.

"프린스! 목숨이 많다고 무리하지 마!"

[크흐흐! 내버려 둬라, 소년! 그래도 프린스 혼자 셋째를 확실히 마크하고 있으니!]

시몬은 저주에 걸린 뒤라 최대한 지휘 위주로 전투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후방에서 헤르세바로 좀비들을 던져 시체폭발을 터뜨리는 걸로도 화력 지원은 충분했다.

에르제베트는 거미줄을 빼곡하게 설치해 갔고, 공중의 적은 아케뮤스와 스컬윙이 맡았다.

그러나.

'강해!'

시몬이 식은땀을 흘렸다. 셋째와 프린스와의 교전만큼은, 프린스가 셋째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시몬은 며칠 전 북부의 전술회의에서, 대공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미리 경고해 두마. 삼형제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북신'은 에이션트 언데드라는 카테고리마저 무의미한 절대적인 존재지만, 본체의 전투능력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신 무수한 언데드를 통솔할 수 있고, 세 기의 언데드에 자신의 힘을 나누어 불어넣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삼형제'였다.

'이대론 위험한데.'

쩍!

프린스가 재차 셋째에게 파괴당하고, 또 하나의 목숨으로 도착했을 때였다.

[야, 시몬!]

"응?"

프린스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시몬을 똑바로 보았다.

[한번 써봐, 그 시체폭발인가 뭔가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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