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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75화 (67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75화

북신전을 앞두고 시몬의 훈련은 계속되고 있었다.

시몬은 피어를 입고, 파멸의 대검을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

이내 눈을 뜨고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칼 오리지널 - 맹독야차>

컹! 컹! 커엉!

시몬이 검을 휘두른 방향으로 극독으로 이루어진 맹견들이 공중으로 솟구치다 내려왔다.

시몬은 연결 동작처럼 몸을 한 바퀴 더 회전시킨 다음, 맹견들이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두 번째 검격을 휘둘렀다.

<칼 오리지널 - 맹독폭쇄>

이번엔 반달형의 검기가 뻗어 나갔고, 내려오던 맹독야차가 검기에 부딪혀 깨졌다. 독극물이 튀며 곳곳에 나무가 끔찍한 형상으로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끙."

시몬이 대검을 내렸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직속계약을 맺은 군단의 관리자들은 특별한 게하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피어의 경우, 파멸의 대검에 흡수한 '전염병의 마수, 칼'의 힘이 있다. 그래서 그 힘을 다루는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크흐흐!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소년! 칼 본인도 이 기술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

"네!"

시몬이 다시 힘차게 파멸의 대검을 세워 들었다.

몇 번 더 휘두른 끝에 훈련이 종료됐다. 시몬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부족해. 더. 더.'

북신에게 전투능력은 없다. 따라서 삼형제를 잃은 북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몬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에 삼형제를 잡은 대공은 있었어도 북신을 잡은 대공은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버지 리처드 또한 북신을 없애는 게 아닌, 북부를 지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마도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되리라.

'더 강해져야 해.'

시몬이 그렇게 결연한 마음으로 다짐하고 있는 그대.

-키리리!

송장거미 한 마리가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시몬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내려다보니 옆으로 발짓을 휙휙 하면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신호를 알아들은 시몬이 피어의 투구를 벗었다.

"전령이 왔나 보네요. 제가 나가볼게요."

집사 고드릭에게 이곳에 와 있다고 보고했으니 굳이 대공인 척할 필요가 없었다. 시몬이 앞으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자, 곧 말을 탄 전령이 뛰어 들어왔다.

"보고! 보고드립니다! 아, 대공의 제자분."

"대공께서는 안에서 훈련 중이세요.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큰일 났소!"

전령이 땀을 뻘뻘 흘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왕국군이 선수를 쳤소! 먼저 프로스트 필드로 출군했단 말이오!"

"!"

시몬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 *

북부 전체가 들썩일 만한 대형사태가 벌어졌다.

모두가 자고 있던 늦은 새벽, 전선 사령관 로마리오가 왕국군을 이끌고 출정했다. 크로노스는 야영지 전역과 행군 루트에 환상저주를 걸었고, 볼드몬트 백작이 몰래 성문을 열었다.

모든 게 너무나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가장 먼저 현장을 발견한 상인들이 성문 밖에 발자국이 이어져 있는 걸 확인했다.

북부는 난리가 났고, 즉각 대공의 성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장군과 원로들, 그리고 행정관이나 기수들, 몇몇 주민들까지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회의장에 모였다. 물론 시몬도 대공의 옆에 앉아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회의장 분위기는 개판이었다.

왕국군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전사들은 벌게진 얼굴로 삿대질을 하고, 목에 핏줄을 세우며 고함을 질러댔다.

"지금 당장 그 빌어처먹을 쓰레기들을 따라잡아야 하오!"

북부의 이인자이자 대장군 가니로가 목소리를 높였다.

"놈들은 틀림없이 북신을 노리는 거요! 힘들게 삼형제를 죽여놓고 길을 닦아놨더니, 멋대로 공을 가로채려 하고 있소!"

타앙!

가니로가 원탁을 내리치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이대로 북신이 왕국군의 손에 파괴되면, 프로스트 필드를 포함한 북부 영토의 많은 권한이 칼로스 왕국의 손에 떨어지게 될 거요. 지금 당장 병력을 불러 왕국군의 뒤를 쫓아야 하오!"

"진정하게, 대장군."

이번에는 북부의 원로가 입을 열었다.

나이가 상당히 많고 연로해 보였지만, 젊은 전사 시절의 티가 나듯 쩍 벌어진 어깨와 근골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대장군 출신이기도 했다.

"우리가 하려는 건 개싸움이 아니라 전쟁일세.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 됐어."

"원로!"

"상인들이 무기와 화살, 식량을 가져오는 건 이틀 뒤일세. 외곽을 지키던 전사들이 돌아오는 것도 이틀 뒤이고, 목장에서 방한품인 양털을 깎는데 걸리는 시간도 이틀 뒤일세. 무엇보다."

원로가 대공을 보았다.

"대공의 2군단이 이제 막 프로스트 필드에서 돌아온 참일세. 마음 같아선 몇 달은 넉넉히 준비하고 싶지만, 대공께서 반드시 2주 안에 결판을 낸다고 하셨으니 그나마 최소한의 기간을 잡은 걸세.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혈기에 넘쳐 왕국군을 뒤쫓는 건―"

그가 팔꿈치를 원탁에 내려놓고 손가락을 깍지꼈다.

"자살 행위일세."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원로!"

가니로가 핏발 선 눈으로 원로를 노려보았다.

"상황이 상황이잖소! 북부는 지난 수 세기 동안 북신과 싸워왔소! 이대로 북신을 놈들에게 넘겨줄 거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일세, 젊은 대장군."

"우리 북부인은 그깟 보급 따위 없어도 프로스트 필드에서 몇 주는 더 버틸 수 있소! 당신도 전사 시절에는 그랬잖소! 몬스터를 잡아먹으면서......!"

"그러다."

쿵!

원로가 제 무릎을 원탁에 올렸다.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었다.

"이런 꼴이 됐지."

"......."

"프로스트 필드에서 얼어 죽은 동료들의 살점을 뜯어 먹으며 버텼네. 충분한 준비가 있었다면 불필요한 희생도 없었겠지. 그리고 대장군, 자네가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네."

원로가 손끝으로 들어 올린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북신이 머무르는 '어비스'로 향하는 길을 몰라. 마음이 급해서 앞서나간 모양이네만, 실책일세."

"만약."

그때 모두의 시선이 입을 연 한쪽으로 모였다.

대장군 가니로와 대원로의 이야기 중에 끼어든 간 큰 남자는, 다름 아닌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었다.

"만약 그 정보가 유출됐다면요? 그런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원로의 표정이 얼어붙었고, 가니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불가능해. 그 자리에 있던 건 대공 각하와 나, 원로, 그리고 고드릭 집사와 블로타 장군. 이렇게 다섯뿐이야. 아무리 대공의 손님이라고 해도 북부의 연대를 모욕한다면......."

"외부인의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잖수."

모두의 말이 멈췄다.

흑회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어깨에는 북부의 깃발을 짊어진 그는 시몬의 팔을 가볍게 툭 치고는 윙크했다.

가니로가 인상을 썼다.

"물러서라. 기수가 낄 자리가 아니다."

"하, 지랄. 북부에 그딴 게 어딨어. 잘 싸우는 놈이 장땡 아닌가?"

당돌하게 말한 젊은 기수는 성큼성큼 다가와 대뜸 원탁에 엉덩이를 붙였다.

"아까 볼드몬트 백작의 저택에 들르고 온 길이야."

모두가 입을 다물고 젊은 기수를 바라보았다.

"백작이 사라졌어. 어중이떠중이들만 남아 있고, 그의 병사들과 가장 아끼는 식솔들 모두 깨끗하게 사라졌지. 놈이 왕국군에 붙은 거야."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그 쥐새끼가 어떤 놈인지는 겪어봐서 알지? 북부를 위해서라며 입만 번지르르하지, 사실 철저하게 자기 이득이 되는 곳에만 붙는 놈이야."

그는 시몬을 보면서, 지금 북부의 외부인에 대한 불신은 8할이 볼드몬트 백작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근데 그 쥐새끼가 왕국군에 붙었어. 이는 뭘 뜻하느냐."

부아앙!

젊은 기수의 깃발이 거칠게 휘둘러지며 원탁에 부딪히기 전에 딱 멈췄다. 주위 제장들의 머리카락이 치솟았다가 내려왔다.

"백작은 어비스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즉, 정보가 그놈에게 샜다는 거야."

기수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대공 외에 회의에 참여한 고드릭, 가니로, 원로, 그리고 블로타 장군을 향해.

"넷 중에 누군가는 볼드몬트 백작에게 정보를 흘린 배신자란 뜻이지."

웅성 웅성 웅성 웅성!

회의장 분위기가 더더욱 험악해졌다. 가니로의 얼굴에서 혈관이 툭툭 붉어졌고, 원로는 긴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그만!"

드디어 대공이 입을 열었다. 말소리로 어지럽던 회의장이 순식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정신 차려라, 머저리 같은 것들! 지금 이 자리에서 논하고 있는 건 '북신'과의 전쟁이다."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결전을 앞두고 우리끼리 분열해서 되겠느냐."

회의장 내 전사들의 혈기가 한풀 죽었다.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동작으로 다리를 꼬고 턱을 괴었다.

"대장군, 충언하라."

"예! 대공."

마지막 발언의 순간이다.

대장군 가니로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비스로 향하는 길목에 대한 정보가 왕국군에 새어나갔다면 더더욱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라도 긁어모아 그들의 뒤를 쫓아야 합니다!"

대공이 고개를 돌렸다.

"원로, 충언하라."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겠사옵니까. 이틀 뒤라는 출전 기간도 여유 없이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옵니다. 전사들이 발휘하는 힘만큼이나 중요한 건, 전사들이 싸울 힘을 만들어내는 바탕이옵니다. 왕국군은 서두르느라 미끄러질 터이니,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예정된 출전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모든 발언을 들은 대공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시 한번 깊은 회의장에 묵직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번 대공의 판단에 따라, 북부의 운명이 결정된다.

"제자."

그런데 이번엔 대공이 시몬을 불렀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던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등을 뻣뻣하게 세웠다. 이 타이밍에 자신을 부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 네!"

"발언하라."

회의장의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시몬을 무서운 눈으로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왕국군을 쫓자고 해.

-출전 기간에 맞추라고 해.

각자 서로의 상반되는 의지가 느껴진다.

시몬은 속으로 침을 꼴딱 삼키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 가장 큰 전력은."

"?"

시몬이 대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헤이트와 2군단이겠죠. 그들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대공이십니다."

가니로와 전사들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러면서도 뭐라 반박은 못 하는 모습, 대공은 퍽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적 속에서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결정했느니라."

마침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북부는 지난 수백 년간 북신의 숨통을 끊을 날만을 기다리며 인내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틀을 더 못 기다리겠느냐."

가니로가 고개를 푹 숙였고, 원로는 만족스럽게 수염을 쓸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왕국군에 흔들리지 않겠다. 출전 기한인 이틀 동안, 보다 완전한 컨디션으로 북신과 싸우겠느니라. 2군단도 어떻게든 그 안까지 준비를 마치겠다. 제장들은 부족함이 없게끔 모든 일에 세밀히 신경 쓰도록. 이상."

모든 제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대공!"

결전은 이틀 뒤로 확정됐다.

한번 결정 난 사항은 바뀌지 않으니, 이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준비를 위해 빠르게 회의장에서 흩어졌다.

"차라리."

회의실에서 떠나려던 시몬은 원로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그들이 너무 약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늘."

"......?"

시몬이 자리에서 멈추며 눈을 깜빡거렸다.

"건방진 것."

그때 대공이 다가와 시몬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시간을 조금 벌었구나. 바로 나가서 훈련이다."

"아, 네!"

"그리고 왕국군은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맹금류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눈매가 천천히 감기며, 매혹적인 눈물점이 도드라졌다.

그녀 또한 원로와 비슷한 견해였다.

"놈들은 제 무덤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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