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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80화 (68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80화

북신의 새로운 삼형제.

그중에서도 셋째, 그레이슨.

그녀는 '죽은 새'를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작은 개체의 경우에는 소환도 가능한 건지, 등 뒤의 구멍에서 죽은 새들을 무한히 쏟아내고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북부의 하늘은 온통 날아다니는 시체들로 가득 차리라.

'북신이 그레이슨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해.'

시몬은 옷에 묻은 깃털을 털어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잠깐만! 꼬맹아!]

사념으로부터 헤르세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네가 직접 싸워? 위험하잖아!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가 올 때까지 병력들 쪽으로 물러서 있어!]

'잠깐이면 돼.'

시몬이 자세를 낮췄다.

'직접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

그레이슨은 피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휘둘렀다. 등에서 쏟아져 나온 새들이 좌우로 벌어지더니, 마치 끔찍한 벌떼처럼 시몬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일그러진 부리들과, 튀어나온 눈동자, 망가진 깃털들이 보인다.

"친위대!"

시몬의 명령에, 남아 있던 친위대 두 기가 시몬의 앞으로 나왔다. 친위대의 청록빛 칠흑이 빠져나가 허공에 마법진을 펼쳤다.

"나와! 나이트들!"

이어서 시몬의 아공간에서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뛰쳐나왔다.

<시몬 오리지널 - 친위대 & 블레이드 스톰>

시몬의 전매특허. 검을 들고 회전하는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소용돌이가 되어 쏟아지는 새때들을 갈라 버렸다.

"메이지들!"

그 위로 초대형 아공간이 열리며,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흑마법을 구사했다.

<다크 블레이즈>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던 새들도 모두 검은 불꽃에 불탔다. 그녀를 지키는 새들이 줄어들자, 시몬은 즉시 바닥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레이슨! 내 말 들려요?"

푸드드드득!

그러나 시몬이 도착하기 직전, 새떼가 날아와 그레이슨의 몸을 가렸다.

시몬은 즉각 걸음을 멈추었고, 새때가 요란하게 지나간 뒤에 그녀의 몸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

이번엔 시몬의 등 뒤로 새떼들이 펼쳐지며, 그 안에서 그레이슨의 손톱이 쇄도했다. 시몬은 잽싸게 뒤로 물러서는 동시에 어깨를 기울여 피했다.

'아직이야!'

회피와 동시에 시몬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쩌어어억!

그림 같은 돌려차기가 그레이슨의 머리에 꽂혔다.

[.......]

그러나 그레이슨은 피하지도 않고 덤덤히 시몬의 발차기를 얼굴로 받아냈다. 표정은 그대로. 제대로 된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셋째가 돼서 육체능력이 향상된 건가!'

시몬이 물러나며 바닥에서 오버로드를 꺼내 휘둘렀다. 그마저도 그레이슨은 날카로워진 손톱을 휘둘러 간단히 튕겨냈다.

[시몬.]

그녀가 죄책감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울먹였다.

[뒤에서 와요.]

"!"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정말로 새떼들이 시몬의 뒤에서 지나갔다.

[이번엔 오른쪽, 그리고 지면 아래에서 올라와요.]

정말이었다. 오른쪽에서 새떼가 몰아닥쳤고, 지면에서는 부리가 달린 대형 조류 언데드가 흙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시몬은 공중으로 덤블링해서 피했다. 새의 부리가 쾅! 소리를 내며 빈 허공을 물어뜯고는 다시 지면 아래로 돌아갔다.

"그레이슨......!"

[시몬, 제발 도망치세요.]

그녀가 눈물을 쏟아내며 두 팔을 들었다.

[난 당신을 죽이기 싫어요.]

그녀가 지휘자처럼 두 팔을 흔들자, 북신의 언데드 군대 쪽에서 날개 달린 조류 언데드들이 모조리 공중으로 떠올라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무서워요. 북신의 힘이 점점 정신을 장악하고 있어요. 곧 나 자신이 사라질지도 몰라요.]

예상대로, 그레이슨은 자신을 지배하려는 북신의 힘에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시몬이 두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바로 그때 지면에서 아까 시몬을 노리고 올라온 그 새 언데드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부리를 들이밀었다.

터업!

시몬이 다리를 들어 부리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강하게 짓밟았다. 그러나 힘의 차이는 컸고, 시몬의 다리가 역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철컥!

척!

시몬의 오른 다리에 뼈들이 날아와 착착 갑옷처럼 부착되었다. 그대로 시몬이 다리에 힘을 주자.

꾸우우웅!

새 언데드가 짓밟히며 바닥이 움푹 파였다.

-끼이이이이이익!

새떼들이 시몬을 전 방향에서 둘러싸고 빙빙 돌았다. 시몬은 말없이 오른팔을 뻗었다. 뼈들이 척척 날아와 팔꿈치와 손등에 연결되고 마지막으로 하얀 대검이 착! 들어왔다.

즉시 시몬의 발이 앞으로 나오고 허리가 돌아간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강렬한 하얀 선이 그어지고, 새떼들이 폭풍에 날아가는 먼지 알갱이처럼 속속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피어를 입은 시몬이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지금부터는 군단장의 힘으로 상대하겠습니다."

[시몬이.......]

그레이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대공 각하와 같은 군단장......!]

그러나 그레이슨이 놀라건 말건 그녀의 몸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더 많은 새떼들을 일으켰고, 네임드 비행형 언데드들까지 끌어들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깃털 달린 망자들이 검은 폭풍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몬은 빙긋 웃으며 제 발로 폭풍 속에 들어갔다. 언데드들이 시몬 하나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향에서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시몬! 도망쳐요!]

그녀가 울먹였다.

[군단장이라고 해도 무리예요! 이 힘은......!]

크흐흐흐!

피어의 음침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상한 여자군! 언데드가 되어서도 남 걱정이라니,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의지다! 정상적으로 코어를 개방해 네크로맨서 학교에 입학했으면 이름을 날린 네크로맨서가 됐을 거다.]

"동감이에요."

시몬이 파멸의 대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도화지처럼 새하얀 대검이 거무죽죽한 녹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기술, 실전에서 쓸 수 있겠나?]

"해봐야죠!"

깃털들의 폭풍 한가운데에 들어온 시몬이 있는 힘껏 대검을 휘둘렀다.

<칼 오리지널 - 맹독야차>

검이 휘둘러진 전 방향으로, 쏟아진 맹독의 개들이 뻗어 나갔다.

동시에 1차 회전력을 받은 시몬이 2차 회전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맹독의 힘을 일으켰다.

"크압!"

이번에는 녹색의 원형 검기가 뻗어나간다.

<칼 오리지널 - 맹독폭쇄>

공간을 잠식하듯 몰아닥치는 새들.

그런 새들을 향해 전진하는 개들.

그리고 개들 뒤를 잇는 검기가 개들의 몸에 닿는 순간.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퍼어어어어어어엉!

개의 형태가 무너지며 독극물 폭발로 변했다. 까맣던 주위가 온통 초록색으로 변하며, 다가오던 새들이 뼈 채로 녹아 사라진다.

칼의 맹독폭발은 한번의 폭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하며 새들을 녹여가고 있었다.

시몬은 그 틈에 밖으로 빠져나와 홀로 남은 그레이슨에게 돌진했다.

"그레이슨!"

팟!

땅을 걷어차듯 뛰어올랐다. 디뎠던 흙바닥이 파도처럼 터져 나간다.

시몬이 공중에서 대검을 고쳐 쥐고, 그레이슨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우뚝!

하얀 칼날이 그레이슨의 목 바로 옆에서 멈췄다. 칼끝에 걸린 피부가 살짝 찢어지고, 검은 피 한 줄기가 그녀의 목을 타고 가슴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가 특유의 헤픈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멈추시나요?]

시몬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레이슨이 먼저 멈췄으니까요."

시몬의 옆구리를 노리던 그녀의 팔이 부르르 떨리며 멈춰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파멸의 대검이 목으로 날아오는데 피할 생각도 없었다.

그녀가 반대쪽 팔로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시몬을 공격하려는 북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다. 시몬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지며 몸을 날렸다.

쿠당탕!

둘의 몸이 엉키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레이슨을 바닥에 쓰러뜨린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지면에 박고 옆으로 쭉 기울여 그녀의 목을 겨누게끔 했다.

살짝이라도 힘을 주면 대검은 바로 내려가 그녀의 목을 잘라내리라.

[시몬.]

그녀가 말했다. 북신의 지배력과 힘겹게 싸우면서도, 헤픈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유언...... 아니, 부탁이 있어요.]

"......."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있어요. 더 농장일을 못하셔서 제가 대신하고 있어요. 순록농장은 아버지와 제 집안의 오랜 가업이에요.]

그녀가 헤헤 웃었다.

[기억해요? 시몬이 북부에 온 첫날, 내게 물어봤잖아요.]

-긍지! 북부인들은 모두 수호의 긍지를 갖고 있거든요. 내 땅을, 내 가족을, 내 영지를 지킨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그녀가 빛이 사라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부인으로서 내 삶과 가족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어느새 북부의 긍지를 훼손한, 배신자 중의 배신자가 되어 있어요.]

"......."

[시몬.]

그녀가 웃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염치없어서 죄송하지만, 우리 아버지를 부탁해요. 그리고 농장은.......]

"그런 건."

시몬의 앞머리가 흔들렸다.

"당신이 직접 남아서 해결하면 되겠네요."

[네? 하지만 저는 죽.......]

"당신은 아직 완전히 송장이 된 게 아니에요."

시몬이 그녀의 가슴 위, 코어가 있는 곳에 손을 올렸다.

"당신이 정말 아버지를 위한다면, 그리고 북부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해결해요."

[네?]

"언데드(UNDEAD)는 아직 완전히 죽은 존재가 아니에요. 특히 당신은 이성을 가진 특별한 언데드잖아요?"

키이이이이이잉!

시몬이 칠흑이 그녀의 코어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피어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무모하다 소년! 말하지 않았나? 삼형제와 북신은 직속 계약이다! 삼형제를 다른 네크로맨서가 빼앗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건!"

시몬이 입을 벌렸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죠!"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시몬의 칠흑이 그녀의 코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번 손을 댄 이상 물러설 수 없다.

[크하하하하! 막무가내인 건 부자가 한없이 똑같구나!]

피어도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스켈레톤으로 돌아와 시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시몬과 피어의 칠흑이 동시에 그녀의 코어를 장악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코어에서 북신의 칠흑이 거세게 반발하며, 셋째의 힘으로 움직이는 새들을 불러모았다.

[꼬맹이를 지켜!]

헤르세바가 외쳤다. 곳곳에 금빛 도시가 열리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 미라들이 붕대를 던졌다. 공중에서 날아오던 새들이 붕대에 붙들려 고꾸라지고, 바닥에 떨어진 즉시 미라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크윽!"

코어에 손을 올린 시몬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벌써 시몬의 칠흑이 역류하고 있었다.

그만큼 북신과 셋째의 계약은 견고했다.

[그, 그만해요! 이대론 정말로 시몬이 죽을지도......!]

"제가 들어갈 틈을 만들어주세요. 그레이슨!"

시몬이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계속 북신에게 저항했던 것처럼!"

[!]

그녀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자 주위에만 겉돌며 역류하던 검푸른 칠흑이 그녀의 코어로 조금씩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덜덜덜덜-

그녀의 몸이 치켜 올라갔다. 그녀는 끝까지 북신의 힘에 저항하고, 시몬의 힘을 받아들였다.

[크흐흐흐! 삼형제를 빼앗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만.]

피어가 입꼬리를 올렸다.

[소년도, 그리고 이 여자의 의지도 대단하군!]

화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몸에서 새까만 뭔가가 파도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연신 들썩거리던 그레이슨의 몸이 이내 축 늘어졌다.

"하아! 후우!"

시몬도 미친 듯이 숨을 헐떡였다.

어느새 그녀의 눈동자는 시몬의 칠흑색과 같은 검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수고했어요, 그레이슨."

삼형제 중 하나가, 통째로 7군단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최후의 힘을 쥐어짜 내 팔을 들어 올리더니.

꽈악!

허공을 향해 주먹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푸드드드드득!

푸드드드득!

북신의 지배를 받던, 모든 깃털 달린 언데드들이 해방되어 하늘로 날아가 흩어지고 있었다.

"뭐야?"

"새들이......!"

앞에서 열심히 싸우던 북부의 전사들은 입을 벌린 채 그 웅장한 장관을 지켜보았다.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쉴 틈 따윈 없다. 지금이 기회이니라!]

눈치 빠르게 상황을 읽은 대공이 지시를 내렸다.

[모든 삼형제가 쓰러졌다! 더 이상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건 없다. 지금 이 기세로 어비스까지 진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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