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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81화 (68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81화

북신의 새로운 삼형제를 모두 쓰러트렸다.

특히 셋째인 그레이슨의 활약이 주요했다. 그녀는 '셋째'로서 자신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비행형 언데드들의 사슬을 풀어버리고 통제력을 없애 버렸다.

전장에 있던 모든 북신의 비행형 언데드들이 해방되고, 이제 북신의 군대는 아케뮤스와 스컬윙 부대를 막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거기에 북부군과 2군단, 7군단의 총공세가 이어지며, 삼형제의 병력은 점점 줄어 들어갔다.

"놈들이 도망친다!"

"뭐 해 X발! 쫓아가서 싹 다 도륙 내!"

승기를 잡은 북부군이 신명 나게 날뛰었다.

시몬도 뒤처리는 휘하 대장들에게 맡기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후우우."

이제 끝나가는 전장의 선두.

시몬은 피어의 해골 투구를 벗고 산맥 너머를 응시했다.

불그스름한 땅 정중앙에 뚫려 있는 새까만 구멍.

저기가 바로 그 유명한 어비스. 북신이 사는 곳이다.

[피어를 입고 싸우더구나.]

절그럭거리는 갑옷의 이음새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대공이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 또한 시몬처럼 투구를 벗었다. 흔들리는 긴 머리와 함께 미형의 얼굴이 드러난다.

여러 감정이 아른거리는 눈으로 어비스를 내려다보는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습은 장인이 포착한 한 폭의 명화와도 같았다.

"너무 날뛰지는 않았느냐? 북신전에 대비해 힘을 아껴두라고 했을 터인데."

"힘은 충분히 남아 있어요."

시몬이 활짝 웃으며 제 팔을 들어 올려 보였다. 그녀도 픽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이제 눈을 피하지 않으시네요?"

"어른을 놀리지 마라, 꼬마."

두 사람은 큭큭 숨죽여 웃으며 함께 어비스를 내려다보았다.

"승기를 잡았다. 북신은 방금의 전투에서 적지 않은 병력을 잃었고, 새로운 삼형제를 만드느라 힘을 소진했을 것이다. 보아라."

그녀가 어비스의 풍경을 검지 끝으로 쭉 훑었다.

"어비스에 주둔하고 있는 언데드들이 많이 줄었느니라. 특히 셋째가 쓰러지며 비행형 언데드들이 모두 해방된 게 크다."

"네, 그러네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첫째인 크로노스는 괜찮을까요?"

그녀가 훗 하고 웃음을 머금었다.

"대장군을 돕느라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그래도 코어에 타격을 입혀놨다.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 다시 나타날 일은 없겠지."

"그거 다행이네요."

"그래."

와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저 멀리서 산맥을 내려온 북부군과 2군단의 병력들이 어비스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녀가 허리에 끼고 있던 투구를 들어 올려 다시금 머리에 썼다.

[가자, 북부의 마지막 전쟁이다. 모든 병사들과 망자들이 우리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시몬도 결연한 마음으로 해골 투구를 눌러썼다.

"가시죠."

두 군단장이 주먹을 맞부딪쳤다.

결전이 눈앞이다.

* * *

같은 시각.

빌케노스.

툭 툭.

출정군에 들어가지 않고, 빌케노스의 수비 총책임을 맡은 집사 고드릭은 갈고리 달린 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들기고 있었다.

'초조해서 미칠 것만 같구나.'

애가 타들어 가는 표정으로 천장만 보고 있던 그는, 괜히 테이블의 카펫 장식을 입에 한 움큼 넣고 물어뜯었다.

차라리 하나만 남은 팔로 출전하는 게 마음은 더 편했으리라.

'이기고 있나? 밀리는 건 아니겠지? 먼저 간 왕국군이 놈들은 어떻게 됐지? 대공께서는 무사하실까? 로마리오와 크로노스는 무슨 꿍꿍이지?'

걱정해 봐야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이 바싹바싹 마를 뿐이었다. 고드릭이 쿵! 하고 테이블 모서리에 제 이마를 박았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북신의 혹시 모를 흉계로부터 빌케노스를 빈틈없이 지켜야 한다. 그것이 대공께서 내게 맡기신 역할!'

고드릭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누구 있느냐!"

"또 뭐요, 집사양반."

빌케노스 수비를 맡은 기수 한 명이 심드렁한 얼굴로 걸어왔다. 고드릭이 불같이 화를 냈다.

"젊은 놈이 기수가 됐다고 오만방자하구나. 대공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빌케노스 총사령관이라고 불러라!"

"예이, 예이."

에잉 쯧 하고 혀를 찬 고드릭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말로 전쟁이 끝나긴 끝나가는 모양이구나. 지엄한 북부의 규율이 이리 개판이니."

"근데 왜 불렀소."

"내가 생각하기에 북신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다."

고드릭이 팔을 뻗었다.

"대공의 명으로 북부의 모든 주민들이 이곳 빌케노스로 피난했다! 도시의 방어에 티끌만큼의 빈틈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니, 다시 한번 기수들에게 순찰을 명하여 방비에 빈틈이 없도록 하라."

기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 지시, 오늘 하루만 세 번째인 거 아시오?"

"더 세세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들란 말이다! 오늘은 록사 부인이 술을 안 마신다거나! 순록들이 평소보다 똥을 더 푸짐하게 쌌다거나! 평소와 다른 거라면 뭐든 보고하......."

"나으리."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한 전사가 빠른 걸음으로 집무실에 들어왔다.

"빌케노스에 외부인이 들어왔습니다요."

"!!"

고드릭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외.부.인?"

왕국군 사태 이후, 북부인들은 외부인이라면 학을 뗄 지경이었다.

물론 대공의 제자로 들어온 시몬이라는 예외도 있긴 하지만, 크로노스나 로마리오나 볼드몬트 백작 등 외부인들은 늘 재앙을 불러오고 혼돈을 초래하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외부인이라고?

너무나도 수상쩍었다.

"거, 집사 양반 혈압 올라 돌아가시겠네. 진정 좀 하쇼."

기수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외부인이 온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또 상인이나 모험가 같은 거겠지. 신분은 뭐라고 하더냐?"

"그, 그게......."

전사 진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네크로맨서라고 합니다요."

투둑.

툭.

불안감으로 고드릭의 이마에 혈관이 연달아 뭉쳤다.

'네.크.로.맨.서?'

그의 머릿속에 크로노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지금 당장 성의 모든 전사들을 소집하라! 내가 직접 가겠다!"

* * *

고드릭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

성내의 병사들을 모조리 데리고 빌케노스의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그 외부에서 온 네크로맨서는 어디 가지 못하게 잡아놨겠지? 어떤 자라고 하더냐!"

"아, 그게."

소식을 보고하러 온 병사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도 제 눈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들은 바로는 전사들도 쩔쩔맨다던데 말입니다요. 상당히 강한 네크로맨서가 아니겠습니까."

"쩔쩔 매?"

지금껏 외부인들에게 여럿 데여왔던 북부인들은, 외부인이 오면 틀림없이 시비를 걸든 뭐든 반응을 보였으리라.

이번 왕국군 사태로 그런 경향은 더욱 세졌을 테고.

그런데 쩔쩔맸다니.

북부의 전사들은 겉모습만으로 겁먹지는 않을 터인데. 저 병사의 말대로 상당한 강자인 것 같았다.

'초월적인 피지컬의 소유자가 틀림없구나!'

고드릭의 머릿속은 한계치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거구의 남자를 떠올렸다.

"더! 더 말해봐라!"

"아! 등에 날개가 있다고 합니다요."

"날개?"

고드릭은 자신의 거구에 거대한 악마의 날개를 펼친 괴물을 떠올렸다. 머리에는 뿔이 달리고 손은 매처럼 손톱이 길게 뻗은 형상.

북신이 빌케노스를 차지하기 위해 보낸 존재가 틀림없다.

"제길! 더 빨리 달려라!"

"예!"

고드릭과 전사들은 정신없이 거리를 내달렸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

바로 그 외부인을 발견했다.

고드릭은 자신의 상상이 와장창 박살 나는 게 느껴졌다.

두 갈래로 땋아 내려뜨린 연보랏빛 머리카락, 작은 체구.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얼굴, 옷은 검은 교복 상의에 회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아."

나무상자에 앉아 다리를 번갈아 흔들며 기다리던 소녀가 폴짝 뛰어 내려왔다. 고드릭 일행을 발견하고는 총총총 뛰어왔다.

"안녕하세요!"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인사한 소녀가 활짝 웃었다. 사람을 보고 반가워하는 강아지처럼, 등 뒤에 난 앙증맞은 박쥐 날개가 파닥파닥 흔들렸다.

"저기 아저씨들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

북부인들이 손에 간식을 들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뭔."

긴장이 탁 풀린 고드릭이 옆의 소식을 전해온 전사를 노려보았다. 전사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 있잖습니까. 날개."

"자네 나중에 두고 봅세."

소녀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고드릭은 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신분을 밝히시오."

"아, 네! 저는 키젠에서 온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라고 해요."

"키젠?"

고드릭의 눈이 커졌다.

이렇게 작은 소녀가 그 악명 높은 키젠의 네크로맨서라고?

"네! 제 임무를 끝마치고 시몬을 보러 왔어요! 시몬이랑 같이 학교에 돌아가려고요."

소녀가 날개를 파닥파닥거리며 말했다. 고드릭은 긴장이 완전히 풀리며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시몬이라면 대공의 제자를 말하는 거군.'

"시몬은 어디 있어요? 아직 수업을 받는 중인가요?"

고드릭이 헛웃음을 흘렸다.

"수업? 뭐, 틀린 말은 아니지."

* * *

어비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피어를 입은 시몬이 미친 듯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최정예 언데드들을 베어냈다. 온몸이 적의 피로 검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은 어비스.

이 끝없이 뻥 뚫린 구멍에서는 무수한 언데드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군단장님! 길을 뚫었사와요! 어서 가세요!]

'고마워! 에르제!'

모든 북부군이 자신의 자리에서 싸워주고 있었다.

특히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북부의 네임드들을 상대하는 사이, 시몬과 대공은 어비스로 곧장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뻥 뚫린 구멍으로 떨어지면 금방 바닥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어비스의 내의 중력은 외부와 달랐다. 떨어지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려서, 그 틈에 적의 공격이 계속 쏟아졌다.

차라리 벽면을 타고 달리는 게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허억! 허억! 크후읍!"

시몬이 눈을 부릅뜨며 팔을 덜덜 떨었다. 근육이 통증을 부르짖고 있고 입안은 바싹 말랐다.

하지만.

'죽어도 멈출 수 없어!'

아래에 북신이 있다.

모든 병사들과 망자들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승부를 내야 했다. 시몬이 이를 악물고 새까맣게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언데드들이 반으로 갈라지고, 그 틈을 대공이 파고들었다.

[흠.]

대공이 조금 뒤에서 화살을 연신 날렸다. 검은 궤적이 쐐애애액 날아가 초대형 언데드들의 머리를 연달아 꿰뚫었다.

키이이잉!

그러곤 방금 만든 또 하나의 화살은 하늘을 향해 쐈다.

화살은 얼마 날아가지 않아 분해되더니 화살비로 변해 어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들을 꿰뚫었다.

'역시 대단한 컨트롤......!'

빼곡한 화살비는 시몬과 대공은 물론, 주위의 군단 언데드들에게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감탄하던 시몬은 이내, 눈을 부릅떴다.

대공의 옆으로 북신을 직접 지키는 네임드 언데드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대공! 옆에......!"

[마지막 수업이다! 건방진 것!]

그녀가 팔을 휘두르자, 사령마로 절벽을 달리고 있던 팬텀 듀라한들이 혜성처럼 내려와 그들을 저지했다.

[전투와 지휘를 별개로 생각하지 마라! 하나의 동작으로 수행해라!]

"네!"

시몬도 팔을 내리그었다. 스컬윙들이 검은 지렁이 같은 언데드를 붙잡아 벽으로 밀어붙였고,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마무리했다.

[끝까지 따라올 수 있겠느냐!]

그녀가 무수한 화살들을 어비스로 쏟아부으며 소리쳤다.

"무조건 따라가겠습니다!"

시몬도 죽을 힘을 다해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은 이제, 어비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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