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84화
시몬과 세운 계획대로, 대공은 헤이트와 팬텀 듀라한들을 이끌고 먼저 어비스에서 빠져나왔다.
"대공께서 돌아오셨다!"
어비스 밖에서 싸우던 북부군의 전사들이, 대공을 발견하고는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한쪽 팔이 새까맣게 변한 대장군 가니로 또한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공!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래.]
"북신은! 북신은 어떻게 됐습니까?"
"끝내셨습니까!"
전사들은 당장이라도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부하들의 모습을 본 대공은 가슴이 아팠다. 투구로 자신의 표정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비스에 북신은 없었다.]
전사들의 표정이 단번에 딱딱하게 굳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 이번 출정은 여기까지이니라. 후퇴하라.]
그녀가 말머리를 돌렸다. 붉은 망토가 바람결에 크게 펄럭이다가 쓸쓸하게 내려앉았다.
병사들은 도저히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니로가 입술을 덜덜 떨었다.
"북신이 없다니요! 그럼 저 언데드들을 조종하는 건 누굽니까? 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찾아내야죠! 프로스트 필드를 뒤지다가 얼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넷째가 빌케노스를 공격하고 있다.]
그 한마디에 가니로와 흥분한 전사들이 멈칫했다.
[백성들이 위험하다. 나와 헤이트가 빠르게 가볼 터이니 너무 염려치 말도록. 가니로 대장군.]
"......예, 대공."
[그대는 책임지고 병력들을 수습해 빌케노스로 귀환하라.]
그녀가 사령마의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먼저 출발했다. 헤이트와 2군단의 팬텀 듀라한들도 일제히 그녀를 따랐다.
[더 이상 그 어떤 희생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전 병력 무사히 귀환하도록. 북신은 틀림없이 병력을 보내 물러나려는 우리의 등을 칠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굳은 표정의 가니로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곳곳에서 전사들이 무기를 눈바닥에 꽂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발악과도 같은 비명과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패배.
이번에도 북신을 잡지 못했다. 원수를 갚지 못했다. 우리 대에서 끝내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선물하지 못했다.
모두의 울분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꾸욱-
말을 타고 빌케노스를 향해 달리던 대공은 투구를 깊게 눌러썼다.
'미안하다.'
절망에 빠진 부하들에게, 사실은 시몬과 7군단이 북신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하는 법.
북신이 북부군이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가는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북신이 병력을 보내 퇴각하는 전사들을 뒤쫓으려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시몬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부탁하마 요나의 아들, 아니.]
그녀가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시몬.]
그녀는 전면에 어슬렁거리는 북신의 언데드들의 코어를 꿰뚫으며 앞으로 향했다.
빌케노스까지는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 * *
그날 밤.
북부의 심장, 빌케노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밤.
도시 전체를 공포에 빠트렸던 '넷째'의 공격은 날이 저물자 중단되었다. 성벽 주위에는 넷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아, 잠시 칠흑을 보충하러 떠난 것 같았다.
전사고 주민들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지쳐 쓰러진 새벽.
'아무도 없지?'
어깨에 보따리를 짊어진 한 중년 남자가, 성벽 위에서 주위를 은밀히 둘러보고 있었다.
"여긴 감시가 없다. 서둘러!"
그는 북부와 남부를 오가며 가죽을 거래하는 상인이었다. 아이들과 처자식들, 나도 데려가 달라며 들러붙은 지인들까지 전부 데리고 성벽으로 왔다.
경비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을 타, 그는 성벽에 밧줄을 내리고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은 채 조심스럽게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천천히 내려와! 급할 것 없으니까 천천히!"
함께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밧줄을 타고 있다. 남자는 뒤에서 지켜보며 입맛을 다셨다.
'빌케노스에서 다 함께 싸우자고? 무슨 개죽음 당할 일 있나.'
오늘 낮에 '넷째'가 보여준 힘은 경악스러웠다.
반면에 그를 막을 수 있는 대공은 프로스트 필드에서 북신과 싸우고 있다.
빌케노스에 남은 전력만으로 넷째를 이기는 건 불가능. 프로스트 필드에 승전고가 울린다고 해도 빌케노스는 전멸이다. 너무나 간단한 계산이었다.
'다행히 밤이 되면서 넷째의 공격이 끊겼어. 잠이라도 자러 갔는진 모르겠지만 운이 좋아.'
함께 도망치러 온 모든 사람들이 성벽에서 내려왔다. 남자는 그들에게 손짓하고는 앞장서 걸어갔다.
'같이 개죽음을 당해줄 의리는 없지! 잘 있어라.'
긍지는 무슨 놈의 긍지란 말인가.
그동안은 북부에서 장사를 해먹으려고 긍지를 입에 담고 살고 온갖 북부인다운 짓은 다 했지만 그의 본질은 역시 상인이었다.
남자는 사람들을 데리고 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있어. 거기서 마차를 타고 남부로 내려가면.......'
-꺄아아아아악!
비명소리.
갑자기 등 뒤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여자 하나가 공중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어둠에 붙들려 있는 것만 같았다.
'무슨!'
어둠 속에서 서서히 거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비대하게 큰 얼굴과 짧고 통통한 몸.
빌케노스를 공포에 빠트린 바로 그 '넷째'였다. 그의 입가에서 칠흑이 흘러나와 마법진을 이루었다.
[도. 망은...... 죽음.]
"으, 으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볍게 손가락으로 사람 하나를 짜부라뜨린 넷째가 하늘에 검은 마법진을 펼쳤다.
이내 괴기한 형태의 투사체들이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했다. 끔찍한 비명이 성 밖에서 울려 퍼졌다.
"끄, 끄으윽!"
남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다리를 붙잡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다리에 흑마법의 파편이 박히고 말았다.
히죽-
주위에 시체들을 훑어보던 넷째가 팔을 휘둘러 시체 위에 마법진을 펼쳤다. 죽은 시체가 꿈틀꿈틀거리며 변화가 일어난다.
'설마.'
남자가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좀비가 된 그것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자, 잠깐만! 여보! 나야! 나! 들리지?"
남자는 벌벌 떨면서도 애써 웃었다.
"우, 우리 남부에 돌아가면 블루하버에 놀러 가기로 했잖아? 기억나? 우리 돈도 많이 벌었으니까 이제......!"
으적!
여자 좀비가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 * *
으적! 으적!
쩝. 쩝.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닭 다리를 한껏 물어뜯은 고드릭이, 뼈를 접시에 내려놓으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그간의 마음고생으로 볼살이 쪽 빠져 있었다.
후우-
이곳은 빌케노스 성 회의실.
고드릭이 긴 한숨을 내뱉고는 찬물을 들이켰다.
"귀빈께 대접할 게 이 정도뿐이라 미안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리고 원탁의 중앙에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뱀파이어 소녀, 카미바레즈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난처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앉아도 될까요?"
카미바레즈가 앉은 자리는 원탁의 중앙 상석이었다.
본래는 대공이나 가니로가 앉던 자리를 손님에게 내어준 것이다. 처음 북부에 왔을 때 '또 외부인이냐!' 하고 한 소리 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당연한 대우입니다."
고드릭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카미바레즈 님께서는 외부인이지만, 당당히 적과 맞서며 저희와 함께 싸워주시겠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계속 사람들을 해치겠다면 저도 북부와 시몬을 위해 싸우겠어요!
"저희는 카미바레즈 님의 그 말에서 굳은 기개와 긍지를 느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전사보다 큰 활약을 해주셨고,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셨지요."
고드릭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빌케노스의 수비 책임자로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전사들도 '오오!' 하고 우렁차게 호응했다. 아저씨들이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이를 드러내며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퍽 우스꽝스러웠다.
"가, 감사해요."
카미바레즈가 소심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조금 투박하고 성격이 불같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으런데...... 다들 식사 더 안 하시나요?"
그들이 먹은 건 빵 한 조각과 밍밍한 수프 한 그릇. 그것도 도착하자마자 10초 안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이 자리에서 식사다운 식사라면 그녀의 접시 위에 있는 닭요리 하나. 여기서 가장 높은 고드릭도 저 닭에서 다리 한 조각을 떼어내 먹었을 뿐이었다.
남은 건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하하하! 우리는 모두 먹고 회의장에 왔수다!"
"신경 쓰지 말고 드쇼!"
"우린 애기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니께."
전사들이 순박하게 웃었다. 카미바레즈는 손에 쥔 포크를 끄적거리다가, 이내 살점을 조금 발라먹고는 재빨리 말했다.
"아, 너무 맛있었어요! 배불러요."
그녀가 제 배를 통통 두들기고는 접시를 전사들 쪽으로 쓱 밀었다.
"조금 남겼는데, 괜찮으시다면 마저 드시겠어요?"
전사들의 눈이 어쩔 도리 없이 접시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크흠! 흠! 남긴 걸 주신다면야."
"잔반이 있어선 안 되지. 어쩔 수 없이 날개 한쪽만......."
"이보게들!"
고드릭이 식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염치도 없는 겐가! 귀빈께 드릴 식사를 감히!"
그러나.
카미바레즈가 남긴 닭요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게걸스러운 피라냐처럼 전사들이 달려들었고, 닭요리가 순식간에 수십 점으로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얀 뼈들이 몇 개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쯧쯔."
고드릭이 못 말린다는 듯 혀를 차며 앉았다. 카미바레즈는 해맑게 웃었다.
"못 볼 꼴을 보여드려 미안합니다. 그럼 이제 빌케노스 방어 회의를 속행하겠소."
고드릭이 진지하게 표정을 굳히고는 회의장의 모두를 돌아보았다.
"지금 빌케노스를 공격하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삼형제급 언데드 개체요. 북신이 원래 넷째까지 쓸 수 있었는지, 혹은 모든 삼형제를 잃은 직후에 급히 만든 개체인지는 알 수 없소. 중요한 건 대공과 북부군이 프로스트 필드에 가 있는 때에 삼형제가 빌케노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현실이지."
고드릭이 주먹 쥔 손으로 원탁을 쿵쿵 두들겼다.
"대공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버텨야 하오."
전사들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미바레즈도 파닥파닥 날개를 흔들었다.
"저도 시몬이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싸울 거예요!"
그녀의 작은 외침에 전사들의 표정이 헤프게 풀어졌다.
여자아이 한 명 들어왔을 뿐인데 평소의 칙칙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아주 고맙소! 그럼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해보겠소."
전사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넷째에 대한 꽤 구체적인 분석도 있었다.
"그나마 넷째의 신체 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오. 빌케노스의 성벽을 넘질 못하더군. 점프로 제대로 못 하는 모양이고."
"화살을 맞으면 아파하는 삼형제라니! 들어본 적 없어."
"내 생각엔 성벽은 넘어올 수는 있는 것 같다."
젊은 기수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겁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 같지만. 성안의 누군가를 경계하는 거겠지."
모두의 시선이 카미바레즈로 향했다. 카미바레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작은 날개를 파닥거렸다.
넷째조차도 경계하는 뱀파이어 소녀.
특히 그녀가 피처럼 빨간 눈이 되었을 때 발휘하는 전력은, 평생을 전쟁의 세계에서 살아온 전사들에게 있어서도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력했다.
괜히 키젠의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다.
"넷째는 계속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굴 거요."
고드릭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놈은 신체능력이 떨어지지만 강력한 흑마법을 사용하오. 안전한 성벽 밖에서 흑마법을 빌케노스로 퍼부어대고 있지."
그렇게 말한 그가 창밖의 경관을 보았다.
고작 낮 전투만으로, 이 넓은 빌케노스의 1/3이 폐허가 됐다.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저항이 줄어들면 넷째도 결국 빌케노스에 발을 들일 테고, 중앙에 있는 대공의 내성을 공격할 것이다.
그러면 끝장이다.
"다행히 놈은 겁이 많소. 죽을힘을 다해 놈을 압박해서, 성벽을 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할 거요."
"좋소!"
"한번 해보자고!"
전사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네!"
카미바레즈도 두 손을 모아쥐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꼬르륵-
그때 모두의 말이 멈췄다.
배에서 나는 소리.
전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모였고.
"아...... 그......!"
카미바레즈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런 은혜도 모르는 거지 같은 놈들!"
결국 고드릭이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며 일어났다.
"기어이 카미바레즈 님의 음식을 뺏어 먹더니, 배고파하시잖아! 어른스럽게 행동하라고! 어른스럽게!"
전사들이 죽을죄를 진 것처럼 고개를 푹푹 숙이기 시작했다. 카미바레즈가 당황하며 팔을 마구 휘저었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이건 그 배가 고픈 게 아니라......!"
"?"
"그게 그러니까...... 그......."
콕콕 두 손가락을 맞부딪히는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벌게지고 있었다.
"주방장에게 새로운 요리를 준비하라고 시키겠소!"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이 답답한 양반들아!"
쾅!!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여자들이 나타났다.
전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벌렸다.
"여, 여보!"
"당신이 왜 여길!"
"나 오늘 잘못한 거 없어!"
멋대로 설레발 치는 전사들을 보며 여자들은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고드릭이 그녀들을 보았다.
"그, 그대들이 여긴 무슨 일로......."
"머리 안 돌아가는 답답한 남정네들아. 저 학생이 아까 말한 거 못 들었어?"
여자들이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카미바레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
그것은 피가 담긴 용기였다.
"뱀파이어라고 하시잖아.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피를 뽑아서 모았어요."
여자가 카트를 카미바레즈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우리도 북부인이에요. 긍지가 있어요. 북부를 지킨다는 게 꼭 저것들처럼 무기 들고 설치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여자들, 아이들, 노인들, 그리고 몸을 다친 부상자들까지.
모두 한마디씩 했다.
"우리 아들을 구해줘서 고마우이."
"힘내요! 네크로맨서님!"
카미바레즈의 눈이 동그래지다가 이내 감격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프 뱀파이어라는 건, 늘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아픈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모두가 자신을 위해, 힘을 합쳐 피를 뽑아서 가져다준 적은 처음이었다.
카미바레즈가 울먹울먹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녀가 교복 소매로 눈가를 쓱쓱 닦은 후 이내 햇살처럼 활짝 미소 지었다.
"저, 이 피를 마시고 더 열심히 싸울 거예요!"
"잘 부탁해요!"
"가보자! 할 수 있다!"
분위기는 최고조.
본래 북신의 계획대로라면, '넷째'가 가진 힘에 북부인들은 절망하고, 안쪽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나듯 무너져야 했다.
하지만 우연히 북부에 온 카미바레즈를 중심으로, 빌케노스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뭉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