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86화 (68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86화

북신이 만든 10개의 어비스. 이 중에 단 한 곳에만 진짜 북신이 있다.

물론 밖에서는 북신이 있는 곳을 구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각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자신의 부대를 데리고 흩어져 어비스를 공략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흐음.]

에르제베트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까다롭네요.]

이 어비스에서 주로 출몰하는 북신의 언데드는 변이된 '드레이크(Drake)'를 연상케 했다. 공룡과도 같은 외견에, 시체가 됐지만 튼튼한 외골격이 존재했다. 송장거미들의 독니는 좀처럼 저 언데드의 외골격을 쉽게 뚫지 못했다.

-까라라라락!

상대를 궁지에 몰았다는 사실을 아는 건지, 긴 목을 쭉 들이밀며 혓바닥을 움직이던 그것들은 에르제베트를 포위해 갔다.

하지만 포위만 했을 뿐, 저쪽도 섣불리 움직이진 못했다.

스륵-

그녀의 주위로 잘 보이지 않는 거미줄들이 촘촘히 펼쳐져 있었기 때문. 대치상태만 길어졌다.

그녀는 주위에 쳐놓은 거미줄을 손가락 끝으로 튕기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한마디로 말해 이곳은 '꽝'이었다.

에르제베트가 어비스의 밑바닥까지 내려와 살펴보았지만, 북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올라가려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언데드들이 위쪽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내려가면서 싸우는 것보다 올라가면서 싸우는 게 더 힘들다는 사실은 당연했다.

[늘 느꼈지만 영리하게 잘 싸우네요, 북신.]

그녀가 두 팔을 교차하며 칠흑을 끌어올렸다.

[여기서는 강행돌파를 해서라도.......]

"에르제!"

에르제베트의 눈썹이 들썩였다.

적에게 포위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귓가에 선명하게 박히는 듯한 이 목소리.

고개를 들자, 그녀가 애정하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어비스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구, 군단장님?]

그녀를 포위했던 언데드들은 자연히 머리를 시몬 쪽으로 돌렸다. 조금 더 손쉬운 상대라는 걸 감지했는지 그를 향해 공격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피어나 헤르세바도 없어? 무모해요!'

군단장의 힘 없이, 일반 키젠 학생의 전력으로 어비스까지 들어오는 건 자살행위였다.

에르제베트가 다급히 팔을 휘둘러 주위의 거미줄을 보냈지만.

'늦어!'

드레이크 언데드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며 시몬에게 날아왔다. 그녀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반드시 지킨다!'

화아아악!

그녀의 거미줄들에 검푸른 칠흑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시몬도 팔을 아래로 내리며 에르제베트의 사념에 감응했다.

'게하임!'

얇은 선이었던 거미줄이 굵직한 사슬처럼 커지며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검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두 팔을 광기의 피아니스트처럼 휘둘렀다.

잠시 정적이 어비스에 맴돌았다.

후두두둑!

드레이크 언데드들이 외골격째로 당근처럼 썰려 떨어져 내렸다. 어비스의 지형 곳곳에도 피해를 입혔는지, 동굴벽이 과일파이처럼 갈라지는 곳도 있었다.

[군단장 니임-!]

적을 모두 처치한 에르제베트가 울먹이는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몬을 낚아채 품에 안았다.

[아아! 군단장님! 나의 빛! 나의 태양! 괜찮으신지요?]

그녀가 빙글빙글 몇 바퀴쯤 시몬의 몸을 돌리고는, 팔을 쭉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시몬이 덜컹거리며 올라갔다.

에이션트 언데드와 인간의 완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했기에, 시몬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에르제, 어지러워."

[무사하셔서 다행이옵니다!]

시몬이 무사하단 걸 눈앞에서 한 번 더 확인한 에르제베트가 그를 꽉 껴안았다. 그러곤 짐짓 화가 난 투로 말했다.

[그래도 방금은 위험했사와요! 피어나 헤르세바도 없이 전장에 뛰어들다니요!]

"뭐가 위험해?"

시몬이 씩 웃으며 덧붙였다.

"네가 있는데."

그 말을 들은 그녀가 감격한 눈으로 시몬을 보다가 더 참지 못하겠다는 듯 꽉 껴안았다. 숨이 막힌 시몬이 '윽' 하는 소리를 냈다.

[방금의 말과 그림 같은 미소! 소녀는 이번 북부출정의 포상을 다 받은 것만 같사옵니다.]

"다, 다행이네."

[그 지팡이 여자랑 같이 갔던 어비스는요?]

"무사히 어비스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왔어."

시몬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물론 거기에도 북신은 없었고. 이제 좀 내려줄래?"

에르제베트는 시몬이 자신보다 더 빠르게 밑바닥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혹시 대공의 깃발을 쓰신 건가요?]

"쓰려고 했지."

시몬은 아공간에서 황금 깃발을 꺼내 보였다.

"그런데 헤르세바가 말리더라고."

헤르세바가 조금 무리해서 모래의 세계로 언데드들을 끌고 간 덕분에 깃발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헤르세바는 게하임에, 모래의 세계까지 쓴 반동으로 완전히 퍼지고 말았지만.

이야기를 들은 에르제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비스에서도 북신은 없었사와요.]

"좋아.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른 곳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10곳 중에 2곳은 공략에 성공했다.

시몬이 다가와 그녀의 품에 안기듯 찰싹 달라붙었다. 에르제베트는 만족스러운 듯 헤벌쭉하게 웃으며 시몬의 정수리를 아이 다루듯 쓱쓱 쓰다듬었다.

"빨리 가!"

민망했던 시몬이 외쳤다.

[분부대로!]

그녀가 오른팔을 세워 거미줄을 붙들었다. 두 사람의 두 발이 즉시 바닥에서 떨어지며 쭈우욱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어디로 갈 건가요?]

"프린스 쪽부터 가보자."

시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빠르게 해결할 방법이 있거든."

* * *

에르제베트의 거미줄을 타고, 두 사람은 빠르게 어비스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나왔다.

[바람이 시원하네요! 소녀를 꽉 붙잡으시와요.]

"응."

에르제베트는 좌우에 탑처럼 솟구쳐 있는 언데드 둥지에 각각 거미줄을 연결한 다음, 그 거미줄을 타고 이동했다.

그녀가 10개의 어비스 중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가 프린스가 들어간 어비스네요!]

"부탁해."

시몬과 에르제베트는 거미줄을 지상에 연결한 뒤, 로프를 타고 내려가듯 어비스 안으로 진입했다.

적의 공격은 없었다. 다만 프린스와 좀비 부대가 싸운 흔적이 난잡하게 펼쳐져 있었다.

언데드들이 벌레처럼 찌그러진 모습이 곳곳에 보이고, 프린스의 '히든 카드 펀치' 흔적으로 보이는 벽이 움푹 파고든 곳도 보인다.

[프린스의 사념이 느껴지시나요?]

"아니, 아직."

시몬은 잔뜩 집중하고 있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꽤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싸우고 있는 것 같네."

시몬이 느낄 수 있는 사념의 범위로는 프린스가 있는 곳까지 닿지 않았다.

대신.

'사념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지!'

시몬은 한 손은 에르제베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우우우웅!

손바닥 위로 칠흑이 허공에 도면처럼 펼쳐지며 수식과 도형들을 그려나갔다. 극도로 복잡한 프린스의 시체 폭발 마법진이었다.

'그동안 북부에서 계속 연구하고 개선했지!'

아홉 개의 마법진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연결되었다. 그 모습을 본 에르제베트가 긴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뭘 하시는 건가요?]

"흑마법으로 프린스를 인식하는 중이야. 시체 폭발 마법진은 펼쳤으니 계속 내려가 줘."

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늘어뜨렸고, 두 사람은 어비스 깊은 곳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시몬은 마법진을 아래로 조준한 채 집중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마법진은 대상을 찾지 못하고 계속 겉돌았다. 수식의 대상이 맞춰지질 않으니 헛도는 방아쇠처럼 휙휙 바람 빠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다.

철컥!

마법진이 대상을 찾았다. 곳곳에서 수식과 룬어가 바쁘게 움직이며 마법진의 가동을 준비했다.

"프린스를 포착했어! 여기서 멈춰!"

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더 내리지 않고 멈췄다. 두 사람은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이는 건 새까만 어둠뿐. 가끔 쿵-! 쿵-! 하고 멀리서 간헐적인 폭음이 들려왔다.

위잉-!

그때 마법진이 포착한 대상을 잃었다. 시몬이 외쳤다.

"에르제!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줘!"

[네!]

더 아래로 내려가니 마법진이 다시 대상을 포착했다. 이런 식으로 프린스와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시몬은 마법진을 준비했다.

대상은 포착했지만 마법진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고, 마법진의 방아쇠자 핵심 트리거인 주먹도 쥐어지지 않는다. 쫙 펼쳐진 손바닥이 바들바들 떨리고만 있었다.

프린스의 '시체 폭발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던 중.

'!'

의지가 맞춰지고, 칠흑이 순환하고, 마법진이 모두 제자리를 찾고, 타이밍을 좇던 주먹이 쥐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

타이밍을 한 번이라도 놓치면 끝이다. 시몬이 힘껏 주먹을 쥐었다.

'시체 폭발!'

마법진이 정확히 발동되면서, 버튼이 꾸욱 눌러지는 감각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마법을 시전한 시몬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이야! 올라가! 에르제!"

에르제베트가 즉시 거미줄을 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거칠게 위로 솟구치는 동시에.

쿠-궁!

새까맣기만 하던 어비스 아래에서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눈부신 섬광이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후끈한 열기가 발아래에 닿았다.

'온다!'

폭발의 여파가 어비스의 벽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비스 전체가 터지려는 것처럼 맹렬하게 타오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두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있음에도, 폭발연기가 그들을 집어삼킬 기세로 바짝 뒤쫓아오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콰콰콰콰콰-!

아래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따가웠다.

"말려들겠어! 더 빨리 못 가?"

[이게 최고 속도예요!]

폭발의 여파는 어비스의 벽면을 무섭게 박살 내며 올라왔다.

시몬은 고개를 들었다. 점점 하늘이 가까워진다.

"지금이야!"

[네!]

에르제베트가 새로운 거미줄을 옆으로 쭉 뽑아냈다. 이내 에르제베트와 시몬이 각각 한 손으로 거미줄을 붙잡았다.

촤르르르륵!

거미줄이 회수되며 두 사람이 어비스를 빠져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크윽!"

둘은 눈 덮인 바닥을 한동안 정신없이 굴러다녔다. 대굴대굴 구르면서도 시몬은 어비스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빠져나온 즉시.

쿠와아아아아아아아!

화산이 분화하듯, 거대한 폭연과 먼지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흐하. 하하하......!"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얼빠진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고오오오오오!

치솟은 버섯 모양의 먼지구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몬이 왼손에 낀 반지에 대고 말했다.

"수고했어, 프린스. 뒤는 맡겨줘."

반지가 두어 번 정도 떨리더니 이내 작동이 멈췄다.

세 번째 어비스.

완벽하게 클리어였다.

직접 눈으로 확인은 못 했지만, 만약 저 안에 북신이 있었다면 무조건 파괴됐으리라.

'화력을 조절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헤르세바도, 에르제베트도, 그리고 프린스도.

새로운 신기술이 실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군단은 틀림없이 북부에 오기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자, 남은 건 이제 일곱 곳.'

시몬이 바지를 털고 일어나 어비스를 바라보았다. 에르제베트도 사뿐한 걸음걸이로 옆으로 다가왔다.

[군단장님.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

시몬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둘로 나눠서 움직......."

쿠쿠쿠쿵-!

그런데 한 어비스가 유독 시끄러웠다.

퍼런 액체가 곳곳에서 분수처럼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대단하네.'

2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플루토가 바로 앞에서 싸우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