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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02화 (70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02화

쿠르르르르르!

바다가 갈라지며 거대한 밑바닥이 드러났다.

시몬과 에이젤은 그쪽으로 내려왔다.

'세상에.'

시몬은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정말로 자신이 바다 밑바닥에 발을 딛고 있었다. 해초류 따위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물고기는 아직도 물인 줄 알고 펄떡거렸다.

'대체 어떤 원리로 이런 현상을 일으킨 거야?'

저렇게 대단한 일을 해낸 것치고, 에이젤은 별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지반을 다지는 작업에 열중하다가 시몬을 돌아보았다.

"여기면 아무도 안 오는 장소 맞지?"

"그, 그렇긴 한데요."

시몬이 난감한 눈으로 소용돌이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게 금방이라도 무너질까 봐 조금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혹시 모르니, 보험으로 아공간에서 데이모스를 꺼내 바다에 풀어놓았다.

"여기가 딱 키젠의 감지 결계가 교묘하게 빗나가는 위치거든. 나만 알고 있는 곳이야."

'......그야 당연히 선배님만 알겠죠.'

네크로맨서는 다들 비틀려 있다던가.

에이젤 또한 그랬다. 아니, 보통의 네크로맨서 그 이상으로 비틀렸다.

"그럼 준비해 볼까?"

"네."

바다 밑바닥에서 두 사람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에이젤은 이 거대한 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시몬을 상대해야 한다. 그 자체로도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셈.

물론 그는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장소'를 만들었을 뿐. 2학년을 상대로 리스크를 짊어지니, 시몬을 배려하니, 그런 자각은 없어 보였다.

순수한 강함.

성격만 내성적일 뿐이지 자신의 실력에 대해 누구보다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진다는 생각 자체가 에이젤에게는 한없이 비상식의 영역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나도 질 수 없지.'

시몬이 씩 웃으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전 준비 끝났습니다. 선배님!"

"나도 끝났어. 세부룰은 일반적인 2학년 결투평가와 동일하게 하면 되지?"

"그럼요."

에이젤이 태연하게 손짓했다.

"좋아, 언제든지 들어와."

"......."

지금 이 모습.

몰아치는 바다 안에서 태연하게 웃으며 들어오라 하는 모습은, 에이젤이 안경을 쓰고 냉랭한 자신을 연기할 때보다 훨씬 더 위엄 넘치고 대단하게 보인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그럼 사양 안 하고 갑니다!"

선공을 약속받은 시몬이 칠흑을 개방했다.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스켈레톤 두 기가 즉각 뼈 파츠로 분해되어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시몬이 손가락 세 개를 쫘악 펼치자, 촤릉! 하는 소리와 함께 뼈들이 부채가 펼쳐지듯 날카로운 날을 세웠다.

"복원기 컨트롤이 대단하네."

에이젤도 감탄성을 내뱉었다. 시몬이 바닥을 박차고 돌진하는 것을 신호로, 공중에 뜬 뼈들이 총알처럼 에이젤을 향해 쏘아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본 아머를 꺼내고 대쉬.

결투평가에서 시몬이 가장 즐겨 쓰는 전술이었다. 필요한 소환수를 다 꺼낼 때까지 악착같이 시간을 벌면서 중후반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소환학과 학생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었다.

"탄탄한 마투가 기반이 되니까 그렇게 올 수 있는 거겠지?"

에이젤이 그렇게 평하며 자신도 손을 치켜들었다.

가장 빠르게 꺼낼 수 있는 마법.

그는 칠흑으로 이루어진 늘씬하게 뻗은 창을 만들어서 날려 보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보통의 칠흑창이 아냐!'

창끝에 바람이 도넛처럼 휘감겨 있었다.

시몬은 즉각 본 아머 몇 파츠를 빠르게 앞으로 보내서 창의 방향을 빗겨내고, 다른 몇 자루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 피했다.

파악! 퍽!

에이젤도 직접 뛰어다니며 시몬의 뼈들을 피하고 있었다. 화려한 마투는 아니었지만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움직임이다.

두 남자가 투사체들을 피해 다니며 저주를 날릴 거리를 재고 있는 그때.

쐐액!

칠흑창 하나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시몬의 발목 쪽으로 날아왔다. 시몬은 펄쩍 뛰어 창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떠버렸다.'

상대를 회피가 힘든 공중에 띄워놓고 투사체로 저격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그렇게 나온다면!'

시몬은 역으로 공격하기로 결심했다. 오른손에 칠흑이 너클처럼 휘감겼다.

<홍펭 오리지널 - 착검>

촤아아아아아아악!

하반신을 노리는 공격.

가뿐히 본 아머를 피해 다니던 에이젤도 이번만큼은 제자리에서 점프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공중에 떴고, 시몬은 덤블링하듯 몸을 회전시키며 손짓했다.

터업. 텁.

허공에 본 아머들이 날아와 발디딤대를 형성했다. 그것을 딛고 굽혀진 무릎을 힘껏 펴며 시몬이 에이젤을 향해 직접 돌진했다.

'타이밍은 완벽해!'

아무리 에이젤이 강력한 흑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순 마투전으로 몰고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아지고, 홍펭에게 배운 '취타'를 휘감은 시몬의 주먹이 에이젤의 얼굴에 꽂히려는 순간.

사락-

'!'

사라졌다.

칠흑마법으로 몸을 밀어내거나 혼령화를 썼다면 어떻게든 대처했을 터.

그냥 사라져 버렸다.

시몬의 주먹은 허공을 뭉개며 지나갔다.

촤아아아악!

바닥을 미끄러뜨리며 착지한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텔레포트?'

멀리 떨어진 장소에 태연하게 서 있는 에이젤의 모습이 보였다.

"전투 센스가 상당하네."

그가 감탄조로 말했다.

"공중에서 본 아머를 밟고 한 번 더 돌진할 줄은 몰랐어. 진짜 2학년 맞아? 싸우는 것만 보면 사선을 몇 번이고 넘은 베테랑 같은데."

시몬이 이를 악물고 팔을 치켜세웠다.

초대형 아공간이 열리고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다크 블레이즈'를, 스켈레톤 아처들이 칠흑이 실린 화살들을 쏴댔다.

시몬이 자랑하는 강력한 화력들을 퍼붓고 있는데도, 에이젤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산책하듯 피해 다녔다.

'하지만.'

시몬의 목적은 화력 자랑이 아니었다.

폭발은 필연적으로 폭연으로 주위의 시야를 가리게 마련. 그 폭연 속으로 아공간에서 꺼낸 구울 세 기를 밀어 넣었다.

시몬이 주먹을 펼쳤다.

'리노의 황금선!'

머릿속으로 세 개의 마법진을 선으로 깔끔하게 절단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케에에에에엑!

폭주한 구울들이 증기기관처럼 쇄도하며 에이젤의 등 뒤로 도달했고, 즉시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시체 맹독폭발!'

콰콰콰쾅!

녹색 폭발이 굉음을 터뜨리며 일어났다.

피할 수 없는 타이밍에 피할 수 없는 광범위 공격. 시몬이 손을 내리며 폭연 속을 응시했지만.

"훌륭해."

귓가에 들리는 음성에 털이 쭈뼛 솟았다.

어느새 에이젤은 시몬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시몬이 즉각 몸을 회전하며 돌려차기를 날렸지만, 이번에도 약 올리듯 사라져 더 뒤에서 나타났다.

"솔직히 나, 별로 기대는 안 했거든?"

에이젤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대로 학생회장 자리를 떠맡게 되고, 사람들 앞에서 내 실체가 까발려져 자퇴하는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하지만 너랑 붙어보고 나니까."

그의 동공이 맹수처럼 가늘어졌다.

"미세하지만 티끌 같은 희망이 생겼어."

키이이이잉!

키이이잉!

그의 등 뒤로 네 개의 마법진이 깨끗하게 펼쳐졌다.

에이젤 특유의, 무영창에 가까운 초고속 흑마법 시전.

그가 자유롭게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간다?"

퍽!

시몬이 복부에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헛기침을 했다. 즉각 방어자세를 다잡고 두 팔을 가슴 위로 들어 올리는 즉시.

퍼벅!

퍽!

팔, 어깨, 그리고 이번에는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시몬이 비틀거리며 정면을 응시했다. 에이젤이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살짝 움직이자, 다시 시몬의 팔에 펑! 하고 아린 통증이 터져 나왔다.

'마투?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마치 마투를 쓰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에이젤의 마투는 명백히 말해 시몬 이하의 수준.

시몬이 주목하는 건 그 뒤의 마법진이었다.

그냥 펼쳐진 채 장식처럼 두고 있을 리가 없다.

타앗!

시몬이 순간적으로 칠흑을 밟고 옆으로 달렸다. 그가 있었던 자리에 펑! 펑! 하고 헛바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틀림없이......!'

퍼어어억!

클린 히트.

머리에 타격을 얻어맞고 만 시몬의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갔다. 위잉거리는 이명과 함께 시야가 빙빙 돈다.

하지만.

터업!

넘어지기 직전, 뒷발에 힘을 주어 간신히 버텨내고.

부웅!

자세를 확 낮춰서 후속 공격을 피해낸다. 머리 위에 펑펑 바람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옆으로!'

시몬이 짧게 대쉬하며 몸을 낮추자, 그의 정면과 뒤에서 바람이 터져 나왔다.

'와!'

에이젤의 눈이 어느 때보다 크게 휘둥그레졌다.

'2학년을 상대로 '풀고르'는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지금.'

그의 입가가 환희로 벌어졌다.

'보고 피한 거야?'

시몬이 에이젤을 향해 달려가며 풀고르 공격을 피했다. 시몬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보충수업 때 제인 교수님이 사용한 풀고르에 비하면 별거 아냐!'

풀고르는 마법진에서 발사되는 종류가 아닌, 허공에서 직접 일어나는 종류의 흑마법.

허공에 발현되기 직전, 아주 미세한 '전조'를 캐치한다면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에이젤의 특기인 칠흑바람계 마법으로 발동하는 풀고르는, 전조를 남기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은밀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지만, 시몬은 제대로 보고 피하고 있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흥분한 에이젤이 두 팔을 거칠게 앞으로 뻗었다.

"그럼 이건 어때?"

등 뒤의 마법진이 두 배로 늘어나는 동시에, 시몬의 좌우 사방에 한꺼번에 풀고르가 펼쳐졌다.

봐도 피할 수 없는, 사방에서 터지는 풀고르 연계.

퍼버버버버버버버벙!

곳곳에 충격파가 터져 나와 주위를 휩쓴다.

겉보기엔 제대로 먹힌 것 같았지만, 에이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몇 개가 안 터졌어?'

파지지직!

폭연 속에서 검푸른 칠흑이 전류처럼 파직거리고 있었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씩 웃었다.

"계속해 보시죠?"

제인이 가르쳐 준 대 풀고르 전술.

캔슬 스파크.

파지지직!

곳곳에 전류가 튄다.

에이젤이 시몬의 사각에 풀고르의 전조, 즉 '바람구멍'을 만들면, 시몬은 그 위치를 파악한 다음 스파크를 해당 위치로 튀긴다.

스파크와 바람구멍이 만나는 순간, 바람구멍으로 일어나야 할 마법을 무효화하는 원리였다.

"아하하!"

에이젤은 환하게 웃었다.

이 녀석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퍼버버버버벅!

시몬이 달리는 방향마다 바람폭탄이 터지고, 앞뒤 좌우할 것 없이 공격이 일어났지만 시몬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피해 나갔다.

에이젤과의 거리는 이제 5m 남짓.

'센스는 좋지만, 아직 캔슬 스파크에 익숙하지 않아!'

거리가 가까워지자 에이젤은 물량으로 승부하려 했다.

그런데.

피잉-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며 졸음이 쏟아졌다.

'슬립?'

어느 타이밍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주에 걸렸다.

심지어 전투 시작과 동시에 쌓아뒀던 자신의 저주저항을 뚫고 쓸 수 있는 저주라면.

'그 유명한 판타서스 선배님의 슬립! 세상에, 이건 언제 배운 거야?'

시몬이 계속해서 돌진해온다.

졸음 때문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에이젤은 내색 없이 팔을 휘둘렀다.

시몬의 주위로, 전보다 더 많은 바람구멍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 시몬은 캔슬 스파크를 쓰지 않았다. 돌진을 멈추고 다리를 힘껏 들어 올리더니.

꾸우웅!

지면을 짓밟았다. 그러자 강렬한 돌풍이 시몬의 발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주위의 모든 바람구멍이 쓸려나갔다.

<홍펭 오리지널 - 연풍>

"?!"

"각오하시죠!"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며 앞으로 내뻗는 동시에, 반대쪽 팔을 휘둘렀다.

'!'

에이젤의 몸이 저항할 새도 없이 등을 떠미는 광풍에 끌려왔다.

<연풍 연계기 - 인거(引鋸)>

끌어당겨진 그의 턱 아래로, 시몬의 주먹이 위치해 있었다.

빠아아악-!

둔탁한 소리가 대기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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