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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03화 (70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03화

시몬은 자신의 주먹이 에이젤에 턱에 정확히 꽂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야, 이 어둠은?'

서서히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고, 시야가 밝아진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하늘.

하늘은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좁았다. 주위의 솟은 바다가 하늘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그리고 바로 옆으로는 자신의 팔이 보인다.

꾹 쥔 주먹.

에이젤의 턱에 꽂으려고 했던 바로 그 주먹이다.

바닥에 누운 채로 팔만 번쩍 들고 있었다.

"괜찮아?"

시몬이 의식의 흐름대로 사고하고 있을 때, 허둥지둥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많이 아팠지?"

고개를 돌려보니 에이젤의 모습이 보였다.

시몬은 당황했다.

설마 내가.

'졌어?'

"워, 원래는 실전에서 어떻게 박빙의 상황을 연출할지 연구하고 분석할 생각이었는데......."

소심한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에이젤이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갑자기 네가 그런 대단한 기술을 쓰니까 너무 놀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끝내 버렸어. 미안해!"

시몬은 에이젤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티끌만 한 상처도 없이 멀쩡했다.

'닿지 못한 건가?'

자신의 주먹을 들어 올려본 시몬은 그 손으로 자신의 턱밑을 매만져 보았다. 시큰하고 아린 통증이 있다.

자신이 마투로 때리기 전에 먼저 에이젤의 공격에 당한 것이다.

그것도 일격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한 공격을.

"하하."

시몬이 맥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런 후배의 모습에 에이젤은 더 당황하며 머리를 다친 게 아니냐며 걱정했다.

"에이젤 선배님!"

시몬이 멀쩡한 모습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들뜬 목소리.

그리고 시몬의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아, 그게."

에이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위를 가리켰다.

철썩!

쏴아아아-!

바다가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아까 네 슬립에 당했을 때 술식이 조금 흔들려 버려서....... 나 지금 좀 힘겹거든? 더 싸우면 무너질 것 같은데."

"아."

쿠구구구구구!

무너질 것 같은데가 아니었다. 진짜로 바다가 끝부분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몬과 에이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움직였다.

* * *

그렇게 잠시 후.

'주, 죽겠다.'

시몬과 에이젤은 교복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해변가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바다가 무너져 내리고, 바다 밑바닥에 있던 두 사람은 격류에 휩쓸렸다. 시몬이 미리 준비해 둔 데이모스가 아니었으면 둘 다 나란히 익사할 뻔했다.

시몬이 에이젤 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역시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니라니까.'

"미, 미안.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말려줄게."

에이젤이 손을 휘휘 움직였다. 그러자 교복이 요란하게 펄럭거리며 전신에 시원한 바람이 통했다.

에이젤은 이쪽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지 연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근본부터가 저런 성격이니 어떻게든 학생회장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시몬은 빙그레 웃었다.

"한 수 겨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졌지만 아쉽지 않았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몸에 피가 끓었다.

북부에 돌아왔을 때 조금 멍해 있었는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생각에 몸에 활력이 마구 돋아나는 것 같았다.

"나도 너랑 겨뤄서 좋았어."

에이젤이 말했다.

"풀고르의 개념도 잘 모르는 2학년을 상대로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 그래도 풀고르도 안 쓰고 널 상대하면 사람들이 봐주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그가 고개를 들어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넌 제대로 내 공세를 대처하고 들어왔어! 너무 기뻤어. 특히 마지막엔 나도 깜짝 놀랐어. '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대처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그런 의미에서 선배님."

시몬이 빙긋 웃었다.

"실전에서 적당히 합을 맞춰서 겨루자는 계획은 그만두죠."

"......음?"

"학생회장 자리를 건 결투는 참관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참관자들이 모두 바보가 아닌 이상, 합을 맞춰서 싸우면 티가 난다고 생각해요."

시몬이 결연한 미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정당당하게 도전해서 학생회장직을 따내겠습니다."

에이젤이 음- 하고 애매하게 웃었다.

"그래도 안 될걸."

역시 이 남자.

순수한 악마다.

시몬을 걱정하고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가 패배라면 속 시원하게 인정하죠, 뭐."

"아, 안 돼!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해달라고!"

에이젤이 펄쩍 뛰었다.

"넌 지금 그만둬도 3학년 때 다시 학생회장이 될 수 있겠지만, 난 인생이 달린 문제라니까! 너드에 찐따남이라는 게 들통날 거라고!"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솔직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건요? 전 원래의 에이젤 선배님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말은 고맙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어."

에이젤이 좌절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키젠 생활 전체를 '남들이 생각하는 에이젤'로 해왔어. 이제는 친구들도, 가문의 어르신들도, 부모님까지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니! 이건 그냥 못들은 걸로 해줘.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날 완벽한 에이젤로 생각해. 그런데 이제 와서 꼴불견 같은 모습을 드러내라고?"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난 내 목숨보다, 내 체면이 몇십 배는 더 중요해."

100%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누구나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에이젤 본인이 그렇다니, 시몬은 더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더 진지하게 해볼게요."

"고마워."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기에, 에이젤은 다시 변신했다.

바람으로 떠서 키를 높이고,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서 이마를 드러내고, 인상을 바꿔주는 안경을 썼다.

언제 그랬냐는 듯 키젠 최강다운 위엄 있는 엘리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도 한 학기를 거의 통째로 비운 터라 보충수업 때문에 시간을 내는 게 그리 쉽지는 않지만."

에이젤이 엘리트 목소리를 연기하며 말했다.

"기말고사 전까지 한두 번 정도는 너와 겨룰 시간을 내보겠다. 그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네 기술도 평가해 보지."

"알겠습니다."

에이젤이 팔을 뻗었다.

"슬슬 기숙사 통금시간이겠군. 데려다주마."

"네?"

휘이이이이이잉-!

어느새 시몬의 발밑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에이젤은 추가로 마법진 몇 개를 시몬의 몸에 바람으로 그리고는, 공중에도 몇 개 띄웠다.

"소환학과 기숙사 앞이면 되겠지?"

"자, 잠깐만요! 뭘 하려는......."

에이젤이 웃었다.

"텔레포트 같은 거다."

후우우웅!

순간 발밑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시몬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우와앗!"

공중에서 주위의 경관이 쌩쌩 지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허공에 펼쳐져 있던 바람이 마법진의 형태로 바뀌었고, 그 마법진을 통과하는 순간 방향과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

'와.'

온몸이 자유로운 느낌.

이렇게 빠르게 비행하고 있는데 맞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다. 기분 좋고 쾌적했다.

어느새 금지된 숲 전체를 넘어 저 멀리 소환학과 건물이 보인다.

* * *

"내가 X발 그래서 그 새끼 존나 야렸다니까."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걔가 뭐 어쩌겠냐? 바로 눈 깔았지."

"하하하하하!"

소환학과 학생 몇 명이 낄낄거리며 기숙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로체스트에서 와인이라도 가볍게 몇 잔 마신 건지 텐션이 유난히 높았다.

"아, 벌써 기숙사 도착이네. 내가 멋있는 거 보여줄까?"

"뭘 또. 하지 마. 이번에도 3학년한테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야, 이상한 거 아니라니까. 그냥 마투 신기술이야."

그가 몸을 굽히더니 칠흑을 밟고 뛰어올랐다.

부우웅!

하늘로 맹렬히 치솟은 신체가 다섯 바퀴 빙글빙글 회전하다가, 공중에서 칠흑을 뿜어내며 지그재그로 사선을 그리며 내려왔다.

이내 기숙사 앞에 정확히 딱 착지했다. 후웅! 하고 바람이 주위에 퍼져 나갔다. 착지할 때 무릎을 굽히고 두 팔을 벌리는 멋들어진 포즈는 기본이었다.

"개 쩔지?"

오올-

동기의 현란한 재롱에, 지켜보던 친구들이 자그맣게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그가 콧대를 높인 채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데, 갑자기 동기들이 놀란 표정으로 움찔거렸다.

"뭔데 호들갑이야?"

그의 시선도 하늘로 향했다.

후우웅-!

돌풍에 휘감긴 누군가가 빛살처럼 공중에서 내려오더니.

쿠와아아아아아앙-!

기숙사 앞에서 완벽하게 착지했다. 푸른 머리카락과 검은 교복 재킷에 멋들어지게 휘날리며, 그의 두 발을 중심으로 주위로 바람이 원형으로 여러 번 퍼져 나갔다.

바로 시몬이었다.

'감속에 착지까지 완벽하네.'

에이젤의 본래 성격을 몰랐다면, 기를 죽이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훌륭한 칠흑바람계 마법이었다.

고개를 든 시몬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뒤에 놀란 표정으로 자빠져 있는 동기들이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아까 공중제비를 돌았던 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개 쩌네."

* * *

다음 날.

주말이었지만 어김없이 보충수업이 시작됐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제인 교수님!"

지켜보던 칠흑역학 조교가 다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시, 시몬 학생? 조금 쉬고 하는 게......!"

"괜찮습니다!"

가혹한 보충수업을 받는 시몬의 분위기가 다른 사람처럼 달라져 있었다. 전보다 더더욱 악착같이 수업에 임했다.

의자에 앉아 지켜보던 제인은 훗 하고 웃으며 손가락을 추어올렸다.

"동기가 생긴 것 같군요. 강한 동기는 학생을 성장시키죠."

그녀의 흑마법이 발동하고, 다시 한번 곳곳에서 나비들이 몰려들었다. 시몬은 양손에 스파크를 튀긴 채 몸을 던졌다.

그렇게 칠흑역학 보충수업이 끝난 뒤, 다음은 쉴 틈 없이 마투학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홍펭 교수님!"

그리고 홍펭은 학생회 멤버들을 자신의 오두막에 초대했다.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경관의 오두막이었다.

홍펭이 자리에 앉아 오호호 웃었다.

"1학년 때는 자주 부른 것 같은데, 2학년이 되고 난 뒤로는 한 번도 초대한 적이 없는 것 같아저 이렇게 불렀어요."

"크으! 홍펭 교수님의 몬스터 요리! 진짜 그리웠습니다!"

딕이 두 엄지를 척 세워 보이고는 땔감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카미바레즈는 조미료를 가지러 갔다.

접시를 내려놓고 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은 메이린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그런데 시몬은요?"

"곧 올 거예요."

"홍펭 교수님! 불 다 준비됐습니다! 오늘 조리하실 고기는 어디에 있는지 여쭤봐도......."

"곧 올 거예요."

"?"

홍펭의 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쏴아아아아아!

난데없이 바닷물이 솟구치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쿵!

바닥에 가뿐히 착지한 남자가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생선 같은 몬스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모두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 시몬?"

"허억! 헉! 잡아 왔습니다!"

시몬이 잡은 건 거대한 괴물 물고기였다.

홍펭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4급 위험도의 몬즈터, 금교어는 눈치가 빨라 '연풍'을 완벽히 시전하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충분히 죽달했나요?"

"네!"

시몬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딕이 와하하 웃어댔다.

"뭐야 뭐야, 두 사람이서 또 무슨 대단한 일을 벌이려는 거야?"

메이린이 벌게진 얼굴로 눈을 가리며 외쳤다.

"빨리 옷이나 입어! 멍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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