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08화
"시, 시몬? 네가 왜 여기 있어?"
메이린이 물음에 시몬은 눈을 끔뻑였다. 그건 이쪽이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는 너는 왜 여기 있는데?"
"그야 난...... 응?"
그녀가 뒤늦게 아래를 보았다.
"우왓! 까, 깜짝아! 이게 뭔데?"
방금 본인이 박살 낸 신성골렘을 보며 지나치게 놀라는 메이린이었다.
쿠쿵-!
그때 마침 얼음에 깔린 신성골렘의 몸체가 무너져 내렸고, 그 위에 올라가 있던 메이린도 덩달아 미끄덩했다.
꺅!
빙판에서 멈추려고 별짓 다 하던 그녀가 결국 쿵! 하고 얼음에 엉덩방아를 찧고는, 다시 바닥에 내려와 한 번 더 찧었다.
시몬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돌렸다.
괜히 보는 사람이 다 아팠다.
"아으으, 씁!"
그녀는 눈꼬리에 작게 이슬을 매단 채 엉덩이를 쓸면서 일어났다. 두 뺨은 민망함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뭐, 뭔데. 너! 데바 여신 어쩌고 하는 그 의뢰하는 거 아니었어?"
어쩐지 분노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몬이 진정하라는 듯 두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바로 그 의뢰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메이린 너는?"
"난 내 의뢰를 조사하고 있었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메이린이 맡은 의뢰는 주민들의 '집단 기억 상실 현상'이라는 것 같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휘말린 적이 있어서, 해당 학생이 직접 도움 편지함에 편지를 넣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기억이 끊긴 지점을 확인하고, 동선을 하나도 남김없이 체크했어."
그녀가 노트를 꺼내 보였다.
사람들의 동선을 예쁘게 선으로 그어서 표시한 게 보인다.
"조사하다 보니까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고. 그렇게 주민들의 제보도 받아가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침 바닥에서 신성이 느껴지는 거야. 바로 칠흑빙결계를 써서 낡은 바닥을 무너뜨리고 왔더니."
그녀의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동자가 시몬 쪽으로 향했다.
"네가 있던 거지."
완벽하게 이해한 시몬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우리 의뢰에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
시몬의 의뢰자인 아우로르의 경우, 잠을 자는 동안 성령 마법에 의해 조종당했다.
다른 주민들도 '집단 기억 상실증'이라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
'......하긴, 의식을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 아우로르 혼자 모으기에는 가짓수가 너무 많기는 했지.'
이어서 시몬도 자신이 겪은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메이린이 조금 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머리 쥐어짜 내면서 사람들 동선을 체크하고 주민들 수소문까지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넌 고작 아티팩트 하나로?"
시몬이 빙글빙글 웃었다.
"이게 효율적인 일처리지."
"흥."
그녀가 하늘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또 어딘가 신성 마법진이 발동된 건지, 신성골렘이 경비병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같이 해치우자."
그녀가 양손에 화염과 얼음을 일으키며 말했다.
"든든한데."
그렇게 말한 시몬이 칠흑을 밟고 돌진했다. 뒤따라 메이린의 엄호 사격이 이어졌다.
* * *
키젠 학생회장과 부회장. 그 직위에 걸맞게 두 사람의 활약은 눈이 부셨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대 하수도에 설치된 모든 신성골렘을 박살 내고,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으."
메이린이 창백해진 얼굴로 제 어깨를 쓸었다.
"어쩐지 여기 기분 나빠."
이곳은 옛 하수도의 종착점.
여기서 통로 하나만 더 틀면 마지막 구역이다. 찔끔찔끔 느껴지던 신성은 이제 숨길 기미도 없이 밖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인 메이린이 힘들어하는 건 당연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위험한데.'
자신은 신성에 맞아도 괜찮지만 메이린은 아니었다. 중요한 기말고사를 앞두고 그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끔찍했다.
"메이린."
"왜?"
"저 앞은 네크로맨서가 가기엔 너무 위험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냐. 조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교수님들을 불러오자."
메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래, 마치 넌 네크로맨서가 아닌 것처럼 말한다?"
"응? 아니. 하하! 그게 아니라......."
"그리고 어른들을 불러오는 건 위험에서 도망치는 것 같아서 싫어."
메이린이 의연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아니. 우리 학생회가 받은 의뢰야. 그러니까 반드시 우리 힘으로 해결해서 학생회의 성과로 만들어야 해."
"메이린!"
"난 갈 거야.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든가. 아님 교수님 부르러 가도 좋아."
그녀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이번 '학생 소통 활동' 항목의 평가가 낮았던 게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
'하는 수 없지.'
시몬도 뒤따라 걸었다.
"잠깐만."
"왜? 말릴 생각이라면......."
덥석!
시몬이 뒤에서 그녀의 양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자신을 만질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던 그녀가 놀라서 '흐긱!' 하는 소리를 냈다.
이어서 그가 박력 넘치게 메이린의 어깨를 돌려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
"머뭐멈뭐야?!"
"할 말이 있어."
메이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시몬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기울였다.
경계심을 세우고 반항 어린 눈빛을 하고 있던 메이린은, 시몬이 점점 다가오자 결국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가,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에!"
시몬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잘 자."
스르륵-
그녀의 눈이 감겼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쓰러지려고 하자 시몬이 얼른 그녀를 지탱했다. 시냇물 같은 하늘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다 시몬의 몸에 맞닿았다.
"휴우."
제대로 슬립을 사용한 시몬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아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그러고는 품속을 뒤적거리다가 신성 아공간 아티팩트를 꺼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온 보람이 있네. 나와, 아칼리온."
아티팩트에서 곰인형 같은 신수가 퉁 하고 튀어나왔다.
시몬의 신수 중 하나인 '아칼리온'이었다.
"여기서 메이린을 지켜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켜야 해."
-우웅!
아칼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이 신성을 불어넣어 주자, 아칼리온의 몸이 흰 털을 가진 커다란 곰으로 변했다.
'좋아, 가자.'
아칼리온에게 메이린을 맡기고, 시몬은 홀로 마지막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눈을 감고 경건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파아앗!
체내의 칠흑이 사그라들며 포근한 빛의 힘이 몸을 가득 채우는 게 느껴졌다. 프리스트가 된 시몬은 걸음에 더더욱 망설임이 없어졌다.
그렇게 도착한 고대 하수도의 마지막 지역,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역시.'
거대한 제단이었다.
'작은 성당'이라도 불러도 될 법한 규모. 더러운 하수도의 벽면에서 이쪽만 하얀 대리석이었고, 각종 놋쟁반과 촛대들이 쭉 늘여져 있다. 무엇보다 대리석에 신성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 모든 요소에 신성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한 물체.
'......에버 키레의 성유물. 아직 남아 있었구나.'
악몽 같은 존재였던 극악의 광신도, 에버 키레.
그녀는 로크섬 곳곳에 강력한 성유물을 설치했고, 자신이 만든 일그러진 데바 여신을 로크섬에 헌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카쟌과 키젠 요원들에게 막혔다. 그들은 그녀가 일으키는 신성 파장을 분석하여 성유물의 위치를 추정했고, 성유물 열 개를 모두 파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시몬과 레테에게 패퇴하고, 성유물의 힘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에버 키레는 막 키젠에 돌아온 네프티스에게 살해당했다.
그게 암흑제 사건의 경과였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었어?'
열 개가 전부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쪽은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품 같았다. 만약 이 성유물도 발동시키려 했다면, 신성파장을 분석한 키젠 측에 들켰을 테니까.
이 끔찍한 전술병기 같은 걸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로크섬에 심어뒀으니 주민들이 휘말리는 등 사달이 난 것이다.
시몬이 성유물을 회수하기 위해 앞으로 다가갔다.
'당연히 지키는 녀석도 있겠지?'
삐이이이이이이이-!
예상대로였다. 제단이 침입자를 감지한 즉시, 주위의 모든 신성 마법진이 작동한다.
키잉!
키이잉!
신성 마법진들이 룬어에서 빛을 뿜어내고, 그 빛들이 바닥 한가운데에 모여 또 다른 마법진의 형상을 엮어낸다.
쿠르르르르르!
그 안에서 커다란 팔이 튀어나와 바닥을 짚는다. 그러곤 단번에 상체를 끌어올린다.
"!"
이번에도 신성으로 이루어진 성령.
다만 아우로르의 몸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커다란 날개 뭉치 속에서 머리가 셋 달린 여성들이 각각 웃고, 울고, 침묵하고 있었으며 점처럼 작디작은 눈들이 전신에 박혀 있었다.
[죽음 죽음 죽음.]
[소생 소생 소생.]
[파괴 파괴 파괴.]
세쌍둥이 수호병이 춤사위처럼 두 팔을 움직였다.
사라라라라라라락-
'빠르다!'
시몬이 어떻게 대처할 틈도 없이, 허름한 하수도의 벽면에서 꽃들이 피어나 하얀 꽃가루를 뿌렸다.
이 모두가 신성이었다.
시몬의 몸이 꽃가루에 파묻혔다. 사냥감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 세쌍둥이는 앞으로 다가와 시몬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히죽히죽히죽-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하던 세 얼굴이 모두 비웃음을 흘렸다.
이에 시몬은 오른팔을 빼 들어서.
빠아아아아악!
힘껏 후려쳤다.
-끼이이이이이?
세쌍둥이 수호병이 나가떨어지고, 꽃가루도 광풍에 휘말리듯 사라져 버렸다.
"안 통해."
웅우웅우웅-!
바닥에 주저앉은 수호병이 당황했다. 자기네들끼리 서로 이상한 언어를 주고받다가 시몬을 보았다.
키잉!
키이잉!
다시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각각의 머리가 입을 벌리며 세 개의 마법진을 조합해 강력한 한 방을 만들어냈다.
<홀리 라이트>
화아아아아아악-!
시몬을 중심으로 빛의 기둥이 내리꽂히더니, 그대로 퍼져 나갔다.
[.......]
빛이 걷히고, 수호병이 정면을 응시했다.
침입자 네크로맨서는 백마법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비로소 만족스럽게 웃은 세쌍둥이 수호병이 등을 돌리려는 순간.
"뭐 해?"
[!]
시몬은 세쌍둥이의 머리 위에 멀쩡한 모습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의 뻗은 오른팔 앞으로 축복의 리본이 무수히 휘감긴 신성의 창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시몬 리메이크 - 라 에스크림>
꽈드드드드득-!
회전하는 신성의 창이 수호병의 몸통을 통째로 갈아붙이며 파고들었다.
일격이면 충분했다. 시몬이 바닥에 착지했고, 망가진 신성의 거체가 무너져 내리며 빛바랜 돌더미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짝짝.
시몬이 가볍게 손바닥을 털었다.
"......에버 키레가 준비한 것치고 너무 약한 거 아냐?"
사실 네크로맨서들이 드글거리는 로크섬에서 침입자를 차단하기 위한 용도인 만큼, 대 네크로맨서 전을 위한 정화류 마법만을 준비한 게 실책이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제단의 정중앙.
에버 키레가 설치한 성유물의 모습이 보인다.
'흠.'
에버 키레의 신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예비품으로 대기하던 성유물이지만, 이대로 너무 오래 방치해 두어 성유물 내부의 신성이 새어 나온 것 같았다.
그 방대한 양의 신성은 준비된 마법진을 작동시키고, 제단 전체를 활성화하기에 이른다.
제단은 스스로의 존속을 위해, 아우로르와 주민들을 장악하여 의식과 제물 등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시몬은 성유물 앞에서 고민했다.
네크로맨서들에게는 만해무익한 물건이겠지만, 시몬은 달랐다.
물건은 물건일 뿐. 신성이 새어 나오는 것만 막으면 뭔가 다른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이 녀석의 처후를 고민하고 있는데.
우우웅-!
갑자기 성유물이 스스로 움직였다. 신성 마법진들이 끔뻑끔뻑 거리며 소리를 일으켰다.
[신성 마법 효과 불능. 특수한 파장 확인. 대상자 에버 키레 본인 확인.]
"뭐?"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불쾌했다. 지금 날 에버 키레로 착각한 건가?
"착각도 유분수지."
역시 이건 부숴 버려야겠다. 시몬이 성유물에 손을 뻗으려는데 갑자기 뚜껑이 열리고 신성이 넝쿨처럼 뻗어 나와 시몬의 몸을 휘감았다.
'!'
[대상자 확인. 대상자 확인.]
시몬은 숨이 순간적으로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성유물이 제단을 포기하고, 신성이 느껴지는 시몬 그 자체를 매개체로 삼으려 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위험......!'
그런데 성유물의 신성에 접촉하는 순간, 시몬의 머릿속에 '새하얀 왕좌'의 형상이 떠올랐다.
성녀의 정수.
정확히는 몸 안에 남아 있는 수확의 정수의 잔재가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네가 나서겠단 거야?'
시몬은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자신을 도우려 하는 것 같았기에, 잠자코 정수가 하려고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내 시몬의 몸을 봉쇄한 넝쿨에 빠직빠직 금이 가더니 그 사이로 밀이 삐져나왔다.
싸아아아아아-
밀들이 거칠게 흔들리며 성유물 속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큭!"
시몬이 두통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이내 시간이 지나.
덜그럭-
빛바랜 낡은 주전자로 전락한 성유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일대의 모든 신성이 시몬에게 빨아들여졌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고리타분한 주전자 하나가 남았을 뿐이다.
모든 신성 마법진은 빛이 바래고 제단도 작동을 멈췄다.
"하아, 후우."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을 응시했다.
전신이 신성으로 충만했고, 어느새 몸에 자라난 밀들도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시몬은 자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검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시몬이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사라라락-
밀 하나가 손끝에서 올라왔다.
비록 수확의 성녀나 에버 키레가 썼던 것과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틀림없는 성녀의 권능이었다. 비로소 안심한 시몬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나?'
으음-
그때 뒤에서 메이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깜짝 놀라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메이린!"
슬립의 효과가 떨어졌는지 그녀가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시몬은 그녀를 지키고 있던 아칼리온을 얼른 신성 아공간 안으로 돌려보내고, 자신도 네크로맨서로 돌아왔다.
"에헤헤."
그런데 그녀가 웃고 있었다.
"피온 니임. 또 그렇게 안고 가시면 부끄러워요......."
"......?"
대체 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헤벌쭉하게 웃고 있는 메이린을 보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시몬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응?"
그녀가 눈을 떴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메이린이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
그녀의 얼굴이 더더욱 벌게져 있었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기 성유물이 폭발해서 정신을 잠시 잃었던 것 같아."
시몬이 웃으며 앞을 가리켰다.
"가볼래?"
* * *
현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시몬과 메이린은 학교에 돌아가서 보고했다.
즉각 키젠 본부 측 인원들이 파견되어 현장을 확인하고, 에버 키레가 사용했던 예비 성유물임을 확인했다.
-우리 부서를 대신해 감사의 말을 드리겠소.
-두 사람 다 수고했습니다.
이번엔 상당히 큰 건을 해결했기에 제인도 기뻐했다. 사건의 경과가 진행되는 대로 보고받기로 했다.
문제가 됐던 평가항목도 이제 별 다섯 개는 확정적. 시몬과 메이린이 작전 중에 부숴 먹은 집이나 도로도 전부 키젠에서 보상하기로 했다.
-그리고 교수님, 부탁이 있습니다!
아우로르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다.
최근 2학년 아우로르의 성적도 괜찮고, 종족적 특성 때문에 기숙사에서 쫓겨난 것 때문에 교내 학자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태가 진정되어 가는 그 날 새벽.
"......."
피어의 유적에 들어온 시몬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완성이다."
파스스스스-
그의 손바닥에.
자줏빛으로 빛나는 밀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