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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17화 (71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17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기말고사가 닥쳤다.

"전원 착석하도록."

화창하게 밝은 아침. 첫 시험은 아론의 중급 소환학이었다.

시몬을 비롯한 학생들은 까치집이 된 머리에 퀭한 눈으로 깃펜을 잉크통에 넣고 있었다. 전쟁을 앞두고 의식을 치르는 전사처럼 표정 하나만큼은 경건했다.

이 깃펜 끝에, 다음 학기도 키젠에 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이번 시험도 힘내, 시몬."

앞자리에 앉은 로레인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피곤해 보였지만, 그녀의 미소는 빛이 바래지 않았다.

"고마워 로레인. 너도 힘내."

"응."

두 사람이 격려를 주고받는 사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에슈가 세상 진지한 얼굴로 깃펜을 잉크통에 첨벙거리고 있었다.

"리노의 황금선은 S자, 구울은 부패변이 수식, 디파일러는 꽁무니가 칠흑회로, 듀라한의 목과 몸체 분리 이유는 칠흑과부화......."

암기한 내용을 중얼중얼 암흑주문처럼 외우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으악!"

내지르는 듯한 비명에, 집중 중이던 학생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조교도 헐레벌떡 뛰어왔다.

"학생! 무슨 일인가요?"

"조, 조교 선생님......!"

그녀가 울먹울먹하며 바닥을 가리켰다.

"떨어졌다! 떨어졌다구요! 저 망했어요!"

그냥 잉크통에서 깃펜을 떨어뜨렸을 뿐이었다.

에슈는 온갖 의미부여를 하며 호들갑을 떨어댔고, 조교가 한숨을 쉬며 흑마법을 사용해 깃펜을 잉크통 안으로 되돌려 보냈다.

"전원 주목."

아론이 말했다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 '주목!'하고 복창했다.

"시험 준비 수고했다. 이번 기말고사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도록. 중간고사 때도 말했지만, 부정행위는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메리트보다 리스크가 아득하게 크다는 점만 명심하도록."

수석조교가 시험지를 들고 왔다.

"학생들, 깃펜에서 손 떼고 손 머리 위로 올리세요."

학생들이 손을 올렸다.

긴장되는 순간.

뒤집힌 시험지들이 착착 책상에 내려놓아진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걸 쏟아내는 순간이 왔다. 시계를 체크한 아론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해라."

파라라라라라락!

시험지들이 날아오르는 새 떼의 날갯짓처럼 뒤집혔다.

* * *

시몬도 이 시간만큼은 기말고사에 전념했다.

내가 이대로 말라붙어 죽어도 이 흰 종이에 검은 글씨를 다 써내려가겠다는 의지로, 모든 힘을 종이 위에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시험을 치는 도중에, 문득문득 에이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곧 그와의 결전이 눈앞이다.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요동치고 피가 끓었다.

'안 돼!'

시몬이 붕붕 고갯짓하며 다시 문제에 집중했다.

그렇게 무아지경의 경지 속에서 한 과목 한 과목 시험을 치러 나갔다.

전공 수업 시험을 끝내고 이제 제인의 일반 칠흑역학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강의실에 왔을 때.

"안녕!"

메이린이 격려 차원에서 놀러 왔다. 그녀는 칠흑역학 전공이라 이번 시험은 패스였다.

"너희 점심도 안 먹었지? 이거 마시고 해."

그녀는 친절하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야채주스를 학생회 멤버들에게 하나씩 건넸다.

"잘 먹을게."

"이열, 센스 있는데!"

"감사해요! 메이린!"

시몬은 야채주스를 마시며 그녀를 보았다.

메이린은 역시 시험기간만 되면 사람이 달라진다. 자랑하는 하늘색 머리는 이마가 훤히 보이도록 모아서 단단히 뒤로 묶어놓았는데, 감은 지 오래된 건지 윤기가 반들반들하다. 안경도 쓰고 교복 치마 아래로 헐렁한 트레이닝복과 슬리퍼가 보인다.

시몬은 다시 야채주스를 마시다가 말했다.

"에이젤 선배는 별일 없지?"

시몬은 불쑥 그렇게 묻고는 스스로 깜짝 놀랐다. 이걸 지금 내가 왜 물은 거지?

즉각 메이린의 눈이 가늘어지는 게 보인다.

"야! 너 진짜 기말고사에 집중하는 거 맞아?"

"마, 맞아."

"하여간."

메이린이 한숨을 쉬며 앞자리에 앉았다.

"컨디션 자체는 좋아 보이셔. 근데 뭐, 최근에 소타 선배랑 싸웠다는 소문이 자자해."

"소타 선배님이라면...... 사령학과 대표 맞죠?"

"맞아, 카미."

메이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 아닐 거야.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에 절친이라는데, 남자애들은 뭐 툭하면 싸웠다가 어영부영 화해하고 그러잖아?"

멤버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제인의 조교들이 하나둘씩 시험장소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메이린도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시작하겠네. 우리 학생회는 무조건 제인 교수님 시험 성적을 잘 받아야 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녀는 마지막까지 잔소리를 하면서 떠나갔다.

시몬은 야채주스를 다 마시고는 깍지낀 손을 뒤집어 쭉 스트레칭했다.

'에이젤 선배님과 소타 선배님이 싸웠다니.'

메이린의 말처럼,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모든 시험이 끝났다.

"아아아아아!"

"X발! 끝이다! 끝이라고!"

조교들이 답안지를 회수하는 순간, 강의실은 광란의 파티장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시험지를 불태우고, 조각내고, 독으로 녹이고, 온갖 끔찍한 저주를 걸었다.

세상 살벌한 광경이었다.

교내에서 흑마법 사용은 엄중 금지였지만, 이때만큼은 조교들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살려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슬슬 눈치를 보며 복도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죄가 없는 시험지에 실컷 화풀이한 학생들이 마침내 평범한 10대 또래 아이들처럼 활짝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먼저 갈게!"

시몬은 두근거림에 더 참지 못하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타닥. 하고 풀밭에 두 발이 안착하는 감각이 기분 좋다. 힘차게 칠흑을 일으키며 정원을 달렸다. 시원한 맞바람에 피로가 씻겨나가고, 조각구름들이 둥둥 뜬 하늘을 올려다보니 갈증이 해소된다.

'바로 내일!'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키젠 최강에게 도전하러 간다. 시험은 끝났지만, 시몬의 시험은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시몬이 도착한 곳은 학생회관 건물 옥상이었다. 아직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잠시 난간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는데.

휘이이이이잉-!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는 칠흑을 느낀 시몬이 씩 웃었다.

'왔다.'

후우우우우웅!

두 명의 남자가 바람을 타고 옥상에 내려왔다.

한 명은 시몬이 잘 알고 있는 에이젤 브링어.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3학년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

냉혹한 엘리트를 연기 중인 에이젤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그럼요. 내일 결투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젤은 과묵하게 팔짱을 끼며 분위기를 잡았지만, 동행자 몰래 반대쪽 손을 시몬 쪽으로 휘휘 방정맞게 흔들기도 했다. 시몬도 웃음을 흘리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반가워. 시몬 폴렌티아."

차분한 인상의 3학년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전 회장 판타서스 선배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이번 학생회장 결정전의 심판과 관리를 총괄하게 된 에드닉 그레리엄이라고 해."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악수했다.

"기말고사는 잘 쳤니?"

"넵!"

"잘됐네."

그는 가볍게 안부를 묻고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가방 안에서 서류들을 꺼내 시몬과 에이젤에게 내밀었다.

"판타서스 선배님은 졸업 전, 우리 그레리엄 가문에 찾아와 학생회장 결투의 중재와 관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셨어. 나는 명예로운 그레리엄 가문의 명예를 걸고, 두 사람의 결투에 한 점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관리할 것을 엄숙히 맹세하는 바야."

학생회장 결정전은 학교나 본부 측에서 관여할 수 없는, 온전한 학생들만의 성역이다. 자연히 경기의 관리자 또한 학생이 직접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닉은 외교관들을 다수 배출한 명망 높은 그레리엄 공작가 출신이었고, 교내에서 상벌 위원회원 자격을 맡는 등 탁월한 인품으로 평판이 좋았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공신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앞장 먼저 읽어봐, 결투의 룰에 관한 내용이야."

시몬은 빠르게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역시.'

예전에 에이젤에게 넌지시 듣긴 했지만, 학생회장 결투는 '실전룰'이다.

실전룰은 방호슈트나 조끼, 배리어 같은 건 입지 않고 벌이는 실제 정식 결투다.

학교에서 성적을 목적으로 안전하게 싸우는 결투평가와는 달리, 진짜 네크로맨서의 결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키젠에서도 3학년들에게만 실전룰 결투가 허용되어 있었다.

실전룰에서 경기가 끝나는 조건은 단 두 가지뿐. 한쪽이 기절하거나,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

"물론 그레리엄 가문의 명예를 걸고 위험한 상황은 없을 거야. 최고의 의료진들을 준비해 뒀어. 일주일 전부터 엄격한 로크섬 입섬 절차를 통과해 들어와 있지."

처음 해보는 결투방식, 다른 2학년들이 들었다면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지 몰라도 시몬은 태연했다.

군단장으로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건 둘째치고, 사실 지금까지 두 번 했던 에이젤과의 연습대련도 모두 배리어 없는 실전이었다. 에이젤은 시몬이 '실전룰'에 적응하도록 신경 써준 것이다.

"동의한다면 아래 서명을 부탁해."

두 사람은 서류에 서명을 마치고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경기는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고 참관인은 총 10명이야. 이 10명 모두가 결투 끝에 탄생한 학생회장을 인증해 줄 거야."

시몬은 우선 적혀 있는 참관인의 이름을 살폈다.

3학년 두 명에 2학년 한 명. 심지어 1학년도 한 명 있었다. 그것도 시몬이 아는 사람이었다.

'몰리 공주님이다.'

완벽했다. 왕족이 이 경기를 참관하고, 보증해 주는데 불공정한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다.

"아, 그리고 출전자들은 각각 참관인을 세 명씩 데려올 수 있어. 참관하길 원하는 학생 이름을 기입해."

시몬은 잠시 생각했다.

이 경기는 학생회장의 권한을 놓고 벌이는 경기니 학생회 멤버들의 이름을 적기로 했다. 시몬은 메이린 빌렌느, 딕 헤이워드,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를 차례대로 기입했다.

"다 작성했으면 마지막에 칸에 서명을 마친 뒤 내게 돌려줘."

시몬이 먼저 서명을 마치고 서류철을 내밀었고, 뒤이어 바로 에이젤이 서류를 내밀었다. 시몬은 우연히 그가 적은 참관인들을 보았다.

-[레오나드 페이론.]

-[비노 마샬.]

-[앤서니 에이크먼]

'!'

시몬은 속으로 놀랐다.

당연히 적을 거라고 생각했던, 에이젤의 심복인 소타 프쉬케의 이름이 없었다.

'두 사람이 싸웠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좋아."

에드닉이 서류판을 정리하고는 징표를 내밀었다.

"이건 학생회장 결정전에 사용할 '명예로운 결투의 징표'야. 이 징표의 소유자만이 결투를 치를 수 있지. 내일 꼭 챙겨오도록 하고."

시몬과 에이젤이 결투의 징표를 품 안에 넣었다.

"그럼 다음으로 경기가 치러질 장소를 둘러보러 갈까? 경기장은 본부 직원들도 모를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준비했어."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물었다.

"그레리엄 가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건가요?"

"그럼!"

그가 시몬을 보며 눈을 찡긋했다.

"아무리 키젠 학생회의 전통이라지만, 2학년이 실전룰로 싸운다는 걸 어른들이 알면 시끄러워질 수 있거든."

에이젤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장소를 말해라.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 * *

어떻게 사람들 몰래 로크섬 내에 경기장을 만들지 의문을 가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파도가 철썩이는 로크섬의 한 절벽이었다. 아래는 시퍼런 바다였다.

"이쪽이야."

에드닉이 성큼성큼 낭떠러지를 향해 제 발로 걸어가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시몬은 깜짝 놀랐지만, 에이젤은 알 만하다는 듯 안경을 추켜올리고 있었다.

"우리도 가지."

"아, 넵."

시몬과 에이젤도 뒤를 따르니, 놀랍게도 절벽 직전에 결계를 통과하며 주위의 환경이 바뀌었다.

절벽에 커다란 땅이 붙어 있었다. 낭떠러지에 암벽을 붙여서 새로운 공터를 만든 것이다. 상당히 넓고 튼튼해 보였는데, 이 정도면 무슨 짓을 해도 무너지진 않을 것 같았다.

놀란 시몬을 보며 에드닉이 두 팔을 벌리며 신사처럼 미소 지었다.

"디스 이즈 그레리엄 클래스."

"......아, 하하. 대단하네요."

"키젠 최강을 가리는 경기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단순 평지니까 둘 다 지형적 메리트는 없지?"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새벽에 여기서 보자고. 참관인들에게는 내가 직접 통보할게."

에드닉이 손뼉을 짝 쳤다.

"두 사람 모두,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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