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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32화 (73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32화

네프티스는 이번 임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때는 '암흑제'. 너희들이 에버 키레와 싸우고 있을 때야."

당시 네프티스는 결사와 싸우고 있었다. 결사는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을 붙잡아 던전에 집어넣었고, 네프티스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던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간 던전은 시공간이 비틀어진 던전이었다.

괴이한 시간의 흐름과 법칙이 공존하는 세상. 네프티스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결사의 흉계를 막기 위해 시간의 이능을 사용했다. 그 힘으로 무사히 던전을 빠져나왔고, 로크섬으로 넘어와 에버 키레까지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모든 게 좋아 보였지만, 결사의 목적은 애초부터 네프티스를 던전에 가두는 것도, 에버 키레의 계획을 위해 네프티스의 발목을 잡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녀가 시간의 이능을 남발하게 하는 것. 이로 인해 시공간이 일그러진 틈이 만들어지고, 바로 그곳을 결사의 일원 한 명이 파고든 것이다.

"그자는 영영 이쪽 시간대로 돌아오지 못할 걸 각오하고 뛰어든 거야."

네프티스가 말했다.

악명높은 '결사'가 개입했다는 말에, 시몬의 표정이 한결 진지해졌다.

"그들의 목적은요?"

"나도 잘 몰라."

네프티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케이스가 너무 방대하니까. 시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어. 인간의 지능으로 인지 가능한 것보다 더 많지. 예를 들자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대에도 특정 범위나 대상의 시간만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경우 현재나 미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케이스, 혹은 다른 시간선에 진입해 미래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케이스, 그리고......."

"우린 지금 강의를 들으려는 게 아닌데요."

레테가 말했다.

"죽음의 마녀인 당신이라면, 지금까지 나온 단서들로 결사의 목적을 대략적으로나마 추정해 볼 수 있지 않겠슴까."

"응, 뭐 그렇지."

네프티스가 눈을 감았다.

"그가 진입한 건 22년 전 과거. 너희들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야. 그가 이 시간대를 고른 건 그 시절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개변하기 위해서겠지."

"22년 전의 역사적 사건이라면......."

"틀림없이-"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리처드와 안나에 관련되어 있어."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네프티스는 총총거리며 주위를 걸었다.

"지금까지 결사들이 벌인 사태를 생각해 봐. 그들은 늘 대륙을 혼란에 빠트리고 암흑연합과 신성연방 간의 전쟁을 일으키려 했어. 하지만 지금은 평화의 시대. 아마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평화의 시대를 없애려고 할 거야.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녀가 손끝을 세우며 말을 이었다.

"결사는 리처드와 안나의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공교롭게도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두 사람이 아직 맺어지기 전이지."

"그럼 지금......."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아버지와 엄마가 만난 게 '평화의 시대'와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요?"

네프티스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레테가 손을 들었다.

"임무를 수락하기 전에 질문이 몇 가지 있슴다. 그럼 놈이 과거를 바꾸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검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 우리가 아는 모든 상식이 박살 날 수도 있고, 세계의 시공간이 뒤집힐 수도 있지. 혹은 결사의 목적대로 리처드와 안나가 맺어지지 못해서-"

그녀의 작은 손가락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시몬, 네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몰라."

시몬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큭!' 하고 입술을 깨문 레테가 팔을 휘둘렀다.

"뭘 그렇게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검까! 그렇게 위중한 사태면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직접 과거로 가서 해결하는 게......!"

"난 과거로 못 가. 특히 지금의 1,700번대 케이스 같은 경우는 더더욱."

"왜 그렇죠?"

"과거여행엔 몇 가지 원칙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제1원칙."

어떤 경우에도 현대의 존재가 과거의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대에 가서는 안 된다.

이는 세계의 법칙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세상은 그 시간 여행자를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라고 생각하고 그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우려 한다.

"나는 300년을 살았는걸? 시간술사인 내가 과거로 돌아가면 바로 과거의 내가 알게 될 거야. 그때는 그냥 간단한 타임 패러독스로 끝나지 않아."

"......."

"같은 이유로 리처드나 안나를 과거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

네프티스가 시몬을 보았다.

"그러니 22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두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자, 두 사람의 살아 있는 사랑의 결실인 네가 가야 해, 시몬."

시몬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부모님의 일이라면 당연히 제가 가야죠."

네프티스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 성녀님도 나름 안나와 연관이 있는 것 같고. 안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협조해야겠지?"

레테가 인상을 구겼다.

"안나 선생님을 소중히 여기는 건 사실이지만, 까놓고 말해 안나 선생님이 네크로맨서와 맺어지는 건 난 못마땅한데요."

네프티스가 헤실헤실 웃었다.

"헤헤, 그래도 될까? 리처드가 없으면, 우리가 아는 시몬이 태어나질 않는걸."

'큭.'

레테가 잠시 시몬 쪽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홱 고개를 되돌렸다.

"아, 알겠슴다. 알았다구요."

"좋아 좋아! 그럼 내 임무를 받아들이는 거지?"

네프티스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 모래시계가 달려 있는 목걸이 아티팩트를 꺼내 보였다.

"과거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 모래시계의 시간이 흘러갈 거야. 그리고 모래시계의 모든 시간이 다 하는 순간, 나는 사건의 경과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너희들을 현재로 끄집어낼 거야. 너무 과거에 오래 있으면 시간에 잡아먹힐 수도 있거든."

"네."

네프티스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시간은 상대적이야. 모래시계의 모래가 많이 남았다고 시간이 여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아냐. 너무 보이는 모래의 양만 믿지 않도록 해."

"네!"

그녀가 아공간에서 가방을 꺼내 통째로 시몬에게 건넸다. 시몬은 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했고, 네프티스도 설명했다.

"그건 22년 전의 지도야. 그건 그 시절 문화와 상식에 관한 책들이고, 아! 그리고 이건 옛날 돈."

짤랑!

그녀가 가방에 든 돈주머니를 흔들어 보였다.

"화폐가 안 통한다면 음식 같은 걸 건네면 돼."

"네?"

"그 시대가 좀 유별나니까."

네프티스는 준비물들을 모두 넘겨준 다음,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임무 브리핑이야. 너희들의 목적은 지금은 중립지대, 과거엔 바힐라 영지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동해야 해."

그녀가 손끝으로 지도를 쭉 그으며 말했다.

"가는 길에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는 정도는 좋지만, 최대한 그들의 가치관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 작은 변수가 나중에 큰 사태로 바뀔지도 모르니까."

"그렇겠죠."

레테가 팔짱을 꼈다.

"결사는 미래를 바꾸려 하는 거고, 우리는 바뀌려는 미래를 원래대로 바로잡으려는 거니까요."

"응. 이해가 빠르네!"

네프티스가 시몬을 보았다.

"시몬, 줄일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줄여야 해. 기왕이면 지성체 에이션트 언데드도 쓰지 않는 게 좋아. 망자라고 해도 과거의 존재와 현재의 존재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 위험하니까."

"헤르세바는 괜찮겠죠?"

어차피 지금은 헤르세바만 데려온 상태였다. 그리고 헤르세바는 22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언데드다.

네프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리치? 딱이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중립지대로 들어가면 전선에서 한참 전쟁 중일 리처드와 안나를 찾아."

그녀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결사의 방해를 막으면서 그 두 사람이 이어지도록 하면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의 정체는 밝히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시간이 없어, 바로 간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네프티스가 이능을 발현했다.

우우우우우웅!

황금의 광명이 일어났다. 시몬과 레테는 손을 맞잡고 마법진 안으로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너희들이 과거에서 돌아오면 현대의 시간은 1~2분 흐른 남짓일 거야. 이쪽은 너무 걱정하지 말구."

네프티스가 이능의 시계들을 깨우며 말했다.

"명심해. 너희들에게 남은 시간을 잘 확인하고, 누가 미래에서 온 결사일지 모르니 방심하지 말 것."

"네!"

"간다아!"

화아아아아아악!

차오르는 황금빛과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속에서 시몬은 눈을 감았다.

몸이 흐릿해지며 감각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 * *

머릿속에 시계들이 가득 찼다.

각기 다른 박자로, 다른 흐름으로, 자기 멋대로 돌아가는 시계들.

어지러웠다.

두통이 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째깍! 째깍! 째각! 째깍!

제멋대로 돌아가던 시곗바늘들이 서서히 맞춰지기 시작했다. 느리던 시곗바늘은 조금 더 빠르게, 빠르던 시곗바늘은 천천히 움직이며 다른 시곗바늘들을 기다려 주었다.

째깍!

이내 모든 시곗바늘들이 정오를 가리키는 것으로.

"!"

시몬은 눈을 떴다.

뒤이어 몸의 감각이 돌아오는 게 느껴지자,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짜 과거로 온 거야?'

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과거라기에는 사뭇 이상했다.

'여기가 레스힐...... 이라고?'

잿더미의 하늘.

구름은 잿빛이었고, 이상한 재 같은 게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고 있다. 시몬의 머리와 어깨에도 내려앉았다.

바닥의 풀들은 검게 변질된 채 말라붙고, 나무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남았다.

콸콸콸콸-!

근처의 계곡은 폐수처럼 고약한 악취를 내며 흘렀다. 시몬은 혼란에 빠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알던 광경과는 달랐지만, 곳곳에서 익숙한 자연지형들이 보인다.

맞다.

이곳은 레스힐이다.

'진짜 과거로 온 게 맞아?'

차라리 아주 먼 미래로 왔다고 했으면 납득이 쉬웠으리라.

"이제 손 좀 놔주시겠슴까."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레테가 눈꺼풀을 내리깔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아주고 물러섰다.

"우, 우리 제대로 온 거 맞지?"

"네."

레테가 잿더미의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것 같슴다. 이 현상은 제가 알고 있거든요."

"무슨 현상인데?"

"신성연방이 보유한 전술병기 '잿빛 심판'. 여신을 부정하는 사악한 악마들만을 죽이는 비 내리는 무기라는데 글쎄요."

그녀는 말라붙어진 주위의 나무와 식물들을 훑어보고는 씁쓸하게 말했다.

"악마고 민간인이고 자연이고 그냥 공평하게 다 죽여 버리는 병기였던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역사에 따르면 이 병기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00년 전쟁 후반기."

레테가 시몬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과거에 와 있는 게 확실해요. 평화의 시대가 오기 전, 전쟁의 시대에."

시몬은 멍하니 고향을 보았다.

참혹하고 끔찍했다.

여기가 내가 태어나 자란 레스힐이라니.

"고향의 모습에 충격받은 것도 이해하지만, 움직여야 함다."

레테가 자신의 목에 걸린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카운트 다운은 시작됐어요."

"응."

시몬도 짝짝 제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린 뒤, 네프티스가 건네준 가방에서 지도를 꺼냈다.

펄럭!

22년 전, 즉 100년 전쟁 시절의 지도는 지금의 지도와는 차이가 있었다.

영지나 지형 이름 대신 '전선', '요새', '고지' 등 군사 용어들이 더 많이 적혀 있었다. 암흑연합 전역이 전장인 셈이었다.

"우선 죽음의 마녀의 말대로, 안나 선생님과 리처드가 싸우고 있을 중립지대, 아니 바힐라 영지로 이동해야겠네요."

그녀는 지도를 훑어보다가 손끝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레스힐은 이 시기에 없는 도시인 것 같지만, 다행히 이 시기에도 이웃 영지인 '호브'는 있슴다."

역시 호브는 큰 도시라서 과거에도 멀쩡히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시몬이 말을 받았다.

"호브에 내려가서 마차를 찾아 타자는 거지?"

"맞슴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구름에서 재들과 불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서두르죠."

* * *

시몬과 레테는 강을 따라 걸으며 호브를 향해 걸었다.

강은 '잿빛심판' 덕분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지독한 악취가 났다.

산을 내려가는 중에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도 셀 수 없이 많이 보였다. 지금의 레스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염된 개체나 돌연변이 개체들도 보인다.

레테는 시몬과 본인에게 정화마법을 수차례 사용해서 잿더미를 씻어내렸다.

'이런 시대에 아버지와 엄마가 전쟁을.......'

시몬은 조금 생각이 복잡했다.

그렇게 레스힐의 이웃영지, 호브에 도착하고.

"아......!"

레스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믿기 힘든 광경이 두 사람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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