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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50화 (75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50화

하늘이 번쩍이며 레테의 별들이 떨어진다.

다섯 개의 은빛 구체들이 하얀 꼬리를 남기며 낙하하고, 결사의 일원들은 각자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 던졌다.

쿠르르르르르릉!

별들이 지면에 부딪히며 굉음과 폭연이 터져 나온다. 레테는 선명하게 별 모양이 드러난 눈을 게슴츠레 치켜떴다.

'이것들.'

뿌연 연기 속에서 결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옷이 찢어지며 개조한 육체가 부풀어 오르는 자도 있었고, 몸이 몬스터나 뱀의 형상으로 변한 자도 있었으며, 피부에서 독을 뿜는 자도 있었다.

전원 모두 별을 피하거나 중간에 파훼했다.

'여기 있는 한 명 한 명이 만만치 않네.'

가장 앞으로 튀어나온 긴 머리의 결사가 두 손을 모았다. 손바닥 사이의 허공이 일그러지면서 공기가 빠르게 들어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내 사출하는 것을 신호로, 모든 결사들의 원거리 공격이 날아온다.

"흥."

레테는 태연히 권능으로 구현한 신성벽을 펼쳐 그들의 반격을 막아냈다.

흑마법도, 맹독이나 저주도, 성녀가 만들어낸 벽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

그러나 화살 하나는 흰 벽을 뚫고 레테의 얼굴로 날아왔다. 그녀는 직접 손끝으로 화살을 붙잡았다.

"하, 뭐야."

레테가 실소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빠각 하고 화살이 부러진다.

"프리스트도 있었어?"

결사의 멤버 중 하나가 팔을 들어 올린 채 신성 마법을 발사한 모습이 보인다. 레테는 두 팔을 거칠게 떨쳤다.

우우우웅!

그녀의 힘에 반응하듯, 아직 밤이 되지도 않은 하늘에 별들이 번쩍였다.

"그 어려운 두 세력의 화합을 결사가 해내네."

레테가 다시 한번 무수한 별들을 떨어뜨렸고, 결사의 일원들이 몸을 날렸다.

그들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사이.

저벅. 저벅. 저벅.

시몬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블레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블레타는 주위에 어둠의 정령을 꺼낸 채 태연히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네가 누군지 궁금했다. 나와 같은 미래에서 온 자여."

그의 입이 열렸다.

"왜 죽음의 마녀를 돕지?"

네프티스를 돕기 이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우려는 거였다.

굳이 발설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기에 시몬은 침묵을 지키고 힘을 끌어올렸다.

츠스스스스스-!

상대는 결사의 수장급 거물.

군단의 힘을 쓰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피어는 없지만, 다행히도 군단의 대장급 언데드를 하나 가져왔다.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몬만의 오리지널.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손안으로 눈코입이 달린 지팡이가 쌩하고 들어왔다.

"가자, 헤르세바."

[오냐아!]

주위가 번쩍이며 금빛 휘장이 시몬의 몸을 휘감았다. 시몬은 헤르세바를 쥔 채 지면을 힘껏 걷어차 뛰어올랐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가. 그 힘을 보니 짐작은 간다만."

그는 살짝 장갑 끝을 벗었다가 다시 꼈다.

"내 이름은 블레타. 대륙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어둠의 정령사이자, 대륙 최강의 정령사다."

어둠의 정령들이 일제히 고개를 뒤로 기울이더니, 검은 불꽃을 토해냈다.

고아원에서 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위력. 불꽃 하나하나가 사람의 몸통만큼 컸다.

"대륙 최강?"

달려가던 시몬이 헤르세바를 바닥에 내리쳤다. '황금화'의 권능이 발휘되며, 전면의 바닥이 황금의 성벽처럼 올라왔다.

쿠쿠쿵-!

폭발의 위력으로 성벽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하나하나가 상당한 파괴력을 가졌는지, 벽에 커다란 흉터를 내며 사라졌다.

시몬은 성벽에 등을 기댄 채 말했다.

"자신을 최강이라고 소개하는 건 오만 같은데."

"무얼. 이 세상에 최상급 정령사는 나뿐이다."

그가 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코어를 개방한 채, 칠흑으로 정령을 오염시켜 싸울 수 있는 것도 나뿐이지."

약 20기의 어둠의 정령들이 맹공을 퍼부었다. 시몬도 헤르세바로 바닥을 연달아 두들겨 황금 성벽을 끊임없이 증축했다.

'확실히, 정령에서 칠흑이 느껴지네.'

신기했다.

이 세상에는 별의별 네크로맨서가 다 있다더니, 저 타락한 정령사가 그랬다.

[고작 어둠의 정령 따위에 감탄하는 거야?]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헤르세바가 불쑥 말했다.

[황금의 권능과 미라를 조종하는 날 앞에 두고?]

"당연히 네가 최고지, 헤르세바."

[고럼 고럼!]

헤르세바의 사념으로부터 기쁨과 의욕이 전해졌다. 에이션트급 언데드의 감정을 느끼고 끌어내는 것도 군단장이 해야 할 일. 시몬은 힘껏 헤르세바를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매번 쓰던 연계로 가자!"

[오케이!]

황금화된 바닥에서 작은 하수구 구멍이 생기더니 미라들이 튀어나왔다.

시몬의 아공간에서는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이내 미라들이 붕대로 좀비의 몸을 휘감은 다음, 연결 동작처럼 매끄럽게 황금벽 너머로 던졌다.

부우우웅!

좀비들은 곡선을 그리며 마치 투포환처럼 날아갔다.

"소용없다."

이에 따른 블레타의 대처는 신속했다. 정령들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날아오는 좀비들을 새로운 대상으로 삼았다.

이내 정령들이 검은 불을 뿜어 좀비들을 격추시키려는 순간.

<시체폭발>

벽 너머의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격추당하기 전에 좀비들이 스스로 공중에서 폭발했다. 거친 후폭풍이 몰아치며 정령들의 몸이 떠밀렸고, 블레타는 급히 전면에 칠흑방패를 펼쳤다.

'무슨 짓거리를.......'

인상을 쓰고 있던 블레타의 눈이 일그러졌다.

시체폭발로 일어난 자욱한 폭연을 뚫고, 난데없이 새하얀 빛의 괴물이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죽어!"

레테가 시원스레 웃으며 팔을 내리그었다. 블레타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홀로 부하들과 싸우면서 내게 할애할 여유가 있었나!'

레테의 별들이 블레타가 있는 곳을 연달아 폭격했다. 어둠의 정령들은 빛에 닿자마자 사그라들었고 블레타는 급히 칠흑으로 몸을 두른 채 피했다.

신성이 직접 블레타의 몸에 닿으며, 칠흑이 뭉텅이로 깎여 나갔다.

'칠흑 손실이 너무 크다.'

하늘을 올려다본 블레타는 별이 떨어지는 타이밍을 예측한 다음, 별 두 개가 좌우에서 폭발할 때 그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팟!

그런데 대뜸, 네크로맨서에게는 치명적인 그 폭발 속에서 푸른 머리의 소년이 뛰쳐나왔다.

'어떻게!'

의문을 가질 틈도 없었다. 단숨에 그와 거리를 좁힌 시몬의 주먹을 뻗었고, 블레타는 다급히 두 팔을 교차해 막아냈다.

그의 몸이 뒤로 밀려나기 무섭게. 바닥에서 금빛 벽이 일어나 퇴로를 막았다.

'이런!'

'타이밍은 완벽해!'

공중에서 날아온 헤르세바가 시몬의 손에 들어왔다.

놓치지 않는다.

시몬은 비장의 한 수를 실행시켰다.

<헤르세바 오리지널 - 모래의 세계>

허공에서 일어난 모래가 시몬과 블레타. 두 사람의 몸을 집어삼켰다.

* * *

"......."

순간적으로 끊겼던 의식이 돌아왔다.

블레타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휘이이이잉-

어느새 그는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서 있었다. 간헐적으로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게 현상의 전부인 세계.

주위는 전부 모래뿐이었고, 하늘은 청명한 푸른색이었다.

'개인이 소유한 던전이라, 놀랍군.'

그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몬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얼굴이구나. 잠시 이런 곳으로 날 끌고 왔다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당연히-"

시몬이 눈에 힘을 주었다.

동시에 청명한 하늘에 거대한 헤르세바의 두 눈꺼풀이 나타나 블레타를 굽어보았다.

"이긴다!"

[이긴다!]

시몬이 중지와 검지를 붙인 채 하늘로 치켜세웠다. 모래뿐이던 세상에서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금빛 건축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탑, 광장, 분수대, 저택.

시몬과 블레타를 중심으로 모래의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죽음의 주민들, 미라가 창문 틈으로 눈을 번쩍였다.

"멋지군."

블레타는 벨트에서 약품이 든 주사를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제 목에 꽂았다. 그의 눈빛이 혼탁해졌다.

"붙잡아!"

시몬의 명령에 건축물 곳곳에서 미라들이 붕대를 날렸다.

블레타는 휘청거리는 듯한 몸놀림으로 고개를 낮추고 허리를 굽혔다. 붕대들이 간발의 차이로 지나가며 그의 살갗에 상처를 냈다.

꾸웅!

블레타가 강하게 발을 굴렀다. 아래에서 칠흑의 웅덩이가 펼쳐지고 다시 한번 비대해진 어둠의 정령들이 튀어나왔다.

화아아악!

화아악!

마치 함대의 포격을 보는 것만 같았다. 어둠의 정령들이 사방으로 흑마법을 발사해 탑을 무너뜨리고 광장을 부수었으며 그 안에 있는 미라들까지 불태웠다.

[저 결사놈 만만치 않네.]

머릿속에서 헤르세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꼬맹아, 저 녀석의 전력분석은 다 된 거 맞지?]

"그럼."

고아원에서 마주한 어둠의 정령이라는 생소한 적.

시몬은 틀림없이 그자의 정체가 결사라고 생각했고, 리처드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둠의 정령은 정령술사 중에서도 드물다. 엄연히 말하자면 그 근원은 원소가 아닌 마이너스 에너지. 즉, 인간의 정신력이다.

어둠의 정령은 인간의 분노, 슬픔, 증오 등 온갖 마이너스 감정에서 태어난 존재다. 자연히 이를 다루는 어둠의 정령술사 또한 정신이 망가져 버리고, 감정에 집어삼켜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정령들의 공격을 받으면, 상대 또한 심각한 정신오염이 일어난다.

'요는 스치지도, 한 대도 맞지 않을 것.'

헤르세바의 미라들을 '친위대'로 강화시켜서 쉴 틈 없는 공세로 밀어붙여도 좋겠지만, 상대는 정신을 오염시키는 어둠의 정령사다.

그런 조건이라면 최고의 슈트가 있다.

여전히 시가지에서 블레타와 헤르세바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우우우웅!

시몬은 용의 마법을 준비했다.

마침내 마법이 준비되며 드레이크의 뼈들이 시몬의 몸에 착착 들러붙어 매끈한 갑옷의 형태를 이루었다.

<시몬 오리지널 - 드래고니안>

슈트가 완성되자마자 시몬은 단번에 바닥을 걷어차며 돌진했다.

혼돈의 효과로 인한 자색 스파크가 파직거리며 튀며, 그의 몸이 단숨에 격전지 중심까지 들어갔다.

"흠."

미라들과 싸우고 있던 블레타도 시몬을 발견하고는 팔을 뻗었다. 어둠의 정령들이 마이너스 마법을 쏘아 보냈다.

'막아!'

우우우우웅!

기다렸다는 듯 시몬의 앞으로 비늘들이 벌집 모양으로 펼쳐졌다. 정령들의 공격은 이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중간에 파훼되어 사라졌다.

"연달아 괴이한 기술을 쓰는군."

이번엔 블레타가 왼팔을 들었다.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어둠의 정령들이 모여들어 통째로 짓이겨지더니 새로운 어둠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헤르세바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꼬맹아! 저건 위험해!]

'그렇담 못 쓰게 만들면 돼!'

시몬은 침착하게 비늘들을 주위로 흩트렸다.

<드래고니안 연계기 - 봉마 결계>

시몬과 블레타를 감싼 채 주위의 비늘들이 빙빙 돌아갔다. 블레타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정령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가 몸에 두른 마이너스 에너지가 사라졌으며, 왼손에 만든 강력한 흑마법도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오로지 마투만을 쓸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고, 시몬이 드래고니안 수트를 입은 채 돌진했다.

부우웅!

드래고니안 수트로 강화된 경쾌한 스트레이트가 뻗어 나갔다. 블레타는 급히 흑마법을 중지하고는 팔을 들어 막았다.

타닥!

이번엔 블레타가 발을 들어 발차기를 날렸고 고개를 틀어 피한 시몬이 그에게 더더욱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주먹이 수차례 중앙에서 부딪히더니.

파밧! 팍! 타닷! 바바밧!

이내 팔다리까지 주고받으며 맹타를 이어나갔다. 정령마법을 쓰지 못해도 블레타는 마투까지 뛰어났다. 드래고니안 수트의 힘을 빌린 시몬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쩍!

아니, 오히려 블레타가 역으로 시몬의 드레이크 투구에 일격을 가했다. 시몬이 비틀거렸고, 승기를 잡은 블레타가 득달같이 뛰어들었다.

퍼억! 쩍! 퍽!

반격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블레타는 정신없이 시몬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이질감을 자각한 순간.

으적!

그의 뒤통수에 발차기가 꽂혔다.

블레타가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보자, 시몬이 다리를 뻗은 채 서 있었다.

'어느 틈에 슈트에서 빠져나갔지?'

그가 때린 건 그냥 주인없는 빈 슈트였다.

다시 맨몸의 시몬과 블레타가 맞붙는데, 이번에는.

쩍!

바로 그 빈 슈트가 주먹으로 블레타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의 입에서 선혈이 튀며 이빨이 몇 가닥 날아올랐다.

"이건 무슨 장난질이냐!"

놀랍게도 사용자 없이 본 아머 슈트가 홀로 형태를 유지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미래와 과거의 리처드에게 배운 신기술.

본 아머 컨트롤의 극의인 '이마고'.

시몬과 드래고니안 슈트가 나란히 서서 주먹과 발차기를 퍼부어댔다. 네 쌍의 팔다리가 미친 듯이 쏟아지니, 팔이 두 개뿐인 블레타는 계속해서 얻어맞으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시몬이 두 개로 갈라진 것만 같다.

"크으으윽!"

정타를 허용한 블레타의 코에서 연신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 순간에도 계속 어둠의 정령을 꺼내려 시도해 보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마법진 자체가 펼쳐지지 않았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칠흑을 휘감은 시몬의 주먹이 연기를 흩뿌리며 쇄도했다. 블레타가 방어자세로 공격을 받아내기 무섭게, 이번에는 드래고니안 슈트가 빈틈을 파고들어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홍펭 오리지널 - 촉파>

쩌어엉!

'주인도 없는 슈트가 마투를!'

그런 의문을 품기 무섭게 블레타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고, 뒤따라 공중에 뛰어올라 그를 따라잡은 시몬이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다리를 내리그었다.

꽈아아아아앙!

떨어진 블레타의 몸뚱이가 모래바닥에 파고들며 거대한 분수를 일으켰다.

'하아, 하아.'

시몬이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름 결정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블레타의 칠흑이 느껴진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그의 칠흑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시몬의 동공이 흔들렸다.

'윽!'

갑자기 가슴이 터질 것처럼 괴로웠다. 슬픔이 차오르고 분노가 차오르고, 그보다 더한 자책감이 폐부를 억눌렀다.

-미래를 알았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알려주지 않은 거야?

-잘못을 알고도 방관하는 것은 죄다.

온갖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들이 시몬의 정신을 오염시켰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봉마결계를 형성하고 있던 비늘이 힘이 다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시 카오스 듀라한에 비해 드래고니안의 봉마결계는 지속시간이 너무 짧았다.

"죽어라."

다시 정령마법을 쓸 수 있게 된 블레타의 몸에서 검은 개들이 일어났다. 개들이 입을 쩍 벌리며 죽음의 마법을 쏟아냈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웅! 웅!

사용자 없이 텅 빈 드래고니안 슈트가 스스로 저벅저벅 다가와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자신의 전면으로 비늘을 움직여 방어막을 펼치기까지 했다.

"이 무슨!"

그사이 정신오염을 버텨낸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드래고니안 슈트는 뒤로 물러나면서 시몬의 몸에 겹쳐졌다.

딸칵! 딸칵!

뼈들이 체형에 맞게 연결되며 다시 시몬이 드래고니안 슈트를 입은 형태가 되었다.

"...여러모로 놀랐다만, 이제 노는 건 끝이다."

블레타가 팔을 내리며 새로운 흑마법을 준비했다.

꾸르르르르르르르륵!

주위로 무수한 정령들이 튀어나와 그의 몸에 덥석덥석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의 덩치가 비대하게 커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쪽도."

비장의 수를 쓴다.

여기선 보는 사람도 없고, 인명이나 건물 피해가 일어날 일도 없다.

"그동안 나오지 못해서 서운했지? 소드마스터."

시몬이 열어젖힌 새까만 아공간 속에서.

한 쌍의 살벌한 안광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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