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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57화 (75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57화

시몬과 메이린은 나란히 해변길을 걸었다.

메이린은 오늘 하루, 이른바 해변의 여왕이었다. 투명한 겉옷을 어깨에 느슨하게 걸치고, 하늘색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걷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히 집중되었다.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시몬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돼?"

메이린이 눈웃음 지으며 불쑥 그렇게 물었다. 시몬이 움찔하며 앞을 보았다.

"뭐, 뭐가?"

"키젠의 학생회장이 민간인을 위협했잖아."

"아, 아니. 이건 위협이라기보다는 경고의......."

"농담이야! 너 얼굴 굳어 있길래."

메이린이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시몬도 뒤따라 애매하게 웃었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 물론 그런 바보들은 내 힘만으로도 한 방이었겠지만."

"...당연히 그렇겠지."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걸음을 멈췄다.

"어, 뭐야. 너 잠깐 멈춰봐!"

"?"

시몬이 자리에 멈춘 걸 확인한 그녀는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몸을 기울이면 바로 닿을 거리였기에, 시몬의 얼굴에 피가 쏠렸다.

"으음?"

그러거나 말거나 메이린은 제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시몬의 이마에 척 대보았다. 이내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다시 이마에 손을 댔다가 시몬 쪽에 올렸다.

"아, 뭐야! 너 방학 사이에 또 키 큰 거야? 1학년 때만 해도 비슷했는데!"

그녀는 새삼 분한 듯 제 슬리퍼로 바닥을 꾹꾹 눌렀다.

"그냥 오랜만에 봐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닐까?"

"아냐, 바보야! 분명히 컸어. 각도가 다르잖아! 이젠 내가 완전히 올려다볼......."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잠시 숨결이 만나고, 두 사람의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났다.

"가, 갈까?"

"으, 응."

두 사람은 다시 앞만 보며 걸음을 옮겼다.

시몬은 정말로 수영복이란 복장은 어딜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다른 애들과도 합류해야 하잖아. 딕이나 카미 본 적 있어?"

즐거워 보이던 메이린의 얼굴에 갑자기 그늘이 졌다. 이내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푸욱 쉬었다.

"......바보 평민, 그 녀석은 봤어."

"그래? 그런데 왜 합류 안 했어?"

"아, 그냥-"

메이린이 팔짱을 끼며 어쩐지 싫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바빠 보이더라고. 굳이 아는 척하기도 싫고."

"?"

"으, 와보면 알아!"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이내 두 사람은 귀족들의 부티 나는 해변가를 빠져나와, 다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일반 해수욕장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메이린이 가리킨 곳에서, 어렵지 않게 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선구이 드셔보세요! 치즈를 올리고 살사 소스 뿌린 생선구이예요!"

놀랍게도 장사 중이었다.

몸에는 하와이안 셔츠 같은 걸 대충 걸치고, 바지는 수영복 반바지다. 머리 위엔 바람이 잘 통하는 여름용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선글라스를 삐딱하게 얹어놓았다.

그는 바퀴 달린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낡아 보이긴 했지만 도료를 펴 발라 나름 알록달록하게 잘 꾸며놓았다.

불판 위로 팬 세 개를 얹어놓고 동시에 생선을 굽고 있다. 노점상 밑에는 메뉴판이 있다.

<특제 생선 구이 - 40실버>

<두 개 70실버>

<소스 추가 5실버>

<바싹 구워 드립니다! 생선 종류는 랜덤입니다!>

저 익살스러운 웃는 얼굴 그림까지, 딕의 센스가 틀림없었다.

"......나 쟤 너무 부끄러워."

메이린이 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품위 유지 의무도 있는 키젠 학생이 여기까지 와서 저게 뭐냐고! 저 생선 굽는 냄새도 완전 민폐야!"

"사람들이 있는 파라솔 쪽이랑 적당히 떨어져 있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장사는 제법 잘되는 것 같았다. 마침 손님 한 명이 노점으로 다가와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손님!"

딕이 남은 재료를 확인하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곧 재료가 다 떨어질 것 같아서요. 금방 다녀올 테니 이 근처에서 적당히 기다려 주시면 서비스 챙겨드릴...... 어?"

딕이 마침 딱 시몬과 메이린을 발견했다. 그가 으하하하! 웃으며 팔을 힘껏 휘둘렀다.

"시몬! 메이린! 여기야 여기!"

"윽."

메이린이 인상을 찌푸렸고, 시몬은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안녕, 딕! 여전하네."

"이야, 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잘 왔어! 하하하하!"

딕이 빠르게 달려와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

"나 도와줄 거지? 학생회 멤버이자 A반 동기의 의리가 있는데."

"야! 밀지 마!"

* * *

그렇게 잠시 후.

지글지글!

시몬은 앞치마를 입고 노점상 앞에서 생선을 굽고 있었다.

'더워.'

딕이 둘러준 수건으로 이마를 한번 닦고는, 손목의 힘으로 프라이팬 위의 생선을 가볍게 뒤집었다.

기름을 두른 생선은 껍질이 바삭해질 정도로 굽고, 젓가락 끝으로 생선살이 부들부들하게 잘 익었는지 체크한다.

이내 종이 케이스에 담고, 레몬즙과 소스를 뿌리고 고명을 올린다. 그럴듯하게 하나 완성이다.

"맛있게 드세요."

시몬이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내며 말했다.

받으라는 요리는 안 받고, 잠시 멍하니 시몬을 바라보던 손님이 '앗' 하고 정신을 차리고는 요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네, 다음 분."

이제 슬슬 조리가 손에 익을 때쯤, 저 멀리서 딕이 새로 구한 재료가방을 들고 후다닥 뛰어오고 있었다.

"오우, 잘 만드네! 몇 개나 팔았어?"

딕은 등장하자마자 우당탕탕 재료가 담긴 통들을 내려놓고는 시몬의 조리에 알아서 맞추기 시작했다. 세 번째 팬을 뒤집고, 옆에 생선을 잘라 뼈를 발라냈다. 이 모든 작업을 보지도 않고 해냈다.

"여섯 마리쯤."

"나이스, 나이스."

야채를 척척 꺼내던 딕은 사람들의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 다 같이 하는 게 정답이네. 그렇지 메이린?"

"죽어!"

노점 앞에 서 있는 메이린이 빼액 소리 질렀다.

"마차에 치이고 절벽에 떨어져서 바닷가에 빠진 뒤 최대한 비참하게 죽어!"

"쟤 봐라, 시몬. 어떻게 친구한테 저런 잔인한 말을 하냐."

그녀는 홍보 담당이었다. 노점상 홍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수영복 차림의 아름다운 소녀가 팻말을 들고 있으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어느새 빨간물이 뚝뚝 떨어져 나올 정도로 얼굴이 빨개진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며 빼액 소리 질렀다.

"야! 나 이거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데!"

"영업 다 끝날 때까지?"

딕이 채소를 빠르게 썰며 대꾸했다. 그녀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안 해! 난 절대 못 해!"

"와, 여기 회장인 시몬도 일하고 있는데 너 혼자 놀려고? 양심이 없네."

"크윽!"

메이린이 이를 갈며 으르릉거렸다.

"평민 주제에 감히 날 네 돈벌이로 써먹어? 진짜 끝나면 죽었어!"

"어, 어, 메이린. 팔 내려간다."

그 말에 메이린은 자신도 모르게 팻말을 번쩍 들었다. 그러다 뒤늦게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 질렀다.

"나한테 지시하지 마!"

"팻말 높게 들어주십쇼. 부탁입니다."

물론 메이린 효과도 있겠지만,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관심도가 점점 올라갔다. 사람들이 계속 몰리고 있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하던가.

한 시간쯤 지나니 메이린도 익숙해진 건지 자포자기한 건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다만 팔이 아파서 팻말을 안는 포즈로 바꾸었다.

그 모습을 본 딕이 불쑥 제안했다.

"흐흐흐! 정 팔 아프면 다른 일로 바꿀래? 축하공연으로 노래 한 곡만 뽑아주......."

퍽!

메이린이 들고 있던 팻말의 모서리 부분이 딕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딕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그러게 그만 놀리라니까."

시몬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 방학 때 못 놀린 할당량 채워야지."

딕은 피를 흘리면서도 능숙하게 생선을 뒤집었다.

* * *

노을이 질 즈음, 장사가 끝났다.

[Sold Out]

당당하게 매진 팻말을 노점에 걸어둔 딕이 뿌듯한 얼굴로 기지개를 쭉 켰다. 그러고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감상하며 외쳤다.

"크으으으! 보람차다."

도우러 온 시몬과 메이린은 모래사장에 쓰러지듯 널브러져 있었다. 시몬은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고, 메이린은 저린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다들 진짜 진짜 고맙다! 저녁은 내가 거하게 쏠게."

"날 부려먹은 대가를 그냥 저녁으로 때우려고?"

울컥한 메이린이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딕은 '그래, 알아서 해라'라는 듯 두 팔을 들어 올렸지만, 의외로 메이린은 손찌검하지 않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놔 수고비!"

"응?"

"최소한 내 노동의 대가는 받아야겠으니까!"

그 말을 들은 딕이 눈썹을 들썩였다.

"음, 수고비 같은 건 적당히 우리의 우정으로 대체되는 걸로 넘어가면 안 될까?"

그 말을 들은 메이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주위의 마나가 저릿저릿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단단히 화난 듯한 모양. 이내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외쳤다.

"이- 쓰레기!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야!"

"늦어서 정말 미안하네!"

메이린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한 왜소한 노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딕이 빙긋 웃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사장님?

시몬과 메이린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안허이, 아내가 갑자기 또 열이 오르는 바람에. 내 젊은 친구에게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 건 아닌지......."

"에이, 이 정도야 뭘요. 저도 같은 장사꾼인데요."

노인은 침울한 얼굴로 슬그머니 시선을 내렸다.

"흘흘, 장사가 잘 안되지? 나도 어제 겨우 두 마리......."

"잘 안된다고요?"

딕이 옆으로 물러서서 노점을 가리켰다.

[Sold Out]

당당하게 걸린 매진 팻말이 노점에 붙어 있었다.

노인의 입이 벌어졌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간단히 노점도 개조하고 제조법도 바꿔봤어요! 이리로 와봐요!"

딕이 노인의 등을 떠밀어 노점으로 데려갔다.

"그냥 생선만 구워 팔면 안 팔리거든요!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구색을 갖춰야 해요. 여기 소스들이 중요한데, 제가 다 레시피 붙여놨어요. 전부 여기 시장에서 산 재료들로 만든 거고, 그냥 다 부어서 휘저으면 돼요. 아, 그리고 이 채소도......."

바뀐 레시피는 물론,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방법.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까지.

거기에 노점도 개조했고, 바람 빠진 바퀴도 새로 갈았다. 메뉴판도 조금 더 젊은 느낌으로 바꿨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거 불을 갈탄류로 피우면 중간마다 바람만 불어도 꺼지고, 생선에도 열이 골고루 안 들어가요. 그래서 제가 조금 방식을 바꿔봤거든요. 마정석 찌꺼기로 불을 피우는 방법이에요."

불판에 불이 활활 피어오르는 모습에, 노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딕이 씩 웃었다.

"저 옆에 잡화점 알죠? 한 달에 세 번 마정석 찌꺼기를 50실버에 팔기로 말 맞춰놨어요."

"......."

"그리고 이건 오늘 벌어들인 일당."

동전 담는 깡통 안에 오늘 수익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가 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돈으로 아내분 약이라도 사드리세요."

노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생판 남인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겐가."

"하하! 남이요? 그 생판 남을 상대로 짧은 시간 내 유대감을 형성하고 물건을 팔아먹는 게 상인이란 직업인데요?"

딕이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물론 대가 없이 움직이는 상인은 없어요. 실은 제가 2년 뒤에 마정석 찌꺼기 사업을 벌일 예정이거든요. 나중에 사장님이 제 기술에 만족하시면, 제 회사 제품을 구매하실지도 모르잖아요? 미래의 고객을 확보해 둔 셈이죠."

노인이 눈물을 줄줄 쏟았다.

"...고마우이. 정말로, 고맙네......!"

노인은 계속해서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 * *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 삼아, 시몬과 딕, 메이린이 해변길을 걷고 있었다.

"아까는 멋있었어, 딕."

시몬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팔꿈치로 딕을 툭툭 때리다가, 이내 그의 목을 확 휘감아 어깨동무했다. 딕이 크하하!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나야말로 너희들까지 끌어들여서 미안해! 군것질하려다가 괜히 사장님 사정을 듣게 돼버려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네 도움 덕분에 사장님도 살아갈 힘을 얻으셨을 거야. 아내분도 어서 나았으면 좋겠다."

"고럼!"

그리고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메이린이 주춤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시몬과 눈이 마주쳤고, 시몬이 턱짓으로 딕을 가리키며 신호를 보냈다.

'으으, 하면 되잖아 하면!'

탁 탁 탁!

얼굴을 새빨갛게 물든 메이린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야! 아까 그으...... 너한테 수전노라고 한 거 있잖아."

"어어, 그거?"

딕이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래, 음~ 가슴 아팠지. 아무리 상인이라고 해도 명예가 없는 건 아니거든! 수전노라는 욕은 참-"

"아, 쫌!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미......!"

"미?"

딕이 과장된 몸짓으로 귀를 들이대며 더 잘 들으려는 듯 쫑긋거렸다.

'내가 봐도 얄밉네.'

옆에서 지켜보던 시몬이 미소 지었다. 결국 메이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미, 미친놈아! 니가 오해하도록 말 안 해줬잖아!"

화를 못 이긴 그녀가 딕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딕이 다리를 붙잡고 으악 거리는 소리를 내며 통통 튀어 다녔다.

"아니, 사과하려는 거 아니었냐고!"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사람 놀리려고만 하는 주제에! 애초에 네 평소 행실을 생각하면 누구나 오해할걸!"

"내 행실이 왜? 좋지 않나?"

"븅딱아!"

하하하하!

시몬이 큰 소리로 웃으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한쪽에는 메이린을, 다른 한쪽에는 딕의 어깨를 감싼 채 앞으로 걸어갔다.

"아, 벌써 학교에 온 것 같네."

그 말에 딕과 메이린도 결국 웃음 지었다.

시몬이 뒤이어 물었다.

"이제 카미만 찾으면 되는데. 어디 있는지 알아?"

"흐흐."

딕이 턱을 쓸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지!"

* * *

같은 시각.

베리노 상업구역.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주위에 몰려들어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지나갈게요!"

사샤와 아서, 그리고 몰리는 인파를 뚫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벌써 도시 경비병들이 현장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고생 많으십니다!"

아서가 경계선을 넘어 불쑥 현장에 들어오자, 경비병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이 꼬마들은."

"저리 안 가?"

아서가 외쳤다.

"관계자입니다! 저는 용병왕...... 아아악!"

사샤가 시크한 표정으로 그의 무릎을 걷어차 자세를 낮추게 하더니, 귀를 붙잡아 당겼다. 그러고는 경비들에게 말했다.

"이 도시의 호텔주라는 분의 임무를 받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 녀석은 상급 용병이고."

사샤가 의뢰자의 이름을 대니, 경비들은 즉시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물러섰다.

일국의 공주로서 그런 모습이 썩 탐탁지 않은 듯, 몰리는 팔짱을 꼈다.

"대체 그자가 얼마나 도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 공무를 수행하는 도시 경비병들도 저러는 거지?"

"일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좋잖아."

그렇게 말한 사샤가 현장을 눈으로 훑었다. 광장에 거대한 손톱자국이 나 있었고, 핏자국이 보였다.

그녀는 주위를 꼼꼼하게 살폈다.

"뭐 좀 알아냈어?"

"응."

사샤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아. 피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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