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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60화 (76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60화

시몬의 등장에 마투학과 학생들의 표정이 모두 긴장감으로 바짝 굳었다.

누가 뭐라 해도 학생회장이라는 직위가 가지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이제 납시셨습니까. 학생회장님."

킨터는 오히려 실실거리며, 반지를 잔뜩 낀 두꺼운 손바닥을 비비는 시늉을 했다. 반지 사이로 온갖 흉터들이 크고 작게 새겨져 있었다.

"참, 이제 학생회장직은 끝났지? 전 특례 1번이라고 불러드릴까."

하라는 대답은 없이 느물거리기만 하니, 시몬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킨터가 '어이쿠'하고 두 손 두 발 드는 시늉을 했다.

"아니 뭐 그냥, 동기들끼리 같이 놀자고 왔는데 분위기가 영 냉랭해서 풀어주려 노력하고 있었지."

"......."

시몬은 화를 가라앉히고 냉정히 생각에 잠겼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키젠 2학년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친구들에게 불쾌한 행동이나 언사를 하면서 도발을 하는 이유.

"용건을 말해."

"그러지 뭐."

그는 편히 앉아서 이야기하자는 듯 손바닥을 내밀었으나, 시몬은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가 무안한 미소를 흘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너희들도 홍펭 교수님 만나러 가는 거지?"

그 말에 시몬을 포함한 멤버들의 눈이 커졌다.

킨터는 '맞네.'하고 자문자답하며 턱을 괴었다.

"우리도 초대받았어. 이렇게 전공자들 4명이서.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홍펭 교수님의 직속제자이기도 하고."

홍펭 교수의 직속제자.

그렇다면 재능은 확실한 녀석일 거라고 시몬은 생각했다.

"X나 좋지. 영광이지! 초원에 있는 홍펭 교수님 댁에 초대받는 건 우리가 최초일걸? 학과 내에서도 누가 초대받을지 다들 들떴었다고. 조교 선생님한테 슬쩍 물어보니까, 교수님은 8명을 초대할 예정이라는 거야."

그가 두꺼운 손가락으로 툭툭 제 뺨을 두들겼다.

"근데 우리 학과에 4명만 뽑혔네? 그럼 나머지 4명은 누굴까? 우리 애들이 가고 싶어서 발 동동 구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전공생들을 제치고 선정된 '교수님이 가장 아끼는 학생들'이 누굴까?"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

"아니, 정확히는 '너'겠지? 시몬 폴렌티아. 우리 홍펭 교수님이 칭찬 많이 하시더라."

시몬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킨터가 혀로 입술을 몇 번 핥았다.

"1학년 때 홍펭 교수님이 제일 먼저 '직속제자' 권유를 한 게 너라는 소문도 있던데, 네가 까버렸다며? 그러니 내가 네 대타인 셈이야. 뭣보다 저번 학기에는 교수님이 네가 에이젤이랑 싸운다는 소문을 듣고 연풍에 인거까지 홀라당 털어서 가르쳐 주셨던데."

그의 눈꺼풀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이게 참 나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다 이거지. 전공생인 나한테도 아직 가르쳐 주시지 않는데. 아, 진짜 질투 나네."

"야."

보다 못한 메이린이 앞으로 나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키젠은 철저한 실력지상주의고, 교수의 편애를 받는 것도 본인의 능력이야. 네 재능과 실력이 부족해서 시몬보다 못한 걸 우리더러 어쩌란 건데? 너 진짜 마인드가 1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 아냐?"

킨터의 눈썹이 꿈틀했다.

"얼굴은 참 내 스타일인데 입이 좀 그러네."

쾅!

메이린이 한기를 뿌리며 다가가자 카미바레즈가 다급히 그녀를 껴안아 말렸다.

"메이린! 진정하세요!"

그녀의 분노로 오두막 주위에 흰 서리가 낀 모습을 본 마투학과 학생들이 바짝 긴장하며 전투자세를 취했다.

"여지도 주지 마, 메이린."

시몬이 여전히 앞을 보며 말했다.

"우린 아직 학생회야."

발락 건으로 학생 간의 분쟁 문제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지금, 굳이 밖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킨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부회장. 네 말에서 한 가지 정정해 줄 게 있는데."

그의 몸에 시꺼먼 칠흑이 일어나 의복의 형태로 휘감겼다.

"나는 실력이 부족하진 않아."

흑의(黑衣).

마투학의 상징이자, 마투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쓸 수 있는 최상위 기술.

'이건 좀 놀랍네.'

지켜보던 딕도 혀를 내둘렀다.

1학년 시절에는 마투학 조교들이 가끔 이 기술을 보여주곤 했는데, 커다란 벽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사실상 마투학 전공자들은 흑의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마투학과 대표인 마검 사용자 쥴도, 아직까지 흑의는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쯤이면 증명했지?"

킨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흑의는 사람마다 그 형태가 천차만별로 달랐는데, 그의 흑의는 어깨가 쩍 벌어진 중장갑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뒤의 동료들도 킨터가 흑의를 꺼내자 얼굴이 환해졌다.

반면.

"......."

시몬의 표정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킨터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고, 딕은 낄낄 웃었다.

'흑의 사용자인 건 놀랍지만, 발락도 두들겨 패던 시몬이 쫄겠냐고.'

드디어 시몬의 입이 열렸다.

"불만이면 증명할게. 개학하자마자 학교에서 정식으로 내게 결투를 신청해."

"엉?"

시몬이 태연하게 덧붙였다.

"마투만으로 상대해 줄 테니까. 그럼 불만 없지?"

킨터의 표정이 해괴하게 일그러졌고, 다른 마투학 학생들도 웅성거렸다. 킨터가 하! 하고 숨을 내뱉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사람 열받게 하는 데 재능 있네. 나는 지금 당장 승부를 봐야겠는데."

"방학 동안 학생 간 교전은 금지되어 있어."

"그럼 이렇게 하자."

그가 두 팔을 펼쳤다.

"내기를 하는 거야. 우리 8명 모두 홍펭 교수님에게 초대받았잖아? 가장 먼저 홍펭 교수님께 도달하는 쪽이 이기는 걸로. 어때?"

"내기 내용은 뭔데."

"괜히 너무 스케일 크게 할 필요 없고, 대장들끼리만 주고받으면 되겠지."

그가 손끝으로 시몬을 가리켰다.

"내가 이기면 넌 졸업할 때까지 마투학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건 어때?"

"!!"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메이린이 울컥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건 너무!"

"좋아."

시몬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미바레즈가 놀라서 말했다.

"시몬!"

"그럼 너는?"

"나도 네 조건이랑 똑같이 마투학 수강을 포기할 거야. 홍펭 교수님 직속제자 자리는 당연히 내려놓는 거고."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쪽은 강제 전과라고. 리스크는 너랑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마음대로 해."

킨터는 메모리얼 수정구로 기록까지 하기로 했다.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시몬! 정말 괜찮겠어요? 지금이라도......."

뒤이어 메이린도 거들었다.

"맞아, 바보야! 너한테 마투는 진짜 큰 자산이잖아! 앞으로 홍펭 교수님 수업 안 들을 거야?"

시몬이 태연하게 빙긋 웃었다.

"당연히 들어야지. 질 이유가 없으니까 받아들인 건데?"

"어휴, 너 진짜......!"

"하하하하! 역시 남자네! 저렇게 빤히 시비 걸고 들어오는데 받아쳐 줘야지!"

딕이 유쾌하게 웃으며 시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걱정하지 마, 시몬. 나만 믿어! 최대한 빠르게 홍펭 교수님 앞으로 데려다줄게!"

"물론 믿지."

킨터와 다른 마투학 전공생들은 머릿속에 진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벌써부터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됐다!', '걸렸다!' 하면서 웃고 있었다.

"저 미소가 얼마나 가나 보자."

메이린이 이를 갈며 중얼거린 뒤, 모두를 돌아보았다.

"기왕 하기로 했으니 절대로 지지 말자! 학생회의 명예를 걸고!"

"당연하지!"

"네!"

이후, 킨터 측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은 내일 아침 해가 뜬 시점, 서로 식별이 가능한 위치에 모여서 해가 뜬 걸 확인한 뒤에 출발한다.

학생을 직접 공격하는 것 외에 어떤 수단도 가능.

초원으로 진입해 '가장 먼저 홍펭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는 조가 승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시몬 일행도 내일의 승부를 위해 일찍 주변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 * *

다음 날 새벽.

해가 뜨는 순간이 출발 시점이었기에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일찍 눈을 떠야 했다.

"시몬! 시몬! 일어나 주세요."

카미바레즈가 흔들어 깨웠다. 대충 세 시간쯤 잔 것 같다고 생각한 시몬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시간이?"

밖을 보니 아직 한참 어둑어둑했다.

이미 옷을 입은 카미바레즈가 쓰게 웃었다.

"죄송해요. 딕이 빨리 일어나라고 해서요."

"일어나시오들!"

밖에 나가 있는 딕이 창문을 쾅쾅 두들겼다.

"마투학과 애들 출발한다! 우리도 가야 해!"

"으으으."

머리가 까치집이 된 메이린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해 떠야 출발이잖아 이 밥팅아!"

"어허, 미리 준비해야지! 서둘러!"

네 사람은 빠르게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 반대편 오두막에서도 마투학과 학생들이 허겁지겁 신발을 신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꺅!"

계단을 내려오던 카미바레즈가 휘청하며 쓰러졌다. 다들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카미?"

"바, 바닥에 뭔가 있어요!"

계단 한쪽에 끈끈이 포션이 묻어 있었다.

"귀여운 방해를 하고 있네."

딕이 얼른 달려와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입으로 뚜껑을 열고는 부었다. 끈끈이는 금방 떨어져 나갔다.

이후에도 달리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 함정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방에서 빛이 번쩍번쩍하고, 구덩이가 파여있는 곳도 있고, 쥐덫이나 뱀들이 깔려 있는 곳도 있었다.

"아, 진짜 이것들이 치사하게!"

말벌을 피해 달리던 메이린이 투덜댔다. 그러다 왓!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위로 거칠게 올라갔다.

"메이린!"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녀는 나무 위 그물에 포획당해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되어 있었다.

"아니, 마투학과면서 뭐 이리 구질구질해! 이것들아!"

그러자 바로 반대편에서 신경질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니들이 할 소리냐!"

퍼어어어엉!

꽈아아앙!

마투학과 쪽에서는 아예 폭음까지 울리고 있었다. 구덩이 함정에 빠진 학생들이 흙범벅이 되어 올라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실은 내가 먼저 시작했어."

딕이 헷 하고 웃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메이린이 그물 안에서 살벌한 시선을 뿜어냈다.

"평민 넌 좀 이따 봐. 그리고 누구든 좋으니 빨리 나 좀 내려줘!"

"가고 있어 메이린!"

시몬이 야생동물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마투기인 '착검'을 사용해 그물 끝을 베어냈다. 이내 떨어지는 메이린을 안전하게 받아내 착지했다.

"계속 가!"

두 팀 모두 함정을 피해 정신없이 달리며 바다로 향했다. 앞장서서 배로 안내하는 딕이 낄낄댔다.

"걱정 마! 이 승부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어!"

"왜?"

시몬의 물음에 딕이 쓱 코를 훑었다.

"내가 어떤 배를 준비해 왔는지 쟤들도 알면 놀랄...... 어?"

딕이 선착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

"......."

배가 한 척도 없었다.

주위를 훑어보던 시몬이 수면 아래를 가리켰다.

"잘 안 보이지만 가라앉힌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끌고 갔거나."

"뭐? 와! 이 새끼들 선 넘네! 아니 근데 내 배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카미바레즈가 다급한 표정으로 딕을 보았다.

"딕! 다른 배는 없을까요?"

"미안, 내 아공간이 배를 막 보관할 정도로 크진 않아서. 일단 근처에서 아무 배라도 빌려보자!"

불평할 시간이 없었다. 네 사람은 흩어져서 배를 빌리러 움직였다.

서서히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딕이 자신의 인맥으로 어떻게든 배를 하나 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로 가는 낡아빠진 배였다. 메이린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걸로 초원에 가려고?"

"괜찮아! 개조하면 돼!"

딕이 즉각 배에 올라타 아공간에서 공구와 마나 엔진을 꺼내 달기 시작했다. 그때 킨터와 마투학과 학생들이 나타났다.

"하하하! 그 쬐끄만 배는 뭐냐?"

"결과는 뻔하네!"

커다란 배에 탄 마투학과 학생들이 웃고 있는 사이로,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태양이 뜨고 있었다.

"해 떴지? 뜬 거 맞지? 그럼 우리 먼저 출발한다!"

부르르르르릉!

마투학과 학생들도 마나엔진을 단 배였다. 시몬 일행은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만 봐야 했다.

"서둘러! 바보 평민!"

"금방이야!"

철컥! 척!

거의 20분 정도가 걸렸다. 배의 겉면을 부수고 마나엔진을 장착한 딕이 이내 엔진을 작동시켰다. 내부의 마나석이 밝게 빛나며 작동을 시작했다.

"좋아 타!"

네 사람이 후다닥 타고, 딕이 마나 엔진을 작동했다.

쏴아아아아-!

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뻗어나갔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붙지 않았다.

먼저 출발한 마투학과 학생들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아, 진짜. 유치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한번 해보자 이거지?"

메이린이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다들 꽉 잡아!"

카미바레즈가 배 난관을 꼭 붙잡고 물었다.

"뭐, 뭘 하려고요?"

* * *

"이겼다! 이 정도로 격차가 나면 절대 못 따라잡지!"

마투학과 학생들은 벌써 승리가 확정되기라도 한 듯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축하고 있었다.

"잘했어."

킨터가 동료 하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빡빡머리의 남학생이 킥 웃었다.

"어제 그 상인 녀석이 배를 댄 걸 발견해서 운이 좋았네."

"시몬 폴렌티아도 별거 아니구만."

다들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는 그때.

"......얘들아."

한 학생이 앞을 가리켰다.

"저게 뭘까?"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빙하였다.

바다 한복판에 빙하로 만든 길이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시몬 일행의 배가 올라타 있었다.

"거기 서어어어어!"

<메이린 오리지널 - 아이스 트랙>

마법을 쓰는 건 메이린이었다. 그녀가 칠흑빙결계로 바다에 빙하길을 만들고, 경사를 자유자재로 이용해 배를 미끄러뜨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철컥! 척!

거기에 시몬이 배의 겉면과 아랫부분에 뼈들을 부착해서 빙하에서 이탈하는 걸 막고 있었다.

물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순식간에 따라잡히고 있었다.

"구경만 할 여유가 있냐?"

킨터가 싸늘하게 말하자, 나머지 학생들이 움찔했다.

"내게 맡겨."

그중 한 명이 팔에 칠흑을 휘감으며 앞으로 나왔다.

<홍펭 리메이크 - 개형 착검>

화아아아아아!

그가 팔을 휘두르자 바다가 치솟았다. 메이린이 얼음으로 길을 만들고 있는 곳을 착검이 스치며 지나가자, 얼음이 마치 스크레치가 난 것처럼 엉망으로 파였다.

"아앗!"

그곳을 지나가는 순간 배가 360도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미끄러졌다. 시몬이 메이린이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었지만, 칠흑빙결계를 일으키는 그녀의 팔이 위로 치솟는 바람에 갑자기 얼음이 중간에 혹처럼 솟았다.

부우우웅!

그리고 배가 그 위로 미끄럼틀 타듯 뻗어 나가 공중으로 힘차게 떠올랐다.

"꺄아아아악!"

"허억!"

멤버들은 떨어지지 않게 필사적으로 배를 붙잡았다.

시몬이 배에 부착한 뼈들을 움직여 속도를 늦춰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스켈레톤의 인력으로 떠받치기엔 배가 너무 무거웠다.

"제게 맡겨주세요!"

그때 카미바레즈가 움직였다. 그녀의 동공이 선명한 일자로 변하며, 붉은 힘이 뿜어져 나왔다.

<카미바레즈 오리지널 - 블러드 윙>

그녀의 등 뒤에 있던 작고 앙증맞은 날개를 중심으로 피가 뭉치더니, 이내 익룡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붉은 날개로 변했다.

펄럭!

배보다 훨씬 더 거대한 붉은 날개가 펼쳐졌다. 낙하 속도가 안정화될 뿐만이 아니라 바람을 탔다.

이내 안정적으로 활강하여 마투학과 학생들의 배를 따라잡았다.

이야호오오오!

신이 난 딕의 외침과 함께, 시몬 일행의 배가 킨터 일행의 배 근처에 떨어졌다. 쏴아아! 하고 물살이 산더미처럼 일어났다.

"따라잡았다!"

"잘했어 카미!"

딕이 엔진을 작동시켰다. 두 배가 거의 동등한 선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쯧, 이렇게 됐으면 어쩔 수 없지."

킨터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시몬을 향해 고개를 까닥했다.

"너도 나와, 시몬 폴렌티아. 제대로 붙어보자."

<흑의>

그의 전신이 검은 옷으로 휘감겼다.

이내 자세를 낮추고 배 뒤쪽을 향해 두 손을 모으더니 눈을 감았다. 몸을 감싸고 있던 흑의가 즉시 그의 손안에 집중되었다.

다른 동료들은 흑마법을 사용해 킨터를 배에 튼튼히 고정시켰다.

<흑의 연계기 - 맹사>

화아아아아아아-!

이내 손바닥에서 칠흑이 부스터처럼 뿜어져 나오며 번개 같은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킨터의 기술 덕분에 거리가 벌어졌다.

딕이 웃으며 시몬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렇다는데, 시몬?"

"어쩔 수 없네.

시몬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공간을 열었다.

"쟤들도 참. 마투학과 애들은 역시 지능이슈가 있다니까."

딕이 낄낄낄 웃었다.

"진심으로 시몬이랑 바다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우우우우우우우우-!

시몬의 아공간에서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래가 울부짖었다.

그러자 바다의 해양 생물들이 하나 둘 그쪽으로 모여들었다.

"자, 잠깐! 저건 또 뭔데?"

지배자의 등장에, 바다가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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