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67화
"교수님!"
"홍펭 님!"
카미바레즈와 마을 소녀가 울먹이며 뛰어갔다.
눈앞의 장면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을 지도했던, 모든 학생이 우러러보았던 홍펭이 지금 쇠사슬에 묶인 채 주저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낡은 옷감처럼 푸석푸석하고, 몸 곳곳에는 크고 작은 상처까지 있다.
"너무해."
충격을 받았는지 메이린이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벽면에 그려진 마법진 쪽으로 향했다.
카미바레즈는 홍펭의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몸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딕도 뒤따라와서 말했다.
"어때? 카미."
"다행히 잠깐 정신을 잃으신 것 같아요. 괜찮아 보이세요."
파직!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진을 해체하려던 메이린이 움찔하며 손을 빼냈다.
"뭐야, 이거? 우리가 아는 마법진과는 구조가 전혀 달라!"
"그야 원시적인 흑마법일 테니 우리가 배운 것들과는 전혀 다르겠지. 일일이 해체할 필요 없어."
딕이 공구들을 꺼내며 말했다.
"사슬을 자르고 물리적으로 마법진과 교수님의 거리를 벌려놓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해보자."
미지의 기술일수록 심플하게 접근해야 했다.
홍펭을 속박하는 건 등 뒤의 저주 마법진이지, 사슬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다. 메이린이 칠흑 화염계 마법을 연달아 일으켜 사슬의 좁은 부위에 열을 가했고, 뒤이어 딕이 커다란 작업용 칼로 한 번에 잘라냈다.
"됐어, 가자!"
딕이 홍펭을 둘러업었고, 나머지 세 사람이 뒤따랐다.
과연 원시적인 마법진답게, 홍펭이 효과 범위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저주의 효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안전하고 먼 곳까지 홍펭을 옮기기로 했다.
"......누구?"
그때 딕의 등 쪽에서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가 눈을 크게 치켜뜨며 소리쳤다.
"홍펭 교수님! 저희예요! 구하러 왔어요!"
"아, 여러분......."
홍펭이 내려달라고 요구하기에, 딕은 적당한 자리에서 그녀를 눕혔다.
미라처럼 비쩍 마른 그녀는 한계에 달한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롭다.
카미바레즈가 망을 보는 사이 딕은 가방에서 응급조치용 포션을 몇 개 꺼냈다.
"약은 괜찮아요. 혹시...... 뭐라도 먹을 거 있나요?"
그 말에 메이린이 가방을 뒤적거렸다. 조리하기 전의 고깃덩이와, 어제 먹다 남은 빵 몇 점이 남아 있었다.
메이린이 내밀기 무섭게 홍펭은 맨손으로 생고기를 덥석 붙잡더니, 우악스럽게 입에 넣기 시작했다.
"까, 깜짝아."
메이린이 움찔하며 물러섰다.
홍펭은 게걸들린 사람처럼 고기와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즉각 변화가 일어났다. 푸석푸석하던 얼굴과 피부에 생기가 돌아왔고, 비쩍 마른 몸 곳곳이 살로 차올랐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살점으로 변해 치덕치덕 들러붙는 것처럼, 전신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내 물까지 들이켠 그녀가 제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는,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꼬여 있던 장기들이 바로잡히고, 다시 피가 힘차게 흐르기 시작하며 혈색이 돌아온다. 몸 곳곳에 산소들이 칠흑으로 바뀌어 체내를 정제화시킨다. 땀구멍에서 오염된 체내 성분들이 방울진 형태로 뚝뚝 떨어져 나왔다.
"하아."
마침내 긴 숨을 내뱉은 홍펭이 학생들을 보며, 평소의 그 어눌한 발음으로 돌아와 말했다.
"감자해요 여러분. 덕분에 잘았어요."
"홍펭 교수님! 정말 다행이에요!"
"홍펭 님!"
카미바레즈와 마을 소녀가 울먹이며 뛰어들었다. 홍펭은 인자한 손길로 그녀들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면목 없네요. 제자들을 피진지켜야 할 교주가 이렇게 도움이나 받고. 붙잡힌 몸으로 많이 걱정했어요.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오지 말아야 할 텐데. 하고."
"무슨 섭섭한 말씀을!"
딕이 콧잔등을 쓱 훑었다.
"교수가 위험에 빠지면 당연히 제자들이 와서 도와드려야죠!"
"네, 고마워요."
홍펭이 생긋 웃어 보인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한 명이 빠진 것 같네요. 지몬은요?"
메이린이 답했다.
"아, 시몬은 지금 괴물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어요. 그사이에 우리가 몰래 들어와 교수님을 구출한 거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홍펭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당황해하자 딕이 얼른 덧붙였다.
"시몬은 괜찮을 겁니다! 키젠의 학생회장이 그런 괴물들에 당할 리가......!"
"그게 아니에요!"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회복된 뒤에야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던 이성과 사고력이 돌아왔다.
"그럼 지금 이곳엔 여러분들만 있는 건가요? 같이 온 자람 없이? 키젠의 지원 병력, 하다못해 요원이나 다른 어른들도......?"
"저희도 홍펭 교수님의 초대를 받고 초원에 들어왔다가 오게 된 거예요. 외부에 연락할 여유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그녀의 표정이 극도로 심각해졌다.
"붙잡혀 있던 제가 구출될 때, 주위에 지키던 자들이 없었나요?"
"네, 뭔가 문제라도......."
"이런."
그녀가 얼른 일행들에게서 물러섰다.
"뮤르의 계략이에요! 떨어져요!"
"호, 홍펭 교수님? 그게 무슨......."
끄윽!
그녀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고개를 뒤틀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성난 파도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눈이 벌게지고 몸에서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어으윽!
끄읍!
"교수님!"
메이린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때 홍펭이 눈에 힘을 바짝 주더니, 그녀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메이린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즉시 홍펭의 옷감 안쪽에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이제 됐어요, 빨리 도망......!"
더 버틸 수 없었다.
피부 곳곳에서 괴이한 반점들이 일어났다. 이내 홍펭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불길한 기운이 양 갈래로 솟구쳤다.
[드디어 몸을 회복했구나. 네 몸을 온전히 가지고 싶어서 공을 들였다.]
끄아아아아악!
그녀의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어갔다.
홍펭의 몸이 변화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가라. 가서 내 숙적을 물리쳐라.]
부릅!
피처럼 붉어진 눈동자가 치켜떠지더니 몸을 굽혔다. 단숨에 바닥을 박차고 그녀의 신형이 빛살처럼 솟구쳤다.
콰콰콰콰콰콰!
그녀가 사원의 천장을 강제로 박살 내며 올라갔고, 그 파편들이 일행들 쪽으로 떨어졌다.
"피해!"
모두가 흩어지는 사이로, 거대한 요새의 파편들이 떨어졌다.
* * *
같은 시각.
사원 밖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피라미드 형태의 가파른 사원을 오르는 중이었다.
제법 높이 올라왔는지, 주위의 경관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모습을 드러내, 뮤르!'
그가 어떤 강력한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사원의 의식을 방해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저벅! 저벅! 저벅!
사원을 지키고 있던 과거 문명의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하나같이 입가에 피를 줄줄 묻히고 있는 끔찍한 모습. 어떤 자들은 흑마법을 발동하려는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돌파한다!'
지금 믿을 건 손에 쥔 헤르세바뿐이다. 시몬이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시몬 오리지널 - 미라 친위대>
허공에 녹색 선이 연달아 그어지자, 몰려들던 고대 주민들의 몸이 반으로 쩍쩍 갈라지며 흩어졌다.
"나이스."
뒤쪽에서 친위대 효과를 받은 미라들이 던졌던 붕대를 다시 회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물리력으로도 파괴할 수 있었다.
'그보다.'
주민들을 파괴할 때마다 이곳에 느껴지는 불길한 칠흑이 아주 미묘하게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그 모든 요소와 과정들이 뮤르의 흑마법 그 자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방해하겠어!'
부웅! 붕!
시몬이 걸음을 옮겼고, 형광빛으로 번쩍이는 미라들이 지형지물에 붕대를 로프처럼 휘감고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주인의 주위를 지켰다.
이에 맞서는 사원의 고대주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가라!"
시몬이 명령을 내리자, 미라들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붕대를 휘둘렀다.
마치 청록빛의 작은 회오리가 몰아치는 듯한 광경. 들이닥치는 고대 주민들을 모조리 갈아버리며 전진했고, 그 틈을 타 시몬은 안전하게 지나갔다.
[꼬맹아! 진짜 끝도 없어!]
시몬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헤르세바가 헥헥대며 말했다. 시몬은 사원의 계단을 올라가며 헤르세바를 내리쳤다.
"미안! 조금만 더 버텨줘!"
<황금화>
바닥이 금빛으로 변하더니, 계단이었던 주위가 매끈하고 미끄러운 경사로로 바뀌었다.
뒤쫓던 식인종들이 더 오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털썩!
"큭!"
갑자기 시몬이 휘청하며 자리에 엎어졌다.
사념으로부터 전해지는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감각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미라 친위대 하나가 고대 주민들의 창끝에 갈라져 있었다.
친위대의 장점이자 단점인 피해 공유 효과. 하지만 시몬은 이를 악물고 떨리는 다리를 강제로 움직여 달렸다.
[꼬맹아! 저기!]
고대 주민들 외에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아까 시몬을 쫓아오던, '얼굴 없는 괴물'들이 다섯 기나 사원을 지키고 있었다.
마치 평평한 살가죽에 두 발로 달리는 인간들이 들어가 있는 듯한 외형. 살가죽 곳곳에는 붉은 피가 그로테스크하게 묻어 있다.
주민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개체들. 이제 사원의 꼭대기에 다다르려 하니 나타난 것 같았다.
"친위대!"
부우웅!
부웅!
뒤쪽의 미라 친위대들이 붕대를 섬광처럼 날렸지만 괴물들의 살갗에 작은 자상밖에 내지 못했다.
쿵! 쿵! 쿵! 쿵!
이번에는 얼굴 없는 괴물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돌진해 온다.
미라들이 다시금 붕대를 보내 몸통을 휘감았지만, 힘에서 밀렸다. 오히려 붕대로 붙든 미라들이 딸려오고 있었다.
'이런!'
시몬이 즉각 아공간을 열었다.
좀비들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붕대로 휘감아 날렸고, 이어서 시체폭발까지 사용했지만, 얼굴 없는 괴물들은 폭발을 정면으로 받으며 들이닥쳤다.
화력이 부족했다.
스윽!
얼굴 없는 괴물들의 팔은 장창저럼 길고 가늘었다. 그 팔을 시몬을 향해 내질렀고, 시몬은 잽싸게 고개를 숙여 피한 뒤, 손바닥을 괴물의 몸통에 처박았다.
<시몬 오리지널 - 촉파>
터어어엉!
두꺼운 가죽 내부를 공격하기 위한 기술이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얼른 팔을 회수하고 괴물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 시몬이 힘차게 도약해서 칠흑을 실은 발차기를 괴물의 뒤통수에 박아 넣었다.
쩍!
'큭!'
시몬이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칠흑을 제대로 실어서 찼는데 오히려 이쪽의 다리뼈에 금이 간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착지에 실패한 시몬이 바닥을 뒹굴며 굴러갔고, 괴물들의 창격이 쾅! 쾅! 하고 연달아 시몬을 노리고 바닥을 찍었다.
[꼬맹아!]
"하아, 하아."
시몬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 미안해! 내가 조금 더 힘에 여유가 있었다면!]
"아니야, 헤르세바."
시몬이 입가를 닦으며 자세를 낮추는 그때.
[크하하하하하!]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 설마!'
[교대다! 헤르세바!]
하늘에서 해골 머리가 둥둥 뜬 채 히죽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도 덩달아 미소 지으며 오른팔을 뻗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 어떤 스켈레톤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실려 있는 뼈들이 날아와 시몬의 팔에 연결되었다.
위기감이 가라앉고 힘이 샘솟는다.
쐐애애애액!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였던 괴물들의 일격이, 이제는 만만하게 느껴진다. 시몬은 손을 들어 올려 괴물의 팔을 가뿐히 붙잡았다.
부르르르-
얼굴 없는 괴물이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이미 힘의 우위는 역전되었다.
시몬은 자신 쪽으로 괴물을 강하게 끌어당긴 다음, 살짝 손에서 힘을 풀며 팔꿈치로 괴물의 얼굴을 강타했다.
쾅!
클린히트.
얼굴 없는 괴물의 몸이 멀리 날아가 사원 바닥에 처박혔다.
-그극!
괴물들이 계속해서 덤벼드는 사이, 이번에는 왼 다리에 피어의 뼈들이 착착 달라붙고 있다.
이내 다리의 본 아머가 완성되자, 시몬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발을 굴렀다.
바닥이 움푹 내려앉고, 즉시 시야가 뒤집힌다. 어느새 시몬은 괴물들의 뒤통수를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까 발차기를 날린 괴물을 향해.
꽈아아앙!
발꿈치로 뒤통수를 가격했다.
단번에 괴물의 머리가 사원의 바닥을 박살 내며 틀어박혔다.
"하아."
시몬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절컥!
절컥!
피어의 본 아머들이 시몬의 몸을 뒤흔들며 연달아 부착되었다. 왼팔, 오른 다리, 가슴과 등.
뒤이어 시몬이 팔을 쭉 뻗자.
처억!
새하얀 파멸의 대검이 손에 붙잡혔다.
쿵! 쿵! 쿵! 쿵!
쓰러져 있던 괴물들이 몸을 일으키고, 다섯 기의 모든 괴물들이 시몬을 향해 돌진했다. 시몬은 망토를 휘날리며 자세를 낮추었다.
철컥!
마지막으로 피어의 투구가 시몬의 얼굴에 덧씌워졌다.
'적을 보는 게 아니라.'
초점에 괴물들에 잡혀 있던 시몬의 시야가 뒤로 물러난 것처럼 멀게 잡힌다. 돌진하는 괴물들의 몸이 선으로 접한다.
'적이 속한 공간을 본다!'
다리를 벌리고 몸을 힘껏 돌린다. 다리가 움직이고 허리가 따라오고, 팔이 따라온다. 망토가 거칠게 소용돌이처럼 펄럭인다.
완벽한 각도.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이 대검을 휘두른 뒤, 몸을 일으켜 허공에 가볍게 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다섯 기의 얼굴 없는 괴물들의 절단된 상반신이 분수처럼 공중으로 치솟았다.
[크하하하!]
뒤이어 피어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짧은 방학 동안 성장했군, 소년!]
"네."
시간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시몬이 빙긋 웃으며 대검을 어깨에 짊어졌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요. 보고 싶었어요, 피어."
[크흐흐! 자세히 이야기는 돌아가면 듣겠다! 우선 뮤르를 쫓아야 한다!]
"가죠!"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시몬이 바닥을 박차고 사원을 뛰어나갔다.
사원의 꼭대기가 보인다.
[오면서 보니 초원 지역의 모든 사원에서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네, 저도 확인했어요."
[끔찍한 냄새가 나는군!]
시몬이 사원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막아야죠. 우선 하나."
사원의 꼭대기에는 제단이 있었고, 그 위에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런데 갑자기 사원 바닥이 지진이 난 것처럼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검을 치켜세운 시몬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콰아아앙!
이내 바닥이 박살 나며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달빛을 가리며 고공에 높게 떠오른 뒤, 시몬의 앞에 내려왔다.
"아직도 적이 있었...... 아?"
시몬의 눈이 부릅떠졌다.
새까맣게 변질된 머리, 축 늘어진 팔다리.
조금 모습이 변하긴 했지만 틀림없었다.
'설마, 홍펭...... 교수님?'
어두워진 머리카락 너머로 붉게 물든 눈동자가 살벌하게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