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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70화 (77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70화

작전이 시작되었다.

뱀들은 초원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시몬과 별야, 홍펭도 흩어져서 그것들을 쫓았다.

-신호는 내가 한다!

별야가 말했다.

-하늘에 요란한 게 터지면 그게 신호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20분이야!

밑도 끝도 없는 별야의 말을 떠올리며 시몬은 달렸다.

바닥에 진동이 느껴지는 지점을 쫓아 왔더니 과연, 초원의 나무들이 장난감처럼 우르르 쓰러지고 있었다. 그 너머로 에일다르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도망치고 있었다.

'찾았다.'

시몬이 발끝에 칠흑을 집중시켰다.

'갑니다, 피어!'

[크흐흐흐! 화끈하게 놀아봐라!]

시몬의 몸이 검은 궤적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주변의 나무를 디딤대로 밟고 뛰면서 속도를 점점 가속했다. 팟! 팟! 소리가 날 때마다 나무가 기우뚱하고 기울어진다.

이내 도망치는 뱀의 뒤를 잡은 시몬이 힘껏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비늘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온다. 뱀의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역시.'

단단한 비늘 때문에 단순한 검격으로는 벨 수 없다.

히드라의 움직임을 봉쇄한 뒤, 제대로 거리와 자세를 잡고 공간째로 베든가. 아니면 비늘을 갈라낸 뒤 맨살이 드러난 부위를 한 번 더 베어야 했다.

그때 히드라가 시몬 쪽으로 아가리를 벌려 독극물을 뱉어냈다. 시몬은 급히 바닥을 밟고 다시 뛰었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엉!

시몬이 있던 자리에 독극물이 떨어지자, 녹색의 파도가 산더미 같은 크기로 올라온다.

[크흐흐! 저런 거에 맞으면 중독되기 이전에 폭사겠군!]

시몬은 식은땀을 흘리며 옆으로 우회했다.

"부탁해, 칼!"

하지만 이쪽도 맹독기라면 있다.

시몬의 외침에 응답하듯, 대검의 색이 음침한 녹색으로 물들었다.

<칼 오리지널 - 맹독야차>

커엉! 컹! 컹!

시몬의 대검에서 극독의 맹견들이 쏘아져 나가 몸통 곳곳에 들러붙었다. 붙은 지점마다 비늘이 녹아내리며 직접 벨 수 있는 포인트가 늘어난다.

"한 번 더!"

재차 대검을 휘둘렀다. 맹독의 광견들이 연신 비늘을 녹여 없앴고, 시몬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회는 왔지만 당장 벨 수는 없다.

'신호는?'

시몬이 고개를 든 시점에, 하늘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녹색 구름이 해골 모양으로 펼쳐졌다. 시몬이 씩 웃으며 도약해 히드라의 몸통 위로 올라왔다.

히드라도 가만히 당해주지 않았다. 뮤르의 소환수답게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지, 곳곳에서 마법진을 펼치고 하얗고 가느다란 뱀을 일으켜 쏘아 보낸다.

"피어! 제 움직임은 맡깁니다!"

[알겠다!]

피어가 본 아머로 시몬의 몸을 조종하며 회피를 맡는다. 그사이 시몬을 팔을 뻗어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딱 쓰기 좋은 조건이다.

<시몬 오리지널 - 드래고니안>

아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드래고니안 슈트가, 착용자가 없는 상태로 시몬과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가자!"

하얀 뱀들이 재차 날아왔지만 드래고니안 슈트가 앞으로 나오며 배리어를 펼쳤다.

뱀들이 배리어에 부딪혀 튕겨 나가거나 도중에 사라진다. 시몬은 그 뒤에 바짝 붙어 뛰다가, 거리가 좁혀진 순간 단번에 도약했다.

"하아아아아아!"

완벽한 찬스.

그의 검이 맹독야차가 녹여놓은 살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머리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히드라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쿠구구구궁!

거구가 나무들을 무너뜨리며 바닥에 쓰러진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히드라를 시몬이 공중에서 내리찍어 마무리했다.

"후우!"

히드라의 머리가 갈라졌다.

이걸로 열 마리 중에 한 마리 베었다.

시간은 2분 정도 소모한 것 같다.

"다음!"

쉴 틈은 없었다. 시몬은 바로 지면을 걷어차며 진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 *

-쉬이이이이익!

이곳에서도 에일다르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빠르게 숲을 부숴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움직일 때마다 자연재해와도 같은 광경을 일으켰다. 뭐가 나타났는지도 모르고 휘말린 동물이나 몬스터의 살점이 핏더미와 함께 튀어 오르고 있었다.

히드라는 이대로 강을 건너 초원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뚝.

그런데 비라도 내리는 걸까. 물방울 같은 게 떨어져 히드라의 동공이 닿았다.

동공이 움직여 하늘을 응시한다.

"하나 발견."

어느새 별야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히드라의 정수리 위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뛰어봤자 벼룩이야."

눈알이 쓰라린 히드라가 거칠게 몸부림쳤다. 별야는 마치 두 발이 붙어있는 것처럼 쪼그려 앉은 자세로 버텼다.

"속 울렁거려 인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최대한 고통 없이......."

쐐애애액!

히드라의 몸통이 채찍처럼 별야의 등 뒤에서 날아왔다. 별야가 쯧 하고 혀를 차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했다.

터업.

다시 히드라의 몸통에 착지한 그녀가 삐쭉삐쭉한 삼각형 이빨을 드러냈다.

"이거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별야 오리지널 - 천변만화(千變萬化)>

별야의 머리끈이 녹아내리고, 생머리처럼 머리카락이 풀어져 휘날렸다.

회갈색이었던 머리카락 색이 변했다. 분홍색, 민트색, 보라색. 마치 온갖 화려한 형광 페인트를 끼얹어 놓은 듯한 형상이다.

"걸어볼까."

그녀가 히드라의 머리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발을 디뎠다.

톡. 톡. 톡. 톡.

두 손을 뒷짐을 진 채 산책하듯 걸어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발에서 '발자국'이 남고, 그 발자국은 단번에 수 미터 내의 독 웅덩이를 형성하며 비늘을 녹여 내렸다.

-시이이이이이이이!

히드라가 별야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알록달록해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보란 듯이 활개 쳤다.

발자국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펑! 펑! 하는 분화구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과 민트색과 보라색의 형광 페인트들이 떨어졌다.

하나같이 강력한 맹독.

비늘을 녹이다 못해 살을 파고들어 뼈까지 녹이는 것도 있었고, 변이시켜서 시꺼멓게 탄 그을림을 만드는 것도 있었다.

"캬하하하하하하!"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화학병기.

그녀가 산책을 시작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히드라는 온몸이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엎어진다.

"에이, 벌써 끝이야?"

별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히드라의 머리 쪽으로 다가왔다. 히드라의 동공이 두려운 빛을 띤 채 별야를 올려다보았다.

"기왕이면, 이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는 거였으면 좋겠다. 그지?"

그녀가 검지를 들어 히드라의 눈앞에 세워 들었다.

"네가 되살아나는 족족 아프게 죽일 거거든."

그녀의 검지 끝이 부르르르 흔들렸다.

그러다.

또옥-

이질적으로 새까만 물방울 하나가 그녀의 검지 끝에서 떨어졌다.

그것이 히드라의 머리에 닿는 순간.

치이이이이이이이익!

그 거대한 머리가 통째로 녹아들어 갔다. 순식간에 히드라의 머리에 호수만 한 구멍이 생겼다. 안에서부터 끔찍한 악취를 풍겼다.

"음."

바닥에 내려온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꽝! 꽝!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군단장 선생은 어떻게든 하겠지만, 동생이 좀 걱정인데."

* * *

-쉬이이이이익!

"후욱, 하아! 후욱."

홍펭이 힘겹게 히드라의 몸통 위를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두 팔을 힘차게 떨치며 달리고는 있었지만, 체력은 진작에 바닥이었다.

'위험해.'

첫 번째 히드라는 시몬과 별야처럼 어렵지 않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히드라를 상대하는 시점부터 육체가 한계에 다다랐다. 호흡으로 마나를 체내에 빨아들여도 칠흑으로 바뀌지 않고, 몸에 힘도 나질 않는다.

거의 살아 있는 송장과도 같은 상태.

홍펭을 움직이는 건 오롯이 정신력과 책임감뿐이었다.

"흐읍!"

그녀가 힘껏 도약해 주먹으로 히드라의 머리를 강타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히드라의 머리가 뒤로 밀려났다.

"아."

하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다.

원래는 바닥에 처박혀야 할 히드라의 머리가 중간에 멈추더니, 공중에 뜬 그녀를 향해 독극물을 발사했다.

그녀가 얼른 두 손바닥을 붙여서 앞으로 뻗었다.

후우우우웅!

강력한 돌풍에 독극물이 날아가기 무섭게, 히드라의 아가리가 확 다가와 홍펭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크윽!"

그녀는 간신히 두 팔로 히드라의 입천장을 붙들고, 두 다리로 지탱하며 자신을 삼키려는 것을 막았다. 히드라는 그대로 그녀를 입에 문 채 끌고 가 근처의 절벽에 머리를 처박았다.

콰콰콰꽝-!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위가 뿌연 흙먼지로 뒤덮였다. 히드라는 흙먼지 속에서 제 머리를 빼내고는, 충돌지점을 향해 독극물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엉!

돌마저 녹여 버리는 강력한 포이즌 브레스가 절벽에서 연신 폭발을 일으켰다. 절벽이 독극물로 범벅이 되어 흐물흐물해졌다.

이내 히드라가 공격을 중단하자.

꽝!

산의 반대편에서 홍펭이 빠져나왔다. 동시에 주먹 쥔 손을 휘둘렀다.

<홍펭 오리지널 - 창류(漲流)>

퍼어어어엉!

주먹을 휘두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 충격파가 히드라의 얼굴에 적중했다. 그러나 대기가 찢어지는 강렬한 효과와는 달리, 히드라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젖혀지는 것에 그쳤다.

스르르르르-

절망적인 상황.

홍펭은 무리하게 움직인 반동으로 다리에 힘이 빠져 한쪽 무릎을 꿇었다. 히드라의 입이 다시 한번 벌어지며 포이즌 브레스를 발사하려 했다.

'움직여!'

그녀가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두 팔로 바닥을 짚고서라도 피하려는데.

꽈드드드드드득!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날아와 히드라의 머리에 부딪혔다.

"......무슨?"

"홍펭 교수님!"

<글레이시아(Glacia)>

하늘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가 두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홍펭의 동공이 흔들렸다.

"메, 메이린 학쟁?"

빙하에 부딪힌 히드라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흔들더니, 다시금 홍펭에게 입을 벌리고 돌진했다.

<블러드 스톰>

이번에는 시뻘건 회오리가 일어나 히드라의 돌진을 막아섰다. 그 옆으로 피로 이루어진 망토를 멋들어지게 두른 뱀파이어 소녀가 보였다.

"이 틈에 피하세요! 홍펭 교수님!"

"카미바레즈 학쟁까지!"

하지만 히드라는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보다, 가장 강대하면서도 현재는 전투불능인 홍펭을 본능적으로 노리고 쫓아왔다.

"실례할게요!"

메이린이 손짓했다. 홍펭의 발밑으로 마법진이 그려지는 듯하더니, 빙하가 불쑥 올라와 그녀를 위로 들어 올렸다.

홍펭은 갑자기 올라온 빙하에 중심을 잃고 기우뚱하며 뒤로 넘어졌다.

"하하! 잡았습니다!"

쏴아아아!

강에서 배를 대놓고 대기하고 있던 딕이 그녀의 몸을 안전하게 받아주었다. 홍펭의 눈이 커졌다.

"딕 학쟁!"

"꽉 잡으십쇼 교수님!"

딕이 배에 장착한 마력엔진을 작동시켰다.

쏴아아아아아!

딕과 홍펭을 태운 배가 빠르게 강의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히드라가 신경질적으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뒤쫓아왔다.

"교수님께는 못 가!"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뛰쳐나오며 고화력의 칠흑빙결계와 혈류계 마법을 쏟아부었다. 그사이 딕이 홍펭을 배에 앉히고는 말했다.

"큰일 날 뻔했어요. 이대로 안전한 곳으로 모실까요?"

그 말에 홍펭이 눈에 힘을 꽉 주더니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안 돼요! 저 괴물이 도망치기 전에 지금 바로 쓰러트려야 해요!"

바로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딕이 씩 웃으며 외쳤다.

"메이린! 카미! 다들 들었지?"

"네!"

그때 히드라가 카미바레즈의 견제를 뚫고 강으로 들어왔다. 거대한 입을 쩍 벌린 채, 강물을 가르며 전진해오는 모습은 뒷머리가 곤두설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워후, 스릴 넘치는데."

딕이 히드라가 쫓아오는 광경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공중에서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나타났다.

"배를 대고 이쪽으로 올라타! 평민!"

<메이린 오리지널 - 아이스 트랙>

공중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길이 나타나고, 딕이 인챈트를 건 배를 그쪽으로 이동시켰다.

덜커덩!

배가 얼음 길 위로 올라왔다. 홍펭이 휘청이며 배의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카가가가각!

배가 공중에서 얼음길을 타고 나아가기 시작했고, 히드라의 머리가 그 얼음길을 휘감으며 끔찍한 아가리를 벌린 채 쫓아왔다.

홍펭이 소리쳤다.

"내려줘요 딕! 아직 여러분이 장대하기에는 저건......!"

"지금은 1초라도 몸을 회복해 주세요."

딕이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저 괴물에 결정타를 먹이기엔 저희 화력이 살짝 부족해요. 마무리는 교수님이 해주셔야 해요."

"!"

"그럼, 괴물의 목덜미까지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딕이 아공간에서 날개 달린 특제 흑마법 폭탄을 한 아름 꺼내 '인챈트'를 걸고 얼음 트랙에 던졌다. 폭탄들은 통통거리며 나아가 얼음 트랙을 휘감고 있는 히드라의 몸통 곳곳에 들러붙었다.

"이거 따라 해보고 싶었다고!"

딕이 손바닥을 쫙 펼친 뒤에 주먹을 쥐는 시늉을 했다.

<인챈트 해제>

꽈아아아앙!

꽈아아앙!

히드라의 몸 곳곳에 새까만 폭발이 일어났다. 히드라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으며 추격을 중단했다.

부웅!

그사이 카미바레즈가 뛰어들었다. 히드라의 목덜미에 올라탄 그녀가 앙- 하고 입을 벌렸다. 입을 벌린 그녀의 앙증맞은 송곳니는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꽈드득!

이내 그녀가 힘껏 히드라의 비늘을 물었다. 히드라의 비늘이 유리장처럼 쩌저적 금이 가더니, 와장창 소리와 함께 비늘 한쪽이 벗겨졌다.

카미바레즈가 떨어져 나오며 외쳤다.

"지금이에요!"

"나이스 카미!"

메이린이 소리쳤다. 앞서 아이스 트랙을 만들던 그녀가, 트랙의 방향을 돌려 히드라 쪽으로 향하게 했다.

이내 딕과 홍펭을 태운 배가 히드라 쪽으로 떨어졌다.

"아."

홍펭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바로 정면에, 카미바레즈가 파괴한 비늘 사이로 선홍빛 속살이 보인다.

"제 말이 맞죠?"

딕이 씩 웃었다. 그녀는 제자들의 활약에 감격이 몰아치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갑자기 몸에 힘이 붙는다. 마비됐던 다리가 다시 움직이고, 호흡이 비로소 칠흑으로 바뀐다.

스슷-!

충격으로 움츠리고 있던 히드라도 충격에서 회복되었는지, 다시 눈을 치켜뜨고 홍펭을 노려본다. 홍펭이 갑판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단 두 번만 타격하면 돼.'

첫번째 타격으로 놈을 바닥에 메다꽂아 고정시킨 뒤, 그 뒤에 올라타 부서진 비늘 사이로 충격파를 흘려 넣으면 이긴다.

히드라가 돌진해 왔고, 그녀 또한 주먹을 휘둘렀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꽈아아아아아앙!

그녀의 주먹이 히드라의 머리 정중앙에 꽂혔다. 히드라의 머리가 크게 기울어지며 땅에 부딪히려 했지만, 힘으로 버텨냈다.

'역시 힘이 안 들어가!'

홍펭이 속으로 좌절했다. 히드라가 다시 입을 벌리며 돌진해 오려는 순간.

"하아아아아아!"

뒤쪽에서 메이린과 딕, 카미바레즈가 불쑥 나타나 홍펭보다 먼저 돌진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사용하는 건 홍펭이 가르쳐 준 기술.

"취타!!"

칠흑이 휘감긴 세 학생들의 주먹이 히드라의 머리에 꽂혔다.

꽈아아아아아앙!

히드라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며 흙먼지가 맹렬하게 피어올랐다.

이 세 사람은 결코 마투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투는 노력과 근면, 성실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

시몬 같은 천재만 마투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이들이 1년 반 동안 꾸준히 단련하며 그녀에게 배운 마투. 그리고 그 마투기로 만들어낸 틈.

"지금이에요 교수님!"

"힘내세요!"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

홍펭은 쓰나미처럼 차오르는 감격을 느끼며 재차 주먹을 움켜쥐었다. 주먹에 지금까지 그 어떤 것 기술보다 거대한 칠흑이 휘감겼다.

이내 그녀의 주먹이 비늘이 회복되기 전, 비늘이 갈라진 맨살을 향해 내리꽂힌다.

<홍펭 오리지널 - 창파(滄波)>

꾸그드드드드드득!

거대한 충격파가 맨살을 파고들어 히드라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고.

콰과과과과과과!

히드라는 마치 전류가 흐른 것처럼 몸을 비틀었다. 몸에 달려 있는 수 천장의 비늘들이 떨어져 나가고, 수 천의 구멍에서 핏방울을 뿜어냈다.

쿠우우우웅-!

거구가 무너져 내린다.

홍펭도 팔을 축 늘어뜨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홍펭 교수님!"

"교수님!"

학생들이 달려왔다. 그녀는 두 팔을 크게 펼치더니 학생들을 끌어안았다.

"다행입니다!"

그녀가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무자해저 다행이에요. 여러분!"

학생들도 활짝 웃으며 홍펭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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