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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82화 (78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82화

드디어 문제의 장송학 수업시간이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강의실에 모여들었다. 새로운 교수가 누구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초청 교수라면 최근까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겠네. 거기에 고위계 네크로맨서에 여성이면 포렐라 경 아닐까?"

"일리 있는데! 키젠 졸업생이시기도 하고."

"내 생각에는 루디하 백작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 강의실에 도착한 시몬은 자리를 잡고 가방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먼저 도착한 로레인이 앉아 있었다.

"로레인, 혹시 뭐 아는 거 있어?"

로레인은 그저 머리를 쓸어넘겼다.

"글쎄."

아는구만.

100% 알고 있네.

평소처럼 무표정해 보였지만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혀 있는 걸 시몬은 보았다.

저벅. 저적. 저벅.

학생들의 뒤를 이어, 조교들이 하나둘씩 강의실에 들어오고 있었다.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린과 룬의 조교들이었다.

이번 초청 교수는 급히 오느라 따로 조교진을 꾸리지는 못했는지, 장송학 수업의 조교들을 그대로 채용하려는 것 같았다.

이들을 이끄는 수석조교가 강단에 올라온 뒤 절도 있게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교수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드르륵.

드륵.

학생들이 하나둘 책걸상을 끌며 일어났다.

새로운 교수와의 첫 만남.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교수가 들어올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뚜벅 뚜벅.

절도 있는 발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고 있는 건 굽이 있는 구두류 같았지만, 걸음은 군인의 군홧발 같은 느낌에 가깝다. 힘과 절도가 느껴진다.

그렇게 긴장감 가득한 정적 속에서, 마침내 새로운 초청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

곳곳에서 숨 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백한 그믐달을 연상케 하는 흑발과 맹금류를 닮은 부리부리한 눈매, 그 아래에 나 있는 눈물점이 눈매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말끔한 정장이나 슈트를 선호하는 다른 키젠 교수들과는 다르게, 지휘관들이 입는 제복을 어깨에 걸쳤다.

학생들은 강단으로 올라오는 그녀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처억.

마침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멈춰선 그녀가 학생들을 쭉 훑어보았다.

"반갑구나."

그녀의 입이 열렸다.

"진 아르스칼트다. 그대들을 한 학기 동안 가르칠 임시 교수이니라."

──────!!!

터져 나오는 외침에, 조교들은 웃는 얼굴로 귀를 틀어막았다.

-우와아! 와아아아!

-아르스칼트라면 그, 북부대공? 맞지?

-현역 군단장이잖아!

-키젠 섭외력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진짜.......

-그런데 북부대공이 여자였어?

강의실이 광란과 흥분으로 넘쳐흘렀다. 당사자를 앞에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결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감정이 격양되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몇몇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벼보기도 했고, 또 어떤 학생들은 벌써부터 사랑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시몬이 쓰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북신과의 전쟁이 끝난 뒤, 그녀가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편지로 이번 방학 때 뭔가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라는 이야기를 해서 짐작은 했지만, 설마 반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도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시몬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

시몬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티 나지 않게 살짝 인사했다.

'그보다 신기하네.'

다른 곳도 아닌 키젠에서 그녀와 재회하게 되다니. 반가움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북부대공이 우리 교수님이라니!"

옆에서 신나게 방방 뛰어다니던 에슈가 한숨 돌리며 말했다.

"진짜 신기하지 않아? 데스나이트 소년!"

에슈가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의 토토는 진에게 시선이 팔려 있느라 전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만, 자중하십시오."

잔뼈 굵은 수석조교가 앞으로 나와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학생들이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교수님."

"그래."

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듣자 하니 내 소개를 따로 할 필요는 없겠구나."

흥분해서 정보를 줄줄 쏟아내던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대들이 나를 신기해하듯 나 또한 그대들이 신기하느니라. 그래, 그대들이 그 유명한 키젠의 학생들이구나."

뭔가 묘하게 여운이 있는 목소리였다.

다시 한번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본 그녀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전장에 투입되면 절반은 바로 죽어 나가겠군."

"!"

"나는 어린 나이부터 현장에서 굴러온 터라, 사람을 봐도 살 사람과 곧 죽을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다. 직업병의 일종이니 이해해라."

쿵!

언제 꺼냈는지 모를 지휘봉을 바닥에 내리친 그녀가, 지휘봉에 무게를 싣고 자세를 낮추며 맹금류 같은 눈동자로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전임 교수가 어떻게 수업을 진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수업은 다소 가혹할 것이니라. 교육은 실전처럼 진행할 것이며, 나태와 태만에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대들의 얼빠진 표정이 그리 좋은 첫인상은 아니다만, 교육이 시작되면 빠릿빠릿한 모습을 기대하겠다."

역시 그녀에게는 군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수업 들으러 온 강의실이 아니라, 군사 훈련장 한복판에 온 기분이었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답은?"

예!

학생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북부대공을 실물로 영접하며 감동한 것도 잠시, 저마다 쉽지 않겠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자신도 모르게 차렷 자세가 된 학생들도 있었다.

첫 만남부터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한 그녀가 등을 돌렸다.

"조교들은 훈련복을 지급하라. 앞으로 내 수업에서는 이 옷을 입고 나오도록 해라."

조교들이 기다렸다는 듯 뛰어나와 훈련복을 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아니, 이게 뭐야.'

시몬이 쓰게 웃었다. 별 특징 없는 군방색 옷이었는데, 주머니가 많고 활동성이 높아 보였다.

가끔 칼로스 북부에서 전사들이 이걸 입고 다니는 걸 봤다.

'대공. 이건 군사훈련이 아니라 장송학 수업이라니까요!'

시몬은 노심초사하며 동기들의 눈치를 보았지만, 그들은 세상 진지한 눈으로 훈련복을 꺼내 보고 있었다.

"이 옷에도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흑마법이 걸려 있을지도 몰라."

......그냥 평범한 훈련복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받은 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류의 영웅, 북부대공이라는 후광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래도 그녀의 실체를 아는 시몬은 하루빨리 진과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맷 코머입니다!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허가하마."

맷 코머의 얼굴이 기쁨으로 상기되었고, 질문할 기회를 넘보던 학생들은 아쉬움에 입을 다물었다.

"저는 교수님의 정말 큰 팬입니다! 칼로스 출신이라서 어릴 때부터 북부대공 이야기를 듣고 자랐어요! 특히 교수님의 에이션트 언데드인 헤이트가 위기에 빠졌던 벌판전투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적의 포위망에 갇혔을 때 교수님은 어떻게 얼음강에 몸을 숨긴 채 빠져나갈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이 눈을 찌푸렸다.

"그 질문이 내 수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하라."

"네, 네?"

"나는 그대들을 가르치러 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니라. 수업에 관련되지 않은 사적인 질문은 일체 받지 않겠다."

"죄송합니다!"

시몬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었다.

'......그래도 학생이 질문하면 대답해 주는 게 키젠 교수의 기본인데요.'

혹시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을까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학생들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X나 카리스마 있으셔."

"괜히 인류의 영웅이시겠냐."

다들 이미 북부대공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뭔 말을 해도 대공의 깊은 뜻이라면서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다.

아무튼 맷 코머가 호되게 당하고, 누구도 질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진은 수업에 관한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입을 열었다.

"장송을 가르치기 전에 그대들의 썩어빠진 정신상태부터 고쳐주고 싶지만, 아론 교수가 첫날은 편히 넘어가라 했으니 참겠다."

그녀가 등을 돌리자 대공 코트가 나부끼며 흔들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수업은 단단히 마음의 각오하고 나오거라. 이상이다."

수석조교가 수업 종료를 알리고, 진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학생들도 짐을 챙기기 시작하며 저마다 흥분한 얼굴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빨리 다른 학과 애들한테 자랑하러 가고 싶어!"

시몬도 적당히 동기들의 옆에서 걷고 있는데.

"시몬 학생! 시몬 학생!"

"네?"

조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와 붙었다. 그러곤 시몬만 들릴 수 있도록 귓속말로 말했다.

"교수님께서 찾으십니다."

시몬은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내 같이 퇴교하던 조원들에게 동아리 관련 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다고 말해놓고는, 옆길로 빠져나와 다시 강의실 쪽으로 걸었다.

마침 복도에 수석조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이내 조교를 따라 복도를 가로질러 어떤 방 앞에 섰다.

방에는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진 아르스칼트 교수 연구실>

이걸 보니 비로소 그녀가 교수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수석조교가 정중히 노크했다.

"교수님, 시몬 학생이 왔습니다."

"들여보내거라."

달칵!

시몬이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은 북부대공, 진이 근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시몬은 공손히 인사했고, 진이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고는 수석조교를 보았다.

"그대는 나가보거라."

"예."

수석조교가 끼이익 문을 닫고 걸어갔다.

이내 달칵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수석조교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비로소 주위가 조용해지며 온전히 이 공간에 두 사람이 남았을 때.

"여전하구나, 건방진 것."

근엄한 척하던 그녀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함박웃음이 흘러나왔다.

"대공!"

시몬도 반가움에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재회의 포옹을 했다.

제7군단장과, 제2군단장이 키젠 내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잘 있었느냐?"

"덕분에요! 그런데 왜 교수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 안 해주셨어요? 깜짝 놀랐잖아요!"

"극적으로 만나야 더 재미있지 않겠느냐. 나도 말하고 싶어서 참느라 혼났다."

그녀가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아까 강의실에 군기를 잡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하고는 딴판의 모습. 시몬만이 아는 그녀의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칼로스 북부에서 함께 싸웠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느껴졌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시몬은 칼로스 북부 특유의 쌉싸름한 차를 만끽한 뒤 입을 열었다.

"그럼 린 교수님과 룬 교수님이 전장에 간 것도, 사실은 대공이 요청해서......."

"아니, 그건 실제상황이니라."

진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본래는 키젠 견학을 마치고, 예비 교수로 시작해서 이것저것 알아본 뒤에 임용할 생각이었으나, 네프티스 님이 먼저 제안했다. 지금 장송학 수업이 공석이니 해보지 않겠냐고."

시몬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수업은 자신 있으신 거예요?"

"물론이다."

그녀가 테이블에 놓인 장송학 교과서를 들어서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여기 나온 기술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게 기본 조건이라면, 여기 오기 전에 다 해봤느니라. 쉽더군."

시몬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 군단장은 군단장. 학생 수준의 장송기는 그녀에겐 간단했던 모양이다.

"나야 늘 북부군의 부족한 언데드를 최대한 효율 좋게 써먹어야 했으니, 이쪽 계열의 요령 정도는 가지고 있었느니라."

"다행이네요."

"그래. 물론 네프티스 님의 제안 외에도,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있다."

"뭐죠?"

그녀가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조금 부끄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때문이지 뭐겠느냐. 건방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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