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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84화 (78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84화

로레인이 만든 데드아머.

내부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갑옷도 제대로 갖춰졌고, 안에 들어가 있는 쉘터릭 언데드의 상태도 양호하다.

그런데.

'프릴에 리본은 뭔데!'

외부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핑크색 리본에 하트 마크에 프릴까지. 공주님 액세서리 같은 게 잔뜩 달려있었다.

심지어.

고오오오오오오-!

갑옷의 이음새에서 칠흑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투구로 보이는 안광도 심하게 번쩍거린다.

널 죽이겠다. 없애버리겠다.

그런 강렬한 기운이 이 핑크색 빈 갑옷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어때?"

쑥스러운 투로 물어본 로레인이 텅 빈 갑옷을 애정 있게 쓰다듬었다.

"압도적으로 강한 아이를 만들고 싶어서, 각 칠흑 마법진의 연동 공간에 칠흑을 담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담아봤거든."

시몬이 얼른 갑옷에 달린 장식들을 떼어내며 말했다.

"......평가항목에 은밀성 요소 있는 거 알지?"

데드아머 자체는 데스나이트를 만들기 위해 거쳐 가는 언데드일 뿐, 실전성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가장 유효한 전술은 장식인 척 있다가 적을 기습하는 것이다.

반드시 텅 빈 갑옷뿐만이 아니라, 화분이나 관, 램프 등에 깃들게 하는 데드아머들까지. 거의 모든 데드아머가 기습용도로 쓰인다.

즉, 데드아머 자체가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설계된 언데드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화려한 외형에, 전투에 올인한 설계는 적합하지 않다.

"별로야?"

첫 수업이라 힘을 냈던 로레인이 조금 풀이 죽은 얼굴이자, 시몬이 애써 웃으며 손을 마구 휘저었다.

"아냐, 아냐! 언데드 제작에 정답은 없다고 아론 교수님이 늘 말씀하셨잖아!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의......!"

우당탕탕탕탕!

갑작스럽게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시몬의 말이 끊겼다.

난데없이 갑주가 넘어지며 투구와 부츠 등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건틀릿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부츠가 붙어 있고, 투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건틀릿이 붙어 있는 괴팍한 고철이 기어서 움직이고 있었다.

"기다려어!"

아무래도 토토의 작품인 것 같다. 그가 울먹이며 데드아머를 뒤쫓아갔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데드아머를 만들랬더니, 키메라를 만들면 어떻게 해.'

아무래도 첫 수업부터 10조는 위기인 것 같다.

물론 이번 수행평가는 팀워크나 조별점수는 따로 없지만, 같이 투입되는 건 마찬가지이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토토!"

에슈가 수습을 위해 뛰어왔다. 그녀는 영리하게 중량 저주를 걸어서 갑옷을 멈추게 했고, 토토가 그 위로 올라타 소환 마법진의 전원을 껐다.

"고, 고마워 에슈."

"시작부터 삐끗하면 어쩌니? 데스나이트가 네 꿈이라며!"

"미안! 정신 차릴게!"

다행히 에슈의 옆으로 따라온 데드아머는 꽤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역시 성적 상위권다웠다.

시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조는 전술을 조금 특이하게 가져가자."

조원들이 시몬을 보며 눈동자를 깜빡였다.

"특이하게?"

* * *

드디어 10조의 수행평가 차례.

이번에도 시험관이 역할을 맡은 소환학 조교가 터덜터덜 힘 빠진 걸음으로 고성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죽겠네, 오늘 끝나면 로체스트에 가서 거하게 걸치고 자야겠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오래된 복도에 빈 갑옷이 좌우로 쭉 펼쳐져 있다. 그 밖에도 각종 고철과 잡동사니가 널려 있다.

스릉!

조교는 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평가장소로 들어갔다.

이 평가를 계속해 왔지만,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인지 복도를 지날 때마다 늘 느낌이 새롭다. 검을 들고 경계한 채,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며 갑옷을 훑어본다.

'이번 조는 찾기 어렵네.'

학생들이 만든 데드아머는 티가 난다.

이 고성에 원래부터 널려 있던 무수한 고철 갑옷으로 '데드아머'를 제작했겠지만, 학생들의 손을 거친 갑옷들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풀풀 풍긴다.

갑옷이 깨끗하다거나, 자세가 부자연스럽다거나, 특정 부위의 먼지가 쓸려 있다거나.

디테일 부족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교에게 발각당해 먼저 공격을 받아 무너진다. 그런 경우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데드아머라도 C평가가 최대다.

조교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B평가. 그리고 데드아머로 조교에게 유효타를 가하면 A+평가다. 물론 조교는 칠흑도 쓰지 않고 움직임도 어느 정도 제한된 상태지만, 데드아머로 A+를 따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이번 조는 제법인데.'

벌써 절반을 걸어왔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지나오면서 놓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냥 마지막에 데드아머들을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교는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절그럭!

등 뒤로 갑옷의 이음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교의 귀가 쫑긋했다.

'제법인데!'

조교의 등 뒤로 나타난 데드아머 하나가 검을 휘둘렀다. 조교도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받아냈다.

까앙-!

정석적으로 잘 만든 데드아머.

에슈의 작품이었다.

'인정, 인정이야. 이 녀석은 최소한 B평가는 줄 만한...... 응?'

그때 아래쪽에서 괴이한 자세의 데드아머가 팔을 뻗어 조교의 발목을 덥석 붙잡았다. 건틀릿과 부츠가 하나로 이어져 붙어 있었다.

'저거 그냥 고철인 줄 알았는데!'

바로 토토의 데드아머였다. 조교는 급히 반대쪽 다리로 데드아머의 투구를 걷어차 무너뜨린 뒤, 에슈의 데드아머와 맞대고 있던 검을 쳐내고, 칼등으로 후려쳐서 그녀의 갑옷 또한 무너뜨렸다.

"당했네."

조교가 혀를 차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고오오오오오오!

쉴 틈도 없었다. 살기를 풀풀 풍기는 큼지막한 데드아머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제작자의 마지막 자존심인 듯, 투구에 앙증맞은 리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숨길 생각도 없는 거냐! 먼저 발각당하면 아무리 잘해도 C평가라고!'

설마 정면 승부를 걸어올 줄이야. 조교는 당황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까아앙!

두 쇳덩이가 부딪혔다. 조교의 눈이 부릅떠졌다.

'데드아머가 무슨 힘이!'

손아귀가 부서질 듯 아팠다. 로레인의 데드아머가 패도적으로 장검을 휘둘렀고, 당황한 조교가 아슬아슬하게 검을 부딪혀 막아냈다.

그래도 데드아머의 특성상 힘만 강할 뿐, 기술적인 검술은 아니다. 이번에도 조교가 데드아머와 검을 맞댄 채 흘려넘기려는데.

쐐애액!

창이었다.

난데없이 날카로운 창끝이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조교가 대경실색하며 검을 회수해 그 창격을 막아냈다.

'저 데드아머는 또 언제......!'

로레인의 데드아머 뒤에 숨어 있던 새로운 데드아머가 협공을 해왔다. 심지어 창을 내지르고 빙글 몸을 돌리며 창대를 휘두르는 기술까지.

이 연계기는 틀림없는 창술이다. 결코 데드아머가 할 수 있는 무예가 아니었다.

'창으로 쓰는 마투기! 이건 누가 조종하는 거야?'

창격을 무리하게 받아낸 조교는 결국 무지막지한 힘으로 휘둘러지는 로레인 데드아머의 장검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손등에 타격을 허용했다.

부웅!

이내 뒤로 물러난 시몬의 데드아머가 연결 동작처럼 등 뒤의 매고 있던 활을 꺼내더니 화살을 날렸다.

그것은 조교의 장딴지 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배리어 때문에 타격은 없었지만, 조교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평가 종료다.

그 순간 정확히 아론의 방송음이 들렸다. 바닥에 걸터앉은 조교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10조 평가 결과. 에슈 아르젤 A, 토토 아모리 B-. 그 뒤의 두 데드아머는 정체가 발각되면서 은밀성 평가에서 실점했지만 조교의 몸을 직접 타격했으니 최고 가산점을 부여한다.

잠시 쓱쓱 깃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다가, 다시 아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몬 폴렌티아 A+, 로레인 아크볼드 A+평가다.

와아아아아아아!

위층에서 아론의 말만 기다리고 있던 10조 조원들이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모두 자신의 데드아머로 가능한 최고의 성적을 따낸 셈이다.

"10조, 수고했다. 돌아가도 좋다."

모니터실에서 통신 수정구를 내려놓은 아론이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같이 화면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교도 웃었다.

"시몬 학생은 늘 우릴 놀랍게 하네요. 데드아머로 저런 컨트롤이 가능하다니."

아론이 더벅머리를 쓸어넘기며 덤덤하게 대꾸했다.

"이 정도로 녀석에게 놀라워하긴 이르다. 이번 학기에는 이슈가 많으니."

* * *

다음 날.

일반과목 수업을 위한, '수강 신청'시즌이 시작됐다.

키젠의 수강신청은 살벌하기로 악명 높았다. 룰은 1학기와 동일했다. 교수에게 찾아가서 수강신청서를 제출하는 것.

물론 몬스터나 함정등 방해요소가 가득해서, 교수에게 도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수강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인기가 많은 교수들의 수업은 경쟁이 박 터지기 마련이다.

키젠 본부에서는 어젯밤부터 2학년 캠퍼스를 결계로 통제한 뒤, 몬스터들을 잔뜩 깔아두는 등 철야해서 무대를 만들었다.

-그럼, 수강신청을 시작하겠습니다!

함정 전문인 '카드의 네크로맨서', 엔돌라스 보드빌의 외침과 함께 학생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캠퍼스로 들어갔다.

* * *

쏴아아아아-!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각 교수들은 제 연구실에 앉아 서명을 위한 깃펜을 준비한 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맹독학과 연구실의 별야 또한 하품을 하며 축 늘어져 있었다.

"애들은 한 시간쯤 지나야 오겠지?"

별야가 개설한 일반과목 수업은 이전 학기에도 풀 정원을 기록했지만, 첫 순위로 신청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대진 상대가 나쁜 탓이다.

칠흑역학의 제인, 저주학의 바힐, 마투학의 홍펭.

저 세 사람에 비해 별야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했다. 물론 맹독학 자체가 일반과목으로 듣기에 그리 인기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별야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별야가 흠칫하며 눈매를 좁혔다.

"뭐야, 벌써 왔다고? 수석아. 지금 장난치는 거지?"

"교, 교수님!"

문 뒤에서 환희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박이에요! 누가 왔는지 보세요!"

"엉?"

절컥!

이내 문이 열리고 등장한 학생의 모습에 별야의 눈이 커졌다.

비에 젖은 우비 자락을 흔들며 걸어오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

다름 아닌 시몬이었다.

"교수님."

그가 두 손으로 공손히 수강신청서를 내밀었다.

"수강신청 하러 왔습니다."

별야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와락 달려들었다.

"꺄하하하하! 우리 귀염둥이가 날 이렇게 감동시키네? 내가 첫 번째인 거야? 엉?"

"교, 교수님! 숨이......!"

힘껏 시몬을 안아준 별야가 삐쭉삐쭉한 상어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1학기 때 내 수업을 신청 안 한 게 맘에 걸렸나? 그렇게 무리 안 해도 되는데. 칠흑역학이랑 저주학은 어쩌고?"

"이제 가야죠."

시몬이 빙긋 웃었다.

"이번에는 1학기 때 순서의 역순으로 가기로 했어요."

"오호?"

전 학기의 역순.

즉 별야의 수업을 신청한 뒤, 홍펭, 제인, 바힐 순으로 간다는 뜻이었다.

"멋진 계획이긴 한데, 가능은 하냐?"

척.

시몬이 창가를 밟고 몸을 던졌다.

"이 정도도 못해내면 발락을 이길 수 없겠죠."

"크으, 화끈하구만!"

그리고 그가 장담한 대로.

시몬은 정말로 해냈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별야의 강의실을 거친 뒤, 경쟁이 적당한 홍펭을 거쳐, 너무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칠흑역학과 저주학과 건물을 거쳤다.

경쟁이 너무 과한 탓에 오히려 늦게 돌아오는 시몬의 전략이 유효했다.

서로 싸우던 학생들끼리 힘이 빠진 사이, 시몬은 빈틈을 비집고 돌파하여 제인과 바힐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당신은 나를 안달 나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시몬이 도착하지 않자,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저주라도 쓰려고 했던 바힐은 마지막 수강생으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시몬을 맞이했다.

전 학기의 역순으로 찾아왔다고 하니, 그 또한 흔쾌히 웃으며 시몬의 수강신청서에 서명했다.

-바힐 교수님의 저주학 수업. 수강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시몬이 물러나고, 수석조교 체헤클이 창밖으로 흑마법을 사용해 학생들에게 정원이 꽉 찼다는 사실을 알렸다. 학생들은 아쉬운 탄성을 흘리다가도, 다음 수업을 신청하러 달렸다.

"아아주 특별해."

모든 서명을 마친 바힐이 소파에 등을 묻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체헤클이 옆으로 와서 빙글빙글 웃었다.

"시몬 학생이 이미 교수님의 계획을 알고 있던 거 아닐까요?"

사실 바힐은 시몬을 독차지하기 위해, 그가 제인이나 홍펭의 수업에 가지 못하도록 시몬에게만 발동하는 저주 함정을 연구실로 오는 길목에 만들어두었다.

하지만 시몬은 가장 늦게 바힐의 연구실을 찾아왔고, 바힐이 그 함정을 발동하는 일은 없었다.

"큰 뜻을 가진 자는 하늘이 구한다."

바힐이 손끝을 세웠다.

"내 꾀에 내가 당한 건지 시몬 학생의 운이 좋은 건지, 그런 건 상관없는 사소한 문제입니다. 흔해빠진 범재들과는 다른 행보. 이에 세상이 응답한 거겠죠."

'하여간 원조 시몬 바보.'

체헤클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수석조교인 그녀가 몰래 시몬에게 정보를 흘린 거였다.

예전에 시몬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늘 자신의 상관에게 시달리는 시몬이 안타까웠기에 은혜를 갚을 겸 도움을 준 것이다.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창밖을 보았다.

어느새 비는 그쳐 있었다.

* * *

수강신청 시즌이 끝나고, 시몬에 대한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시몬이 발락에게 정식으로 도전할 수 있는 '도전권'을 가지고 있다!>

시몬이 발락을 상대로 이기면, 다시 학생회장 자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소문에 더해, 이번에 시몬이 맹독학을 1순위로 선택했다는 사실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맹독학을 첫 순위로 고른 건 발락을 이기기 위한 의지표출이네.

-발락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어!

시몬의 행보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학생회관에 있는 발락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렇다니까!"

3학년 전체 6위이자, 전 사령학과 대표.

이제는 새로이 '키젠 부회장' 자리를 꿰찬 소타 프쉬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자식이 계속 신경을 긁고 있어! 이쯤이면 학생회의 권력으로 한번 밟아줄 필요가......!"

[필요 없다.]

뒤돌아 앉은 발락이 대꾸했다. 의자 너머로 독성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

[놈은 날 이기지 못한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강해진다면 재미있을 일이군.]

"발락!"

발락이 의자를 돌려 소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소타가 움찔하며 말을 멈췄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흠흠, 아니 그게......!"

[나는 정상에 군림하기만 하면 된다. 사소한 일은 네놈에게 일임했을 텐데.]

"아, 흐흐. 그렇지? 사소한 일."

소타가 입맛을 다시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럼 내가 적당히 처리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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