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85화
수강신청이 끝나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일반과목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은 별야의 맹독학.
"뒈지기 싫으면 해독제를 만들어! 더 빨리!"
별야는 수업 첫날부터 학생들에게 독을 먹여대고 있었다.
시몬의 경우처럼 맹독학을 오랜만에 수강한 학생들도 있었는데, 다들 괜히 신청했다며 후회하는 표정이 눈에 선했다.
학생들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는 시커먼 석탄처럼 생긴 버섯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것을 적정량 섭취하고, 독이 몸을 마비시키기 전에 해독제를 배합해 먹어야 했다.
'쉽지 않네.'
시몬도 땀을 뻘뻘 흘리며 체내 증상과 분석키트를 통해 적절한 해독제 재료를 찾아 배합하는 중이었다.
저항계가 뛰어나다면 제한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독 분석능력이 뛰어나다면 빠르게 해독제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밸런스가 중요했다.
실전이었다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 몸 안에 독극물이 퍼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니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목숨 걸고 약을 만드는 기분이다.
"라크 스톤빌 학생, 탈락입니다."
그래도 엄연히 실전이 아닌 수업이니 정말로 죽지는 않았다. 조교들은 돌아다니다가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증상이 나오는 학생들은 즉각 탈락시키고 해독제를 먹였다.
"라크라고 했나? 실전이었으면 바로 죽었어."
별야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다가왔다.
"마비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약초액 베이스로 바꿔야지. 왜 버섯액 베이스로 계속 가는 거야? 그렇게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접근은 멍청한 짓이야."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곳곳에서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었지만, 시몬은 꿋꿋이 해독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려는데.
와르르르-
갑자기 시몬이 먹어야 할 버섯 위로 버섯들이 더 떨어졌다. 방금 탈락한 학생의 버섯을 시몬의 할당량 위에 올린 것이다.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교, 교수님?"
"아끼는 학생은 더 퍼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
별야가 상어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다 못 먹으면 이 강의실에서 못 나간다?"
곳곳에서 동정의 시선이 꽂혔다.
'......나한테만 왜 이러시는 거야.'
"그 녀석을 이기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안 그래?"
억울해서 항의하려던 시몬은, 잠시 방심한 사이 마비증세가 턱 끝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저항계에 집중했다.
그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맹독학 시간이 끝나고, 마투학 수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 * *
홍펭의 마투학 수업.
늘 그렇듯 쨍쨍한 햇빛을 받는 야외수업이다.
맹독학은 시몬 혼자 듣지만, 이 수업에는 아는 사람들이 많다.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메이린과 딕, 카미바레즈가 반갑게 인사해 왔다.
오늘도 힘든 체력훈련을 거친 뒤, 학생들이 열을 지어 쭉 늘어섰다.
이내 앞으로 걸어 나온 홍펭이 열의 넘치게 선언했다.
"오늘은-"
스릉!
그녀가 희고 커다란 뭔가를 들어 올렸다.
"무기학. 그중에저도 '대검'을 이용한 마투에 대해 배워보도록 할 거예요."
학생들이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대검은 그 크기와 무게 때문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무기에 속했다.
다들 진도상 2학년 2학기 후반부에나 배우겠거니 예상했는데, 홍펭은 진도를 당겨서 2학기 첫날부터 대검술을 가르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음.'
시몬은 뭔가 찝찝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히 대검술을 빨리 배우고는 싶었지만, 뭔가 타이밍이 묘하게 공교로운 느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펭의 설명은 계속됐다.
"대검은 무기 중에저도 가장 거대하여 '병장기의 고래'라고도 불러요. 대검만의 특징으로는 모든 무기들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칠흑을 담을 주 있다는 점이에요."
그녀가 자신의 상반신보다 커다란 대검을 젓가락 다루듯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얀 칼날의 대검이 일순 새까맣게 변했다.
바로 다리를 앞으로 내뻗고, 허리와 팔이 뒤따라오며 크게 스윙했다.
휘오오오오오!
불어닥치는 광풍에 학생들의 옷과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이내 광풍이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뒤쪽의 나무들이 허연 나이테를 드러낸 채 베어져 있었다.
"대검은 칠흑 방출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질제로도 많은 네크로맨저들이 아공간에 보관하며 비장의 한 주로 애용해요. 또한 대검줄을 익히면 완력과 체력이 증강되는 효과는 물론, 칠흑의 효과적인 응집과 방출을 체득하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모든 종류의 네크로맨저에게 유효한 훈련이에요."
대검을 내려놓은 그녀가 손뼉을 짝 치며 활짝 웃어 보였다.
"너무 걱정마제요. 체격과 완력에 따라 대검의 크기는 조절할 테니까요."
이내 마투학 조교들이 대검이 진열된 무기장을 가지고 왔다.
준비된 대검들은 그 크기와 무게가 천차만별이었다. 길이가 긴 것도 있었고, 길이는 짧지만 폭이 넓은 것도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갈수록 크기와 무게가 커졌다.
"......저걸 들 수는 있나?"
"가장 작은 대검도 다루기 벅차 보이는데."
학생들은 하나같이 왼쪽 끝에 있는 대검을 보고 있었다. 저게 가장 만만해 보여서였다.
"그럼 한 자람씩 앞으로 나와보제요!"
학생들이 줄을 서서 홍펭과 조교들 앞에 섰다.
간이 책상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마투학 조교, 브레드가 입을 열었다.
"완력 측정 시작하겠습니다."
코스는 두 가지였다.
칠흑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완력으로, 빨간색 쇳덩어리를 매단 철봉을 양손으로 들어 올린 채 무게를 측정한다.
다음은 '체내 칠흑 분화'를 사용한 채, 중량이 더 무거운 파란색 쇳덩어리를 매단 철봉을 들어 올려 무게를 측정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홍펭은 해당 학생이 다루기 걸맞은 대검을 골라주었다.
"하필이면 오늘이야?"
"오늘 손목 컨디션이 안 좋은데."
다름 아닌 완력 측정이라는 말에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변명부터 늘어놓는 학생들도 있었고, 불안함에 팔굽혀펴기하며 힘을 빼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들어봐, 시몬! 실은 내가 새로운 창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옮길 물건이 진짜 많았거든. 12시간 철야해서 팔에 힘이 하나도 없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일정을 뒤로 미루는 건데!"
딕 또한 묻지도 않은 사연을 주절주절 읊기 시작했으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내 완력 측정이 시작되었다.
"와...!"
"쟤는 어디까지 들어 올리는 거야?"
최고 기록은, 이번 학기에도 홍펭의 마투학 수업을 수강한 헥토르의 10개.
체내 칠흑 분화를 이용한 채 드는 파란색 철봉은 무려 12개나 들었다.
신기록을 세운 헥토르는 오른쪽 제일 끝의 가장 큰 대검을 손에 넣었다. 헥토르 파벌 학생들이 큰 소리로 환호했고, 지켜보던 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들은 1학년 때랑 성장한 게 하나도 없구만. 같은 A반 출신으로서 부끄럽다."
그 말을 들은 메이린이 툭 내뱉었다.
"부끄러운 건 니 대검 사이즈가 아니고?"
"어허! 12시간 철야했다고!"
딕이 그리 크지 않은 본인의 대검을 얼른 가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사람의 특기 분야는 제각기 다른 법이야! 힘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전 아주 편협하고 차별적인......."
"응, 약골."
간단히 내뱉는 메이린의 말에 딕이 크흡 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당분간 마투학 시간에서만큼은 늘 당하는 신세가 될 것 같았다.
"히, 힘내세요 딕."
카미바레즈가 애써 웃으며 응원해 주다가, 갑자기 들리는 환호성에 고개를 홱 돌렸다.
"아, 저기 시몬이 나와요!"
이내 모두가 기다리던 시몬의 차례.
소매를 온통 걷어붙이며 열의를 보인 그가 철봉을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
시몬은 순수 완력으로 빨간색 고리를 아홉 개 들어 올렸다. 체격 차이 때문에 헥토르의 10개에 비하지는 못했지만, 역시나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파란색 고리가 핵심이었다.
"미친."
칠흑을 사용한 파란색 고리 측정에서는 헥토르의 12개를 뛰어넘는 14개였다.
조교 브레드가 그 숫자를 체크하려고 하자.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시몬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기어이 16개까지 찍고 나서야 기록이 멈췄다. 최근 3학년 발락의 대항마로 떠오른 시몬의 활약에 학생들은 아낌없이 환호했다.
콧잔등이 붉어진 헥토르가 수석조교에게 재측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옆에서 딕이 낄낄거리며 신경 거슬리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럼 시몬 폴렌티아 학생은 이걸로......."
시몬의 완력을 고려한 조교가 오른쪽 끝에 있는 대검을 건네주려 했지만.
"잠깐만요."
홍펭이 제지했다.
그러고는 본인이 직접 근처에 걸려 있던 대검을 한 손으로 번쩍 들더니, 시몬에게 내밀었다.
"지몬은 이걸로 훈련하도록 하제요."
"네? 아, 넵."
시몬은 더 무거운 대검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홍펭이 그렇게 말하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대검. 그것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자세를 잡아 보았다.
"......!"
이상할 정도로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이내 대검을 똑바로 고쳐 쥐고, 좌우로 붕붕 휘둘러보았다.
'이거.'
피어의 '파멸의 대검'을 휘두를 때와 무게와 크기가 비슷하다. 신이 나서 몇 번 더 붕붕 휘둘러보던 시몬이 고개를 돌려 홍펭을 바라보았다.
홍펭은 웃는 얼굴로 다른 학생들에게도 대검을 골라주고 있었다.
"와아, 벌써 자세가 나오네?"
메이린이 뒷짐을 진 채 다가왔다.
시몬은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대검을 손에서 놓고는 딴청을 피웠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왜 그래? 시몬."
그녀가 눈망울을 깜빡이며 물었다.
"아, 아니. 보기보다 무거워서 힘들어서. 하하......!"
"여, 여러부운......!"
그때 카미바레즈가 나타났다.
그녀는 가장 사이즈가 작은 대검을 낑낑거리며 들고 오고 있었다. 가장 작은 대검인데도 그녀의 몸이 대검 안에 쏙 가려졌다.
"카미 귀여워어어!"
메이린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카미바레즈를 향해 뛰어갔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뒤따랐다.
역시 모두와 함께 듣는 마투학 수업은 즐거웠다.
* * *
오늘은 대검술의 첫날이라 기본기만 배웠다. 대검을 파지하는 법, 올바르게 잡고 서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웠고, 만족스럽게 수업을 마쳤다.
이내 전 친구들과 헤어진 시몬이 골렘보드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오는데.
"시몬 폴렌티아."
누군가 입구에서 시몬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복에 착용한 금색 배지를 보니 3학년이었다.
"아, 네."
"따라와라."
그가 턱짓으로 옆을 가리켰다. 시몬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용무 있으신가요?"
그 말에 우뚝 걸음을 멈춘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내 인상을 굳힌 채 짜증스럽게 손짓했다.
"아직도 학생회장인 줄 아나. 따라오라면 따라와."
그가 반대쪽 어깨에 완장을 가리켰다.
선도부의 완장이었다.
시몬이 따라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
기숙사 뒤편에서 몸을 숨긴 누군가가 시몬을 향해 신호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시몬은 그가 누군지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시죠."
* * *
시몬은 잠자코 3학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기숙사 뒤편의 금지된 숲. 올빼미 소리만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장소였다.
"......."
이내 몇몇 3학년 학생들이 자리에 태연히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앉아 있는 한 사람.
"왔냐?"
이를 드러내며 험상궂게 웃는 이 남자는 시몬이 잘 아는 3학년이었다.
3학년 전체 11위이자, 학과 내 군기반장.
그리고 학기 초에 토토를 괴롭혔던 '신고식' 사태의 주범.
윌 더글라스였다.
그와 패거리들은 무척이나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시몬은 윌이 어깨에 찬 완장을 바라보았다.
'나 참.'
어떻게 된 건지 깨달은 시몬이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이 거슬렸는지 윌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지?"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윌 선배님."
"선배님이 아니라."
그가 팔에 맨 완장을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선도부장님이라고 불러주셔야지. 전 학생회장."
그림이 아주 잘 그려진다.
발락 학생회에서 이쪽을 견제하기 위해, 늘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윌을 선도부로 임명한 모양이다.
윌 더글라스는 학기 초에 2학년들의 군기를 잡으려다가 시몬에게 역으로 당하기도 했고, 성적으로나 인망으로나 배경으로나, 동기인 벤야 바닐라에게 한 끗 밀렸기에 2학년들에게 손을 대지 못하며 푹 찌그러져 있었다.
학생회가 그런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발락의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잔수작은 발락이라기보다는, 그의 옆에 붙어 있는 부회장 소타의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았다.
시몬이 이마를 슥슥 긁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키젠생활에서 가장 후회되던 게 뭔 줄 아냐?"
그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학기 초에 신고식을 강행하지 못한 거야. 벤야 바닐라가 싸고도니까 우리 328기가 아주 만만하게 보였나 본데."
그가 이를 드러내며 괴물처럼 웃었다.
"이제는 권력이 바뀌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러 부르신 거라면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몬이 가볍게 묵례한 뒤 등을 돌리려는데 3학년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건 보고 가야지? 선도부로서, 우리는 네 교칙 위반을 제보받았다."
그가 품에서 마력촬영기의 사진을 보였다.
로크섬에 들어온 둘째 날, 로레인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로체스트에 나가 있는 사진이었다.
"교내에 외출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담을 넘어 로체스트를 갔더군."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날엔 대부분의 학생들이 준비물을 구하러 로체스트에 내려갔다 왔다. 물론 굳이 따지면 교칙 위반이긴 하지만, 전교생의 절반에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구질구질한 수작이었다.
이 와중에 차마 로레인을 건드리는 건 부담스러웠는지, 사진 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모습은 잘라낸 상태였다.
"교칙 위반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윌이 손 관절을 풀며 목을 좌우로 흔들며 뿌득뿌득 소리를 냈다. 시몬이 한숨을 쉬었다.
"선도부 활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선도부장님."
"......뭐?"
"선도부는 야간에 캠퍼스를 순찰하면서 교칙위반자를 찾아내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시몬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암흑제가 끝난 뒤, 선도부에는 학생을 소환할 권리도 처벌할 권리도 없습니다. 벌점을 부여하거나 학생부에 보고하셔야죠."
그야 선도부장을 만든 건, 다름 아닌 전 학생회장이었던 시몬이었다.
"제가 외출 보고 없이 캠퍼스 밖에 갔다고 이러시는 것 같은데, 오히려 강압적으로 일반학생을 외출 보고 없이 금지된 숲에 불러낸 선도부는 어떤가요? 제가 역으로 학생회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아하니 선도부가 된 지 길어도 하루 정도 된 것 같은데, 선도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도부 3학년들이 잠시 벙찐 얼굴로 그 말이 사실이냐는 듯 윌을 보았다. 그들도 윌이 선도부 자리를 준다고 했으니 받았을 뿐, 아는 게 없어 보였다.
"아주 잘나서 선배를 가르치고 앉았구만?"
윌이 시뻘게진 얼굴로 다가왔다.
"그건 너희 학생회 때나 그런 거고. 우리 발락의 신 학생회에서는 그 영향권이 더 확대될 예정이야."
그가 손바닥을 펼쳤다.
이미 이야기가 통할 사람이 아니다.
"입 꽉 다물......!"
"윌."
그때 어둠 속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지된 숲의 한복판.
그곳에서 한 교복을 입은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윌은 도둑질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시몬은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어, 어? 레오나드......! 이건 그게......!"
현재는 키젠 3학년 전체 3위이자 소환학과 대표.
그리고 에이젤과 가장 친했던 친구들 중 하나.
"이게 도대체."
레오나드의 눈동자가 분노로 회까닥 돌아갔다.
"무슨 짓인지 한번 설명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