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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00화 (80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00화

휘날리는 무형의 망토 너머로, 심문청장 레이트를 막아선 등이 보인다.

[도망쳐라. 내가 상대하겠다.]

'시몬......!'

로레인의 동공이 흔들리고, 세르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카가가가각!

대검과 십자가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며 불똥을 튀겼다. 십자가 너머로 레이트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이건 또 뭐야."

그의 입꼬리가 더없이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여기서 갑자기 에이션트 언데드? 뭐 하는 놈이냐."

시몬은 대꾸하지 않고 외쳤다.

[가!]

로레인이 흠칫했다.

세르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시몬 쪽을 응시하더니, 이내 생긋 웃어 보였다.

"그럼 맡길게요. 가요."

"안 돼! 우리도 가세해야......!"

로레인이 시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세르네는 로레인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네요. 우리가 여기 있으면 방해될 거예요.'

'.......'

로레인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결국 그녀가 너덜너덜해진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꼭 살아서 돌아와 줘."

두 사람이 뒤돌아 달리고, 세르네가 환영마법을 펼쳐 퇴로를 알지 못하도록 주위를 일그러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트는 이제 시몬만을 보고 있었다.

"혼자 시간을 끌어볼 심산이냐."

그가 물러나며 십자가에 힘을 주어 시몬의 대검을 튕겨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이 대치했다.

"뻔하군. 뻔하지만 왜 이렇게 흥미가 생길까."

레이트가 잠시 자신의 오른손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의 충돌 때, 그와 검을 맞댄 이후 손목에 떨림이 멎질 않고 있었다. 아주 인상적인 일격이었다.

"그 기운, 그 냄새, 거기에 에이션트 언데드까지 다룬다니. 그래, 그래."

레이트의 눈빛이 일렁거렸다.

"암흑연합을 떠들썩하게 했던 차기 '배신의 군단장'이 네놈이구나."

[.......]

그가 시몬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너와는 상관없는 한참을 지난 일 때문에 수모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 차라리 우리 연방의 개가 되어라. 그리고 연합을 무너뜨려라. 그리하면 내 자비를 베풀어 목숨만큼은 건사하게끔 하마."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라 시몬은 입을 다물었다.

시몬이 침묵을 지키자 레이트가 눈 위를 쓱쓱 손끝으로 긁었다.

"전투 전의 조크인데, 재미없긴."

후콰락!

태연하게 눈을 긁던 레이트가 아무런 준비동작도 없이 쇄도했다. 시몬이 급히 파멸의 대검을 앞으로 보냈다.

십자가와 대검이 다시 한번 부딪히며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까아아아앙!

채애앵!

콰아아아아앙!

연속해서 두 무기가 부딪힐 때마다 주위의 지면이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뒤엎어지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뭐냐."

십자가를 휘두르는 레이트의 인상이 팍 일그러졌다.

"처음에 그 여자를 구할 때 보였던 그 일격은 어디 갔나!"

까앙!

쩌어엉!

까아아아아아앙!

레이트의 몸에 잔상이 생기면서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더니, 십자가로 파멸의 대검을 연신 후려쳤다.

시몬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무릎은 금방이라도 꺾일 듯 파들거리고, 곳곳에 피어의 본 아머를 뚫고 상처도 생겼다.

"고작 이 정도라면 그 거물들을 보내주고 널 상대하는 보람이 없다!"

파멸의 대검을 걷어낸 레이트가 발로 시몬의 가슴을 걷어찼다. 본 아머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마치 마차에 부딪혀 날아가는 듯한 충격을 받은 시몬이 비틀거리며 수 걸음 물러났다.

"흥이 식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레이트의 눈이 시몬의 고개 너머, 로레인과 세르네가 도망친 곳을 한번 응시했다.

"지금이라도 그 여자들을 뒤쫓......."

슈콰아아악!

난데없이 인식을 비집고, 가공할 만한 속도로 턱밑에서 칼날이 솟구쳤다. 레이트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젖혀 피했다.

살짝 돋은 닭살이 그의 입꼬리를 춤추게 했다.

"이래야지!"

꽈아아아아아앙!

다시 두 무기가 맹렬하게 부딪혔다.

이번에는 시몬도 밀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득달같이 대검을 휘둘러댔다.

"이제 네 사용법을 알겠다. 누군가를 지키려 할 때 그 인상적인 일격이 나오는 거군!"

격렬하게 시몬과 검격을 나누던 레이트의 오른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더 페이스를 올려라! 내가 그 여자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해봐라!"

레이트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손을 미친 듯이 움직였다.

꽝! 꽝! 꽝! 꽝! 꽝!

짧고 빠르게 시몬의 대검을 후려치던 그가 몸을 빙글 회전시켜 십자가를 크게 휘둘렀다. 시몬이 그 공격을 가까스로 받아내며 밀려났다.

그러나 밀려나는 즉시 바닥에 대검을 박고 힘껏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떨쳐 올렸다.

콰콰콰콰콰콰!

산더미만 한 참격이 일어나 레이트의 몸에 부딪혔다. 그러나 레이트는 막지도 않고 그 참격을 몸으로 받으며 걸었다.

"아직 뭔가를 기다리고 있군? 더! 더 전력을 드러내 봐라!"

시몬이 대검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꾸었다.

갑자기 레이트의 발밑으로 좀비의 팔이 튀어나와 그를 덥석 붙잡았다. 레이트가 아래를 보니, 작은 소년형의 좀비가 피를 철철 흘린 채 씩 웃고 있었다.

'시체―'

몸에 붙여둔 마법진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시몬의 주먹이 거칠게 쥐어졌다.

'―폭발!'

주먹 너머의 눈부신 섬광이 정면을 가득 메우고, 윙윙거리는 이명이 모든 소리를 일순 소멸시켰다. 이내 시몬의 몸이 떠밀려 나가듯 강제로 날아갔다.

주위의 나무들이 뿌리째로 뽑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날아간 시몬이 근처의 바위를 붙잡고 멈춘 다음 엎드렸다.

[조심해라 소년!]

피어가 몸을 변환해 시몬의 등을 넓게 보호했다.

쿠구구구구구-

시간이 지나 폭발의 임계점이 끝나고, 시몬이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비장의 무기였던 프린스의 시체폭발.

얼마나 강력한지, 레이트뿐만 아니라 근처의 박물관까지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다.

시몬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피어도 다시 그의 체형에 맞게 본 아머 형태로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시몬이 입가를 쓱 닦으며 정면을 주시했다.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건데.'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버섯구름의 아래.

거대한 기둥처럼 일어난 폭발과 연기, 고온의 증기와 칠흑 에너지 속에서 인간의 안광이 번뜩이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내 그것이 터벅터벅 폭발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피부는 모두 고열로 벗겨진 상태였는데, 마치 뻘건 근육 덩어리가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는."

폭발 속에서 빠져나온 레이트가 넉살을 떨었다. 징그럽게도 잇몸과 뒤어금니까지 모두 드러낸 입가가 썩은 치즈처럼 쭈우욱 올라갔다.

"최고다."

꾸드득-

꾸득-

뒤어금니와 잇몸이 다시 볼살로 뒤덮여 가려졌다. 피부가 빠르게 재생되어 가며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십자가를 끌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레이트의 몸에 점점 힘이 붙어갔다.

"근래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었던가! 비로소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삶은 투쟁이오, 투쟁은 쾌락이다!"

그가 천천히 십자가를 들어 올렸다.

"내게 쳐죽일 대상을 만들어준 여신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몸에서 바다 같은 방대한 신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몬이 식은땀을 흘렸다.

'저게 어딜 봐서 신을 섬기는 성직자냐고 대체.'

[크흐흐! 일그러진 신앙만큼 끔찍한 건 없지.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소년!]

생사가 어떻게 되든 프린스의 시체폭발을 먹이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레이트는 시몬이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괴물이었다.

로레인과 세르네가 골치를 썩이던 이유가 있었다. 아마 어떤 공격을 맞아도 레이트는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신성은 넘쳐 보인다만, 폭발로 한번 붕괴됐던 레이트의 육체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거기에 방금 시체폭발로 나도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고.'

레이트의 등 너머로 로레인과 세르네가 도주하고 있다.

이대로 등을 돌려 그 두 사람을 쫓아가면 곤란하다. 시몬은 왼손에 낀 프린스의 반지를 입가에 대고 조그맣게 한 마디 속삭였다.

"덤벼라! 계속 덤벼봐라! 배신의 군단장!"

레이트가 십자가를 질질 끌며 돌진해 왔다. 시몬은 침착하게 초대형 아공간을 열어젖혔다.

예전에 북부대공 진에게 배웠던 군단장으로서의 기술 중 하나.

여러 군단형 언데드들을 아공간에서 사출하는 즉시 전술과 진형을 형성하게 하는 기술.

'전원 돌진!'

우르르르르르르르!

초대형 아공간에서 수십 기의 좀비들이 쏟아져 나와 레이트에게 돌진했다.

"여기서 고작 좀비라. 뭔가 또 준비하는 게 있겠지?"

레이트는 근육이 회복되지 않은 한쪽 다리를 절면서 십자가를 휘둘렀다. 좀비들이 뭉텅뭉텅 썰려 나가며 피를 사방으로 뿌렸다.

몸통이 베인 좀비들이 레이트의 발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금방 힘이 떨어져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쿠르르르르릉!

하늘에서 검은 벼락이 떨어지며 레이트를 붙잡고 있던 좀비 하나가 프린스로 변했다.

[걸렸지롱!]

프린스가 레이트의 다리를 꽉 붙잡았고,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키이이이이잉!

프린스의 몸이 다시 한번 칠흑으로 번쩍였다. 레이트의 동공이 아래로 향했다. 아까와 같은 폭발의 징조였다.

'놀랍군. 그 정도 규모의 폭발을 한 번 더 쓸 수 있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몬이 주먹을 쥐려는 반대쪽 손으로 대검을 짊어진 채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추었다. 어마어마한 칠흑이 시몬과 피어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돌진기의 준비자세.

'폭발을 일으킨 뒤, 뛰어들어 내 목을 벨 속셈인가.'

레이트에게 있어. 제7군단장인 시몬은 아무런 정보가 없는 미지의 적.

그저 순간의 판단으로 추측해야 했다.

군단장은 아까의 폭발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가.

군단장이 폭발을 일으킨다면, 본인은 폭발에 피해를 받지 않는가.

아니면 피해를 감수하고도 돌진할 생각인가.

'뭐가 됐든.'

레이트가 십자가를 쥔 자세를 고쳤다.

'폭발을 쓸 수 있건 없건 한 대 더 맞으면 그만이다. 놈만 본다.'

시몬이 바닥을 박차고 돌진했다. 프린스의 몸이 살벌한 칠흑을 뿜어내며 폭발할 준비를 했다.

레이트가 시몬을 응시하며 십자가를 휘두르려는데.

'!'

레이트는 뒤늦게 깨달았다.

시몬은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니었다.

피어의 투구 속 시몬의 동공이, 레이트 자신을 넘어 이곳에서 한참을 떨어진 소녀들을 비추는 것을 보았다.

'설마!'

레이트가 급히 십자가를 고쳐 쥔 채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시몬이 검은 꼬리를 남기며 돌진해 레이트의 몸을 지나쳤다.

<군단기 - 비월(飛越)>

휘오오오오오오!

거대한 광풍이 교차한 두 사람을 중심으로 몰아쳤다.

후두둑.

레이트는 뺨에 묻은 끈적하고 따뜻한 핏물을 손끝으로 만졌다.

시몬이 흔적도 사라졌다.

심지어 냄새도, 기척도 끊겼다.

그냥 그 자리에 원래 존재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공간이라도 뛰어넘은 건가.'

레이트가 고개를 내렸다.

중지 손가락을 세워 든 프린스가 점점 검게 물들어가며 보통의 좀비로 변했다.

레이트가 이를 갈며 좀비의 머리통을 부쉈다.

"이건 한 방 먹었군."

* * *

로레인과 세르네는 바람을 가르며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학생들을 태운 마지막 키메라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게 보인다.

"거의 따라잡았네요. 이제 국경까지 다 왔어요."

깃털을 타고 이동하던 세르네가 힐긋 로레인 쪽을 바라보았다.

로레인은 달리면서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 그리고 이어진 회색 폭발구름.

저기서 어떤 싸움이 일어나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걱정돼요?"

세르네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는 너는 걱정 안 돼?"

로레인도 못마땅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그럼요. 난 시몬을 전적으로 믿으니까요. 당신은 아직 시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나 보네요."

세르네가 어깨를 으쓱했다.

"시몬을 그렇게 믿지 못해서야. 한 조직의 장으로서 그를 품기에는 그릇 미달이지 않을까요?"

"친구를 걱정하는 게 뭐가 잘못이야?"

"어머나, 그런데 왜 분노가 이쪽으로 향하는 것 같지?"

일순 웃음기가 사라진 세르네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녀 또한 평소처럼 능글맞게 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당신의 부족함을 깨달았으면 스스로 자책해. 나한테 시비 걸지 말고요."

"시비를 거는 게 어느 쪽인데!"

"봐봐. 이쪽에 화를 내고 있잖아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그녀들이 으르릉거렸다.

그때 달리고 있던 로레인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시몬."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황량한 벌판뿐이었다.

"? 뭐 해요. 키메라를 따라잡아야 한다니까."

로레인이 걸음을 멈추고 완전히 뒤를 돌았다.

"시몬이 오고 있어."

그 말에 세르네도 비행을 멈추고 지면에 내려왔다. 이내 주변의 허공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로레인은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콰창창-!

이내 허공을 유리창처럼 부수며, 축 늘어진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동공에 로레인과 세르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몬!"

거칠게 돌진하는 시몬의 몸뚱이를 로레인이 두 팔 벌려 받아냈다. 그녀의 몸이 뒤로 주르르륵 밀려났다.

이내 한참을 멀리 물러난 뒤에야 시몬의 몸에서 속도가 떨어졌다. 로레인이 떨리는 손으로 반쯤 벗겨진 시몬의 투구를 붙잡아 들었다.

"아."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열이 펄펄 끓는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로레인은 감격에 찬 눈으로 그를 꼭 끌어안았다.

"고마워, 약속을 지켜줘서."

바람이 느리게 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밀착해 있는 사이, 그들의 발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감격의 재회는 이만하고, 서둘러야 해요."

세르네가 손짓하며 말했다. 어느새 그들의 몸에 깃털들이 붙어 있었다.

"국경의 결계가 닫히고 있어요.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군대에 포위당할 거예요."

그녀가 손가락을 살랑거리며 움직이자, 깃털이 작동하며 세 사람의 몸을 빠르게 밀어냈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들의 몸이 탄환처럼 쏘아져 나가며, 저 멀리 국경의 결계 앞까지 비행하고 있는 키메라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톡.

세르네가 옆으로 끼어 들어와 어깨로 로레인을 밀치고는 시몬을 안았다.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딜 자연스럽게 내 거를 안고 있어요?"

로레인이 화도 안 난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조용히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걸로 정해."

"......?"

세르네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뭔데요?"

* * *

세 번째 키메라 내부.

그곳에는 조교 한 명과 학생들, 그리고 부상당한 그레리온과 조교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레리온 일행은 누가 보냈는지도 모를 날개 달린 소환수가 데리고 와 키메라에 집어넣었다. 다른 학생들은 불안한 눈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 키메라의 입이 쩌어억 벌어졌다.

"입구가 열린다!"

"누가 또 오는 거야?"

입구가 열린다는 말에, 시몬을 걱정하느라 축 처져 있던 토토가 번쩍 고개를 들고는 제일 먼저 뛰어갔다.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입구 앞으로 마중 나왔다.

후우우우웅!

강렬한 바람과 함께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온다!"

"벽 옆으로 붙어!"

후화아아아아악-!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두 다리로 바닥을 미끄러뜨리며 도착한 그녀의 품 안에는 시몬이 다소곳한 자세로 안겨 있었다.

그녀가 조교를 보며 보고했다.

"방어조 3인까지, 전원 복귀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보자마자 격렬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방방 뛰며 환호했고, 토토는 눈물 콧물을 뿜어내며 두 사람에게 뛰어들었다.

뒤따라 들어온 세르네가 여운이 남는 듯 쩝 하고 펼친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

"다시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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