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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01화 (80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01화

에프넬 하늘섬.

좌동 성당.

하늘섬 전역에서도 햇빛이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들어오는 좌동 성당.

햇빛은 유리창을 지나는 순간 찬란하게 부서지며, 예술의 향연이 되어 반짝거렸다.

좌동 성당의 강단은 텅 비어 있고, 누구도 감히 오르지 않았다.

그런 강단 아래의 일자형 의자에는 세 명의 나이 지긋한 프리스트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달칵-

그때 조심스럽게 예배당 문이 열리더니, 젊은 장교가 발소리를 죽인 채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세 사람 중에서 중간에 있는 프리스트의 뒤로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예배 중 죄송합니다, 대주교님. 급히 보고드릴 사항이......."

중간에 앉은 인자한 인상의 노년 여성이 기도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웃을 때 입의 주름과 미간이 선하게 구부러지며 인자하고 고운 자태가 되었다.

"말해보세요."

"서남부전선에 소규모 교전이 일어났습니다. 암흑연합의 네크로맨서들이 포로를 구하러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지역에 포로가 왜 있지요. 전선의 포로들은 모두 하늘섬으로 압송되어야 했을 텐데요."

그 지적에 바짝 긴장한 젊은 장교는 대주교의 귓가에 대고 숨죽인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대주교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계속하세요."

"예, 옙! 교전 끝에 네크로맨서들은 포로를 탈출시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예의 그 쉐일리 박물관이 있는 위치입니다."

좌우에 있는 노인들이 혀를 찼다.

"그 흉물스러운 시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단 말이오?"

"철폐하라고 지시한 지가 벌써 수년이 지났거늘."

중간의 대주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폭발은 박물관의 파괴를 위한 것인지요?"

"단순 교전으로 인한 폭발로 보입니다."

젊은 장교는 고개를 숙이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폭발의 시작점을 확인한 결과, 박물관에서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난 광범위 폭발입니다. 직접 건물을 노린 건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교전자는?"

"그게, 아무래도......."

"심문청장이다."

벌컥!

예배당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숙하고 조용해야 할 이곳에서, 그녀는 쿵쿵 군홧발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성의 대신 팔라딘들이 입는 신성갑주를 착용한 그녀는 악명높은 '심판의 성녀', 다나였다.

세 명의 대주교들이 모두 몸을 일으켰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여신의 가장 가까운 딸을 뵙습니다."

중간의 인자한 인상의 대주교가 인사를 한 뒤 미소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포로 건에 대해 여쭙고 싶었는데, 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송구하옵니다."

다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뒤쪽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보고하러 온 젊은 장교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숙여 인사하고는 후다닥 예배당을 떠났다.

이내 예배당 문이 닫히자 오른쪽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왜 심문청장이 전선에 있는지, 성녀께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추궁은 나중에 하지, 여우 같은 노친네들."

다나는 안색 한 번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이번에 파괴된 그 볼품없는 박물관 말인데, 소문에 따르면 거기 지하에 '그 여자'의 유골이 있다고 하더군."

단지 그렇게만 말했을 뿐이지만, 세 대주교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게 사실이옵니까!"

"어째서 그런 분의 시신이 그런 불경한 곳에......!"

"쉿."

다나가 입술에 검지를 올렸다. 그러고는 인상을 구기며 뒤를 돌아보았다.

"교활한 암고양이가 이런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구나."

"예?"

또각 또각.

예배당으로 향하는 구둣발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나가 대주교들을 보며 말했다.

"이 모든 일은 덮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돼."

* * *

시몬 일행과 학생들을 태운 마지막 키메라까지 무사히 국경의 결계를 넘었다.

키메라의 입이 열리고 환한 햇빛이 들어오자 그제야 학생들은 안도의 탄성을 내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로레인이 시몬을 부축하며 물었다

"설 수 있겠어?"

"응."

시몬 일행도 키메라 밖으로 나왔다.

시몬이 밖으로 나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국경의 결계가 보인다.

"얘들아!"

"다들 왜 이렇게 늦었어?"

먼저 키메라를 타고 도착해 있던 학생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에슈가 펑펑 눈물을 쏟으며 시몬과 로레인, 토토를 동시에 포옹했다.

그레리온과 조교들도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그레리온은 어느새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다시 근육을 키워야겠구만."

농담도 하는 걸 보니, 레이트에게 고문당한 것치고는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키메라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답게 괴물 같은 체력이었다.

그래도 검사는 받아봐야 했기에, 그레리온과 두 조교는 들것에 실려 옮겨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생들은 모두 무사했고, 전원이 데스나이트의 재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재료학 수업의 수석조교는 통신수정구로 연락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로 국경에 진입했던 아론 교수님과 요원들 모두 무사하시다고 합니다. 임무도 성공적이라 하는군요."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뜨리거나 손뼉을 쳤다.

"살았다!"

"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

이제는 긴장이 풀리고, 모두가 안도하고 있는 그때.

"어."

누군가가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저거 뭐야?"

푸른 하늘에 십자가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십자가 중간에 박혀 있는 눈동자가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징그러워."

에슈가 중얼거렸다. 다른 학생들도 그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로레인과 시몬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옆의 수석조교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나."

세르네가 팔짱을 끼고 그것을 보았다.

"파국이 시작될 것 같은데요?"

수석조교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확성 수정구를 쥔 채 말했다.

"여기는 국경 밖이고 암흑연합의 영토입니다. 아무리 레이트가 미쳤다고 해도 결계를 부수고 여기까지 쫓아올 일은......"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흐억!"

"꺄아아아!"

학생들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지거나 주저앉았다. 주위의 흔들림이 더 거세지더니, 이내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내려왔다.

로레인이 다급히 팔을 뻗었다.

"다들 조심해! 물러나!"

화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허연 먼지구름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섰고, 이내 먼지구름 속에서 푸른 안광이 번쩍였다.

"찾았다."

부우욱-

종이를 칼로 긋는 듯한 소리가 세 번 들렸다.

이내 학생들이 타고 온 키메라들이 모두 산산조각 나며, 피 묻은 살점이 되어 흩뿌려졌다.

저벅. 저벅.

쏟아지는 핏물 사이로, 심문청장 레이트가 크로스 블레이드를 짊어진 채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젠 도망 못 간다."

로레인이 얼른 시몬을 밀어내고, 세르네가 환상 결계를 처서 시몬의 몸을 가렸다.

이때는 합이 거짓말처럼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잠......!"

시몬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세르네의 깃털이 시몬에 달라붙어 그를 멀리 날려 보내고 있었다. 시몬은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당신의 상대는 나야."

로레인이 방금 봉인했던 이능 목걸이를 다시 개방하며 앞으로 나왔다.

레이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마녀의 딸, 지금은 흥미로운 사냥감을 발견한 참이다. 순서를 지키면 나중에라도 매달아주지."

그녀는 말없이 장갑을 끼고 이능과 칠흑을 끌어올렸다. 잠시 로레인의 모습을 살펴보던 레이트 눈이 그녀의 뒤로 향했다.

"거기 있었나!"

레이트가 순간적인 속도로 도약했다. 로레인이 급히 붉은 섬광을 일으켜 그의 허벅지와 허리에 구멍을 냈지만, 레이트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세르네의 환상을 휘저으며 금방이라도 시몬에게 도달하려는 그때.

"!"

새빨간 스켈레톤의 본 아머를 입은 남자가 레이트의 눈앞까지 나타났다.

까아아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히고, 레이트가 뒤로 밀려나 바닥에 착지했다.

"네놈이 등장할 차례인가."

레이트가 히죽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거대한 해골 전함을 이끄는, 본 아머 차림의 남자가 고공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방의 많은 노인네들이 네 목숨을 노리고 있지, 아론 데이아."

아론이 바닥에 내려와 레이트와 대치했다.

다만 임무를 막 끝내고 복귀한 아론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붉은 본 아머가 반쯤 부서져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아론도 이마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상당히 격렬한 전투를 겪은 듯했다.

"아, 아론 교수님......!"

"전원 물러나라!"

아론이 학생들에게 버럭 소리 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묘소 생성>

퍼억!

퍽!

아론과 레이트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비석이 일어났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검은 구름으로 가득 뒤덮였다.

"부상이 심해 보이는데, 그런 몸으로 나랑 싸울 생각이냐?"

레이트가 제자리에서 강하게 발을 굴렀다.

그 동작 하나만으로 빛이 번쩍이며 묘소의 검은 구름이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이어서 레이트가 거칠게 십자검을 휘두르자 비석들이 쩍쩍 갈라져 나가며 결계가 파괴되었다. 아론은 침착하게 주먹을 불끈 쥐더니 등 뒤로 보냈다.

남은 먹구름들이 모여들어 그 안에서 거대한 용의 대가리가 튀어나왔다.

투콰아아아아아악!

본 드래곤의 검은 브레스가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레이트는 모든 동작을 중지하고 뛰어올라 그 공격을 피해야 했다.

삐비빅-

삐빅-

레이트가 고개를 내렸다.

제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하늘 너머에서 등장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투콰앙!"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레이트의 몸이 녹색과 진홍색의 폭발이 터져 나오며 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탄성을 질러댔다.

"린 교수님! 룬 교수님!"

다름 아닌 전 키젠의 교수이자 에이션트 언데드인 린, 룬 교수였다.

쌍둥이인 그녀들은 등을 맞대고 두 팔을 붙인 자세로 내려왔다.

"키젠 교수직은 쉬는 중인데, 또 애 보기 일해야 하는 거야 린?"

"그런 것 같아 룬."

아론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아론 교수~ 당신 금방 죽을 것 같아."

"린도 그렇게 생각해."

지원은 린과 룬뿐만 아니었다.

처억!

척!

척!

이번 임무로 파견된 네크로맨서들, 그리고 국경을 지키는 국경 경비대까지.

순식간에 현장에 도착한 네크로맨서들이 준비한 흑마법을 겨누며 폭발 속을 응시했다.

"전장에서 한 번 보기도 힘든 거물들이 바글거리는군."

압도적인 병력에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레이트는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이러니 여신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그의 몸에서 신성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네크로맨서들이 웅성거리며 인상을 구겼다.

"저게 레이트의 말이 안 되는 점이다."

아론이 중얼거렸다.

레이트의 신성은 무한.

전의를 불태우면 불태울수록 신성이 일어난다. 그 어떤 타격을 받아도 회복하고, 그 어떤 적이라도 반드시 뒤쫓아가 죽인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쉬지 않고 100일을 밤낮을 싸운 기록도 있는 괴물 중의 괴물.

레이트가 팔을 뒤로 보냈다. 그의 무기 크로스 블레이드가 반응하며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사용자인 레이트의 크기를 넘어서서 집채만 한 크기가 되더니, 이내는 거의 하나의 섬을 짊어진 듯한 형국이 되었다. 십자가의 절반이 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쳐죽인 뒤에, 메인 디시까지 맛보겠다."

아론은 다음 흑마법을 준비했고, 룬과 린 교수도 등을 맞대고 팔을 뻗었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긴장한 얼굴로 팔을 뻗었다.

포위하고 공격하려는 쪽이 어디일지 모를 정도의 분위기였다. 금방이라도 전투가 일어나려는 바로 그때.

"멈추세요. 심문청장."

신성이 번쩍이더니 사제복을 입은 한 여성이 튀어나왔다.

"에프넬 성부의 명령입니다."

레이트가 표정을 확 굳혔다.

"또 빌어먹을 이스라필이냐?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

"이번엔 그분이 아니라."

그녀가 눈을 치켜떴다.

"다나 성녀님의 명입니다. 물러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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