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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14화 (81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14화

"좋은 아침입니다. 지금부터 단체시험의 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제인답게 별다른 사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연단에 설치된 마력 출력기에 전원이 들어오고, 학생들이 모두 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마나 스크린이 하늘에 펼쳐졌다.

"여러분이 단체시험을 치를 장소는 이곳 레흘론 군도입니다."

마나 스크린을 보는 학생들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시험장소인 레흘론에 관해서는 학생들 모두 공부해 온 뒤였다. 그런데.

"화, 화산?"

"레흘론에 화산이 활동 중이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레흘론의 중앙섬 분화구에서 거무죽죽한 화산 연기가 흐르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 장소에는 마그마가 지나간 흔적까지 보였다.

이미 레흘론 군도 전체가 키젠에 의해 '시험장소'로 개조된 것이다. 던전을 만드는 카드의 네크로맨서 앤돌라스 보드빌의 능력, 그리고 고위 네크로맨서들과 어마어마한 자본의 합작품이었다.

"이번 시험 한 번 때문에 군도 전체를 통째로 사들였다더니."

"......아직도 이 학교에 놀랄 게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네."

학생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레흘론의 지형과 몬스터에 대한 분석은 무의미해졌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장소가 된 것이다.

"먼저 장비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제인이 테이블에 놓여 있던 두 가지 장비를 들어 올렸다.

한쪽은 손목에 착용하는 팔찌였고, 다른 한쪽은 옷이었다.

"1학년 시절에 여러 단체시험을 치렀던 여러분이라면 익숙하겠죠. 하나는 왼팔에 착용하는 마나 스크린 출력장비, 다른 하나는 직접 입는 방호수트입니다."

그녀는 출력장비를 팔에 장비를 착용한 뒤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전원버튼을 누르자, 팔찌 안에서 마정석 돌아가는 엔진음이 윙윙 울려 퍼지더니 이내 자그마한 미니 마나 스크린이 펼쳐졌다.

"이 기능으로 시험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시험의 요소별 포인트를 획득하고, 그 포인트로 보급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디테일한 사용법은 곧 제공할 팸플릿을 참조하길 바랍니다."

그녀가 출력장비를 내려놓고는 이번엔 방호수트를 들어 올렸다.

"이 방호수트도 익숙할 겁니다. 이미 다들 입고 있죠? 2학년 결투평가에서 쓴 것과 흡사하며 부상과 통증을 모두 재현합니다. 타격을 받으면 라이프 게이지가 깎이지만, 회복과 재생을 사용하면 라이프 게이지가 차오르죠."

그녀가 장비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공지했다시피 시험의 핵심은 '생존'입니다. 섬의 극한환경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주어진 시간 동안 생존하십시오. 방호수트의 라이프 게이지가 0%가 되는 학생은 즉각 안전한 장소로 소환되며-"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리깔렸다.

"탈락 처리됩니다."

곳곳에서 긴장감이 몰아쳤다.

"시험 기간은 48시간입니다. 시험이 시작되면 여러분은 레흘론 군도의 다섯 시작장소 중 한 곳으로 무작위로 소환될 거고, 이후 여러분의 활동에 따라 시험의 모든 요소들이 달라질 겁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시험장의 시간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 시험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종료됩니다. 그 시간까지 살아남은 학생들은 합격입니다."

다른 것 없이 철저한 생존 위주의 룰.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깃펜을 움직였다.

"무조건 살아남으란 거네."

"그런데 보급품은 뭐지? 섬에서 다 조달하는 거 아닌가?"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400명이 가까이 되는 전교생 등에서 용감한 한 명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여전하구나, 반장.

멀리서 지켜보던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이번 단체시험의 테마는 '생존 혹은 승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생존 외에, 승리 조건도 있는 건가요?"

"네, 제이미. 묻지 않아도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제인이 익숙한 듯 대꾸했고, 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선, 이번 시험장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실 분을 모시겠습니다."

그녀가 등을 돌렸다.

"늘 우리 교내시험에 도움을 주시는 카드의 네크로맨서, 앤돌라스 보드빌 님이십니다."

짝짝짝짝!

학생들의 열렬한 박수 소리와 함께, 얼굴에 피에로처럼 두꺼운 화장을 한 괴짜가 하하하 웃으며 연단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학생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오른쪽과 왼쪽으로 각각 한 번씩 인사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키젠 2학년 여러분! 이번 시험장은 내 일생의 걸작입니다!"

그간의 고생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그가 잠시 눈가를 훔치는 시늉을 했다.

"이 시험장을 만들면서 몇 번이고 용암에 빠져 죽을 뻔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가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열정 넘치는 학생 여러분이 내 시험장을 뛰어다니며 활약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군요! 완벽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암흑연합 내 화산섬을 수십 군데나 돌아다녔고, 몬스터 또한 생태를 반영해......!"

"앤돌라스 님."

제인이 웃는 얼굴로 그를 불렀다.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앤돌라스 보드빌은 쩝 하고 아쉬운 입맛을 다신 뒤 학생들을 보았다.

"그럼 이제 마나 스크린을 봐주시지요!"

화면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군도의 지도가 더더욱 세부적으로 바뀌었다. 우선 군도에 화산이 있는 가장 큰 중앙섬이 하나 있고, 그 주변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점처럼 포진되어 있었다.

"군도의 각 섬마다 지형지물은 물론, 출현하는 몬스터의 종류와 성향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레흘론 군도의 중앙섬을 봐주십시오!"

보드빌이 중앙섬을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중앙섬에는 왕성하게 활동 중인 활화산이 존재합니다! 이 안에서는 무려 백만 마리의 용암 몬스터들이 바글거리지요! 게다가 일정 시간마다 수백 톤의 용암을 토해낼 겁니다!"

마침 스크린에 용암이 분출하는 예시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용암은 산비탈을 타고 흘러, 중앙섬을 지나 바다까지 나아가 군도의 다른 섬까지 도달할 겁니다. 보통의 마그마와는 달라요! 바다를 타고 멀리까지 진행합니다!"

분출된 용암은 바다를 뒤덮고 학생들의 시작지점이 있는 가장 먼 섬까지 뒤덮였다. 마치 수프를 쏟은 것처럼, 주변의 섬들을 모조리 뒤엎어 버렸다.

옆에서 몇몇 학생들이 겁먹은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여러분이 서 있는 곳이 영원히 무사하리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떠나야 할 겁니다! 끊임없이 이동해야만 할 겁니다! 비행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이 섬의 상공은 이미 화산 쇄설물로 뒤덮였고, 마그마가 올라올 때마다 뜨거운 온도와 이상기류로 비행을 방해할 겁니다! 특히 중앙섬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해지죠."

시험의 중후반부를 보여주는 걸까.

어느새 용암이 주변 일대를 다 쓸어버린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이 극한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여러분의 창의성과 훌륭한 전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한 가지만 들자면!"

스윽-

그가 군도의 외딴 섬을 하나 가리켰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인도였다.

"먼바다를 건너 이쪽 섬으로 들어가는 것도 생존전략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48시간을 버티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용암이 여기까지 온다면 곤란하겠죠? 어떤 상황에서든 대피 수단은 마련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학생들은 빠르게 수첩에 필기하며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전략을 수립했다.

섬의 자원과 좋은 위치 등은 한정되어 있고,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시험 장소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앤돌라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섬의 후반부에 갈수록 화산활동은 점점 더 왕성해집니다. 그리고 48시간 중에서 24시간이 흐른 시점에!"

스크린이 확대되며 중심부에 커다란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가 음침해졌다.

"이 섬의 주인이 등장합니다!"

"...주인?"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이 섬에는 학생 여러분만 있는 게 아니라, '시험관'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처럼 포인트를 쓸 수도 있죠! 이를 '화산성주'라고 부르겠습니다. 화산성주는 가끔 성에서 나와 학생들을 공격할 겁니다. 야망이 높은 학생은 화산성주를 잡아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 물론."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쓰러트리라고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앤돌라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끝으로 가리켰다.

"화산성주가 누구냐고요? 당연히 정체는 비밀, 직접 시험장에서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아무리 모여도 화산성주를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가 중앙섬 곳곳에 지형들을 가리켰다.

"화산성주를 약화시킬 수 있는 지물을 준비했습니다! 이 지물을 점거하거나 파괴하면 화산성주를 약화시킬 수 있죠! 화산성주를 잡을 생각이 있다면 그가 등장하는 24시간 이전에 이쪽을 점령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딱딱.

모든 정보를 떠벌리고 있던 앤돌라스가 고개를 돌렸다.

제인이 손목시계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 한마디만 더......!"

"죄송합니다."

제인이 칼같이 끊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들 전원 기상. 교수분들도 기상해 주십시오."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났다. 교수들도 허리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인도 옆으로 비켜서며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네프티스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쿠르르르르르르르!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하늘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연단에 마법진이 번쩍이더니 한 소녀가 통! 하고 튀어나왔다.

"다들 안뇽 안뇽!"

겉보기에는 은빛 머리카락의 키 작은 소녀가 두 팔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지켜보던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네프티스 님이다!"

"진짜 실물이야!"

와아아아아아아아-!

의외의 등장에 학생들도 박수를 치며 맞이해 주었다. 앤돌라스 보드빌만이 쩝 하고 한 차례 입맛을 다셨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제인."

까치발을 들고 확성 수정구를 받아든 네프티스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자아아! 설명은 잘 들었지? 그럼 지금부터 키젠 총장인 내가 새로운 룰을 발표할게!"

따악!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법진 하나 더 튀어나왔다. 그 안에서 한 네크로맨서가 불쑥 튀어나왔다.

"읍읍!"

그는 칠흑으로 이루어진 밧줄에 묶여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두 손과 두 다리 모두 묶인 채, 입까지 막혀 있었다.

앤돌라스 보드빌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섬에 먼저 가 있던 화산성주를 잡아 왔어."

네프티스가 생긋 웃었다.

그 말대로 그의 복장은 성주처럼 긴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뭔가 어색한 왕관이 얹혀 있었다.

앤돌라스가 불같이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앤돌라스 공이 준비한 화산성주가 너무 약한 것 같아서! 내가 새로운 사람을 성에 보내놨거든!"

"고위계 현역 네크로맨서가 약하다면 도대체 누구를......! 아니 그리고!"

그가 제인 쪽을 홱 바라보았다. 제인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이건 나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사전에 말을 해줬어야 하지 않소!"

네프티스가 헤헤 웃으며 제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바빠서 깜빡했어!"

쥐어박고 싶다.

앤돌라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나의 걸작에 찬물을 뿌리다니.

"아, 그리구 새로운 룰이 추가됐어!"

네프티스가 한 걸음 더 성큼 걸어 나왔다.

"이 시험에 '점수제'는 폐지할 거야. 화산성주를 잡든, 얼마나 많은 경쟁자를 쓰러트리든, 점수는 똑같아. 수행평가의 PASS의 개념이라고 보면 돼."

앤돌라스 보드빌이 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학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지 않나."

"버티기만 해야겠는데."

네프티스가 싱긋 웃었다.

"물론! 이 시험은 평가성적이 없는 대신, 탈락의 리스크가 커."

"......?"

"이번 시험에서 탈락하는 학생은-"

그녀가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퇴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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