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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22화 (82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22화

혈묘족.

여러 이종족 중에서도 뱀파이어와 비견되는, 피를 조종하는 이종족이다.

특히 절반만 우르슬라의 피를 타고 난 카미바레즈와는 달리, 엘리시아 로젠펠트는 순혈 혈묘족으로 알려져 있다.

로브 사이로 길게 흘러나와 축 늘어진 긴 토끼 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하는 핏빛 눈동자.

펑퍼짐한 드레스로 몸을 가렸지만 피부 곳곳에 흰 털로 덮인 부분이 남아있다.

혈류학과 대표는 전체적으로 살짝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그녀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기에 시몬은 살짝 긴장했다.

"네, 그래요."

그녀가 긴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왔다.

"제가 바로 엘리시아 로젠펠트입니다."

"시몬 폴렌티아야."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했다. 그리고 손에서 힘을 푸는데 그녀 쪽에서 손을 놔주지 않았다.

"손의 혈관이 탐스럽군요."

"응?"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녀가 손을 놔주며 고개를 돌렸다.

여기까지 오느라 숱한 전투에 시달렸는지, 곳곳에 부상자들이 많았다. 여기서 가장 강한 말콤조차 부상이 커 보였다.

"회복부터 해야겠어요."

엘리시아가 아공간을 열어서 뭔가를 꺼냈다.

이 치열한 전장과는 퍽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키젠 병동에서나 자주 보던 치료용 수액 장비였는데, 긴 관에 푸른색 피가 든 '팩'이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놀랍게도 이 장비들은 스스로 움직여서 부상당한 학생들의 몸에 콕콕 주삿바늘을 꽂았다. 이내 학생들이 한결 낫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거나 자세를 편하게 고쳤다.

"뭘 하는 거야?"

"재생을 돕는 거예요. 우리 혈묘들의 피는 특별한 효과가 있거든요."

혈류학과 대표인 그녀는, Top10 중에서는 드물게도 공격이 아니라 '보조계열' 포지션이었다.

혈묘의 피. 즉, 엘리시아 본인의 피에 흑마법을 걸어 특수한 효과를 더한 다음 그것을 상대에게 주입하는 식이다.

가장 큰 부상을 입은 말콤에게는 본인의 피를 바로 뽑아서 주사했다.

"윽, 고맙다."

"어서 나으시길 바라요."

부상이 회복되고, 대상자의 몸상태를 반영하는 라이프 게이지도 차오른다.

시몬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피에 마법을 걸고 아군을 돕는 네크로맨서라.'

회복이나 보조계열 포지션이 드문 이 네크로맨서들의 세계에서, 엘리시아의 가치는 두말할 것 없이 높았다.

거기에 그녀는 개인의 전투력도 뛰어났는데, 보조계임에도 결투평가에서 최상위 스쿼드를 놓친 적이 없었다.

"아 참. 시몬 폴렌티아 씨."

"?"

"당신과 싸워달라고 부탁받은 걸 깜빡했네요."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싸우는 건 싫지만, 친우의 간절한 부탁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답니다."

대뜸 마투자세를 취하는 그녀를 보며,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잠깐! 그런 걸로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거야?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

"아. 그런가요? 그럼 안 싸울게요."

"???"

그녀가 등을 홱 돌려 다시 말콤의 몸상태를 살폈다.

시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녀석은 대체 뭐지?'

반면 말콤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은 그녀의 변덕이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엘리시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딕이 퍼뜩 앞으로 나왔다.

"방금 그 이야기 말인데, 너한테 시몬을 공격하라고 부탁한 게 누구야?"

그걸 물어본다고 대답해 줄까.

"메르디아나가 힘을 합쳐 수석을 쓰러트리라고 부탁했지만 저는 말 할 수 없어요. 그녀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답니다."

'?'

세상 해맑은 표정을 보니, 의도적으로 답을 흘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사고방식의 어딘가가 살짝 고장이 난 걸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녀석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여왕벌 메르디아나라 이거지?"

딕이 만족스럽게 턱을 쓸었다.

"이제야 누가 흑막인지 확실히 나왔네."

"여왕벌이든 누구든, 이제 와서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신디 비바체가 하늘을 가리켰다. 용암 파편들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1등 견제니 뭐니 할 틈이 없어. 다들 제 살길 찾느라 정신없을 거야."

"그러네."

"그보다."

이번엔 신디가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너, 이번 시험에 대해 뭐 '본 거' 없어?"

엘리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참고가 될 만한 건 아직 없어요."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신디?"

"혈묘족의 예지 능력, 몰라?"

혈묘족이 유명해진 이유는 사실 회복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현대의 혈묘족은 그 예지 능력이 퇴화하였고, 짧은 미래만 훔쳐보는 게 가능했다.

"사실은 바로 전에, 엘리시아가 내가 용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는 미래를 봤었다."

치료를 마친 말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나를 구하러 와준 거지."

"아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부상당한 학생들도 모두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체 9위인 엘리시아와, 이제는 최상위권 실력자가 된 말콤. 그리고 다른 네 명까지.

상당히 강력한 전력의 팀이었으니, 시몬은 지체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화산성주 공략에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시몬은 현재 상황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말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결국 리더격인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어쩔래? 엘리시아."

"음."

엘리시아가 웃었다.

"화산은 싫어요."

"?"

"화산이 일어나면 지상은 화쇄류와 화산재로 뒤덮이게 되고, 토끼풀이 타들어 가요. 햇빛이 차단되어 식물들이 말라죽어요. 풀을 먹는 가엾은 토끼들은 굶어 죽을 거예요. 토끼들이 죽어가면 그 토끼들을 잡아먹고 사는 여우도 죽겠죠. 하지만 여우의 피는 도움이 된답니다. 더 많이 뽑아서 연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여우들이 죽을 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릴 거예요."

중간부터 듣기를 포기한 신디가 이마를 덮었다.

"그래서 찬성이야 반대야?"

"반대예요! 여우들이 죽기를 기다려야 하니까요."

딕이 팔에 낀 출력장치를 빠르게 훑어보다가 말했다.

"엘리시아? 너희 학과에 밀로다가 탈락했어."

"아! 안됐네요."

"이대로라면 밀로다는 퇴학이야. 그나마 그녀를 구하기 위한 유일한 가능성은 화산성주를 잡는 것뿐인데. 어쩔래?"

딕의 말에 그녀의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게 정말인가요? 밀로다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가죠!"

"오케이!"

아무래도 저 괴짜를 동료로 써먹으려면, 딕처럼 그녀의 사고방식에 빠르게 적응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 * *

엘리시아 그룹의 합류로, 시몬 일행은 그럭저럭 화산성주에 도전할 전력을 갖추게 됐다.

전체 1위인 시몬과 9위인 엘리시아.

말콤과 신디라는 최상위권 학생 두 명.

전투능력은 떨어지지만 전술전략에 능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딕, 그리고 중위권 키젠 학생 4명까지. 나쁘지 않다.

일행은 화산 주위를 빙 둘러가며 빠르게 걸었다. 내려오는 용암을 피해, 화산을 등반할 수 있는 적절한 루트를 찾아야 했다.

"전방에 토착 코볼트 무리 20마리 정도를 발견했어."

정찰 담당인 신디가 귀를 쫑긋거리며 말했다.

"범람하는 마그마를 피해서 도주하고 있나 봐. 5분 뒤에는 우리랑 부딪힐 거야."

"내게 맡겨라."

말콤이 팔을 움직여 쭉쭉 스트레칭을 한번 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부탁한다, 엘리시아."

"알았답니다."

엘리시아가 주사기를 꺼내 제 허벅지에 피를 조금 뽑더니, 그것을 그대로 말콤에 주사했다. 푸른 피가 들어가며 말콤의 기세가 변했다.

"간다!"

<도플갱어(Doppelgänger)>

평소의 숫자를 아득히 넘어선, 서른 기가 넘는 도플갱어들이 일제히 뛰어나가며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버스트>

이내 마법진을 손바닥에 그린 도플갱어들이 코볼트 무리에 부딪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독극물을 사용해서 잡기 까다로운 코볼트 무리가 잇따른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

딕이 놀란 눈으로 엘리시아를 보았다.

"방금 쟤한테 무슨 피를 주사한 거야?"

"대상의 힘을 일시적으로 강화시키는 혈류계 마법이에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여러분도 필요하면 말해요. 아직 현기증은 안 나니까 얼마든지 주사할 수 있답니다."

"대단한데! 그럼 계속 가볼......."

"잠깐만요."

그때 딕의 말을 끊은 엘리시아의 동공이 확대되며 두 귀가 쫑긋하고 하늘로 솟았다.

"쉿 쉿."

학생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시몬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미래를 보고 있었다.

안테나처럼 솟구친 그녀의 두 귀가 축 늘어지며 그녀의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앞으로 쭉 가면 무너진 토양 때문에 막혀서 우회해야 할 거예요. 이쪽으로 가요."

"역시 미래예지!"

"덕분에 시간 절약하네."

모두가 웃는 얼굴로 그녀를 따라 걸었다.

'좋네.'

시몬도 든든하다고 느꼈다. 미래 예지가 늘 이렇게 자주 걸리는 건 아니겠지만, 확실히 그녀가 곁에 있어 준다면 앞으로의 전투가 여러모로 편해지리라.

시몬은 엘리시아의 옆에서 걸으며 물었다.

"혹시 본 미래가 바뀌기도 해?"

"그렇답니다."

"이번 시험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한 미래도 봤어?"

그녀가 미소 지었다.

"아니오."

그 말만 남기고는 토끼뜀 같은 걸음으로 통통거리며 앞서나갔다.

시몬 일행은 몬스터들을 제거하며 부지런히 이동했다. 이 시간에도 생존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남은 시간 - 14:08:24]

[생존자수 : 238/370]

시간도 꽤 많이 줄어들었다. 시몬은 심적으로 초조해졌다.

"이쪽이야!"

가장 앞서서 걷고 있던 딕이 수풀을 걷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딕?"

"이런."

콰르르르르르르-!

넓고 방대한 마그마가 전면에서 흐르고 있었다. 강이라기보다는 늪 같았다. 무릎까지 오는 깊이 정도였지만, 워낙 방대한 범위에 흐르고 있는 게 문제였다.

마그마가 흐르지 않는 반대편 지면까지는 거리가 꽤 됐다. 딕이 쓴 입맛을 다셨다.

"여기가 이렇게 막혀 있으면 답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야?"

신디가 엘리시아를 보았다.

"네 말대로 우회하는 방향으로 왔더니 막혔잖아."

"그 너머의 미래를 보지는 못했답니다."

엘리시아가 생글생글 웃었다.

"원래대로 갔다면 두 번이나 길이 막혀서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을 거예요."

"끙."

딕이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혹시 비행 가능한 애 없어? 여기 있는 9명 전원을 반대편으로 데려다 놔야 하는데."

주위가 조용해졌다.

시몬이 약간 애매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친위대의 고위기술을 쓰면 가능하긴 한데......."

"안 돼, 안 돼. 주력인 네가 이 정도 일로 힘을 다 빼면 화산성주랑은 누가 싸우겠냐?"

딕이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왔다.

"말하다 보니 방금 방법이 떠올랐어!"

"뭔데?"

"벽돌이야!"

모두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신디가 킥킥 웃었다.

"또 요새를 지었다가 딴 사람들한테 뺏기려고?"

"자, 딱 보기나 하십쇼들."

딕이 출력장치에 남은 포인트로 벽돌 하나를 구매했다.

마법진 아래로 벽돌 하나가 튀어나왔고 딕은 그것을 붙잡아 용암의 늪에 집어넣었다.

"오......?"

"어때."

벽돌은 용암 속에서도 멀쩡했다.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벽돌에 단열재라도 섞인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험제작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쓸모를 만들어놨겠지. 괜히 이걸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딕이 주위의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용암이 얇으니까. 이 벽돌로 돌다리를 만들어서 건너자."

그렇게 계획이 시작됐다.

모두가 포인트로 벽돌 뭉치를 구매한 뒤, 딕이 배합한 접착포션을 붙여서 탄탄하게 고정했다. 사람의 무릎 높이까지 쌓는 데 벽돌이 그리 많이 들지도 않았다.

이내 딕이 돌다리가 바닥에 고정되도록 인챈트를 걸었고, 엘리시아의 버프를 받은 칠흑역학과 학생이 벽돌더미를 사출 마법으로 하나하나 정밀하게 던졌다.

순식간에 용암 위의 돌다리가 완성되었다.

"용암이 얕은 지금 바로 건너자! 언제 또 콸콸 쏟아질지 몰라!"

딕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칠흑을 밟고 힘껏 도약해서 첫 번째 돌다리에 착지했고, 다시 점프해서 다음으로 건너갔다.

키젠 2학년쯤 되면 이 정도 마투는 기본이었다. 다들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뛰어갔다.

간혹 벽돌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거나, 용암 때문에 살짝 떠밀려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때는 새로운 벽돌 뭉치를 내려놓거나 그다음 벽돌로 한 번에 뛰어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모두가 집중해서 건너고 있었다. 용암이 얕다고는 하지만, 자칫 발이라도 헛디뎌서 빠지면 바로 라이프 게이지가 증발되리라.

"조심해, 엘리시아."

시몬은 가장 마지막에 건너고 있었고, 그 앞으로 엘리시아가 건너는 중이었다.

엘리시아가 '알겠답니다.' 하고 대답하며 웃었다.

그렇게 그녀가 다음 돌다리를 향해 뛰려는 데, 무릎을 굽힌 자세 그대로 갑자기 멈칫했다.

"왜 그래?"

시몬이 물었다.

어느새 엘리시아의 토끼 귀가 삐쭉 공중으로 치솟았다.

'하필 여기서......!'

시몬은 그녀가 떨어지면 잡아줄 생각으로 흑마법을 준비했지만, 다행히 예지 중에도 중심은 잘 잡았다.

'이번 예지는 좀 오래 걸리네.'

먼 미래를 보는 걸까? 시몬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잠시 후 귀가 축 늘어지며 예지가 끝났다. 그녀가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폴짝!

미래를 본 직후.

엘리시아는 앞으로 가지 않고 토끼처럼 폴짝 뛰어서 시몬 쪽으로 다가왔다.

"에, 엘리시아?"

"시몬 폴렌티아 씨."

소름 끼치는 시뻘건 눈동자가 시몬을 응시했다.

이내 그녀가 가방 속에서 파란색 액체가 든 주사위 캡슐들을 모조리 꺼내더니 시몬의 품에 강제로 안겼다.

"당신에게 내 승리를 배팅하겠어요."

"그게 무슨......."

일순. 주위가 회색빛으로 변하며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갑자기 쇄도해 온 붉은 실선이 세상을 양단하며, 시몬의 머리카락이 거친 바람에 휘날렸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시몬은 눈앞에 있는 엘리시아의 웃는 얼굴이 뭔가에 강하게 밀려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커다란 귀가 시몬의 뺨에 부딪혔다가 이내 바람결에 날아갔다.

'!'

그녀가 사라졌다.

시몬이 다급히 고개를 돌리자, 엘리시아의 몸이 용암 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엘리시아!!

다른 학생들도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떨어진 자리로 커다란 용암의 분수가 솟구쳤다.

[엘리시아 로젠펠트가 탈락했습니다.]

멍한 얼굴로 용암 속을 바라보던 시몬이 급히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휘오오오오오!

화산성.

그곳에서 마치 대기가 꿰뚫린 듯한 원형의 흔적이 일어났다가 바람결에 사라졌다.

'......저 공격, 설마.'

화산성을 바라보던 시몬은, 푸른색 피가 들어 있는 캡슐 주사기들을 든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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