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39화 (83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39화

게오르그가 마법진을 펼쳤다.

검은 광택이 맴도는 주홍색 마법진을 연달아 펼쳐냈는데, 겉으로만 봐도 수식의 배치가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했다.

지금은 만들지도 못하는 고위수식들의 나열에 학생들의 눈이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구조가 각각 다른 세 장의 마법진.

이어서 게오르그가 뒤로 돌아와 가장 처음으로 만든 마법진 앞에 섰다.

"잘 봐둬."

비로소 그가 아공간을 여는 순간, 그 안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부시게 하얀 해골이었다.

스릉-

승-

그것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마법진 세 장을 통과해 나갔다.

키이잉!

키잉!

해골의 몸에 들러붙은 마법진이 일제히 반응하며 새로운 구성요소를 일으킨다. 텅 빈 새하얀 해골에 갑옷이 더해지고, 마법적 효과가 덧입혀진다.

주홍색 마법진은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걸어가는 해골에 효과를 끊임없이 부여했다가, 해골이 앞으로 계속 걸어가니 터지듯 사라졌다.

이내 그것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위에 자리 잡은 흑색 갑옷, 두개골의 눈이 있어야 할 텅 빈 동공에는 끊임없이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서먼 데스나이트>

흘러나오는 기세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것이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흡!'이나 '헉!'하고 곳곳에서 놀라 숨 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로서 내 주력이자 파트너."

게오르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데스나이트야."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딱 데스나이트를 제작하러 여기까지 온 학생들이었기에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업계 후배들에게 떵떵거릴 기회를 잡은 게오르그가 팔짱을 꼈다.

"멋지지? 전투에 들어가면 머리털이 쭈뼛 설 만큼 화려해.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마침 잘됐군."

아론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여기서 데스나이트의 특징에 대한 간단한 수업을 시작하겠다. 우선 두개골을 봐라. 홈이 파여 있는 부분이 보일 거다."

아론은 거침없이 남의 데스나이트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도 당연하다는 듯 거리에 걸터앉더니 노트와 교재를 꺼내 필기해 나가기 시작했다.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게오르그는 결국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누가 키젠 아니랄까 봐."

아론은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효용성 구조와 수식, 그리고 데스나이트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그때 설명을 듣고 있던 코이터 피즌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이 데스나이트! 무기는 없나요?"

"아, 무기?"

게오르그가 코이터에게 가까이 와보라는 듯 손짓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코이터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고고고고고고고고!

데스나이트의 불타는 듯한 안광을 보는 순간, 코이터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데스나이트가 천천히 팔을 뻗어 코이터의 어깨 위에 가져다 댔다.

스르르르릉-

그리고 팔을 잡아당기자, 마치 허공에서 검을 뽑듯 코이터의 고개 뒤로 주홍색의 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우와아아아 탄성을 쏟아냈다.

"옛 과거 유물이었던 소드마스터의 상징, 오러 블레이드."

게오르그가 입을 열었다.

"그걸 언데드의 다크오러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검이야."

처음에는 데스나이트의 손안에서 에너지가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주홍색 화염이 이글거리는 형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이 정제되어 날렵하고 매끈한 칼날의 형태로 변해갔다.

그것을 어두운 곳에서 휘두르니, 눈부신 검광이 꼬리처럼 허공에 길게 이어지다가 흩어져 사라졌다.

착!

그때 자리에 옹기종기 앉아 눈을 빛내고 있던 학생들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게오르그가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크핫! 하고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손 들고 질문하는 거야? 귀엽네. 나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손 안 들고 물어봐도 돼."

"에슈 아르젤입니다!"

시몬의 옆에 앉아 있던 에슈가 벌떡 일어났다.

"저거, 다크오러가 아니지 않아요?"

"응?"

"데스나이트의 무기는 다크오러를 능가하는 힘을 사용해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휘익-

게오르그가 휘파람을 불며 손뼉을 치고는 아론을 보았다.

"애들 잘 가르치셨습니다, 교수님."

아론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했다. 게오르그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렇지. 데스나이트가 다른 언데드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크오러의 사용이 아니야.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기술. 다크오러의 극의."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데스나이트의 손 위에서 검은색이 짙은 주황색의 뭔가가 치렁거리며 펼쳐졌다.

학생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켜보는데.

파스스스-

중간에 사라졌다. 게오르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 기술은 비밀이야. 비장의 한 수는 남에게 보여주는 법이 아니지."

아아-

학생들이 아쉬운 탄성을 흘렸다. 아론이 보충설명을 했다.

"다크오러가 데스나이트의 메인 기술인 건 사실이다. 전신에 오러를 피워올려 공격수단으로 쓰거나, 화살과 마법 따위도 맨몸으로 튕겨내지. 오러활용에 가장 특화된 언데드가 바로 데스나이트다."

아론이 손에 칠흑을 끌어올렸다.

"리치에 '라이프 베슬'이 있다면, 데스나이트의 핵심 재료에는 '다크홀'이 있다. 이 다크홀을 이용해 만든 다크오러는 다른 오러보다 훨씬 더 막강한 절삭력과 힘을 가졌지.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면-"

화아악!

아론의 손에 칠흑이 거칠게 불타올랐다.

"다크오러 이상의 강도를 자랑하는 기술이 된다. 이건 차후에 설명하겠다."

다른 학생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기네비어 벤너스입니다! 저희가 만들 타락형 데스나이트도 오러와 그 기술의 사용이 가능한가요?"

그 말을 들은 게오르그가 '음?'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깜빡였다.

"타락형은 뭔......."

"가능하다."

아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다시 작업실로 이동하겠다. 전원 기립하도록."

* * *

학생들은 다시 작업실을 향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안내역으로 합류한 근위대장 게오르그는 말이 많은 타입이었다.

드워프만 있던 세계에서 근무하다가 오랜만에 같은 인간이 와서 반가운 건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단한데, 학생회장이었다고?"

"네."

이번에 그가 고른 타깃은 시몬이었다. 전 학생회장이라는 말을 들었는지, 시몬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어왔다.

시몬도 데스나이트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너희 교수님 말이야."

게오르그가 목소리 볼륨을 한층 줄였다.

"진짜 하실 생각일까? 그 타락형인가 뭔가 하는 데스나이트 제작."

"그게 아니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시몬의 대답에 게오르그는 염려스러운 듯 제 턱을 두들겼다.

"솔직히, 현역이자 데스나이트 권위자인 내가 보기엔 조금 힘들 것 같기도 해. 신기술이란 건 말이지, 원래 제대로 써먹으려면 2~30년은 걸려. 그걸 프로들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니 너무 큰 도박이야."

그 정도 사실이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론이 확신을 가지고 실행하는 일이고, 그는 늘 성과를 보여왔으니 믿을 뿐이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하지 않자 게오르그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다 왔습니다, 여러분. 바로 여기입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거대 연구시설. 드워프 병사들이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었다.

게오르그는 드워프 병사들을 물리고 모두를 가까이 오게 했다.

"텔레포트 탈 때 사용한 보안 마법진. 다들 손등에 있죠?"

게오르그가 손등을 가리켰다.

"손등에 자기 칠흑을 일으키면 이렇게 검게 물들어요. 그 상태로 벽면의 마법진을 터치하고 들어가면 됩니다. 워낙 중대한 보안 시설이라 이런 게 좀 많아요."

게오르그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손등에 칠흑을 끌어올린 뒤, 벽면의 마법진에 대자 문이 열렸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문에 결계가 펼쳐졌다.

"자, 한 명씩!"

학생들 모두 다소 번거로운 보안절차를 밟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까앙-! 까앙!

거대한 용광로가 중간에 펼쳐져 있고, 드워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를 내리치고 있다. 값비싼 목걸이 형태의 아티팩트 따위가 매달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치도 있었다.

마치 대장장이들의 단체 공장에 들어온 기분.

"아티팩트 공장의 모습이죠. 우리는 이쪽입니다."

게오르그의 안내에 따라, 아론과 학생들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곳곳에 신기해 보이는 장비들이 많았다.

"저기 봐, 시몬."

로레인이 앞을 가리켰다. 장비뿐만 아니라 언데드가 제작되고 있는 공정도 있었다.

"멋지지? 드워프들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있어."

게오르그가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칠흑 아티팩트나 언데드 장비를 제작하려면 코어를 개방해서 네크로맨서가 되어야 하잖아.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칠흑을 쓸 수 있는 드워프와, 못 쓰는 드워프 간의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차이도 나지. 수입 차이도 월등하다 보니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해."

네크로맨서 드워프라.

낯선 두 단어의 조합이라고 시몬은 생각했다.

"확실히 언데드를 쓰는 제작공정이 많네요!"

에슈가 말했다. 곳곳에 언데드들이 화물을 옮기는 모습은 적지 않게 보였고, 심지어 팔만 남아 있는 언데드가 움직여서 작업을 대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잘만 쓰면 아주 효율적인 시스템이니까. 드워프들은 기술과 발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거든. 자, 이쪽이야."

그렇게 부지런히 이동한 끝에, 마침내 학생들은 7박 8일 동안 사용할 연구실 앞에 도착했다.

"경비병인 나는 여기까지. 다들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학생들도 호위해 준 게오르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내 아론이 앞장서서 연구시설 문을 열었다.

"방금의 데스나이트로 동기부여는 충분히 됐겠지."

아론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는 너희들이 하기에 따라 달렸다."

아론을 따라 연구시설 안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주위로 펼쳐지는 광경에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까 계속 드워프 대장장이들의 대장간 같은 공장의 느낌이었다면, 이곳만큼은 연구실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새하얀 타일로 이루어진 깔끔한 공간. 신형 아티팩트의 연구 및 실험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 같았다.

방 안에는 소환학과 학과생들의 수에 걸맞게,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 재료를 놓을 수 있는 수술대 같은 장비들이 펼쳐져 있고, 옆에는 각종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도구와 약품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연구시설 중앙에 떡 하니 위치해 있는 것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액체가 든 관 안에 뭔가가 둥둥 떠 있었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생물의 장기 같은 형상이었다.

"교수님! 저게 뭔가요?"

한 학생의 물음에, 아론은 눈두덩이를 비비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 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은 '벨제불'의 살점이다."

모두의 입이 딱 벌어졌다.

과거에는 '마왕'이라고까지 불렀던 에이션트 언데드 벨제불.

그리고 벨제불이 사용하던 타락마법을 인간이 쓸 수 있도록 변형해서 만드는 게 타락형 데스나이트의 정체였다.

"저걸 이용해 타락형 데스나이트를 제작할 것이다. 지금부터 작업 방식을 설명하겠다."

아론이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벨제불의 힘을 잠깐 빌릴 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