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40화
"자, 첫 번째 줄 학생들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설비에, 처음 해보는 방식이다.
타락형 데스나이트 자체가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는 했지만, 모든 게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미리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은 시몬은 바닥에 설치된 유리관처럼 생긴 장비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내부는 정체불명의 점성 가득한 액체로 가득했다.
꾸르르륵!
얼굴까지 완전히 밀어 넣은 뒤 똑바로 누웠다. 얼굴에 호흡기를 달아서 숨을 쉬는 건 문제 없었다.
"학생, 괜찮아요?"
위에서 조교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리는 게 보인다. 이쪽도 오케이 사인을 그리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내 기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덮개가 덮이며 세상이 반쯤 어둠으로 뒤덮였다.
"수면마취제, 신경각성제 주사하겠습니다."
시몬은 반쯤 열린 덮개 밖으로 팔을 내밀었고 주삿바늘이 피부를 찔러왔다.
이내 주삿바늘이 들어간 부위에 조교가 헝겊 같은 걸 붙여주었다. 시몬은 잠시 피부가 얼얼한 걸 느끼다가 다시 팔을 안으로 들였다.
마지막으로 덮개가 완전히 닫힌다.
쿵-
주위가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가르쳐준 대로. 가르쳐준 대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눈을 감고.
전신에 칠흑을 끌어올려 체외로 방출한다.
시몬의 칠흑과, 주위의 젤리 같은 액체가 만나 반응한다. 이내 뭔가 축축한 것에 뒤덮이는 감각과 함께, 시몬은 서서히 눈이 감겨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
눈이 번쩍 뜨였다.
시야가 전체적으로 벌겋다. 어지럽다. 눈동자를 서서히 굴려보면 시야 끝에 시뻘건 혈관 같은 것들이 보인다.
'아.'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내가 언데드가 된 기분.
그때 시몬의 시야로 들어온 수석조교가 마구 손을 흔들며 수신호를 보냈다.
괜찮냐고 묻는 건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싶었다.
스르륵-
시몬은 팔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무슨 괴상한 혈관줄기 따위로 얽혀있는 팔이 대신 들어 올려져 손가락으로 원 모양을 만들었다.
수석조교가 엄지를 척 세우며 떠났다.
'이게 바로 언데드 다이브구나.'
원리는 간단하다. 사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네크로맨서가 자신의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릴 때 쓰는 '사념 접촉'.
그리고 바로 이 사념 접촉을 장비와 약물의 힘으로 더더욱 극대화시키는 것이 과중접촉, 혹은 '언데드 다이브'라고 불리는 행위다. 본인의 몸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언데드와의 사념 연결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언데드화된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실제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사념에 연결됐을 뿐이다.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도 과중접촉에 성공했는지, 언데드 팔을 움직여 보고 있었다.
참고로 이 팔들은 모두 '벨제불의 살점'과 연결되어 있다.
'다들 난리 났네.'
긴장해서 언데드 팔을 벌벌 떨고만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신이 나서 장난을 치는 학생도 보인다.
옆자리가 특히 그랬다. 옆자리에는 에슈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언데드 팔 두 개를 흐느적거리며 장난을 치더니, 이내 손을 모아 하트를 만들기도 하고 별표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시몬 쪽을 보고는 손짓하더니 허공에 글자를 그렸다. 에. 슈.
그러고는 자신의 관을 슉슉 가리키는 모습에 시몬은 웃음이 나왔다. 긴장이 확 풀려 버리는 기분이다.
'진짜 얘는 강철 멘탈이네.'
다이브 중에도 수다스러운 게 느껴질 정도다. 시몬 또한 손짓으로 시. 몬. 이라고 썼다.
그렇게 대기하면서 에슈와 놀고 있는데, 조교들은 땀에 푹 젖을 만큼 정신없이 움직이며 학생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오늘도 학생들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조교들에게 잠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았다.
휙- 휙-
뒤이어 소환학 수석조교가 커다란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몬은 그 글자를 확인했다.
<준비가 된 학생은 작업을 시작하세요.>
드디어 기다리던 시작 사인이 떨어졌다.
'가자!'
시야를 움직여 아래를 살폈다.
작업대에 누워 있는 스켈레톤 언데드, 열려 있는 두개골 안으로 소환 마법진이 보인다.
오늘은 첫날이라 쉬웠는데, '연습과제'를 수행하면 된다.
과제 내용도 간단했다.
이 소환 마법진에 '타락' 효과를 집어넣어서 변동을 주는 것.
시몬은 언데드 팔을 움직여 칠흑을 일으킨 다음, 수식을 그려보았다.
'오!'
확실히 달랐다.
차이가 바로 체감된다.
벨제불의 타락계 마법은 인간이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다. 칠흑의 성질이 다르다는 선천적인 이유 때문. 애초에 에이션트 언데드와 인간의 칠흑 구성요소가 같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칠흑에 벨제불의 특수한 '성질'이 추가된 것이다. 이를 이용해 천천히 마법진을 빚어나가니 바로 타락 마법 하나 뚝딱 완성. 믿을 수 없을 만큼 쉬웠다.
'됐다. 메커니즘이 완전히 맞물리는 느낌이야.'
심지어 칠흑의 '기억하려는 성질'까지 인간이 아닌 벨제불의 값에 맞춰져 있었다. 덕분에 결과물을 훨씬 수월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시몬은 바로 타락계 마법을 스켈레톤에 삽입하고 과제를 마쳤다.
조교 한 명이 다가와서 확인해 보더니, 활짝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냈다. 그러고는 실험관 덮개를 탕탕 쳤다.
이제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였다.
시몬은 더 해보고 싶었지만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언데드 다이브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배웠다. 언데드 팔을 움직여 실험관 덮개에 있는 버튼들을 순차적으로 눌렀다.
붉었던 시야가 천천히 어두워진다. 이후 마음을 최대한 편안히 먹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점 하나.'
시야의 중간에 점 하나를 떠올리고 그쪽으로 모든 시선과 사고를 집중시킨다. 점점 더 그 점 하나에 집중한다.
꾸르르르르륵-
꾸르르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신체가 느껴진다. 이내 길고 긴 어둠을 뚫고 빛이 보인다.
화아아악-
갑자기 보이는 밝은 조명에 시몬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끔뻑였다.
'나왔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천천히 실험관 끝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입고 있는 수영복 바지에서 점성 있는 녹색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아직 좀 어지럽네.'
그렇게 실험관에서 나오고 있는데, 시야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미끄러운 바닥에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시몬 학생!"
그 순간 누군가 옆에서 덥석 시몬을 붙잡아주었다.
"아."
"어지러울 수 있으니 조심해요."
수석조교였다. 그녀는 커다란 수건을 가운처럼 시몬의 몸에 둘러주고는 컵을 내밀었다.
"물이에요."
안 그래도 갈증이 꽤 심했다. 시몬은 단숨에 컵을 받아서 물을 들이켰다. 그녀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몸은 어때요? 괜찮아요?"
"아, 네."
시몬이 애써 웃어 보였다.
"조금 어지럽긴 한데 버틸 만하네요."
시몬의 말이 멈췄다. 그녀가 시몬을 와락 하고 가볍게 끌어안은 것이다.
"장해요. 장해. 고생했어요."
그녀가 시몬의 등을 따뜻하게 툭툭 두들겨 주고는 말했다.
"뒤에 앉아서 조금 쉬어요. 약기운은 5분이면 달아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시몬 학생은 정말 걱정이 없네요. 수고했어요."
수석조교는 바로 다음 실험관에서 빠져나온 학생에게 달려갔다.
시몬은 잠시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학과생의 절반 가까이가 언데드 다이브 중이었다.
'아론 교수님은?'
아론은 중간에서 상황을 총괄하며 번개처럼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일어난 시몬을 보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시몬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제 일어나자.'
두 번의 실수는 없다. 느긋하게 스트레칭을 마친 뒤 실험관에서 빠져나오는데.
덜컹!
갑자기 옆자리의 실험관 덮개가 열렸다. 이내 연기 같은 게 조금 흘러나오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가 불쑥 몸을 일으켰다.
'우왓!'
갑자기 눈앞으로 사람의 몸이 불쑥 지나가자 시몬은 깜짝 놀랐다. 이내 눈앞에서 수영복 차림의 에슈가 기지개를 쭈우욱 켜고 있었다.
"아- 재밌었다!"
기지개를 쭈욱 켠 그녀가 '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엎어져 있는 시몬을 돌아보았다.
"조, 조장? 잠깐만!"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제 몸을 가렸다. 시몬도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마침 조교 한 명이 뛰어 들어와 흰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덮어주었다. 이내 시몬에게 했던 것처럼 물을 건네고 몇 마디 상태를 물어보았다.
에슈는 '네!', '네!' 하고 씩씩하게 답했고, 그런 모습이 고마운지 조교는 환하게 웃었다.
"웃차."
"흡."
이어서 시몬과 에슈는 수건으로 몸을 감싼 채 걸어가, 구석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숨을 돌렸다.
에슈가 쿡쿡 웃었다.
"재밌었지? 조장."
"응.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
시몬이 뻐근한 목을 붙잡고 그렇게 대답했다.
마음 같아선 얼른 다시 다이브해서, 연습과제 말고 자신의 데스나이트 제작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에슈가 눈동자를 굴렸다.
"토토랑 로레인 님은 어디쯤 있으려나."
두 사람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곳곳에서 학생들이 실험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왜 조교들이 멀쩡한 시몬과 에슈를 보며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웨에엑-!
실험관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닥에 구토하는 학생.
"으으, 으으으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
"라우벨 학생! 탈출 사인을 보냈습니다!"
"바로 끄집어내. 진정제랑 정신안정제 주사하고!"
심지어 다이브는 성공했는데 그 특유의 이물감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몬은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론 교수님이 분명, 데스나이트 제작은 재능과 운의 영역이라고 하셨지.'
단순히 네크로맨서로서의 역량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운'이라는 말을 덧붙이진 않았을 것이다.
언데드 다이브를 버틸 수 있는 건 개개인의 차이로 보인다. 아무리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라도 다이브를 버티지 못한다면 이 데스나이트 제작에서만큼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와하하하하!
그때 커다란 웃음소리를 들은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얀 수건을 몸에 두른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별거 아니네! 그냥 늘 하던 사념접촉이잖아."
"난 엄마 품처럼 편하더라고."
"오버하지 마."
한껏 퍼질러 앉아 웃고 떠들던 그들은, 저 앞에 구토하거나 창백한 얼굴의 학생들을 보며 혀를 찼다.
"딱 보니까 언데드 컨트롤이 떨어지는 애들이 통과 못 하네. 사념의 유지력이 부족한 거야."
"그냥 정신력 문제지 이건. 네크로맨서는 정신력이 생명이라고 늘 교수님들이 그랬잖아."
"반면 될 놈들은 다 되네."
그렇게 말한 학생이 이죽거리며 시몬을 향해 턱짓했다.
"저기 수석도 해냈잖아."
"역시 역시."
그들 무리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도 애써 미소 지어주고는 시선을 되돌렸다.
벌떡!
그런데 에슈가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몬이 돌아보았다.
"왜 그래 에슈?"
"저, 저기!"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언데드 다이브를 시작한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 언데드의 팔이 작업을 하지 않고,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좌우로 부들부들 떨리고만 있었다.
시몬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교들은 막 깨어나 괴로워하는 학생들의 상태를 봐주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가자!"
시몬과 에슈가 헐레벌떡 그쪽으로 달려갔다.
이어서 시몬은 실험관 덮개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는 심장이 철렁했다.
<토토 아모리>
"조교 선생님! 여기예요! 토토가 뭔가 이상해요!"
에슈가 목청껏 외치며 언데드 팔을 꾹 붙잡았다. 그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외쳤다.
"토토! 제발 진정! 진정해!"
시몬은 토토의 언데드 팔이 떨리는 걸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떠느라 언데드 팔로 '탈출 사인'을 보내거나 심지어 경고등을 켜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시몬은 자신의 판단으로 덮개 위의 긴급탈출 버튼을 눌렀다. 잠금이 풀리는지 덜컥 소리가 나자 시몬은 덮개를 들어 올렸다.
'제기랄!'
액체 안에 들어가 누워 있는 토토가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1분 1초가 급해!'
시몬은 수업 때 조교들이 가르쳐 준 구조절차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우선 근처에 놓인 주사기를 붙잡았다.
'흰색이 안정제!'
그러고는 토토의 팔을 액체 위로 끄집어내 혈관을 찾고 신중하게 꽂아 넣었다. 덜덜 떨던 언데드의 팔의 떨림이 조금 사라졌다.
"제가! 제가 맡겠습니다!"
드디어 조교가 도착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찬 듯 시뻘게진 얼굴로 달려온 남자 조교가 큰소리로 외쳤다.
"정신안정제는?"
"제가 주사했습니다!"
"잘했어!"
그가 즉각 진정제 주사도 토토의 팔에 주사하고는 실험관에서 끄집어내 바닥에 눕히고 가슴을 압박하는 등 긴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소란을 들은 조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우르르 몰려왔다. 지금까지 어떤 학생도 토토만큼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허억!
이내 토토가 눈을 번쩍 뜨며 숨을 토해냈다. 조교가 그의 뺨을 툭툭 쳤다.
"학생! 눈 떠요! 학생! 제가 보여요?"
"하아! 하아! 후읍! 헉! 하아!"
토토가 덜덜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괜찮아요? 지금 당장 키젠 병동에......!"
"괜찮...... 습니다!"
토토가 그렇게 말했다.
"저는 괜, 찮아요! 하아! 그냥 조금 좀 놀란 것뿐이라......."
토토는 조교들의 부축도 거절하고 멍한 눈으로 제힘으로 일어났다. 조교들이나 에슈도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지만 토토는 막무가내였다.
"......."
"......."
주위의 학생들은 무슨 소란이냐는 표정으로 토토를 바라보았다.
"토토."
시몬이 빠르게 쫓아와서 그의 옆에 섰다.
"진짜 괜찮아?"
휘청.
그때 토토가 발을 헛디뎠다. 시몬이 얼른 그를 붙잡아 부착해 주었다.
"시몬, 나......!"
시몬은 깜짝 놀랐다. 토토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나 이제 데스나이트 만들 수 없는 거야?"
시몬은 목에 가시가 걸린 기분이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하지?'
* * *
같은 시각, 로크섬.
"......."
부총장 제인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서류 한 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타다다다다-
앞에서 들리는 요란한 발소리에, 그녀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타다다다다-
그녀는 외면하듯 고개를 살짝 돌려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발소리도 옆으로 따라왔다.
타다다다다-
"네프티스 님!"
결국 참지 못하고 제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벌레를 잡으러 뛰어다니던 네프티스가 '아' 하고 걸음을 멈췄다.
"제인 오랜만에 화냈다!"
"......."
"무슨 일 있어?"
네프티스가 제인의 등 뒤로 올라와 '욧차!' 하고 그녀의 서류를 빼앗아 읽었다.
"으음, 벨제불의 살점과 언데드 다이브 설비를 이용한 데스나이트 개발. 아! 이거 아론의 수업내용이지?"
"예."
"지금쯤 하고 있겠네!"
네프티스가 폴짝 내려와 뒷짐을 졌다.
"헤헤, 아이들 걱정하는 거야?"
"......당연하죠. 그보다 이번 언데드 다이브에 대한 네프티스 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용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어. 지금 아론의 행보는 신들린 수준이야. 국경을 넘어서 팔라딘의 재료를 확보했고, 우리와 별다른 접점이 없던 그랜드포지와의 연구협력까지 따냈지! 중단될 확률이 훨씬 높은 커리큘럼을 잘 끌고 가고 있어."
"......."
"아마 학생 몇 명은 정말로 성공시키지 않을까 싶은데."
제인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겠죠."
"그렇겠지! 이건 천재를 위한 계획이니까."
"그러니 더더욱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줬다가 고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날인 오늘, 다이브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빠르게 로크섬으로 돌려보내고."
그녀가 반대쪽 서류를 들었다.
"플랜B인 데몬나이트 제작을 준비하도록 해야겠죠."
"흐응."
네프티스가 눈매를 좁히며 웃었다.
"다들 데스나이트 제작에 눈이 돌아가 있을 텐데, 데몬나이트가 성에 찰까? 너무 가혹하지 않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정신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데스나이트는 3학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하니."
그녀가 통신수정구를 들었다.
"아론 교수에게 이야기해 두죠. 실패한 학생들은 빠르게 섬으로 돌려보내라고."